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라는 물건이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목적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다 보니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을 발견 할 때가 있다. 특히 덩치와 수용 인원이 통상적인 상관관계를 벗어날 때에 그렇다. 뒷좌석에 네 명이 타도 될만한 대형세단에 둘 만 타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있다. 대부분은 럭셔리급 대형 세단인데, 뒷좌석이 의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니 이해하고 넘어가자. 메르세데스-벤츠 CLS의 경우 4도어 쿠페라 하지만 기본은 세단인데도 뒤에 두 명만 타게 해 놓았다. 쿠페 특성을 강하게 살린 모델이라 뒷좌석도 그에 맞게 둘만 앉게 해 놓았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수 있다.
그렇다면 폭스바겐 CC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스포티한 쿠페 컨셉트를 살린 차지만 패밀리 세단 성격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4인승이라니…. 멋에 치중해 실용성을 떨쳐버리기에는 대중적인 성격이 큰 데 말이다. CC의 뒷좌석을 보면 가운데에는 시트 안에 사물함과 컵홀더가 있고 그 위에 열고 닫을 수 있는 플라스틱 커버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좌우를 구분하고 있다. 게다가 시트 또한 양쪽이 버킷 시트처럼 되어 있어서 각 자리에 한 사람씩 앉게 최적화 되어있다. 가운데에 억지로 앉으려면 앉을 수는 있지만 꼬리뼈가 저려서 오래 앉아 있기는 불편하다.
사실 요즘 다섯 명이 한꺼번에 타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한 가정에 차가 한 대 이상 있는 경우도 많아서 한 차에 타는 인원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자녀가 하나 또는 둘인 가정이 대부분이어서 4인승으로도 충분히 패밀리 세단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없는 것과 여분이 있는 것의 차이는 크다. 혹시라도 다섯 명이 타야 할 경우가 생겼을 때 뒷좌석에 둘 밖에 타지 못한다면 난감하다. 어느 한 사람의 엉덩이에 고통을 안겨주어야 할 테니 말이다. 또한 애초부터 5인승이 필요했고 CC가 마음에 들었는데 4인승이라 구입에 망설였던 사람들도 꽤 될 것이다.
CC 5인승은 뒷좌석을 2인승에서 3인승으로 바꿔 실용성을 높였다. 멋을 살짝 덜어내고 실용성을 챙긴 것이다. 그런데, 사실 누가 속까지 그렇게 따지고드나. 어차피 겉모습은 똑같은데 진작에 5인승도 나왔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5인승이라고해서 아주 반길 일만은 아니다. 버킷 형태로 시트와 등받이가 체형에 맞게 움푹파인 형상은 그대로다. 두 명이 앉게 되어 있는 구조는 그대로고 가운데 사물함 부분만 가죽으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가운데 바닥도 높이 솟아 있고 에어벤트도 튀어 나와 있어서 애초부터 가운데에 어른이 앉기에는 좀 불편했다. 그래도 가운데 앉은 사람의 엉덩이에 평화를 안겨줄 수 있으니 나름대로 5인승의 효용가치는 있다고 봐야 하겠다.
사실 CC라는 차의 본질을 파악하게 되면 4인승이냐 5인승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CC는 패밀리 세단으로, 그리고 대중적인 시장을 공략하는 차로써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폭스바겐의 대중차 만들기 노하우가 최대한 집약된 모델.
우선 스타일과 공간 활용의 조화를 보자. 4도어 쿠페를 컨셉트로 잡고 C필러를 한껏 눕혀 놓았지만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과 머리 공간이 상당히 넉넉하고 시야도 좋다. 실내 공간 확보에 초점을 맞춘듯한데 트렁크도 열어보면 상당히 깊다. 몸을 집어 넣어야 끝에 손이 닿을 정도. 뒷좌석은 6:4로 분할되어 접히기 때문에 공간활용은 더욱 좋아진다.
최고출력 170마력인 2.0 TDI 디젤은 35.7kg·m에 이르는 넉넉한 토크를 아주 매끄럽게 분출해낸다. 변속기는 6단 더블클러치 자동기어(DSG). 변속충격도 거의 없고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속이 이루어진다. TDI와 DSG가 결합해 디젤특유의 지체 현상을 느낄 겨를도 없이 빠르게 가속한다. 연비는 리터당 16.2킬로미터로 1등급 기준인 리터당 15킬로미터를 여유있게 넘긴다. 승차감은 다소 단단한 편이지만 바닥에 착 달라 붙어 달리는 안정적인 느낌이 믿음직스럽다. 어댑티브 섀시 콘트롤인 DDC를 활용하면 승차감과 운동성능을 조절할 수 있다. 노멀, 컴포트, 스포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느낌 차이가 구분될 정도로 효과가 드러난다.
첨단기술의 대중화는 폭스바겐이 줄기차게 외치면서 실천하고 있는 기업철학이다. 자동주차는 그런 폭스바겐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평행주차 상황에서 자동 주차 버튼을 누르면 공간을 감지해 자동으로 찾아 들어간다. 시프트레버와 페달만 조절하면 되는데 엄청나게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워낙 빠르다 보니 겁이 나서 주차 중에 자꾸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된다. 레인 어시스트는 차선이탈경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원래 차선으로 복귀시키는 기능이다. 시속 65km 이상에서 작동하는데 깜박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니 스티어링 휠에 저항감이 느껴지며 원래 차선쪽으로 스티어링이 움직인다. 강제성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힘은 아니고 미약하게 감지되는데, 졸음운전 등으로 의사와 상관없이 차선을 벗어날 때 유용하다.
CC를 타다 보면 어디 하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성능 좋은 파워트레인과 단단하면서도 안락한 승차감, 각종 첨단기술, 넓은 실내공간, 개성넘친 스타일, 높은 연비 등등. 이러한 것들이 정교하게 한데 어우러져 끝없는 만족감을 끌어낸다. 마치 필요한 것을 찾을때마다 찾기 쉬운 곳에 있어서 금방 찾는 경우와 같이, 어떠한 필요한 기능이나 성능을 즉각 발견하고 체험할 수 있다. 대중차인 듯, 무난한 듯 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차를 만드는 폭스바겐의 특기가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5인승 CC를 타면서도 정작 뒤에 누구 한 명을 더 앉힐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보다는, CC가 이런 차였구나에 더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글 | 임유신·사진 |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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