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1. 이곳은 썰렁한 동네……다? part 1
대략 이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라면 용어사전이 따로 필요 없으실거 같아요. 그래도 필요하다면....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내용이 깁니다. 준비 되셨나요???
2013년 2월 하순, 독일 라인란트팔츠, 뉘르부르크.
이글 모터스포츠 유럽 총괄 캠프로 개편된 이곳엔 마침 이글 모터스포츠 UK의 차들까지 같이 와 있었다. 당연히 드라이버들도 함께 이곳에 몰려있는 셈.
때마침 노르드슐라이페에는 얼마 전 출정식에 참가한 복스홀 인시그니아가 아무런 데칼을 붙이지 않은 채로 달리고 있었다. 재연과 재혁, 영준, 라이언 4명이 영어로 대화하는 내용을 대충 정리해 보면 어떻게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기존 이글 모터스포츠 캠프가 새로운 차를 도입했다면 당연히 일찌감치 붙였겠지만, 이번엔 기존에 있던 프라이빗 팀이 인수된 데다 경주차도 신형인 만큼 새로운 데칼로 바꿔야 했다.
“그럼 완전히 새로운 도안으로 가야 하는 건데?”
이재연의 질문에 송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아요. 게다가 저 맥라렌도 좀…….”
재연과 영준이 돌아보니 한 대의 처음 보는 스포츠카가 서 있었다. 전고 자체가 상당히 낮은 그 차, 확실히 이번 출정식에 공개된 차 중 하나였던 McLaren사의 MP4-12C GT3 모델이다. Formula 1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맥라렌의 MP란 코드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텐데, 흔히들 제작사의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McLaren Project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건 내부적인 표현이고, 실제로 이 MP는 좀 의외의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Marlboro Project. 지금이야 담배회사인 말보로가 페라리(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스폰서이긴 했지만, 사실 불과 17년 전인 1996년까지만 해도 말보로는 페라리가 아닌 맥라렌(맥라렌 레이싱)의 스폰서였다. 1997년에 말보로가 맥라렌과 갈라진 이후에 가서야 McLaren Project라 부른 거지만.
어쨌든 현재 상황을 보면 맥라렌 MP4-12C GT3과 복스홀 인시그니아 2대는 확실히 외장 세팅이 더 필요해보였다. 그걸 보던 송미옥이 한 마디 던졌다.
“종전의 911처럼 하면 안 되는 건가?”
“뭐,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저희 집안의 눈도 있고 해서 말이죠.”
라이언이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지켜보던 데이빗 로렌이 한마디 했다.
“그냥 British Green을 베이스로 하면 안 되나?”
“맥라렌에?”
“글쎄, David. 네 말대로 British Green을 베이스로 해도 상관없지만 재혁이 저 녀석 문제도 있으니까. British Driver로만 구성된다면 상관없는데, 한 명이 British Driver가 아니잖아.”
라이언의 한 마디에 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혹한 표정으로 라이언을 쳐다봤다. 이건 완전 자기 이야기라는 것 때문이다. 솔직히 사실이다. 인시그니아 같은 경우 그냥 브리티시 그린으로 외관을 래핑한 다음 데칼을 붙이면 되지만, 맥라렌은 그렇지 못했다. 적어도 드라이버인 송재혁을 생각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었다. 현재 맥라렌의 색은 약간 붉은 주홍색. 미옥은 차체를 한번 둘러본 후 의견을 내렸다.
“이 차만큼은 그냥 도박 한 번 걸지. 지금 이 차에 그대로 데칼을 더하자고. 필요하면 맥라렌에 브리티시 그린색 보디를 요청하면 되니까. 그나저나, 송재혁. 너 언제 영국으로 들어가는 거니?”
송미옥의 질문에 재혁은 눈만 껌뻑 거리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 독일행 비행기 안에서 Blancpain Endurance Series에 참가하라고 한 사람이 송미옥 본인인데, 영국으로 언제 가냐니? 그렇게 생각을 하던 재혁은 올해 시즌 달력을 보고 그제야 미옥의 말을 알아차렸다. 잠시 3~4월의 상황을 보자
3월 30일 : FIA GT Series Round 1 Free Peactice
British Touring Car Championship Round 1 Practice & Qualifying
3월 31일 : FIA GT Series Round 1 Qualifying
British Touring Car Championship Round 1 Race
4월 1일 : FIA GT Series Round 1 Race
British GT Championship Round 1 Race
4월 13일 : Blancpain Endurance Series Round 1 Qualifying
14일 : Blancpain Endurance Series Round 1 Race
“현재 Castle Donington쪽에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Donington Park와 가깝지만 행정 중심인 London City에서는 머니까요.”
“Silverstone은 불가능하나?”
“거긴 USC Archangel Racing의 캠프가 있어요. 미친 자식들, 그냥 카탈루냐나 가지, 왜 이리로 와서는…….”
다들 고민에 빠진 상황, 이에 미옥이 한 마디 던졌다.
“그것보다 차라리, 브랜즈 해치(Brands Hatch)쪽이 낫지 않아? 거기가 런던 도심과 가깝다며?”
“그건 맞습니다. 빠른 구간을 차로 좀 밟으면 30분 정도 걸리고, 조금 돌아서 가도 최대 1시간이면 가니까요.”
“그럼 그쪽으로 가는 게 낫겠고, 메카닉은 아무래도 필요하겠지? 새로 시작하니까?”
“네, 그렇죠. 아, 그리고 대표님. Catering 문제 말입니다.”
“말씀하세요.”
이번에 의견을 낸 사람은 송재혁이었다. 영국에서 생활해 본 적이 있던 재혁은 분명 현지인이 하면 엉망이 될 요리가 영국 요리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분명 현지인을 고용하면 개판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송재혁은 송미옥에게 한국에서 드라이버의 식사를 책임질 영양사를 보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글쎄, 아무래도 나도 영국에 가봐서 알지만, 영국 요리를 파는 음식점은 갈 곳이 못 되더라고. 차라리 인도음식점을 가지.”
송미옥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영국 출신인 라이언 본인도 송재혁이 영국에 오면 인도 요리점이나 중국 요리점에 같이 가지, 아님, 술이 좀 당길 때에는 이름 좀 난 곳에 가지, 웬만한 곳은 안 간다. 왜 그랬을까?
“걔는 외국을 많이 돌아다녔잖아. 그래서인지 많은 국가의 요리를 먹었지만 걔도 나 같은 영국인이 만든 요리는 피하더라? 그게 고문이다 이런가봐.”
물론 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오죽하면 송재혁이 라이언에게 ‘네가 직접 만들어서 먹어봐라!’ 할 정도면 얼마나 영국 요리가 지옥의 요리인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참고로 송재혁이 영국 요리를 하면 그나마 사람이 먹을 만한 요리가 나온다. 아니, 애시 당초 송재혁이 런던에서 라이언의 면전에서 ‘잘못된 교육법이 세계 최악의 요릴 만들었군.’이라고 힐난 했으니 말은 다 했다.
이렇게 필요하지만, 누굴 쓰느냐와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로 선수들과 현지 팀원들의 식사이다. 즉 재수 없이 평범한 영국인을 쓰면, 아마 지옥의 요리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영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고용해 영국식 요리를 하면 좀 나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사실 영국 요리라고 해봐야 잉글랜드 요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스코틀랜드 음식도 있기에 잉글랜드 사람들은 반발하겠지만, 그게 그거다.
어쨌든 이글 모터스포츠의 대표 송미옥은 이글 모터스포츠 영국 캠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임을 이야기 했고, 드라이버들의 허락을 받아냈다.
1. 이글 모터스포츠 영국 캠프에 영양사를 파견, 팀원들의 식사 문제에 대한 관리를 지도록 하겠음.
2. 팀 닥터의 투입은 조금 더 시일을 봐서 할 예정, 단 필요할 것 같으면 현지의 의료 인력을 적극 채용할 것을 라이언 슈나이더 지사장 대리에게 지시하겠음.
3. 메카닉은 일본, 한국, 유럽에 있는 메카닉들 중 지원자를 받아 3월 중순까지 파견하겠음. 이 인력이 종전의 멤버들과 조인트 하는 것으로 나갈 것임.
1970년대에 심각한 경제 공황이 영국에 들이닥치자 당시에 수상으로 재임하였던 마거릿 대처가 재정 삭감을 위해 학생들의 급식 배급에 관여하던 영양사들의 수를 줄였고, 그 외의 급식 문제는 더 이상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 정부에 넘겨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 이후에 개혁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계속 그 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급식에 관해서 관심이 없다보니 예산은 쥐꼬리만큼 나왔고, 나오는 메뉴라고는 프렌치 프라이, 피시 앤드 칩스, 품질 낮은 닭고기로 만든 치킨너깃 따위의 튀김류만 잔뜩 나왔다. 후식은 당연하게도(?) 초콜릿 같은 과자들. 즉 정크 푸드로만 점철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비만 및 아토피, 알레르기에 시달렸다.
이런 급식보다 더 최악인 것은 바로 영국군 전투식량, 미군의 MRE 못지않게 최악을 달린다는 음식인데, 최근에야 개정판이 나왔다지만, 적어도 라이언 일행이 전역한 뒤에 나왔다고 하니, 그 맛없는 전투식량을 먹었을 3인에게 애도를 표할 수밖에.
당연히 라이언이나 송재혁을 통해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된 송미옥의 입장에서 볼 때 영양사가 없다면 아무래도 타국에서 파견될 사람들이 최악의 요리를 먹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영양사 파견은 중요한 결과로 연결되었다.
팀 닥터는 일단 영국 현지에서 찾기로 했다. 전설적인 F1 의무 팀장인 Dr. Sid Watkins를 배출한 영국답게 아마도 유능한 팀 닥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미옥의 고뇌가 나름 담겨져 있는 부분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메카닉 문제는 일단 넘어가자. 누가 영국에 올지 모르겠지만 현지인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이글에게 있어서 올 시즌은 새로이 신설된 영국 캠프가 제 역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성패가 갈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모큐멘터리 하는 거죠. orz
하여튼.....
자! 드디어 FIA GT Series의 첫 라운드로 접어 들었습니다!
본래 1라운드는 지난 2013년 3월, 프랑스에서 열렸습니다만 작가의 귀차니즘 등으로 인하여 지난 2013년 6월에 가서야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날을 좀 빼먹을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ㅠㅠ[각주:1]
- 라고 말해도 여기에는 2014년 12월에 올렸다.. orz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