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렉스턴이 모습을 드러냈다. 프런트에선 대형세단 체어맨의 실루엣이 묻어난다. 실내에는 뉴 미디어에 어울리는 옵션을 마련했고, 2.7ℓ XVT 엔진은 VGT를 더해 마력과 토크를 높였다. AWD와 에어 서스펜션은 안정된 주행을 돕고, EPS는 안전한 렉스턴을 만들어 낸다
4~6천만 원대의 수입 SUV들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겠다. 렉스턴의 기세가 생각보다 대단하다. 브랜드 가치나 성능에서 우위에 있다고 장담한다면 이제는 옵션마저도 앞서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고급 카테고리로 갈수록 돈을 들인 만큼의 가치를 되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물론 범접할 수 없는 전통적인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이름 자체로 평가가 끝나니 돈 대비 가치를 논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 외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교의 기준이 들어선다.
몇 천만 원 이상의 차 값 안에 단조로운 실내나 기본적인 편의장비만을 담고 있다면 제 아무리 수입차라도 일단은 고민하게 만든다. 때문에 몇몇 브랜드는 뒤늦게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달고 각종 편의장비 등을 한국 시장에 맞게 연출한다. 자국에서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한국 시장에서 통하자면 웬만큼 있어야 하는 것들 말이다.
뒤늦은 시행착오를 막기위해, 앞으로 한국 SUV 시장을 공략하려는 수입 메이커들은 새로운 렉스턴을 나사 하나까지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이 차에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모든 것을 담겨있다. 프런트에서 대형세단 체어맨의 실루엣을 답습한 점은 쌍용이 어떤 렉스턴을 지향하는지를 드러낸다. 덕분에 렉스턴에서 체어맨의 이미지가 내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가깝기에 외관상 프런트 말고는 기존의 렉스턴과 차이가 적다. 예전엔 펜더에 크롬 라인을 그려 넣는 등 무리하게 고급 이미지를 시도했지만 지금은 군더더기 없는 매끈함으로 마무리 했다. 18인치 크롬 도금 알루미늄 휠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자동 록킹 허브를 너클 안쪽으로 이동시켜 휠 중앙에 돌출 부분을 없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도심형 SUV의 한 요소를 갖춘 셈이다.
리어 뷰는 큰 변화가 없다. 그 동안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인 부분이라 선뜻 손대고 싶지 않았을지도. 그래도 뒤 램프 맨 아래에 있던 방향지시등을 가운데로 옮겨와 균형미를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그 외에 범퍼 디자인을 살짝 손보거나 LED 내장 리어 스포일러 정도가 달라진 부분이다.
두꺼운 도어는 생각보다 부드럽게 열고 닫힌다. 맞물릴 때면 제법 든든한 소리를 내 흡족함을 선사한다. 인테리어 컬러는 블랙 톤으로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드그레인은 필요한 부분에만 장식, 이전 모델과 달리 절제미가 느껴진다. 센터페시아 아래 부분과 도어 트림, 스티어링 휠 정도에 그치는데 나무 무늬가 살아있는 어두운 계열로, 인테리어 컬러와 자연스럽게 묻어나도록 했다.
대시보드 구성도 좌우 대칭형 그대로다. 다만 센터페시아는 정갈하게 바뀌었다. 이곳에는 뉴 미디어 시대다운 첨단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상단에는 멀티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다기능 단자들이 자리했다. 핸즈프리, 스테레오 코드는 물론 USB 메모리 스틱을 바로 꽂을 수 있는 전용 포트를 마련했다. MP3를 USB에 다운 받은 상태로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 블루투스 기능은 종종 보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쌍용이 처음일 듯 싶다.
멀티 스테이션을 조금 내려오면 작은 커버가 달린 박스가 숨어있다. 바로 휴대폰 수납함. 커버를 누르면서 휴대폰을 넣으면 밀려들어간 커버가 지지대 역할을 하면서 그 자리에 고정시킨다. 핸즈프리를 연결 선을 꼽고 휴대폰을 수납하기엔 정말 이상적인 위치다. 그 아래로 HDC 버튼과 ESP 및 에어 서스펜션 기능 버튼 등이 보기 좋게 나열되어 있고 터치스크린 기능을 갖춘 6.5인치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자리했다. 전자동 에어컨은 반짝거리는 크롬 테로 만든 반원이 에어컨 디스플레이 아래를 지나가는데 만약 LCD 모니터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완벽한 원형 테가 센터페시아 가운데에 자리잡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시트 열선을 조절하는 다이얼과 함께 AUX 단자를 마련했다. 이것을 통해 DMB 휴대폰으로 TV를 시청할 수 있고,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차 안에서 화면을 통해 곧바로 감상할 수 있다.
운전 공간의 거주성은 훌륭하다. 운전석은 무릎공간이 여유롭고 센터 암레스트 위치가 오른팔을 올려 놓기에 알맞은 위치에 자리했다. 이 자세에서 센터 암레스트 앞 커버를 누르면 BMW의 i드라이브를 닮은 다이얼이 등장한다. 용도는 재떨이. 뉴 체어맨이 나왔을 때 논란을 일으켰던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트는 약간 단단하다. 그렇지만 허리와 엉덩이가 불편하지 않다. 재질은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보면 매우 부드럽다. 여기에 에어 쿠션기능을 더하고, 8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 어떤 체형도 소화해 낼 수 있다. 특히 3명까지 포지션을 기억시킬 수 있는 메모리 기능도 빼놓지 않았다.
시동을 걸면 블랙 페이스 바탕의 LCD 계기판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속도계는 옥색 클러스터를 둘러 주목도를 높였다. 4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은 세단의 느낌이 짙다. 3, 9시 방향으로 살짝 쥐었을 때 엄지가 닿는 부분에 '-,+' 팁 트로닉 버튼을 마련했다. 수입 SUV에서나 보던 방식. 보다 다이내믹하게 렉스턴을 몰 수 있다.
주차 브레이크는 EPB(Electric Parking Brake)와 'AUTO PARK' 시스템을 선보였다. 레버나 풋 브레이크 방식이 아닌, 버튼을 눌러 파킹 브레이크를 채운다. 역시 국산차 중 보기 드문 시도다. EPB는 차가 움직이면 자동으로 파킹 브레이크를 해제하고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작동한다. 'AUTO PARK' 버튼을 길게 누르면 계기판에 표시등이 뜨는데 차를 세운 후 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2초간 밟고 있으면 자동으로 주차브레이크가 걸리고 다시 엑셀을 밟으면 해제된다. 꽉 막힌 도심 안에서 정말 유용한 장비다.
보닛 안에는 2.7ℓ XVT 엔진이 자리했다. 최고출력 191마력/4천rpm, 최대토크 41kgm kgm/1천600~3천rpm을 낸다. XVT라는 표기는 이전에 쓰던 XDI 커먼레일 엔진에 VGT를 더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연료필터에 99% 수분 분리 효율을 보이는 기능을 더해 엔진 내구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주차장을 빠져 나오려 후진 기어를 넣어보니 사이드 미러가 살짝 내려가고 후방 카메라는 디스플레이 모니터에 차 뒤쪽 상황을 전송한다. 보통 뒤 시야가 불편한 SUV에선 꼭 필요한 장비다.
지긋이 액셀을 밟으면 조금 움찔하면서 자동으로 파킹 브레이크등이 꺼진다. 출발은 매우 순조롭고 부드럽다. 가변 터보의 역할과 고른 연료 분사 덕분이다. 수동모드로 바꿔 최고출력에서 재보면 1단은 시속 50km, 2단은 시속 80km를 가리킨다. 이어 3단에서 시속 120km를 조금 넘기고 다소 긴 가속시간이 지나 4단에서 시속 170km를 찍는다. 5단에서는 조금 느긋한 반응을 보이지만 속도계는 줄어들 생각이 없다. 2톤이 넘는 무게를 생각하면 몸놀림이 가볍다.
4단에 놓고 시속 0km로 줄어들어도 계기판에 단수는 여전히 4단에 멈춰있다. 보통은 1단으로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상태에서 출발을 해도 무리가 없다. 이유는 4단에 놓여 있다고 해도 1단부터 차근차근 올라와주는 덕분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완벽한 수동모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핸들링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전체적으론 말랑말랑한 느낌이 커 승차감은 그만큼 훌륭하다. 차가 달리는 내내 서스펜션은 쥐락펴락을 반복한다. 차체를 일단 바닥에 붙이려는 쪽이 더 강하다. 덕분에 조금 불안해 뵈는 큰 키라도 막상 달려보면 불안함이 크지 않다. 정지상태에서 에어 서스펜션 버튼을 누르면 차체가 약간 내려가면서 타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마무릴 짓는다. 물론 포르쉐 카이엔이나 폭스바겐 투아렉 같이 몸이 느낄 정도는 아니다.
앞 40, 뒤 60인 이상적인 무게배분 덕에 시속 100km 이상에서 차선을 바꿔봐도 롤링 억제력이 뛰어나다. 일부러 코너를 급하게 돌아보면 타이어의 비명은 들려오지만 시종일관 플랫 한 차체를 유지한다. AWD의 네 바퀴 조율능력은 생각이상으로 훌륭하다. 더불어 스티어링 휠 역시 100km 이상에서 점점 단단해지면서 차선을 바꿔도 착착 들어가주는 이상적인 조화를 보인다. 하체 곳곳에는 통합형 ESP가 전복을 방지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한다. 특히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기 힘든 상당한 내리막에서 HDC를 작동시키면 뒤에 와이어를 달아 놓은 듯 급한 제동 없이도 살금살금 내려온다.
시승 내내 렉스턴이 국산차라는 사실이 뿌듯하다. 이전에 비해 400~600만 원 정도 차 값이 올랐어도 AWD 시스템에 벤츠제 VGT 엔진과 파워트레인은 탐낼 만하다. 여기에 뉴 미디어와 어울리는 편의장비와 다양한 안전장비 등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정도 옵션을 물 건너온 브랜드로 만나자면 4천만 원 정도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엠블럼을 가리고 차 값으로 견주어보자. 선택은 보다 확실하지 않을까? 다만 실용적인 차 안에서 CD 정도를 들을 것인지, 아니면 화려한 공간에서 DMB를 감상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몫이다.
글│황인상 사진│최대일
2.7 XVT NOBLESS
Verdict : 옵션이나 성능을 볼 때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USB를 바로 꼽게 만든 점은 획기적인 아이디어. 엔진과 파워트레인의 조화는 큰 불만이 없다. 차 값으로 보면 중저가 수입 SUV보다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Price : 4,114만 원
Performance : 0→시속 100km 가속 -, 최고시속 -, 연비 10.7 km/ℓ
Tech : L5 2696cc, 191마력, 41.0kg·m, AWD, 2,125kg
에어컨(O), 네비게이션(O), CD(O), 알루미늄 휠(O, 18), 가죽시트(O), 선루프(O)
기사&사진 제공 : 탑기어 2006년 5월호(http://www.topgear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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