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중형 세단 토스카가 데뷔했다. 작년 소형차 젠트라에서 달라진 제품력을 보여준 GM대우는 중형 세단 토스카의 출시를 계기로 내수시장에 대한 실지 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GM대우측은 토스카는 GM대우가 출범한 이후 처음부터 제품 계획을 수립한 사실상 첫 번째 모델이라고 말하고 있다. 토스카가 내 세우는 것은 2.0리터 배기량이면서 6기통 엔진이라는 점과 동급 최초로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는 것. 이 변속기는 일본 아이신제로 이미 전 세계 많은 모델들에 장착되어 그 성능을 입증 받은 것.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도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보다 낮은 가격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는 그랜저급에는 5단 AT를 조합하고 있지만 가격 문제로 쏘나타에는 아직까지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GM대우는 2.0리터와 2.5리터 사양에 5단 AT를 적용함으로써 후발 주자로서의 시장 진입을 위한 상품성 확보에서 일단은 한발 앞선 모습을 보여 주게 되었다. 특히 제품 개발을 담당한 홍성균상무는 토스카의 컨셉은 Sporty, Elegance, Luxury라며 안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이나믹한 성능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국시장의 오너들이 중시하는 정숙성 등 NVH에 대한 대책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토스카의 스타일링은 1년 전 GM대우의 부평 디자인 센터에서 공개했던 디자인 스터디에 비해 균형이 잡힌 모습이다. 강력한 사이드 라인도 좀 더 부드럽게 다듬었고 프론트의 이미지도 비교적 억제된 터치를 보여주고 있다.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테리어도 작년에 선 보인 젠트라와 일관성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좀 더 정리된 분위기다. 우드와 메탈 트림을 조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젊은 취향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 대목에서는 주 무대인 해외 시장을 우선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어쨌든 GM대우의 내수시장에서의 신차 랠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새로 선 보이는 제품의 성패에 따라 미래에 대한 밑그림도 크게 달라진다.
사실 GM대우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수시장을 위한 신차는 작년 젠트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시보레와 스즈키, 중국시장에는 뷰익 등의 브랜드로 수출하면서 그 브랜드들의 라인업에서는 모든 제품이 신차로서 참여한 것이 되기 때문에 새 차를 개발하지 않고도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 결과가 2005년 판매 115만대의 신기록 달성이다.
GM 대우의 이런 성장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GM 대우측은 2006년에도 전체 생산대수가 2005년 대비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GM 그룹의 여타 브랜드에 비해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GM그룹의 판매 증가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좀 과장하자면 GM그룹은 GM대우의 제품에 의존도가 가장 크다고 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GM 대우는 앞으로 큰 문제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작년에 합병한 부평공장을 포함해 국내에 있는 창원과 군상 공장은 현재 부평 2공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2교대로 가동하고 있다. 토크카가 본격 생산되고 봄에 SUV 캡티바까지 가세하면 올 하반기에는 생산용량이 부족하게 될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즐거운 비명이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의 그런 활약과는 달리 내수시장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이기는 하지만 GM대우는 수출 시장에만 신경을 쓰는 회사로 인식될 정도로 내수시장에서는 실적이 좋지 못했다.
이제는 그 내수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해야만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작년 젠트라에 이어 토스카, SUV인 캡티바 등으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도 신차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상황도 갖추어져 있다.
사실 GM대우차를 한국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딜러인 대우 자판은 2005년에도 소리없이 구조조정을 하는 등 인원 감축을 하며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대우자판의 영업 조직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대우자판은 통상적인 해외의 딜러들과는 달리 서비스 조직이 없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대우자판이 분리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 때문에 서비스 조직을 GM 대우가 그대로 보유하기로 했었다. GM대우 입장에서는 자사의 이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득이 될 수 있겠지만 서비스망을 소유하지 못한 딜러십인 대우자판은 수익성 확보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자동차산업은 제조 판매로 인한 이익보다 판매 후의 수익 비중이 더 높다. 심한 경우는 그 비율이 30 대 7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동차산업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우자판은 단지 전시장을 오픈하고 판매만 하는 입장에 있다. 어떤 형태로든 GM대우와 대우자판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고차 시장의 정상화에 GM 대우와 대우자판은 공동 보조를 취해야 한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내수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도 중고차 시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경우든 중고차 시장의 가격을 안정시키지 않고는 신차의 가치를 올린다거나 판매를 크게 끌어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불어 그것이 곧 소비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GM대우는 노사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제는 상당히 안정적인 구조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올 상반기 디젤엔진의 생산개시, 인천 주행시험장 건설, 공장설비 보완 등을 통해 앞으로도 신차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더불어 내년에는 6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해 준중형 이상의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GM대우는 완성차 제조업체로서 본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소비자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그에 걸맞는 대 고객 전략이 더 필요할 뿐이다.
이제는 고개를 회사 밖으로 돌려야 한다.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GM그룹이 마케팅을 담당하고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기 때문에 큰 신경을 쓸 것이 없다.
문제는 내수시장이다. 대우자판 독자적으로 추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GM대우는 한국시장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불식시켜 내수시장의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2006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나타난 양상 중 미국 메이커들과 일본 메이커들의 신차 출시계획의 차이도 빠트릴 수 없는 내용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여전히 자신들의 수익원인 픽업트럭과 SUV등에(소형인 CUV일지라도) 힘을 쏟는 GM 및 포드와 그와는 약간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의 전략이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앞으로도 디트로이트 빅2의 점유율 하락과 일본 빅3의 판매 증가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GM과 포드를 합한 2005년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004년 대비 2.2% 하락한 43.4%에 그쳤다. 하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크라이슬러 그룹은 소폭이지만 증가했다.
이에 반해 일본 빅3는 30만대 이상에 달하는 2%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하나 재미있는 분석은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디트로이트 빅2와 일본 빅3의 뉴 모델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다. GM 과 포드는 이 3년 동안 63~66%에 해당하는 모델을 새롭게 단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니까 디트로이트 빅2는 수입차들로부터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2004년 크라이슬러가 했던 것과 같은 신차 공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2005년에는 약간 주춤했지만 2006년에는 또 다시 10개의 뉴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포드의 CEO겸 회장 빌 포드는 2006년에는 더 이상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포드는 미국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메이커들 중 라인업이 가장 노후되어 있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드는 2007년에는 많은 신차 출시 계획이 있지만 2006년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신차 출시계획이 없다.
또한 전체적인 라인업 중 포드는 데뷔한지 평균 5년이 지난 모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GM과 닛산은 3.1년, 혼다는 2.5년, 토요타는 2.1년 등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토요타는 미국시장 전체 판매의 1/5을 감당하고 있는, 이번 쇼에서 선 보인 베스트 셀러 모델 캄리의 풀 모델체인지를 시작으로 소형 SUV RAV4, 그리고 서브 컴팩트카의 후속 모델 야리스, 그리고 렉서스 LS460 등 굵직굵직한 모델들을 쏟아낸다. 2007년 초에는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의 수익원인 픽업 트럭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툰드라도 모델체인지가 예정되어 있다. 토요타 툰드라의 시장 점유율은 4~5% 정도이며 토요타 전체의 시장 점유율은 13%. 토요타는 앞으로도 판매 증대를 위해 다양한 뉴 모델을 출시할 계획인데 2008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다시 3% 끌어 올려 16%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혼다도 3년 이내에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늘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혼다는 작년 신형 시빅을 출시한데 이어 이번 디트로이트쇼를 통해서는 서브 컴팩트카인 피트를 선보였다.
닛산도 서브 컴팩트카인 버사(Versa) 를 출시했으며 동 세그먼트에서 연간 10만대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센트라와 인피니티 디비전의 G35세단 출시도 예정되어 있다.
일본 빅3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의 시장 잠식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한국 메이커들의 입장에서는 이 시장을 잠식 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일본 빅3의 소형차 공략이 앞으로 미국시장에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2006년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글 : 글로벌 오토뉴스 국장 채영석
제공 : 글로벌 오토뉴스(http://global-auto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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