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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Delta Project

Delta Project - 13

본 작품은

GmhanMod 사이트 홈페이지(http://gmhanmod.com )와
Sephia's Auto Research(Laboratory)(http://sephia.tistory.com )
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File 13 - Speeding in the rain

2005년 1월 25일, 일본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 아침부터 비가 내리던 일본 도쿄.
츄오구 임해부도심을 무대로 최고 클래스인 GT클래스가 개막되었다. 10일간의 일본 전역을 도는 레이스인데다 원 드라이버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경주인지라 정말 체력 관리는 필수였던 것이다. 물론 코 드라이버도 있겠지만 WRC처럼 필수가 아니었고 또한 일본 경시청에서 경주 구간이 아닌 곳의 도로를 통제하게 되었기에 코 드라이버 사용은 한마디로 선택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라니! 겨울에 비라니!
“아침부터 비라니. 끔찍하군.(朝から雨いてって. 無惨だね.)”
일어로 운수 없음을 말하는 남자는 기아자동차 소속 카레이서이자 이번 대회에 Mazda로 참가를 하게 된 송재혁이었다. 겨울에 비라니. 이건 정말 지구가 미쳤다라는 소리가 입에서 나올 정도였다.
“아니, 비가 오는 게 싫어요?(いや, 雨の降ることが嫌いですか?)”
“마음에 안 들죠. 원 드라이버 시스템에서 감기라도 걸리면 최악인거는 감독님도 아시지 않습니까?(気に入らないですね. ワンドライバーシステムで風邪でもひけば最悪引鋸は監督様も分からないですか?)”
“그건 그렇죠.(それはそうです.)”
그의 옆에서 그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남자는 Mazda 레이싱 팀의 감독인 스기우라 토모카즈(杉浦智一)감독이었다. 당초 다른 사람이 맡을 예정이었지만 이사회에서 스기우라 감독을 선임해 그가 되었는데 그는 이미 슈퍼 다이큐 ST3 클래스에 참가중인 Mazda 팀의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어 그의 이번 대회 성적에 따라 슈퍼 다이큐의 팀 계약에도 변화가 있을 듯 싶었다.
“뭐, 그래도 송재혁씨는 우리 팀의 에이스라면 에이스니까, 기대하죠.(何, それでもソングゼヒョックさんは味方のエースならエースだから, 期待します.)”
“리타이어나 안 되게 작전이나 잘 짜줘요.(リタイアやだめに作戦やよく組んでくれ.)”
“그건 걱정 마시죠.(それは心配しないですね.)”
스기우라 감독의 자신 만만함을 본 재혁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웃었다.

같은 시간, 독일 Audi 팀의 숙소
이번에 Audi 팀의 오피서로 파견된 카나제프 제라이는 아침부터 뭔가 생각에 잠겨있었다. 정보국 총괄부장의 명령으로 이곳에 오긴 했지만 도대체 이런 것을 알 리 없는 그로서는 이번 일에 왜 자기를 보냈는지 이해가 안 될 노릇이었다. 당초 그는 Ferrari쪽을 지원했으나 이번 대회에 Ferrari가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혹스러운 나머지 총괄부장인 실버문의 추천으로 아우디로 오게 된 것이다.
“출격 차량은 GT에서만 몇 대인 겁니까?”
“3대. TT와 RS6, 거기에 S4로 나설 예정이네만.”
“사고가 없어야 하는데요.”
“BMW가 E46 M3 GTR, E63 645i, E60 M5로 참가하고 Alpina가 B3, B6으로 나서기에 BMW쪽에서 많이 나서지만 메르세데스에서 SLR Mclaren, SL65 AMG, CL65 AMG를 내는 덕에 이쪽은 정말 에이스 모델들만 모았지.”
“TT는 오버 같은데요? 미들 클래스라.”
“W12 엔진을 미드십에 얹었다네. 자네도 알잖나. GT는 무제한 개조라는 것을 말이네.”
사실이다. GT 클래스는 규정 준수하의 무제한 개조경기인 만큼 어느 정도 규정을 준수하는 선에서 무제한으로 개조가 가능한 클래스인 덕에 기본적인 베이스만 있으면 충분히 개조가 가능했다. 아우디에서 TT를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더군다나 이 차의 엔진은 A8L과 Volkswagen의 Phaeton에 쓰이는 W형 12기통 엔진에 트윈터보를 얹은 엔진으로 그 파워만 600마력을 넘기는 차량이었던 것이다.

1월 25일 오전 9시, 일본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Mazda 자동차 본사
“今日何時に開幕すると言ったの?(오늘 몇 시에 개막한다고 했지?)”
“午前 10時 30分です.(오전 10시 30분입니다.)”
Mazda의 직원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그랑프리의 개막을 불과 1시간 30분 남겨두고 메인 페이지 작업이 덜 된 홍보파트나 메카닉들과 합류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지각자들이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中島さんは?(나카지마씨는?)”
“彼女は今東京にあると言います. レーサーたちと話していると言いますよ.(그녀는 지금 도쿄에 있다고 합니다. 레이서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는데요.)”
“今日山本さんに話したの? こちら必ずいらっしゃらなければならないのに.(오늘 야마모토씨에게 이야기 했어? 이분 꼭 오셔야 하는데.)”
“お話は申し上げたがいらっしゃるかは分からないです.(말씀은 드렸는데 오실 지는 모르겠습니다.)”
“ロータリーエンジンに若い時代を捧げた方なの. その方を必ず連れられなければならない! 児, そして大橋監督様は? その方にも連絡したの?(로터리 엔진에 젊은 시절을 바치신 분이야. 그분을 꼭 모셔 와야 해! 아, 그리고 오오하시 감독님은? 그분에게도 연락 했어?)”
홍보팀의 부장인 카타야마와 대리인 오다는 이 상황에서도 두 사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야마모토 켄이치(山本健一)와 오오하시 타카요시(大橋孝至). 야마모토는 초대 로터리 엔진 연구 총 책임자였고 오오하시는 1991년 르망 24시간 레이스 당시 Mazdaspeed의 감독이었다. 한 사람은 회사의 사장까지 올랐고 한 사람은 아직도 모터스포츠에서 활동하고 있었다.(오오하시 감독은 작년까지 Toyota Team Sard 레이싱팀의 감독을 맡았습니다.) 이 둘을 Mazda에서 모셔오려 했던 것은 이 둘이 Mazda의 로터리 엔진 역사에서 각각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Mazda는 카타야마 요시미, 테라다 요지로 등을 초청했는데 이들은 모두 Mazda의 전속 레이서 출신이었다.(테라다 요지로는 2007년까지 총 28회나 르망 24시간에 참가한 레이서이며 카타야마 요시미는 1970년대 GT-R과 사반나의 대결 당시 Mazda쪽 레이서로 활동했던 인물)

1월 25일 8시 30분(한국시간),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본사.
서울지사(종로구 신문로 소재)에 연락을 미리 넣은 본사에서는 경기 관련 정보 수집이 한참이었다. 특히 일본의 Mazda와 Mitsubishi, Honda, 독일의 Mercedes Benz와 BMW가 자사의 타이어를 쓴다는 소식에 모두들 긴장한 눈치였다.
“SLR 전용 타이어를 만드는데 본사 개발팀이 죽어나갔다면서요.”
“그러게. 그때 독일 연구지소가 비상 걸려서 그냥 난리가 아니었지. 영국 버밍엄에 있는 유럽연구소는 또 어떻고?”
“그러게요. Ecsta 시리즈 사상 최고가, 초고성능의 머신에 들어가는 거였으니 말이에요.”
“그나저나 진짜 Mazda의 머신은 압권이던데? 도쿄 오토살롱에서 공개되었을 당시 모두가 놀랐었어.”
“그 Atenza인가요? 윤지은 선수가 타는 차량이? 그건 완전 개조됐던데요?”
“윤지은 선수의 Atenza는 엔진부터 싹 뜯어고쳤다는군. 회전수를 올리고 레이싱용 차량으로 만들었다네. 직분사 터보의 출력을 최고까지 올렸는데도 공개 당시부터 안전성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지.”
이들이 주로 이야기 하는 차량은 벤츠의 SLR과 Mazda의 Mazdaspeed Atenza. 이 두 대는 이미 공개 당시부터 상당히 말이 많았다. 특히 Atenza의 드라이버인 윤지은이 신인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던 것이다.
“그나저나 RX-8도 압박이데요. 르네시스 엔진 대신 3로터 엔진을 개조하다니.”
“얼핏 들으니까 송재혁 선수가 직접 손을 봤다던데? 일본의 RE Amemiya(RE雨宮)와 합작해서 엔진을 튜닝했다더군.”
“터보입니까?”
“아니, Super GT에 나오는 RX-7의 엔진과 동일한데 회전수를 높였다더군. 20B-REW 엔진 기반이래.”
“그 3로터 엔진요?”

일본 시간 10시 30분, 한국시간 10시. 드디어 경주 개막. 비가 내리는 관계로 개회 선언만 하고 바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 엔트리는 다음과 같았다.
 
Pos. Driver Machine Team Tire
1. Karl Rohrl Audi RS6 Audi Quattro YH
2. Kazuya Takayoshi Nissan 350Z Nismo Motorsports BS
3. William Firestone Dodge Viper SRT-10  Dodge SRT  BS
4. Helmut Bauer  Opel Astra V8  Opel VXR  DL 
5. Takayama Shigeyuki  Honda NSX Type R NA2  Honda Mugen  KH
(중략)
14. ???  Mercedes Benz SLR Mclaren Mercedes AMG KH 
(중략)
27. Song Jae Hyeok Mazda RX-8 SE3P Mazdaspeed  KH
28. J.E.Yoon/E.H.Cha  Mazdaspeed Atenza  Mazdaspeed   KH 
29. Tanaka Shojiro  Honda S2000  Honda Mugen  KH
(후략)


경기 몇 분 전, 갑작스럽게 각 팀에서 작전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충격적인 것은 도요타 자동차 팀이 2개로 나누어 참전한다는 사실이다. 확실한 내용은 아니지만 도요타 자동차의 중역회의에서 중역들 간에 논쟁이 벌어져 두 개의 팀으로 팀이 쪼개졌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입니까?(それが事実ですか?)”
“네. 도요타 내부의 소식통에 의한 겁니다.(はい. 豊田内部の消息筋による.)”
유키에의 말을 들은 선수단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회사의 중역 회의에서 발생한 논쟁으로 인해 한 팀으로도 부족할 상황에 두 개 팀으로 내분되다니. 잘못하다간 공멸 그 자체였다.
“따로 참전한다는 팀의 이름은 확인된 겁니까?(別に参戦するというチームの名前は確認されたのですか?)”
“아뇨. 지금 확인중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TRD쪽에는 SC430이 없다는 겁니다.(いいえ. 今確認中です. 一つ確かなことは TRDの方には SC430がないということです.)”
“SC430?”
은주와 지은의 질문에 재혁이 대답했다.
“일본명 소아러(ソアラ, Soarer), 3세대 모델로 LS430에 얹힌 엔진을 채용했어. 그나저나 유키에씨, 컨버터블로 아는데 어떻게 나선거죠?(とにかく雪江さん, コンバーチブルで分かるのにどんなに出たのです?)”
“저도 몰라요. 다만 양 측이 경쟁관계라는 것은 확실해요. 잠시만요.(自分も分からないです. ただ両側が競争関係というのは確かです. 少々お待ちください.)”
유키에는 그 말만 마치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곳애는 팀 명이 적혀 있었다.
“각 팀의 이름이 확인 됐군요. 팀명은 Toyota TRD와 Toyota Motors Racing입니다.(各チームの名前が確認されましたよね. チーム名は Toyota TRDと Toyota Motors Racingです.)”
모두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이젠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경기의 실제적인 시작은 이보다 약간 늦어졌다. 첫날의 구간은 도쿄를 출발해 치바를 거쳐 미야기 현의 센다이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다.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GT클래스의 모든 차량들이 출발했고 재혁과 지은 역시 출발했다. 지은의 차에는 은주가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드디어 시작이다.”
“그러게.”
아텐자의 바로 대각선에서 출발한 재혁의 RX-8이 그녀들의 차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현 순위 23위. 재혁의 차량은 드물게 우핸들이었다.
“27번 마쯔다 RX-8의 송재혁 선수. 일단 출발이 좋습니다. 어제의 예선보다는 한결 나은 것 같네요.(27番(回)マツダ RX-8のソングゼヒョック選手. 一応出発が良いです. 昨日の予選よりはいっそうましなようですね.)”
이날 경기를 중계하는 사람은 전 카레이서이자 현 D1 GP의 아나운서인 스즈키 마나부(鈴木 学)였다. 브라질 상파울로 출신으로 90년대에 Formular Toyota와 Saurus Cup에 참전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이번 대회를 위해 JAF에서 직접 그를 만나 요청을 했을 정도로 그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일단 출발은 좋은데 어떻게 치고 나갈까?’
재혁의 생각은 여기에 현재 집중되어 있는 상태였다.
현재 치바로 가는 길목에 있는 그의 RX-8의 앞에는 Chevrolet Corvette Z06과 Audi RS4, Honda NSX Type R 2호차가 있었고 뒤에는 Toyota TRD 팀의 Supra JZA80과 1JZ-GTE 엔진을 얹었다는 Celica GT-Four, 그리고 윤지은의 Mazdaspeed Atenza GG3P가 있었다. Toyota Motors Racing 쪽의 차는 보이지도 않았고 말이다.

Toyota TRD팀 상황실
“지금 상황은?(今状況は?)”
“출발이 늦었습니다. RX-8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서인지 상당히 뒤쳐졌습니다.(出発が遅れました. RX-8という力強い競争者をマンナソなのかよほどおくれました.)”
“Atenza는 그렇다치고 RX-8을 어떻게 안 되겠나?(Atenzaはとにかく RX-8をどんなにならないか?)”
경기를 지켜보던 남자는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아사히나 아이의 부친인 아사히나 센쥬로(朝比奈千住郎)로 TRD의 고위간부이며 회사의 이사였다. 그는 모터스포츠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으나 TRD에 근무하면서 본사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인물이었다.
“저거 강적인데요. 초반부터 화끈합니다.(あれ強敵ですよ. 初盤からほてます.)”
아사히나 센쥬로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팀 Toyota TRD의 패배는 곧 TRD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충청남도 계룡시, 삼군 통합본부
“경기 시작됐습니까?”
“대장님 진짜 느리시네. 얼마 전 테스트 때에는 잘 달리시더니.”
화면에는 송재혁의 RX-8이 달리는 모습이 보였고 모두들 그의 RX-8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확실히 3로터 엔진이라지만 무리가 있는 것 같어.”
“SLR에 비하면 영. 예선전에서는 더욱 상태가 안 좋았다는데, 좋다고 해도 저 정도면 힘들겠는데요.”
“아무리 다이큐(耐久) 클래스의 레이싱이라지만 대장님께서 목표로 하신 클래스 톱 텐 진입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도쿄 츄오구를 출발해 도쿄 23개구(통칭 도심)을 한 바퀴 돌고 그대로 치바로 빠지는 코스다. 송재혁이라 하더라도 국내가 아닌 곳에서 벌어지는 경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화면에는 마침 SLR 멕라렌이 시보레 콜벳 C6과 격돌한 영상이 나왔다. 확실히 SLR의 성능은 탁월했다.
“SLR과 콜벳이라. 메르세데스의 슈퍼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네요.”
“확실히 SLR이 과감한데, 대부분 이거 보는 사람들은 RX-8의 경기를 보려고 이러는 거 아냐?”
화면에 나오는 자동차들의 질주는 츄오구에서 미나토를 거쳐 시나가와 방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23개 구를 다 돌아야 치바로 빠질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도쿄만 지역에 있는 구는 다시 돌아야 했던 것이다.

“경기 참 더럽군요.(競技本当に汚いですね.)”
엔트리 넘버 51번인 송재혁이 통신으로 한 첫 말이다. 그가 탄 차는 지금 키타구를 지나 아다치구로 이동하고 있었다. 순서를 따질 때 선두차는 아우디의 TT W12. Mercedes Benz SLR은 7위이며 재혁의 RX-8은 현재 17위, Toyota Motors Racing의 SC430은 27위이며 Toyota TRD의 Supra JZA80은 19위로 달리고 있었다. 18위는 Mazdaspeed의 Mazdaspeed Atenza였고 말이다.
“앞의 RX-8을 어떻게 추월하지? 방법이 없어!(前の RX-8をどんなに追い越す? 方法がない!)”
‘어쩌겠어! 명색이 현역 GT레이서잖아! 한 수 보여줘!’
수프라의 드라이버가 통신으로 외쳤다. 수프라의 드라이버는 현재 Super GT에 참가중인 와키사카 쥬이치(脇阪寿一). 현역 카레이서이자 2002년 Super GT(당시는 JGTC)의 챔피언인 그의 차에는 직렬 6기통 2JZ-GTE 엔진이 아닌 V8엔진인 3UZ-FE 엔진이 튜닝되어 얹혀 있었다. 다만 내부는 새로이 튜닝 되었는데 일본 JGTC는 JAF 산하가 아닌 FIA 산하에 들어가기에 FIA 규정을 위해 새로이 튜닝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1JZ-GTE 엔진을 얹은 셀리카 GT-Four가 달리고 있었는데 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은 한국인이 분명했다. 한국인이라면 아마 둘 중 하나일 터인데 하나는 현재 국내 카레이싱에 뛰다가 이번 대회에 나선 경우, 또 하나는 일본에서만 활동하던 선수로 교포거나 유학생이었다. 전자의 내용이야 송재혁이 대표겠지만 후자일 경우에는 그도 모르는 선수일 것이다. 다만 교포 레이서가 한국에서 활동한 전력은 있는데 재일교포였던 신일성 선수가 1999년 포뮬러 1800의 정상에 오른 바가 있었다.

아다치구까지 지난 현재 순위는 큰 변동이 없다. 다만 간간히 일부 드라이버가 앞쪽으로 나가기 위해 추월을 계획했지만 드라이버들 전부가 막강한 지라 추월은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 전장은 아다치구를 넘어 이젠 도쿄 중심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카츠시카구를 넘어 스미다구로 향하고 있었다.

“아직은 이상 없습니다. 뒤의 RX-8과는 거리차이가 있어요.”
Mercedes Benz의 SLR은 선두권에 있었다. 중위권에 있는 RX-8과는 달리 초반부터 선두권에서 경기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주변에는 시보레 콜벳 Z06, BMW M3 GTR, Audi RS6 등이 버티고 있었다.(GT클래스에 나온 차는 총 72대) 다들 각 회사의 최고 머신이었고, 주로 독일/미국의 차들이 선두권에 있었다. 일본차는 중간에 있었지만 간간히 다른 국적의 차들도 이쪽에 있던 것이다.
‘그래도 무리는 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테러의혹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건 명심하죠.”

동 시간, 일본 도쿄 시부야구 신난정(日本 東京都 渋谷区 神南町), NHK 빌딩
이번대회의 주관방송사인 NHK는 자사 빌딩 12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취재기자들의 기사송고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한국의 언론사도 눈에 띄였다.
“유럽차들이 초반 앞서고 있네. 남주희씨, 누가 이길 것 같아요?”
“글쎄요. 모르는 일이에요. 아우디도 그렇고 벤츠, BMW, 포르쉐, 심지어는 도요타나 마쯔다 닛산을 꼽는 사람도 있단 말이죠.”
“솔직히 마쯔다나 닛산, 도요타는 빼죠. 지금 순위가 어떤데.”
“어머? RX-8이나 Z도 느리단 말이에요?”
남주희라 불린 기자는 자기 옆에 있는 남자를 흘겨봤고 박정민이라는 명찰이 붙은 옷을 입은 남자는 낄낄 웃고 있었다.
“난 시보레가 이길 것 같은데.”
“어우, 저 미국차 빠돌이.”
“지금 순위를 봐요! 아무리 그래도 콜벳 Z06이 7위인데!”
“웃기는 소리! 다른 드라이버들도 만만치 않다고요!”
그런 두 남녀를 보던 다른 기자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저 인간들 저래도 되나?’ - 경향신문 최민철 기자
‘누가 좀 저 인간들 말려줘.’ - 한겨레신문 구진희 기자
‘저 사람들 때문에 프레스센터가 시끄럽겠네.’ - 일본 요미우리신문 무로이 유키치(室井優吉)
‘제발 나라망신 시키지 맙시다.’ - 경향신문 박태희 기자
‘누가 좀 뜯어말려줘!’ - 문화일보 유민화 기자
‘저 사람들 왜 저러는 거야?’ - 미국 뉴욕타임즈 데이비드 로레인(David Lorraine) 기자
이런 상황 와중에도 모두가 놀랄 일이 하나씩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시작은 송재혁이 탄 RX-8에서였다.

“아, 저거 뭐죠? 송재혁 선수. 차 뒤에 뭐가 붙어 있습니다!(あ, あれ何ですか? ソングゼヒョック選手. 車後に何が付いています!)”
“아, 저거!!! 아니 송재혁 선수! 저거 뭡니까!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한 땅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송재혁 선수가 한국인이었죠! 놀랄 일입니다!(あ, あれ!!! いやソングゼヒョック選手! あれ何ですか! 独島は大韓民国の固有した地です? あ, そういえばソングゼヒョック選手が韓国人でした! 驚きべきです!)”
경기를 중계하던 스즈키가 눈을 크게 뜨고 본 것은 송재혁의 RX-8이었다. 차 뒤 트렁크에 붙은 정체불명의 흰 스티커를 확대해 보니 거기에는 일본의 독도망언에 대항하기 위해 송재혁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던 것이었다. 그걸 본 스즈키도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놀라운 일입니다. 일부 우익인사들의 독도망언이 더 이상 입에 나오지 못하겠군요. 국제적으로 저렇게까지 나올 정도면 송재혁 선수가 어떤 인물인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驚きべきです. 一部右翼人士たちの独島妄言がこれ以上口に出ることができないんですね. 国際的にあのようにまで出るほどならソングゼヒョック選選手がどんな人物なのか今は分かるようです!)”
옆에 앉은 남자도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호시노 카즈요시. 카레이서 출신인 그는 2002년 JGTC 시즌 도중 돌연 은퇴를 선언한 카레이서였는데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마이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는 일본 우익의 독도 망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남자였다.

스미다구에서 아라카와, 타이토를 넘는 동안 잠시 휴식을 가졌다. 벌써 2시간이 넘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들 식사도 못했을 것 아닌가?
차에서 내린 재혁은 팀 서포트카로 갔다. 서포트카에서는 벌써 식사 준비가 되어 있었고 손님까지 와 있던 것이다.
“아, 저 친구가?(あ, あの人が?)”
“송재혁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ソングゼヒョックです. はじめまして.)”
“만나서 반갑네. 내가 야마모토 켄이치일세.(お会いできて嬉しいね. 私が山本健一だね.)”
송재혁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고령이었지만 아직 정정했다. 야마모토 켄이치. 마쯔다의 로터리 엔진 역사를 연 장본인 중 하나로 로터리 47사의 리더였으며 제 6대 마쯔다 사장이었다. 지금 송재혁이 탄 RX-8 역시 사실은 야마모토 켄이치가 이끌던 초대 개발팀이 아니면 시장에 나오지도 못했을 차였다.
“야마모토씨는 또한 마지막 마쯔다 출신 사장으로 불렸죠. 물론 현 이마키 사장님 이전이지만요.(山本さんはまた最後のマツダ出身社長と呼ばれたんです. もちろん現井卷社長以前けれども.)”
“현재의 사장인 이마키 사장 역시 이 회사 출신이지.(現在の社長である井卷社長もこの会社出身だろう.)”
야마모토는 그 말을 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아마도 옛 마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Data File

1. 동경도(東京都)

일본의 수도. 통칭 동경 또는 도쿄. 과거에는 에도라 불렸으며 에도막부 시절부터 중심이 되었다. 과거 도쿠가와 이에야쓰가 이곳을 막부로 정한 후부터 번창, 1868년 이후에는 명실상부한 수도가 된다. 2002년 FIA 회의 당시 일본에서 밀었던 곳으로 아시아에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당시 한국의 서울을 단 2표 차이로 꺾고 되었다. 23개 특별구와 다마 지역들이 혼재해 있으며 흔히 도쿄 도심이라 하면 23개 구 가운데에서도 치오다구, 츄오구, 미나토구를 가리킨다. 아래는 23개 구 가운데 일부의 설명이며 나머지 설명은 다음으로 돌린다.

츄오구(中央区) - 에도 시대에 각 지방으로 가는 길의 기점이 된 니혼바시(日本橋)가 만들어져 주변 지역이 상업지대로 발전, 현재는 일본은행이나 동경 증권거래소, 미쓰코시(三越)의 본사가 있다. 저 유명한 긴자가 이곳에 있다.
미나토구(港区) - 오다이바가 있는 곳, 작년도(즉 2004년) D1 특별 경기가 열렸던 오다이바가 있는 곳으로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이 압권인 곳이다. 오다이바는 아마 23개구를 다 돌고 치바로 가기 위해 다시 이곳을 지날 때 들를 것 같다. 도쿄 그랜드 하얏트 호텔도 여기에 있고 49곳의 대사관이 이 미나토구 안에 있으며, 그 안에는 우리 대사관도 있다.(정확히는 미나토구 아자부 소재)
시나가와구(品川区) - 도쿄만 연안에 위치한 곳으로 TV 도쿄(일본의 민영방송 중 하나인 듯 싶다.)의 스튜디오가 있는 곳. ELF라는 트럭으로 유명한 이스즈의 본사가 이곳에 있다.소니 본사도 여기에 있고 말이다.(그러나 2008년 현재에는 본사가 도쿄도 미나토구에 있다.)
오타구(大田区) - 저 유명한 하네다국제공항(동경국제공항)이 있는 곳. 세가, 남코, 캐논의 본사가 여기에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신도리코로 유명한 일본의 리코사도 이곳에 본사가 있다.
세타가야구(世田谷区) - 동경에서 오타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사는 곳. 세타가야 미술박물관과 NKH의 과학기술연구실이 있다.
스기나미구(杉並区) - 설명 패스(특별한 것은 없는 듯)
네리마구(練馬区) -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향이라고 불리며 토에이나 AIC 같은 곳이 이곳에스튜다오를 두고 있으며 란마1/2나 철완 아톰, 캔디 캔디도 이곳에서 제작되었다.(철완 아톰은 무시 프로덕션에서 만들어짐) 특히 이들 중 무시 프로덕션은 이 회사를 나온 이들이 나중에 선라이즈, 매드하우스, 쿄토애니메이션, 샤프트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만드는 모체가 되었다. 만화가인 마츠모토 레이지(은하철도999의 작가), 다카하시 루미코가 사는 곳이기도 한 곳이다.
이타바시구(板橋区) - 쉽게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패스
키타구(北区) - 특별히 설명할 것은 없는데 성우 하야시바라 메구미(애니메이션 슬레이어즈에서 리나 인버스의 목소리를 맡은 분, 일본 성우들 가운데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의 고향이라고 한다.
아다치구(足立区) - 도쿄 부도칸(東京武道管)의 소재지. 다만 치오다구에 있는 부도칸과는 혼동이 올 수 있으며 무술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카츠시카구(葛飾区) - 만화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여기는 가쓰시카 구 가메아리 공원 앞 파출소/こちら葛飾区亀有公園前派出所)’의 실제 배경이 된 곳, 이 만화는 1976년부터 현재까지 연재되고 있다.

2. 야마모토 켄이치(山本健一, 1922~)

- 초대 로터리 엔진 개발리더. 1922년 구마모토현에서 태어났지만 이후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중(나카)구로 이사했다.(그렇기에 그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히로시마를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1945년, 여동생이 원폭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 1년 후인 1946년 마쯔다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에는 설계/개발부분을 희망했다가 생산팀으로 발령받는 바람에 화가 나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다른 고객들과 싸우는 일이 있었지만 어느 날 도시 복구를 위해 복구 자재를 싣고 중심가를 달리는 3륜트럭을 보고 간접적으로 고향의 재건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생각을 한 다음 바다로 가서 정신 차리자는 다짐을 한 다음 일을 열심히 해 원하던 설계팀으로 들어갔다. 그는 설계팀으로 들어간 후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앞뒤 가리지 않고 일에 뛰어들었고 동료들의 일처리를 많이 봐줘 후배들에게는 형 같은 존재로 인식되었으며 이 시기에 이미 에이스로 불렸다. 1956년에 동양공업의 첫 4륜 트럭인 론파(ロンパー, 1톤 트럭으로 1,105cc의 공랭식 2기통 엔진을 얹음)를 설계했고 4년 후인 1960년에 첫 4륜 승용차인 R360 쿠페의 설계를 맡았다. 이후 1962년부터 1년간 독일의 NSU(현 아우디)에 가서 기술 연수를 받고 1963년부터 15년간 로터리 엔진 개발주임으로 근무했다. 1978년 로터리 연구팀을 나온 후 상무로 취임했고 1984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87년 마쯔다사의 회장이 됐고 92년에 상담역최고고문이 되었으며 1995년에는 상담역이 되었다. 그의 애차는 루체 4도어 하드톱 로터리 터보 모델(4세대 또는 5세대 모델이다)이다. 현재도 살아있지만 상당히 고령이며 히로시마 미요시(三次)시에 있는 마쯔다의 주행 테스트장에 ‘지칠 줄 모르는 도전(飽くなき挑戦)’이라는 글이 새겨진 비석이 새겨져 있다.

이번편에 등장한 야마모토 켄이치에 대한 설명은 NHK의 프로젝트 X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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