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전일본 그랜드 투어링카 챔피언십(약칭 JTC/JTCC)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시간에는 일본 슈퍼 스포츠 세단 레이스(ジャパン•スーパー•スポーツ•セダン•レース, 영:Japan Super Sports Sedan Race, 약칭 JSS)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
1. 이 경기는 대체 뭔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1980년대 열린 실루엣 포뮬러의 연장선으로 열린 경기였다. 당시 닛산 실비아 터보나 스카이라인 DR30 터보 등이 참가했던 이 경기에 닛산 실루엣 포뮬러가 참가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닌셈. 1982년 당시 국제자동차연맹의 경주규정 개정으로 인하여, 그룹 5 규정이 그룹 C로 재편되었는데, 그 영향을 짙게 밭은 것이 바로 JSS였다.
2. 열리던 장소는? 본 경기는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던 후지 그랜드 챔피언십의 서포트 레이스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서킷에서는 개최되지 않았다. (후지 그랜드 챔피언십 : 후지 스피드웨이가 메인 스폰서로서 진행한 자동차 경주, 개최 초창기에는 배기량에 제한이 없었고, 2좌석 레이싱카~특수 그랜드 투어링카까지의 혼주로 진행, 1979년부터는 엔진 배기량이 2리터까지의 2좌석 레이싱카에 챔피언십이 걸렸음. 싱글시트 레이싱카는 1979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했고,1987년에 배기량이 3리터로 늘어났다. 1989년까지 개최되었다.)
3. 규정 기본적으로는 그룹 A와 같은 시판차를 베이스로, 개조범위는 그것보다 넓었다. 즉, 오버 휀더나 에어로 파츠도 장착되었고, 엔진 사양도 완전 개조를 근간으로 진행, 일부의 흡기 제한이 있지만 시판차의 사양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개조가 가능한 양상으로 전개되었으며, 엔진 배기량은 아래와 같다.
DOHC - 3,500cc SOHC - 4,000cc 로터리 엔진 - 일반적인 레시프로 엔진으로 환산시 3,000cc(12A 한정으로 페리페럴포트 사양 허가됨)
4. 주요 참전 차량 닛산 스카이라인을 위시하여 당시 그룹 A 규정에 의해 JTC에 참전하지 못하던 사바나 RX-7 FC3S, MZ11형 소아러 등이 참전, 특히 스카이라인 GTS-R R31과 FC3S형 RX-7의 참전은 60~70년대 하코스카와 사반나 RX-3의 대결 이후 맞대결로 치닫는 분위기를 보여줬다.
5. 사라진 이유 이 경기는 1993년 이후로 더이상 열리지 않게 되었는데, JTC&JTCC 이야기에서 언급한 대로 JTC가 JTCC로 바뀌면서 특히 R32 스카이라인 GT-R과 같은 그룹 A 경주차들은 갈 곳을 잃었고, 이 차들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열린 JGTC에 통합되는 형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다만 1993년에는 JGTC와 동시 개최로 열린 후 1994년에 JGTC와 함께 발전적으로 막을 내렸는데, 초창기 GT2(이후 GT300)의 경주차들이 JSS 계통이던 스카이라인이나 RX-7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 첫번째 이야기로는 전일본 투어링카 챔피언십(Japanese Touring Car Championship)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배경 일본의 자동차 경주는 1962년 혼다 기연공업이 미에현 스즈카시 스즈카제작소 인근에 트랙[각주:1]을 지은 것과 1966년 후지 스피드웨이가 문을 연 것으로부터 현대적인 서킷 레이스가 태동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전부터 자동차를 브랜드들이 생산해왔지만 큰 경기라 할 수 있는 것의 시작은 1963년, 스즈카 서킷에서 열린 제1회 일본 그랑프리였다.
이때의 일본 그랑프리는 우리가 지금 보는 스포츠카 또는 투어링카 경주였고, 1971년부터 포뮬러카 경주 대회로 전환, 이후 1976년에 처음으로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포뮬러 1이 열렸지만, 1977년에 열리고 한동안 열리지 않았고, 여기에 1970년대를 강타한 머스키법의 등장으로 각 업체의 모터스포츠 활동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이 때 열리기 시작한 대표적인 대회가 후지 스피드웨이가 프로모터가 된 후지 그랜드 챔피언 레이스(富士グランチャンピオンレース, 약칭 富士GC).
이후 1980년대에 들어와서 국제자동차연맹은 국제 스포팅코드 부록 J를 개편했는데 그 개편된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1969년 개정안
1971년 개정안
1982년 개정안
그룹 1 : 양산형 투어링카, 12개월 동안 5천대 이상 생산
그룹 N&그룹 A : 12개월 동안 2,500대 이상 생산 (1993년 이전에는 5,000대 이상)
이 영향으로 인하여 일본에서 그룹 A 경주차가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 이에 포뮬러 선수권과 스포츠카가 중심이던 일본 모터스포츠 계에서 오랜만에 투어링카 대회가 열리게 되었으니 이것이 전일본 투어링카 선수권(全日本ツーリングカー選手権, Japan Touringcar Championship)의 시작이다.
2. 규정 그룹 A를 기반으로 해서, 3개의 클래스로 나눴다. 배기량 2.5리터 이상의 Div.3, 1.6 이상 2.5 이하의 Div.2, 1.6 이하의 Div 1이다. 이 이름들은 1988년 Div.3이 클래스 1, Div.2가 클래스 2, Div.1이 클래스 3으로 개정되었고, 이해부터 FIA의 터보 계수가 1.4에서 1.7로 개정되었으며, 차량 배기량마다 중량이 정해졌다.
3. 차량들은 무엇이 나왔는가? 1989년 닛산 스카이라인 GT-R R32가 나오기 전까지 최상위 클래스인 클래스 1에서는 BMW M635CSi나 닛산 스카이라인 R30, 토요타 수프라, 미츠비시 스타리온, 포드 시에라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특히 포드 시에라는 1987~1988 2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중간급인 클래스 2는 닛산의 실비아와 미쓰비시 미라쥬 터보, 폭스바겐 시로코, 마쯔다 RX-7 등이 참전했는데 1987년 시즌 중에 BMW M3가 참전, 이 이후의 시즌을 사실상 씹어먹게 된다. 국산차의 장으로 열린 클래스 3은 토요타 카롤라 레빈과 혼다 시빅의 대결구도로 진행, 스타렛이나 펄사도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4. 아니 그럼 왜 JTC가 JTCC로 바뀐거야? 간단히 말한다면, 규정의 변동이 컸다. 그룹 A를 중심으로 하는 경주를 1994년에 클래스 2로 전향한다고 했는데 이 클래스 2의 근간은 당시 영국에서 열리던 브리티시 투어링카 챔피언십의 경주 규정이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이 규정에 맞춘 경주차가 많았기에 국제자동차연맹은 이 규정을 1993년에 클래스 2라는 규정으로 넣었고, 일본 역시 이에 발빠르게 대응했던 것이다.
여기에 JTC판이 완전 한 차종 중심으로 흘렀으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었을 것이니 변경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이 클래스 2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면, 뒤에 슈퍼 투어링(Super Touring)이라 불리게 된 규정으로 두 바퀴로 조항 및 구동을 해야 하고, 2리터 엔진[각주:4]에 차체길이는 최하 4.2m. 최소한 준중형급 세단은 되어야 했다.
그래서 이에 새로운 규정으로 이행하기로 하면서 아예 대회의 영문명도 기존의 Japan Touringcar Championship에서 Japan Touring Car Championship으로 변경되었다.
5. JTCC의 규정은? 단일 클래스 레이스이다. 4도어 4인승, 4륜에 2리터 이하의 자연흡기 엔진을 차량 앞쪽에 얹은 차량을 베이스로 하는 경주로 진행되었으며, 구동방식에 의해 차량 중량이 결정되었다.[각주:5] 여기에 엔진 회전의 제한을 뒀는데 최대 회전수는 8,500rpm, 경기 진행방식은 주행거리 약 100km의 2히트제 스프린트 레이스로 진행되었고 각 레이스 중간에 쉬는 시간을 두면서 미캐닉들의 차량 정비도 진행하게 했다.
6. JTCC의 종막 1994년에 야심차게 시작한 JTCC였지만 그 결말은 초라했다. 당시 일본 모터스포츠 내에서 양산차를 개조해서 참가하는 대회로는 전일본 GT 챔피언십[각주:6]과 슈퍼다이큐가 자리를 매김하고 있던 상황이니, JTCC로서는 완전히 끼인 꼴이 된 것이다. 게다가 전년도인 1997년 말에 터진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였을까? 닛산이 회사의 사정을 이유로 철수했고, 혼다도 F1에 전념하게 되면서 JTCC는 토요타 원메이크판이 되었고, 결국 대회는 막을 내렸다.
이후 운영권을 넘겨받은 일본 투어링카 운영협회는 독자적 파이프 프레임 섀시에 V6 3리터 양산엔진에 트윈 터보를 얹는 등의 개조를 해서 슈퍼 실루엣[각주:7] 방식의 시리즈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참가자의 부족으로 단념하게 된다. 당시 폭등하는 참가비 절감을 위해 참가 차량 공통의 파이프 프레임의 사용이나, 엔진 개조 부품, 기어 박스나 브레이크 등에 공통의 공인 부품을 설정하는 등의 비용 경감이 계획되었으나 전술한 대로 다른 양산차를 개조해서 참가하는 대회가 있고, 메이커의 관여가 규제되는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7. 다른 레이스와의 관계? 그룹 A로 열린 JTC는 사실 슈퍼 GT의 아버지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사실 JTC가 JTCC로 넘어가면서 종전의 그룹 A 경주차들을 포용할 경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인지라, 이에 당시 JTC의 규정을 조금 손 봐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니 이때 JTC에 뛰었던 차들이나 팀들이 JGTC에 참가했는데 이들이 GT1(이후 GT500)에 참가한 것이다.
1) 한국모터챔피언십~BAT GT 챔피언십 시대 2000년 : 프로드라이버들의 전장으로 GT 클래스 등장 - 4기통 2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골자. 개조 범위가 종전의 투어링 A보다 더 넓었고 ECU까지 건드릴 수 있었음
2002년 : 2001년에 등장한 N+1 클래스가 GT2로 변경, 종전의 GT는 GT1로 변경 - GT2의 차량 배기량은 1,601~2,000cc. FIA 호몰로게이션을 받은 차는 가능하다는 규정으로 발표. 티뷰론 및 티뷰론 터뷸런스가 득세.
2004년 : 4기통 제한규정 삭제, 인젝터 수만 실린더 1개로 제한, 엔진 회전수 제한을 7,500rpm에서 8,000rpm으로 변경
2005년 : GT1의 엔진 회전수에 변화, 종전에는 기통수에 상관 없이 모든 엔진이 8,000rpm이었으나 이해부터 4기통은 8,500rpm, 5기통은 8,750rpm, 6기통은 9,000rpm으로 변경. 동시에 GT1에는 동일 메이커에서 2,000cc로 생산되는 자동차의 섀시와 엔진을 바꿔 얹을 수 있음. GT2는 엔진 회전수를 종전 7,000rpm에서 7,500rpm으로 변경
2) CJ코리아 GT 챔피언십 시대 2006년 : 2드라이버 내구레이스 시스템
3) 슈퍼레이스 시대 2007년 : 1인 드라이버 시스템으로 회귀
(이후 2008년~2011년까지 열리지 않음)
2012년 : 슈퍼 2000클래스와 슈퍼 3800 클래스(=제네시스 쿠페 클래스)를 통합해 새로이 등장, 5인승 이하의 양산차량 베이스로 2리터 터보+2륜구동 차량 체제 - 2010년 당시 GM대우 레이싱이 슈퍼 2000 클래스에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터보 차량을 등판시키면서 다른 팀의 반발이 컸고 2011년에 슈퍼 2000 클래스에 가솔린 터보 차량이 등장하는 원인이 됨. 이 규정은 2015년까지 유지, 단, 2014년 시즌 중에 제네시스 쿠페 3.8리터 차량이 참전하기도 함. 이때에 르노삼성의 SM3도 참전했고 닛산 실비아도 참전했다.
2016년 : GT클래스를 4개로 세분화, 배기량과 엔진 형식에 따라 구분. 2리터 터보의 GT-1, 3.8리터 N/A의 GT-2, 1.6리터 터보의 GT-3, 1.6리터 N/A의 GT-4로 구분. TCR 규정 일부 도입으로 인하여 같은 GT-1 클래스 차량이라도 모습이 달라지긴 했음. - 이 규정은 2017년까지 유지
2018년 : 위와 동일한 규정이었으나 GT-3/GT4를 슈퍼챌린지로 보내고, GT-1이 차량 부족으로 인하여 사실상 폐지, GT-2를 GT로 올려서 진행 - 이 때문에 사실상 제네시스 쿠페 원메이크화함.
2019년 : GT-2 클래스의 부활, GT-1 클래스의 참가가능 차량을 수정, 전륜 구동일 경우 2리터 터보로, 후륜일 경우 3.8리터 자연흡기로 세분화. GT-2는 1.6리터 이하 전륜구동으로 명문화 - 2021년 현재까지 유지됨. 2021년 시즌에 KMSA 모터스포츠 팀이 i30 N TCR 차량을 등판시킴.(드라이버 : 장현욱 선수)
현실적으로 차가 거의 없는 GT-2는 일단 두고, GT-1만 보면, 제네시스 쿠페가 2016년 10월경에 단종된 고로, 단종 5년이 지난 차량의 참가를 불허하는 규정[각주:1]이 2021년 현재도 유지된다면, 당장 2022년부터 GT-1 클래스는 차량이 대거 빠질 것입니다. 2021년 슈퍼레이스 GT-1은 현재 결선 진출자 기준으로 80% 이상이 현대 제네시스 쿠페를 쓰고 있습니다.[각주:2]
따라서 차후에라도 규정 변경을 진행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몇몇 팬들은 아예 '2002~2005년의 BAT GT 챔피언십 때로 돌아가자. 그때가 황금기였다!'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끌리는 부분이긴 한데, 그 시기에는 혼다 S2000, BMW 3시리즈, 렉서스 IS[각주:3]도 나왔으니, 그렇게 보는 분들도 있을 거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 시대로 돌아가자는 건, 좀 무리수일 수도 있으실 거 같고[각주:4], 아래는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생각해 본 것입니다.
1. 2012년 엑스타 GT 때의 2리터 터보 및 2륜구동 체제로 돌아가자. 2. TCR 차량의 참가를 확대하자.
1의 경우에는 팀 사이에서 "당시의 규정으로 돌아가자고? 차가 없어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나올 수 있는게 이쪽이라 생각됩니다. 고성능 차량이 대부분 4륜구동으로 나오는 현실(실제로 국내에 팔리는 벤츠나 아우디, BMW는 동급에서 탑 레인지 모델은 전부 4륜구동으로 내고 있습니다.)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 경우에는 2륜구동으로 개조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국내 미출시 모델들이 꽤나 걸려 있어 이 차들의 출시 여부가 변수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차를 팔지도 의문이고 말입니다. 현재 고성능 컴팩트 모델이나 서브컴팩트급에 해당되는 차량이라면 토요타 GR 야리스라든가, 르노 메간 RS라든가,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QV라든가 혼다 시빅 타입 R 같은 차량들인데, 문제가 있다면 알파로메오 줄리에타는 2021년 현재 단종됐고 시빅 타입 R도 기본형 나오고 한 1년 지나야 나오는 상황입니다.
2의 경우는 현재의 규정상 충분히 가능하나, 이를 기존 GT-1 위에 올리든지, 아님 지금처럼 GT-1과 혼주 주행을 프로모터가 정해야 합니다. 다만 문제는 TCR 차의 비용인데, 필자가 들은 바로는 차량의 비용[각주:5]이 2억 5천만원인고로 소규모 팀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각주:6]
다만 해외에도 TCR 차량을 가지고 하는 대회가 열리고 있고, 또한 TCR 차량의 내구성은 종전의 GT 클래스 차량보다 좋은 관계[각주:7]로 안전성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쪽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현재의 GT를 투어링으로 내리고 투어링-TCR-스톡카로 이어지는 로열로드 루트를 만들자고 하는데, 다만 그 구조가 가능한 것이 자금력이 충분한 빅팀이기 때문에 중간에 차량이 많이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가 있습니다.[각주:8]
이외에도 '전기차를 등판시켜보자.'라는 아이디어도 있겠지만 이쪽은 현실적으로 좀 더 시간이 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레이스는 초창기 단계이고, 특히 투어링카급 레이스는 ETCR 하나 뿐인고로 각국으로 확대하는데에는 좀 더 지켜봐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외에 대안이 하나 더 있다면 N 페스티벌에 등장할 아반떼 N 베이스 경주차의 교차 참전을 허용하는 것인데, 플레이그라운드[각주:9]와 슈퍼레이스가 이를 허락할지 모를 일이고 또 2016년 KSF의 운영 문제로 서한-퍼플모터스포트와 솔라이트 인디고가 KSF에서 슈퍼레이스로 넘어온 적이 있다보니 KSF의 실질적 후신인 N 페스티벌이 이를 용납할지는 모를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봐도 누가 써먹겠어? 하는 글입니다만, 한번 보고 진지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2021년 8월 4일 오전 9시 5분에 일부 내용 수정) (2021년 8월 4일 오전 11시 6분에 2차 수정) (같은 날 11시 33분, 표현 등을 수정했습니다.) (2021년 8월 5일 오전 9시 13분에 연대 구분 및 각주 추가)
대략 이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라면 용어사전이 따로 필요 없으실거 같아요. 그래도 필요하다면....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내용이 깁니다. 준비 되셨나요???
2013년 2월 하순, 독일 라인란트팔츠, 뉘르부르크. 이글 모터스포츠 유럽 총괄 캠프로 개편된 이곳엔 마침 이글 모터스포츠 UK의 차들까지 같이 와 있었다. 당연히 드라이버들도 함께 이곳에 몰려있는 셈. 때마침 노르드슐라이페에는 얼마 전 출정식에 참가한 복스홀 인시그니아가 아무런 데칼을 붙이지 않은 채로 달리고 있었다. 재연과 재혁, 영준, 라이언 4명이 영어로 대화하는 내용을 대충 정리해 보면 어떻게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기존 이글 모터스포츠 캠프가 새로운 차를 도입했다면 당연히 일찌감치 붙였겠지만, 이번엔 기존에 있던 프라이빗 팀이 인수된 데다 경주차도 신형인 만큼 새로운 데칼로 바꿔야 했다. “그럼 완전히 새로운 도안으로 가야 하는 건데?” 이재연의 질문에 송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아요. 게다가 저 맥라렌도 좀…….” 재연과 영준이 돌아보니 한 대의 처음 보는 스포츠카가 서 있었다. 전고 자체가 상당히 낮은 그 차, 확실히 이번 출정식에 공개된 차 중 하나였던 McLaren사의 MP4-12C GT3 모델이다. Formula 1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맥라렌의 MP란 코드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텐데, 흔히들 제작사의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McLaren Project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건 내부적인 표현이고, 실제로 이 MP는 좀 의외의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Marlboro Project. 지금이야 담배회사인 말보로가 페라리(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스폰서이긴 했지만, 사실 불과 17년 전인 1996년까지만 해도 말보로는 페라리가 아닌 맥라렌(맥라렌 레이싱)의 스폰서였다. 1997년에 말보로가 맥라렌과 갈라진 이후에 가서야 McLaren Project라 부른 거지만. 어쨌든 현재 상황을 보면 맥라렌 MP4-12C GT3과 복스홀 인시그니아 2대는 확실히 외장 세팅이 더 필요해보였다. 그걸 보던 송미옥이 한 마디 던졌다. “종전의 911처럼 하면 안 되는 건가?” “뭐,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저희 집안의 눈도 있고 해서 말이죠.” 라이언이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지켜보던 데이빗 로렌이 한마디 했다. “그냥 British Green을 베이스로 하면 안 되나?” “맥라렌에?” “글쎄, David. 네 말대로 British Green을 베이스로 해도 상관없지만 재혁이 저 녀석 문제도 있으니까. British Driver로만 구성된다면 상관없는데, 한 명이 British Driver가 아니잖아.” 라이언의 한 마디에 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혹한 표정으로 라이언을 쳐다봤다. 이건 완전 자기 이야기라는 것 때문이다. 솔직히 사실이다. 인시그니아 같은 경우 그냥 브리티시 그린으로 외관을 래핑한 다음 데칼을 붙이면 되지만, 맥라렌은 그렇지 못했다. 적어도 드라이버인 송재혁을 생각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었다. 현재 맥라렌의 색은 약간 붉은 주홍색. 미옥은 차체를 한번 둘러본 후 의견을 내렸다. “이 차만큼은 그냥 도박 한 번 걸지. 지금 이 차에 그대로 데칼을 더하자고. 필요하면 맥라렌에 브리티시 그린색 보디를 요청하면 되니까. 그나저나, 송재혁. 너 언제 영국으로 들어가는 거니?” 송미옥의 질문에 재혁은 눈만 껌뻑 거리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 독일행 비행기 안에서 Blancpain Endurance Series에 참가하라고 한 사람이 송미옥 본인인데, 영국으로 언제 가냐니? 그렇게 생각을 하던 재혁은 올해 시즌 달력을 보고 그제야 미옥의 말을 알아차렸다. 잠시 3~4월의 상황을 보자
3월 30일 : FIA GT Series Round 1 Free Peactice British Touring Car Championship Round 1 Practice & Qualifying 3월 31일 : FIA GT Series Round 1 Qualifying British Touring Car Championship Round 1 Race 4월 1일 : FIA GT Series Round 1 Race British GT Championship Round 1 Race 4월 13일 : Blancpain Endurance Series Round 1 Qualifying 14일 : Blancpain Endurance Series Round 1 Race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게 이글 모터스포츠 유럽 캠프이다. 영국 캠프도 당연히 비슷한 상황이고, 당연히 드라이버나 메카닉 모두 패닉의 연속. 현재까지 부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불리한 조건이다. “현재 Castle Donington쪽에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Donington Park와 가깝지만 행정 중심인 London City에서는 머니까요.” “Silverstone은 불가능하나?” “거긴 USC Archangel Racing의 캠프가 있어요. 미친 자식들, 그냥 카탈루냐나 가지, 왜 이리로 와서는…….” 다들 고민에 빠진 상황, 이에 미옥이 한 마디 던졌다. “그것보다 차라리, 브랜즈 해치(Brands Hatch)쪽이 낫지 않아? 거기가 런던 도심과 가깝다며?” “그건 맞습니다. 빠른 구간을 차로 좀 밟으면 30분 정도 걸리고, 조금 돌아서 가도 최대 1시간이면 가니까요.” “그럼 그쪽으로 가는 게 낫겠고, 메카닉은 아무래도 필요하겠지? 새로 시작하니까?” “네, 그렇죠. 아, 그리고 대표님. Catering 문제 말입니다.” “말씀하세요.” 이번에 의견을 낸 사람은 송재혁이었다. 영국에서 생활해 본 적이 있던 재혁은 분명 현지인이 하면 엉망이 될 요리가 영국 요리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분명 현지인을 고용하면 개판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송재혁은 송미옥에게 한국에서 드라이버의 식사를 책임질 영양사를 보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글쎄, 아무래도 나도 영국에 가봐서 알지만, 영국 요리를 파는 음식점은 갈 곳이 못 되더라고. 차라리 인도음식점을 가지.” 송미옥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영국 출신인 라이언 본인도 송재혁이 영국에 오면 인도 요리점이나 중국 요리점에 같이 가지, 아님, 술이 좀 당길 때에는 이름 좀 난 곳에 가지, 웬만한 곳은 안 간다. 왜 그랬을까?
“걔는 외국을 많이 돌아다녔잖아. 그래서인지 많은 국가의 요리를 먹었지만 걔도 나 같은 영국인이 만든 요리는 피하더라? 그게 고문이다 이런가봐.” 물론 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오죽하면 송재혁이 라이언에게 ‘네가 직접 만들어서 먹어봐라!’ 할 정도면 얼마나 영국 요리가 지옥의 요리인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참고로 송재혁이 영국 요리를 하면 그나마 사람이 먹을 만한 요리가 나온다. 아니, 애시 당초 송재혁이 런던에서 라이언의 면전에서 ‘잘못된 교육법이 세계 최악의 요릴 만들었군.’이라고 힐난 했으니 말은 다 했다. 이렇게 필요하지만, 누굴 쓰느냐와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로 선수들과 현지 팀원들의 식사이다. 즉 재수 없이 평범한 영국인을 쓰면, 아마 지옥의 요리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영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고용해 영국식 요리를 하면 좀 나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사실 영국 요리라고 해봐야 잉글랜드 요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스코틀랜드 음식도 있기에 잉글랜드 사람들은 반발하겠지만, 그게 그거다. 어쨌든 이글 모터스포츠의 대표 송미옥은 이글 모터스포츠 영국 캠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임을 이야기 했고, 드라이버들의 허락을 받아냈다.
1. 이글 모터스포츠 영국 캠프에 영양사를 파견, 팀원들의 식사 문제에 대한 관리를 지도록 하겠음. 2. 팀 닥터의 투입은 조금 더 시일을 봐서 할 예정, 단 필요할 것 같으면 현지의 의료 인력을 적극 채용할 것을 라이언 슈나이더 지사장 대리에게 지시하겠음. 3. 메카닉은 일본, 한국, 유럽에 있는 메카닉들 중 지원자를 받아 3월 중순까지 파견하겠음. 이 인력이 종전의 멤버들과 조인트 하는 것으로 나갈 것임.
영양사 문제는 라이언 본인이 인증했다. 서양인에게 있어서 우유는 한국인에게 있어 김치와 같은 존재로서 서양에서 우유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기에 상에 꼭 올라간다. 만일 한국정부가 재정부족 문제로 학교, 군대 급식에서 김치를 뺀다면??? 그날로 난리가 날 텐데, 이놈의 영국은 그 짓을 실제로 했었다. 1971년, 아직 마거릿 대처가 수상이 되기 이전, 교육부 장관(Secretary of State for Education and Science, 현재는 Secretary of State for Education)이던 시절, 그녀가 7세에서 11세 되던(당시 기준 1960~1964년 생)의 우유 무상급식을 폐지했다가 대처 자신은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개 박살이 났고 Milk Snatcher, 즉 우유 도둑이라는 별명은 여태까지도 그녀를 따라 다니고 있다. 아, 물론 당시 야당이던 노동당은 보수당이 알아서 던져준 이 대형 떡밥을 놓치지 않고 신나게 물어뜯었고, 결국 이 우유 도둑놈 이미지가 그녀를 평생 따라다녔지만, 또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었으니……
1970년대에 심각한 경제 공황이 영국에 들이닥치자 당시에 수상으로 재임하였던 마거릿 대처가 재정 삭감을 위해 학생들의 급식 배급에 관여하던 영양사들의 수를 줄였고, 그 외의 급식 문제는 더 이상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 정부에 넘겨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 이후에 개혁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계속 그 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급식에 관해서 관심이 없다보니 예산은 쥐꼬리만큼 나왔고, 나오는 메뉴라고는 프렌치 프라이, 피시 앤드 칩스, 품질 낮은 닭고기로 만든 치킨너깃 따위의 튀김류만 잔뜩 나왔다. 후식은 당연하게도(?) 초콜릿 같은 과자들. 즉 정크 푸드로만 점철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비만 및 아토피, 알레르기에 시달렸다. 이런 급식보다 더 최악인 것은 바로 영국군 전투식량, 미군의 MRE 못지않게 최악을 달린다는 음식인데, 최근에야 개정판이 나왔다지만, 적어도 라이언 일행이 전역한 뒤에 나왔다고 하니, 그 맛없는 전투식량을 먹었을 3인에게 애도를 표할 수밖에. 당연히 라이언이나 송재혁을 통해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된 송미옥의 입장에서 볼 때 영양사가 없다면 아무래도 타국에서 파견될 사람들이 최악의 요리를 먹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영양사 파견은 중요한 결과로 연결되었다. 팀 닥터는 일단 영국 현지에서 찾기로 했다. 전설적인 F1 의무 팀장인 Dr. Sid Watkins를 배출한 영국답게 아마도 유능한 팀 닥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미옥의 고뇌가 나름 담겨져 있는 부분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메카닉 문제는 일단 넘어가자. 누가 영국에 올지 모르겠지만 현지인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이글에게 있어서 올 시즌은 새로이 신설된 영국 캠프가 제 역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성패가 갈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모큐멘터리 하는 거죠. orz
하여튼.....
자! 드디어 FIA GT Series의 첫 라운드로 접어 들었습니다!
본래 1라운드는 지난 2013년 3월, 프랑스에서 열렸습니다만 작가의 귀차니즘 등으로 인하여 지난 2013년 6월에 가서야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날을 좀 빼먹을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ㅠㅠ[각주:1]
솔직히 말한다면 협상은 약간 늦게 시작되었다. 양측 간의 소개가 늦게 이뤄졌고 더군다나 유카가 식사도 못하고 호텔까지 냅다 밟는 바람에 잠시간의 식사 시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식사 중에 미옥이 유카에게 몇 km으로 밟았냐고 물어보자 유카는 수도고속도로에서 130km까지 밟았을 거라고 했다. 벌금이 상당히 많이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을 한 미옥이었다. 어차피 회사에서 내는 거지만, 아무리 따져도 공사한지 오래된 그 도로를 유카가 무슨 배짱으로 밟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장 고속1호 하네다선(高速1号 羽田線)의 개통시기가 1966년이니 이미 40년은 넘긴 상태. 이 때문에 언제든지 붕괴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도로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고, 그녀도 그 길을 달렸다. “어쨌든 들어가지. 너무 늦어도 손해니까.” “네.”
협상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게다가 미옥은 카구라 재단으로부터 역제안까지 받았는데 이글 모터스포츠가 준비하고 있는 스칼라십에 상당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내용은 스폰서 계약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제안자는 이사회 의장인 카구라 마키. 그녀가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협상이 체결된 지 1개월이 지난 후 한국일보 도쿄 특파원인 한창만은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 카구라 재단을 찾아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과연 그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협상 초기부터 송미옥 대표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받았다. 그녀는 우리 재단에 대한 많은 조사를 해왔고, 우리 역시 그녀가 대표로 있는 이글 모터스포츠에 대해 조사를 해왔다. 우리에게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회사의 생존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표의 도덕성과 협상시의 눈동자와 눈의 위치이다. 눈동자가 떨리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한 거짓말을 할 경우 시선은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송미옥 대표의 일어 능력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말에 뭔가 힘이 있었고 또한 눈빛 자체가 살아있었는데 마치 그 눈빛은 사람을 유혹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이었다. 그 점이 나와 내 동생을 비롯한 모든 이의 마음을 잡았던 것이며 나 개인적으로는 동생(=카구라 치즈루 이사장)의 모터사이클 선수 활동에 있어서 자료의 부족으로 고생했던 것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끌렸다.’ - 한국일보 2013년 3월 4일자 15면
이 말이 과연 전부였을까?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인 김정석 기자는 그 해 6월, 송미옥이 드라이버 스칼라십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발표할 당시 어떻게 지원을 받아 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송미옥은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시 우리는 카구라 재단을 상대로 스폰싱에 대한 이야기만 전개했다. 그런 도중 나는 재단 이사장인 카구라 치즈루씨의 질문을 받고 당혹해 했는데 그 질문은 장기적인 드라이버 육성을 생각하고 있냐는 것이다. 나는 그 질문을 받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지금은 계획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만들 것이고 또 그 엔트리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때 카구라 재단 쪽에서 모두 웃었는데, 아마도 날 시험해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이런 지원을 받아오는 것은 아마 어렵지 않았을까?”
2월 1일 오후 1시 30분, 영국 런던 인터컨티넨탈 런던 호텔 검은색 재규어 XFR-S에서 송재혁이 내렸다. 보통이라면 영국 현지에서도 웬만한 국산차를 직접 몰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특히 일본 도쿄에서 1월 30일에 젠가 존볼트의 입단식이 열렸고, 여기서 젠가의 모든 조건이 다 반영되었는데 이번 영국 현지 쪽도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내용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송미옥 대표가 직접 참가했다는 것은 의외였다고 한다. 일본 지사 뿐 아니라 현지 언론 대부분도 송미옥이 직접 올까? 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송미옥 뿐 아니라 송태훈 이글 코퍼레이션 대표, 그리고 송민수 그룹 총수까지 방문하면서 충격은 더욱 컸다. 송민수 회장은 본래 런던 쪽에도 올 예정이었지만 건강 사정의 문제로 런던은 송태훈 이글 코퍼레이션 대표를 자신의 대리로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J, 여기야.” “미안하군, Intercontinental London이라고 해서 조금 헤맸어.” “어디까지 갔는데 그래?” “Westminster.” “이런, 하이드 파크라고 말했잖아. 웨스트민스터는 문 연지 얼마 안 되었다고.” “거기까진 못 들었어. 그 부분에 있어선 유감이야.” 때마침 호텔에는 입단 예정자 중 한 명인 라이언이 송재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1월 31일, 런던에 도착한 재혁은 이슬링턴에서 전날 밤 늦게까지 협상 종료를 자축하면서 라이언과 코가 삐뚤어지도록 둘이서 술을 마신 다음 아침에 영국 정부에 사무소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호텔까지 도착한 것이다. 본래는 송재혁이 히드로에서 송미옥을 맞아야 하지만, 카구라 재단의 협조로 히드로 공항에서 호텔까지 헬기를 이동해서 온다고 하니, 재혁은 그저 호텔의 위치만 알려주는 정도였다. 여기서 잠시 재혁이 타고 온 재규어 XF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본래 이글 코퍼레이션이나 이글 모터스포츠는 이 시점까지 영국에 지사를 둔 전력이 없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영국 쪽은 이글에게 있어서 거의 ‘미개척지’나 다름없던 상황이었는데, 이번 협상으로 인하여 영국에 지사를 세울만한 가치가 생기게 되면서 송미옥은 계획을 일부 수정하게 된다. 스피라의 호몰로게이션이 늦어지는 이상 금년만큼은 다른 전략을 짜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다른 엔트리는 그대로지만 박준혁과 송재혁 만큼은 이번엔 영국에 파견하는 길 밖에 없었다. 카레이서에게는 사실 휴식이란 것이 거의 없다. 아니, 휴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연습을 필요로 했고, 이는 라이언을 비롯한 영국 현지의 드라이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예외적으로 송재혁은 입단 후 회사 일에도 참가하면서 연습량이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고, 이 때문에 겨울에 개인 차량인 스피라를 끌고 KIC에서 달렸다는 소리도 종종 흘러나왔다. 이렇게 되자 송미옥 대표는 2013년 1월 말에 들어서면서 소위 말하는 ‘UK공략 플랜’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 플랜에 의하면 스피라의 드라이버로 내정되었던 송재혁을 영국 현지로 파견해 그를 영국 현지 팀장 겸 사무 감독위원으로 삼는데다 라이언의 파트너 드라이버로 지목하고 박준혁을 리저브 드라이버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나머지는 동일한 대신 박준혁을 GT Series의 리저브 드라이버로 하는 방안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2월에 가서야 가능해질 정도로 문제점이 많았던 플랜이었다. 그렇기에 미옥의 이 플랜은 드디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1시 50분, 대연회장에 서 있는 라이언과 송재혁, 데본과 데이빗은 현재 9층에 있는 객실에서 쉬는 중이었다. “행사는?” “3시 시작.” “3시야? 그럼 적어도?” “2시 40분 이전에 대표님께서 도착하실 거야. 언론 기자들은 2시 30분을 전후해 들어오겠지. 2시 50분쯤에 대표님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입장하고 3시에 시작하는 거지.” “쉽지 않겠어.” “그렇지.” 재혁이 잠시 한숨을 쉬던 도중, 라이언이 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의 손에는 마침 레모네이드 한잔이 있었고 라이언은 또 다른 한 잔을 받아 재혁에게 건냈다. “그나저나 일본의 게히른 레이싱이라고 알아?” “아, 들어서 알고 있어. 일본의 운동역학연구소에서 만든 카레이싱팀이고 현재는 슈퍼 GT와 슈퍼 다이큐에만 참가하고 있어. 근데 왜?” “그 팀 출정식이 어제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었는데 지역제한이 걸렸더라고. 왜 그런거야?” 재혁은 라이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본사 측의 정보에 의하면 게히른 레이싱의 출정식은 단 2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만 중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 하나는 일본계 사이트. “유투브에서 본거야?” “응.” 유투브라는 말에 또 당혹스러워진 재혁이었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떴다. 그렇게 내린 결론이 의외였으니 그건 바로 ‘지역제한’이라는 조치였다. 특정 지역에서만 영상 시청이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제한을 걸면 특정 지역에서만 영상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거 일본에서만 볼 수 있게 한거야.” “엥? 일본에서만 본다고? 의외인데?” “어차피 거긴 주 활동지가 일본이니까. 막 해외에도 나가는 우리와 다르거든.” 재혁은 웃으면서 라이언이 건낸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 잠시 후 재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은 재혁은 그대로 미소를 지으며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옥상으로 올라가지. 보스께서 오셨어.”
이날 행사에는 슈나이더 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실질적으로 슈나이더 가의 협조가 아니었으면 이런 행사를 열 장소도 잡지 못했을 것이란 게 대표인 송미옥의 생각이었던 관계로 아마 행사 이후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대접할 것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 증거라고 한다면 현장에 도착하는 차량들이었다. 아무리 따져봐도 최하가 복스홀 인시그니아였고, 그 위로 캐딜락 CTS, 그 위에 푸조 508, 재규어 X-Type, 그리고 그 위에 벤츠 E-Class나 재규어 XF, BMW 5시리즈, 그리고 가주의 경우 재규어 XJ가 눈에 띄였다. “미치겠구만, 너넨 최하가 복스홀이냐?” “쉐보레 차는 쓰지도 않아. 일제 차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독일차는 쓰네?” “현실적으로 말해서 차가 없어서 말이지. 벤틀리, 롤스로이스는 예전부터 왕가의 차였고, 다이믈러도 역시 말이 필요 없잖아.” “미제도?” “글쎄, 크라이슬러나 포드 차 도입 계획은 있어. 근데 크라이슬러는 도입해봐야 대부분이 란치아 배지엔지니어링(Badge-engineering)이고, 그나마 믿을 만 한 것은 300C겠지만, 아마 펜타스타 엔진이겠지. 포드? 영국 포드의 승용차는 잘해봐야 몬데오가 한계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서 독일제구만.” “그렇지.”
영국시간으로 2013년 2월 1일 오후 3시(한국 시간으로 2월 2일 자정) 송재혁의 사회로 이글 코퍼레이션 및 이글 모터스포츠 영국지사 개업식 및 라이언 슈나이더, 데이빗 로렌, 데본 슈나이더의 이글 모터스포츠 입단식이 열렸다.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글 모터스포츠 해외사업부 홍보실 소속 겸 드라이버 스카우터, 그리고 올해, British GT Championship에 나설지 모를 송재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송재혁의 인사. 턱시도로 환복한 재혁은 확실히 달라보였다. 175cm 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체격 때문인지 턱시도가 의외로 어울린다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사무실에서도 정장을 입는 특성 덕에 재혁의 정장을 입은 모습은 의외로 많이 보였다. 재혁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의외로 물 흐르듯 진행되고 있었다. 입단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행했던 송재혁이기에 의외로 많은 이들이 그에게 질문을 주로 던졌다. 그때마다 송재혁이 직접 답하거나 송미옥, 송태훈이 각자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미옥이 한마디 꺼냈다. “저희에 대해 조금이라도 조사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 본사가 한국 서울에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선수만 뽑고 출정식은 안 하냐고 하는데, 출정식은 인터넷 중계로 열릴 방침입니다.” 송미옥의 말에 사회를 맡던 송재혁과 현장에 있던 송태훈 회장의 표정은 모두 경악 그 자체로 바뀌었다. 이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출정식을 인터넷으로 중계한다고? 설마 생중계란 말인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대는 틈을 타 송미옥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인터넷으로 2013년 2월 11일, 오후 4시, 전라남도 영암군에 있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행사를 진행할 것임을 선언했고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할 것임을 밝혔다.
2013년 2월 3일, 인천국제공항. “아니, 어머니. 말이 안 돼요. 어떻게 8일 안에 드라이버와 경주차를 다 영암으로 불러들여요. 게다가 해외에 있는 드라이버가 더 많은데요? 숙소는요?” 영국에서 귀국한 재혁은 당혹한 표정이었다. 2월 11일 오후 4시에 행사가 열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하 3일전까지 드라이버들과 경주차들이 영암에 와야 한다. 근데 숙소는? “일단은 전라남도 관광홍보과에 지원을 요청해야지. 1순위는 영암이지만, 안 되면 목포, 최대 광주까지 갈 수 있게 해야 하고, 한국공항공사에 지원 요청도 해야지. 어렵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서해안고속도로 논스톱 주행이 될 수밖에 없어. 이글 로지스틱스, 델타 로지스틱스에 도움을 요청해봐.” “광주는 조금 멀텐데요? 최대한 1시간 이내에 잡는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외국어도 어느 정도 되어야 하니까요.” “일단은 당신이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 알아보고 재혁이 너는 일단 각 지사에 연락해서 비행기 티켓을 맞춰놓고. 델타 로지스틱스에도 전화해서 SLS AMG의 목적지를 한국으로 맞추라고 해.” “네”/“알았어요.” 귀국 직후 서울 사무실로 바로 들어간 세 사람은 즉시 분담한 역할에 돌입했다. 송미옥은 본사에 출근하자마자 KIC 운영팀에 연락해서 2월 11일, 서킷의 사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했고, 송재혁은 해외사업부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델타 로지스틱스 본사로 전화해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마침 SLS AMG GT3은 델타 로지스틱스 유럽지사가 입수, 바로 한국이나 일본으로 보낼 상황이었지만 이글 모터스포츠에서 본사로 전화해 한국으로 빼줄 것을 요청하게 되었다. “아, 송재혁 대리. 카구라 재단에도 연락을 좀 해달라는데? 그쪽에서 이번 출정식에 참석하고 싶다고 요청해서 내용을 보내줘야 한다네. 그것도 좀 부탁해 달래.” “에, 알겠습니다. 황 차장님.” 재혁은 황 차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선 바로 스폰서 명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카구라 가는 본래 도쿄 외곽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는 집안이 본래 신사를 운영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정치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도쿄도 외곽에 본가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전 가주의 의견을 허락한 일본 왕실에서 치요다 구의 황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물을 내주었고 그곳에서 카구라 재단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카구라 재단의 현 이사장인 카구라 치즈루는 언니인 이사회 의장 카구라 마키에 비하면 의외로 자유분방한 편이다. 그러나 본인도 집안의 힘이나 사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에 그 자유분방함을 겉으로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으나 언니인 마키는 치즈루의 로드레이스 실력을 알고 있기에 그녀의 로드레이스 활동을 뒤에서 지원해주기도 해왔다. 재단 1층에 있는 혼다 NSR250R(1999년형)은 그녀의 이러한 활동을 보여줬지만 클래스를 올린 이후로는 좋은 활동을 내지 못한 그녀였다. 야심차게 준비한 듀가티였지만, 한계에 봉착한 것 같았고, 남자 레이서들과의 대결에서 밀리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한동안 모터사이클 레이스를 멀리했다. 사실 이것 때문이 이글 모터스포츠의 스폰싱 요청을 처음에 거절했지만 내용을 보고 마음을 바꾼 그녀였다. “3월 말이라고 했나? 이글의 시즌 시작이?” 사실 3월 말도 유럽 기준이었다. 빠르면 2월 말에서 늦으면 4월 하순이면 각 캠프 소속 드라이버들이 참전하는 레이스 대회의 공식 테스트와 연습주행이 있을 것이고 이 시점이 지나면 바로 개막이다. 뒤집어보자면, 이 시점에서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출정식이 지금쯤이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추리는 정확하게 이뤄졌다. “들어오세요.” 들어온 사람은 이글 모터스포츠의 연락을 받은 직원이었다. 방금전까지 송재혁과 통화한 그 직원은 치즈루에게 이글 모터스포츠 측에서 보내온 공문을 치즈루에게 제출했다. “2013년 2월 11일, 한국 전라남도 영암군에 있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orea International Circuit/韓国インターナショナルサーキット)에서 이글 모터스포츠의 2013년도 시즌 출정식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녀는 공문을 받고서 웃었다. 오후 4시,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는 내용까지 있어서 아무래도 관리가 필요한 입장이었다. 숙소는 전라남도 나주에 있는 중흥골드스파&리조트인데, 이건 드라이버 전용이었고, 내빈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프라도 관광호텔을 잡았다고 적혀 있었으니, 좀 의외인 상황, “광주에서 영암까지 차가 있나요?” “이동 차량은 이글 측에서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알았어요. 무안행 비행편을 알아보세요. 환승해도 상관없으니 말이지요.”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렇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글의 전설을 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2013년 2월 11일 오전 11시,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송재혁은 일찌감치 현장에 또 도착해서 현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미 경주차와 드라이버들은 아침부터 도착해서 영암 셰이크다운에 나선 상황. 자기들끼리 타임을 나눴는지 지금 이 시간에는 두 대의 차만 달리고 있었다. 재혁은 차들을 보던 중 처음 보는 차 한 대가 달리고 있음을 확인했고 현장에 있던 한정권 메카닉(이글 모터스포츠 재팬의 메카닉)에게 물었다. “한 메카닉님, 저 차 뭡니까?” “아, 이번에 합류한 송재혁 선수 아닙니까? 대표님으로부터 이야기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입단 축하드리고요.(송재혁 :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거 복스홀(Vauxhall)사의 인시그니아(Insignia)란 차랍니다. 이번에 송 선수께서 직접 스카웃한 드라이버 중 2명의 차라는데요?” “그래요?” ‘인시그니아라, 벡트라의 후속 아니었나? 라이언 녀석. 올 시즌엔 아예 신형인거야?’ 재혁은 한정권의 말을 들은 후 그에게 목례로 인사하고 라이언에게 다가갔다. 역시나 라이언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던 상황. “라이언. 저건 웬 차야?” “아, J. 올해 BTCC에서 쓸 차량이야. 작년까지 쓴 벡트라로는 성능에 무리가 와서 말이지. 신 규정에 맞췄어.” “벡트라는 S2000 규정에 맞췄잖아. 그럼 이번 인시그니아는 NGTC인가?” “맞아. 엔진은 2리터 에코텍 터보 기반이고. 300? 영국에서 테스트 했을 때에는 그 정도 나오더군.” “300마력? NGTC는 300마력 이상 아니던가?” “그렇지.” “으흠…… 좀 딸리는데, 그건 그렇고. 그나저나 지금 인시그니아와 달리는 저거, Mazda RX-8 아냐?” 재혁의 말을 들은 라이언이 같이 달리는 차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RX-8? 분명 송재혁이 오기 전에 각 계열끼리 시간을 나눠서 투어링카 먼저 달리고 그 다음에 GT가 달린다고 했지만 GT에서 놀아야 할 차가 왜 저기 있을까? “뭐지? 저 RX-8? 설마 저게 올해 참전하는 차야? 저거 작년에 단산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차가 없어서…… 아마 그것 때문 일거야.” 재혁은 한숨을 쉬고서 패독으로 들어가는 두 차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패독에 흰색에 갈색 스트라이프가 포함된 포르쉐 911 2대가 나와 서킷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 30분, 송미옥이 현장에 도착해 담당 메카닉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1차 셰이크다운 해 보니까 어때요? 먼저 유재득 팀장부터.” “일단 911 GT3 R은 차에 이상이 없었습니다. 고속 주행시 문제가 있는지 해서 조금 고속으로 달리게 했는데 딱히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SLS AMG GT3이나 Z4 GT3는 오히려 사람을 놀라게 하더군요. 특히 SLS는 갓 도입된 차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인 다나카 군이 달리는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RX-8은요?” “고회전으로 올라갈수록 약간 쥐어짜는 듯한 사운드를 내고 있어서 그게 문제입니다.” “일단 그 문제는 조금 더 검토해야겠군요. 추가적 정보 들어오는데로 주시고요, 911 컵 카는 어떻다던 가요?” “최고라고 하더군요. 시트 포지션만 조금 손 봤었는데 처음 약 300m는 불안하게 주행해서 주행에 대한 설명을 이재연 선수가 해 준 이후에는 거의 포뮬러 카처럼 달리는 게……” “예상한 대로군요. 한정권 팀장. 제네시스 쿠페는요?” “지금 막 끝났는데, 노원일씨에게 물어보니, 좀 밋밋하다고 하네요. 사실 아시잖습니까. KSF는 직분사 엔진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걸요.” “그건 맞아요. 적어도 작년 DDGT에서는 터보로 달렸으니 이번 KSF전의 차량은 조금 밋밋하겠죠. 그러나 V6엔진의 배기량을 감안하면 I4 터보와는 또 다르다는 것을 좀 알려줬으면 해요.” “네, 일단 그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슈퍼레이스 레이싱카 중 N9000쪽은 차후에 변동이 불가피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되겠죠. N9000 중 프라이드는 아무래도…… 알았어요. 크루즈는 드라이버가 클래스를 바꾸지 않는 이상 당분간 유지하세요.” “네, 아 그리고 포르테는……. 뭐 똑같습니다.” “그 차는 예상했습니다. 뭐, 드라이버인 두 사람이 변하는 게 있어야죠.”
오후 4시, 유투브를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는 이글 모터스포츠의 출정식이 시작되었다. 3시 40분에 이진석이 사복차림으로 도착해 송미옥 단장을 비롯한 올 시즌 참전 드라이버들과 인사하고 관람석에서 관람하겠다고 한 것은 좀 의외였지만 최대한 숨겨달라는 요청 때문이었기에 미옥은 이를 수락했다.[각주:1] 12시즌에 대한 결산은 이미 12월 말의 팬미팅에서 했으니 안 해도 상관없었지만 송미옥은 굳이 처음에 그걸 언급하면서 12시즌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작년 시즌 이글을 잠시 상기시켰다. 그리고 나서 경주차와 드라이버 소개가 있었는데, 12 시즌의 이글이라고는 믿겨지지 힘든 엔트리였다. 잠시 2012년도 엔트리를 보자.
“저희가 작년에 이 엔트리로 뛰고 나서, 제가 열 받았습니다.”라 말한 미옥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서려 있었다. 사실상 작년 이글 모터스포츠는 말 그대로 핵폭탄을 안고 뛰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황태현의 전향설로 인하여 시끄러웠던 이글 모터스포츠 저팬은 그야말로 엉망이었고, 다른 팀도 딱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유럽 이글 같은 경우 강력한 경쟁 팀이던 이클립스에서 내놓은 2대의 차 때문에 곤욕을 치룬데다 USC Archangel Racing의 경쟁력이 커지면서 이래저래 위험 요소가 많았다. 그렇기에 송미옥은 이번 시즌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그 결과 드라이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키 카드를 손에 쥐게 되었던 것이고 그 결과물은 충격과 공포의 엔트리였다.
엔트리 발표가 나자 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송재혁이 사실상 유럽에 진출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영국에서 뛴다니, 언어 문제 등으로 성적이 안 나올 것이라 한 사람이 많았고, 더군다나 이렇게 전체적으로 다국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벨로스터 터보, 과연 누가 탈지에 대해서는 송미옥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떡밥을 던져서 팬들이 물게 만들기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5월을 기다리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Lamborghini Gallardo LP570-4 Super Trofeo Stra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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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sche Carrera Cup Japan
Porsche 911 GT3 Cup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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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F
Hyundai Genesis Coupe Kia Forte Koup Hyundai Veloster Turbo
금일부로 Round 0가 끝났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네요. ㅠㅠ
잠시 이번 편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FIA GT Series나 British GT Championship에 참가하는 드라이버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 드라이버들은 단순히 저 2대회만 뛰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하나를 더 뜁니다. 바로 Blancpain Endurance Series인데, FIA GT Series, British GT Championship와 운영주체가 같습니다.
그래서 잠시 좀 올해 3개 대회에 같이 뛰는 팀이 있나 해서 보니, 거의 없더라고요. Blancpain Endurance Series와 FIA GT Series에 중복되는 팀 또는 British GT Championship와 Blancpain Endurance Series에 중복되는 팀은 있긴 한데, 세가지 대회를 다 뛰기란 어렵겠죠? 정비는 뭐...... orz
그래도 작가인 제가 약을 좀 빨고 한번 그렇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근데 만들고 보니 이글은 저렇게 되면 3개를 다 뛰는 꼴인데, 체력이 남아 날라나요? ㅠㅠ
어쨌든 이제, 라운드 1이 진행될 겁니다. 라운드 1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FIA GT Series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
원래 참가하는 드라이버들은 정장을 착용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진석은 깜짝 출전을 위한 카드였기 때문. [본문으로]
공식명칭 : Korea Speed Festival Forte Koup Challenge [본문으로]
이거 연재하는 다른 사이트에는 제가 용어 사전을 만들었거든요?? 근데 여기는 용어 사전이 따로 필요 없을거 같아요. -_-;;;;;;;;
진행 시작합니다.
2013년 1월 28일, 미국 안젤라 시티 특별구. USC Archangel Racing의 2013년도 출정식이 열렸다. 주목할 사항이 있다면 남북 아메리카/유럽계 드라이버들 사이에 끼인 1명의 아시아인 드라이버. 이날 행사에는 송재혁이 델타 로지스틱스의 대표인 Dr. AD와 함께 관람객으로 참가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할 줄 알았더니 여기서 하는군요.” “아무래도 모기업인 United Star Corporation의 본사가 이곳에 있으니까요. 이 행사는 모기업의 전년도 실적 발표도 겸하거든요.” “보통 같으면 실적 발표는 일찍 할 텐데, 의외인데요?” “아시겠지만 대기업의 레이싱 참전은 기업 홍보도 겸하고 있으니까요. 안 그런가요?” “글쎄요. 저희는 이야기가 다른 게 아예 대표님이 작정하고 법인 등록을 해버리셨거든요. 원래는 대기업 내의 한 사업부였지만 확대를 검토해서 만든 게 바로 지금의 이글 모터스포츠니까요.” 이글 모터스포츠는 본래 이글 코퍼레이션 산하의 모터스포츠 사업부가 더욱 더 본격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에 나서기 위해 2008년 종전의 사업부 체재를 개편하면서 신규 법인을 신설했고 당시 사업부 책임자이던 송미옥을 초대 대표로 선임했다. 이렇게 독자 법인을 꾸린 이글 모터스포츠는 2010년 초에 정식으로 레이싱팀을 창설하고 유럽 FIA GT3 European Championship에 출장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강 블랙버드 레이싱 팀을 인수, 레이싱팀의 기반을 더욱 다지게 된다. 이후 마츠자와 유카(松沢由宇か)와 사쿠라이 레이카(櫻井麗華, 현 이글 모터스포츠 일본지사 부사장)라는 두 여성의 도움을 받아 일본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2011년 초, 이재연과 박영준을 유럽 무대에 진출시킨 이후 2011년 중반, 일본 슈퍼 GT에 이글 모터스포츠가 참전했고 2010년 중반부터 슈퍼다이큐에도 진출, 12년 슈퍼레이스에는 채서인이라는 젊은 드라이버를 합류시켜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2013년, 전격적 공략을 위해 박준혁, 유경진 등의 드라이버와 송재혁이라는 경영업무가 가능한 드라이버를 더했으며 지금 협상 중인 드라이버들만 더하면 상당한 진용을 갖출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팀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독이 되지 않을까요?” “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독을 맞더라도 홍보가 이뤄져야 투자도 들어오고 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 겁니다. 경영상에는 그러한 리스크도 고려해야겠죠. 물론 제가 경영에 대해 완벽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때마침 송재혁이 안젤라 시티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문 기자들의 눈이 모두 몰리게 되었다. 사실 송재혁이 Delta Logistics와의 협상을 위해 혼자 온 것은 아니었다. 이날 회동에는 송재혁의 파트너로 일본 도쿄의 이글 모터스포츠 지사에 있던 사쿠라이 레이카 부지사장이 송미옥 대표에 의해 긴급히 파견, 송재혁을 백업하게 했다. 사쿠라이 레이카는 마츠자와 유카와 동년배인 여성으로 과거 유카가 자위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같이 일했던 여성이었다. 2003년, 모종의 사건으로 자위관 생활 및 정보요원 근무를 그만 둔 후 유카가 지방에서 은둔하던 그녀를 찾아낸 것은 2007년, 죽고 싶다던 레이카에게 유카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고, 이후 2년간 레이카는 유카의 집에서 동거하면서 유카의 그림자로 지냈다. 그러다가 2010년에 이글 모터스포츠에 합류했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사쿠라이 양, 오늘 이 자리가 마음에 안 드신 겁니까?” “아니에요. 다만, 보는 눈이…… 많네요.” Dr. AD의 질문에 대한 사쿠라이 그녀의 대답, 재혁도 주변을 한번 돌아봤다. 확실히 보는 눈이 많았다. 송재혁이 직접 왔다는 것만으로도 기자들에게는 엄청난 정보가 될만 했다. 잠시 여기서 화제를 돌리기 전에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재혁과 레이카의 복장을 잠시 살펴보자. Dr. AD의 비서와 함께 서서 대화중이던 사쿠라이 레이카가 입은 정장은 일본 애드 루쥬(Add Rouge, アッドルージュ)제 정장이었고 송재혁은 한국의 제일모직에서 제조한 로가디스 콜렉션 정장이었다. 본래 송재혁은 유럽에서 파크랜드에서 만든 정장을 입었지만 합류 직후 대표인 송미옥이 경영 업무에 나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정장이라고 하면서 새로이 맞춰준 것이 지금의 정장이었다. 물론 송미옥의 취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옷이었다. 이글 모터스포츠와 델타 로지스틱스가 무슨 연유로 만났는지에 대해 기자들의 눈이 이곳 안젤라 시티에 쏠렸지만 양 측 모두 정보를 주지 않고 있었다. 사실 그렇다. 회사의 사정이 걸린 문제를 어떤 다른 이에게 알려준단 말인가? 더더군다나 두 회사는 스폰서 관계이다. 지금 레이카가 송재혁 쪽으로 오자 Dr. AD가 당황해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자들의 눈이 많다는 것을 그녀가 먼저 알아챈 것이다. “장소를 좀 옮기죠.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나요?”
안젤라 시티, 시내의 한 비즈니스 호텔, 송재혁과 사쿠라이 레이카, Dr. AD와 그의 비서가 앉아 있었다. 실질적인 양자회담, 그리고 송재혁의협상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무대에 송재혁 자신이 직접 오른 것이다. “도입 차량의 운송 요청이요?” “네, 그렇습니다.” 재혁의 발언에 Dr. AD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글 모터스포츠에서 신 경주차를 도입할 예정이라는 것은 그도 들은 바가 있었다. 이미 송미옥 대표는 올 초 신형 경주차의 도입을 확정 짓는다고 했고, 그 상황에서 대강의 참전 계획이 공개된 이상, 출격 차량도 확정되었는데, 하필이면 도입결정 차량이 메르세데스 벤츠 SLS AMG C197 GT3이었다. 다만 이차는 의외로 Dr. AD가 싫어하는 차종이었는데, 화살같이 날렵한 SLR McLaren과 달리 SLS AMG는 1950년대의 전설적인 스포츠카인 300SL의 디자인을 다시 살리다보니, 전체적으로 약간 높아진 감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사람 속을 누가 알겠는가? “혹시 지난번에 언급하신 SLS입니까?” “네, SLS AMG GT3입니다.” “하필이면 SLS AMG입니까?” “벤츠의 스포츠카 중 유일하게 현행 GT3 호몰로게이션을 받은 차는 그 차 하나였습니다. 과거의 Group A였다면 아마 전 190E의 도입을 요청했겠죠. 그러나 현재 저희가 이번에 SLS AMG GT3을 투입시킬 경주는 슈퍼다이큐(スーパー耐久) 레이스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진 것입니다.” 사실이다. 2011년 ST-X란 명칭으로 신설된 ST-GT3 클래스는 FIA GT3 호몰로게이션을 통과한 경주차들이 벌이는 내구레이스 클래스이다. 현재 닛산, BMW, 메르세데스 벤츠가 격돌을 벌이는 가운데 다른 업체들도 나설 가능성이 있었지만 사실상 어려운 가운데 이글 모터스포츠의 대표 송미옥은 일본 지사가 직접 도전하는 방식을 취해 여성 드라이버로 팀을 꾸려 ST3 클래스에서 활약해 온 이글은 2012년 ST-GT3의 경기 현황을 지켜보고 참전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서 여러 차들을 골랐는데 BMW는 이미 Super GT에서 쓰고 있기 때문에 정비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Super GT에서 고장난 부품을 슈퍼 다이큐에서 쓰거나 그 반대의 일이 생기게 될 경우는 어찌될까? 이 경우에는 100% 사고가 터지게 된다. 그걸 감안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BMW는 제외, 그렇다고 닛산? 현지 메이커이긴 하지만, 이걸 골랐을 경우 송재혁이 떽떽 거릴 확률이 굉장히 높다. 사내 역사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닛산의 만주 진출에 대해 알고 있는 재혁이 이 사실을 알면 일본 지사와 본사가 뒤집히는 것은 순식간. 더군다나 사내 역사교육을 제안한 것이 재혁인데, 이걸 알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이걸 감안한 본사의 압박으로 이것도 취소. 결국 독일 벤츠의 차를 골랐는데, 이렇게 도입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들여올지를 검토한 끝에 결국 Delta Logistics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룹 내의 이글 로지스틱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른 회사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은 이글 로지스틱스가 이쪽 부분에 정통하지 못했기 때문, 그리고 주력이 국내 업무니, 별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제 성향 아시잖습니까?” “압니다. 저희야 그걸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SLS AMG가 나온 배경도 아시는 분이니 뭐 할 말은 없습니다만, 별 수 없습니다. 이미 발표도 했고, 곧 있으면 출정식과 함께 등록 신청을 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저흰 예정된 셰이크다운(shakedown)도 못해요. 게다가 스폰서 문제도……” 셰이크다운, 말 그대로 시운전, 연습에 의한 조정 및 정비기간을 의미하는 레이스 용어였다. 당장 금년에 대규모 신 경주차 투입이 예정된 이글로서는 전 캠프에서 셰이크다운이 필요했고, 새로이 뛰는 차들은 특별히 한국에서 1회, 각 지역에서 1회 셰이크다운을 할 예정이었다. 계획상 2월 말 이전에는 셰이크다운 및 출정식이 마무리되어야 했다. 물론 이것은 유동적일 수 있지만 적어도 3월 초엽에는 끝나야 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왜 SLS AMG가 나오게 되었을까? 본래 SLR McLaren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고든 머레이가 있었던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합작이었다. 전설적인 레이싱카 디자이너인 고든 머레이는 맥라렌에 있을 당시 McLaren F1의 설계자였는데 그는 혼다의 NSX를 상당히 극찬했던 인물로 SLR의 설계를 총 지휘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소속된 맥라렌에서 벤츠의 요청을 받아 만든 차량이 이 차였는데 당시 메르세데스는 맥라렌 F1 팀에 엔진을 공급해 오던 상황에서 모기업인 다임러 벤츠가 1998년 크라이슬러와 합병, 사명을 다임러크라이슬러로 고치고 구 크라이슬러 쪽에 메르세데스의 문화를 이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투자자금이 필요했던 벤츠는 당시 자신들이 엔진을 공급하고 있던 맥라렌과 연합해서 고급 GT카를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SLR McLaren이었다. 다만 판매대수, 그 방식을 놓고 벤츠와 맥라렌 간의 이견이 생겼는데, 맥라렌은 종전의 McLaren F1처럼 슈퍼 스포츠카의 희소성에 중점을 둬서 연 생산량을 제한하고자 했으나 벤츠 측은 돈이 급했던 상황이라 대량생산을 요구했다. 결국 벤츠의 엔진과 고든 머레이의 설계를 바탕으로 맥라렌에서 벤츠의 브랜드로 생산했지만 역으로 크게 안 팔리면서 실패를 맛 봤다. 이 때문에 벤츠는 맥라렌과 공동으로 스포츠카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백지화하고, 새로운 스포츠카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6.3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벤츠 SLS AMG였다. 그리고 맥라렌도 독자적으로 슈퍼카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MP4-12C. 이런 복잡한 과정 때문에 SLR을 과연 벤츠의 차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M155 ML55 엔진(M113계 엔진)을 얹고 메르세데스의 이름으로 팔렸다는 것 때문에 메르세데스의 차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LS AMG GT3……, 도입은 필연인가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도 목표한 시점이 있으니 말이죠.” 재혁의 설득에 넘어갔기 때문일까? 3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모두 지쳐서이기 때문일까? 사실, 어찌 보면 이건 마라톤협상의 끝을 달리는 일이었다. 차량 도입에 스폰서 문제가 완벽하게 겹치면서 여러 의견이 나왔다. 양쪽 다 갑론을박하면 한 수준 하는 정도였고, 노련한 사업가 대 젊은 이사의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수행원들도 양쪽 모두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당장 송재혁이 이번에 수행원으로 데려 온 사쿠라이 레이카는 일본 자위관 출신으로 상당한 정보력을 갖췄고, 지사 부사장 선발 당시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이글 모터스포츠 일본 지사 부사장에 손쉽게 올랐던 실력가였다. Dr. AD의 비서인 아그네스(송재혁은 그녀의 이름을 협상 중에 Dr. AD에게 듣고서야 알았다.) 역시 상당한 식견을 자랑하는 여성으로서 멀티 내셔널 기업 중 톱 급에 드는 물류업체인 델타 로지스틱스를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분명 이글 그룹 내에 물류 회사인 이글 로지스틱스가 있는데, 왜 굳이 이글 모터스포츠는 델타 로지스틱스에 운송을 요청한 것일까? 단순히 스폰서 문제와 얽어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는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글 그룹의 계열사인 이글 모터스포츠가 어떠한 경로로든 같은 계열사인 이글 로지스틱스에 일감을 준다면, 다른 계열사도 이글 로지스틱스로 일감을 줄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부당거래로 인정받아 법에 저촉된다. 대한민국 정부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인 기업집단의 범위 제1항에 의하면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이하 "동일인관련자"라 한다)와 합하여 당해 회사의 발행주식[「상법」 제370조(의결권 없는 주식)의 규정에 의한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다. 이하 이 조, 제3조의2(기업집단으로부터의 제외), 제17조의5(채무보증금지대상의 제외요건), 제17조의8(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및 제18조(기업결합의 신고등)에서 같다] 총수의 100분의 30이상을 소유하는 경우로서 최다출자자인 회사’라고 했고, 그 항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가.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이하 "친족"이라 한다)
나.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동일인관련자와 합하여 총출연금액의 100분의 30이상을 출연한 경우로서 최다출연자가 되거나 동일인 및 동일인관련자중 1인이 설립자인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법인격이 없는 사단 또는 재단을 말한다. 이하 같다)
다. 동일인이 직접 또는 동일인관련자를 통하여 임원의 구성이나 사업운용등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
라. 동일인이 이 호 또는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
마. 동일인 및 동일인과 나목 내지 라목의 관계에 해당하는 자의 사용인(법인인 경우에는 임원, 개인인 경우에는 상업사용인 및 고용계약에 의한 피용인을 말한다)[각주:1]
자, 그럼 여기서 이글 코퍼레이션, 이글 모터스포츠, 이글 그룹, 이글 로지스틱스의 대표들은 각각 어느 항목의 적용을 받을까? 답은 가항,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이하 "친족"이라 한다)’에 걸리게 된다. 이글 그룹의 총수는 사실 이글 코퍼레이션과 이글 로지스틱스 대표의 아버지이며, 이글 모터스포츠의 대표는 이글 코퍼레이션 대표의 아내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송재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러한 연유로 짧은 기간 안에 대규모 내부거래의 발생 시 정식적으로 증권시장에 공시를 해야 했고, 만일 이를 어길 시 과태료가 붙게 되는데, 이 액수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공시도 안 했을 시 7천만 원인지라 그룹 차원에서는 과태료를 내느니 차라리 법을 지킨다는 처신 때문에 다른 회사, 그것도 스폰서라 할 수 있는 델타 로지스틱스에 의뢰를 해 온 상황이었다. 이렇기에 이글로서는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것보다는 독립/중소기업에 개방하거나 경쟁 입찰하는 방식을 채용해오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국제 배송이기에 결과적으로 전문 배송 업체에 맡기는 편이 편했고, 델타 로지스틱스에도 이 일은 유리하게 전개되기에 양 회사 간의 거래는 사실상 윈윈이라 볼 수 있었다.
송재혁이 미국에서 협상을 마무리 지어가던 2013년 1월 29일 오전, 일본, 도쿄도 하네다 공항. 김포에 있는 전용기를 탄 미옥이 가고시마를 가지 않고 도쿄에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의외의 내용이겠지만 사건은 미옥이 재혁을 파견 보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옥은 재혁에게 여러 가지를 지시하는 상황에서 스폰서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이글 모터스포츠는 델타 로지스틱스와 처음 맺었던 스폰서 계약의 기간이 만료되면서 연장을 하든지, 아님 신규 스폰서의 영입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재혁은 스폰서의 추가적 영입과 함께 기존 스폰서와 추가 계약을 하는 것을 본사에 제안했고 이를 미옥이 수용하게 된 것이다. 당시 미옥은 이글 모터스포츠 일본 지사를 비롯하여 원 모기업이던 이글 코퍼레이션의 각국 지사를 통해 2013년 이후 스폰싱을 해줄 회사나 단체와 접촉을 해오고 있었다. 당시 사내에서는 일본 굿스마일 레이싱(이하 GSR)이 각 개인에게 1인당 1만 엔만 내면 당신도 팀의 스폰서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에서 착안을 얻어 우리도 그렇게 해 보자는 제안을 하는 직원이 꽤 있었지만 마츠자와 지사장의 반대로 무산된 바가 있었다. 그럼 GSR의 특성이 어떤지를 통해 잠시 이러한 사업의 특성을 살펴보자. GSR의 모기업인 굿스마일은 본래 피규어 제작 회사이다. 피규어란 실제 사람이나 캐릭터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서 축소시킨 장난감인데, 굿스마일은 넨드로이드와 피그마라는 두 가지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을 전개해왔다. 이런 와중에서 2008년부터 회사가 모터스포츠에 도전하게 되자 이 회사다운 행보를 보였는데 1만 엔 이상을 내면 아예 개인 스폰서 명단에 올려주겠다는 것. 이것이 인기를 끌면서 2011년 시즌에 1만 명 이상이 몰렸고 2012년에도 확대되었다. 이런 방식을 채용하자는 의견이 이글 코퍼레이션/이글 모터스포츠 일본 지사에서 나왔지만 현재 국내에서 모터스포츠의 인기가 크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 스폰서 모집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 송미옥의 생각이었다. 특히 GSR의 모기업인 굿스마일 컴퍼니의 사업 영역을 확인한 이후 미옥의 이러한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비영리 재단인 카구라 재단의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카구라 재단은 최근 몇 년 간 일본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여러 활동을 해오면서 인지도를 쌓아올린 이 재단이 이글 모터스포츠에 투자를 하겠다고 제의를 해왔다. 무슨 일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는데 그것은 현 이사장이 전일본 로드 레이스(MFJ All Japan Road Race Championship)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카구라 재단의 이사장이 오토바이 레이스 매니아라서 지원할 리가 없잖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모터사이클 레이싱 팀을 지원하는 게 낫지 않아?” 하네다에서 바로 입국 심사를 마친 후 일본 지사에서 준비한 도요타 크라운 마제스타 URS206에 오른 미옥은 그 자리에 있던 마츠모토 슈이치(松本しゅういち)에게 한마디 던졌다. 마츠모토 슈이치는 이글 모터스포츠 저팬의 직원으로 근무 부서는 대외 협력팀. 본사에서는 송재혁이 있는 그 부서였다. 차이가 있다면 마츠모토 본인은 대회 출장 경험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레이싱과는 문외한이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죠. 문제는 대표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잠잠할 때마다 들리는 황태현 선수의…….” “스톱. 거기까지. 뭐,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군.” 이번 제안을 처음 확인한 것은 다름 아닌 마츠모토 본인이었다. 일본 지사 내에서 낸 의견이 본사의 반대로 반려 당하자 마츠모토 본인이 직접 작정하고 여러 기업체, 단체에 제안서를 제출한 결과 카구라 재단 측의 투자 제안이 의외로 상당했기에 본인도 경악하고 송미옥 대표에게 보고, 실무 접촉을 그가 거의 다 했고 중요한 조율만 남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카구라 재단은 최근 몇 년간 일본계 재단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행보를 보여서 산케이 같은 곳에서는 아주 비난을 퍼붓기도 했었죠.” “그건 사실이지. 내가 마츠모토 군에게 지시한 거 기억나? 제안서 받자마자 바로 자료를 내놓으라고 압박해서는…….” “대표님, 전 그 때 정말 제대로 지옥을 맛 봤습니다. 왜 한국 사람들이 그러잖습니까? 군대를 2번가는 것만큼의 악몽이 없다고요. 근데 전 자위대도 안 갔는데 그 고통을 겪게 하신 겁니까?” 차 운전석에서 그 말을 하는 마츠모토를 본 송미옥은 마녀의 미소를 지었다. 송미옥은 제안서를 받자마자 미국 출장을 준비하고 있던 사쿠라이 레이카에게 지시해서 마츠모토에게 카구라 재단의 현황, 자금력, 최근 5년 내의 활동 등에 관한 종합적인 보고서를 한국어/일어로 만들어 대표인 자신에게 다이렉트로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마츠모토는 지시를 받자마자 2개 국어로 종합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는데, 워낙에 재작성 명령이 많았는지라 마츠모토는 재작성 명령이 떨어지면 자신은 집에 가기 다 틀렸다고 판단해 아예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속되게 말해서 보고서 자체가 직원을 갈아서 만든 보고서인지라 담당자는 죽을 맛이었고 그걸 본 다른 직원들의 멘탈도 무너지는 효과를 초래했으니 송미옥의 악마본색이 드러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온 보고서를 가지고 협상 계획안을 짜다보니 지금에 이른 거지만, 의외로 계획된 협상 내용은 알찼다. 실무 회의에서는 대략적인 계획이 나왔는데 대충 잡힌 내용을 보면 스폰싱 범위는 전 세계, 프라이머리 스폰싱은 사실상 불가능, 일반 스폰싱이지만 기간이 꽤 길다. 정확한 기한은 대표 협상에서 결판나겠지만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적어도 짧으면 5년? 길면 7년 내외이다.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편할지도 몰라. 아베 신조는 지속적으로 일본의 경기 부양과 엔고를 위해 돈을 풀고 있어. 이런 상황이라면 장기적으로 스폰싱을 받아오는 게 유리해. 물론 스폰싱 금액도 문제지만 말이야.’
스폰싱 협상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스폰싱의 규모, 기간, 그리고 스폰싱에 들어가는 금액이다. 스폰서는 말 그대로 어떠한 팀이나 행사 등에 기부금을 내고 그것을 후원하는 존재이다. 이글 모터스포츠의 현재 스폰서 중 중심 스폰서는 역시나 계열사인 이글 코퍼레이션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스폰서들이 줄줄이 걸려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각 차의 제작사는 물론이거니와 타이어 공급체, 운송업체 등이 보통 모터스포츠 팀의 스폰서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글 모터스포츠는 팀 창단 초기에 스폰서 선택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본사에서 정한 조건을 맞춘 스폰서를 구하기란 어려운 수준이었다. 더욱이 일본계라면 더욱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더욱 까다로운 조건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2012년까지 이글 모터스포츠는 일본계 스폰서를 둔 전례가 없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부속하여 터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가 도쿄전력(東京電力, Tokyo Electric Power Company, TEPCO)의 엄청난 삽질로 인하여 터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적어도 한동안 일본계 스폰서를 구하는 일은 틀렸다라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의외의 제안이 나온 것이었다. 사실 카구라 재단으로서도 이번 이글 모터스포츠의 제안은 의외로 솔깃한 것이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연속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일본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덤터기 쓴 격이니 뭔가 대책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글 모터스포츠의 스폰싱 제안은 상당히 좋은 제안이었다. 즉 양측 모두 이런 저런 생각을 가지고 회담을 하게 된 것이다. 고민하던 미옥은 협상장소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장소는?” “에……, 도쿄도 치요다구에 있는 제국호텔도쿄(帝国ホテル東京)입니다.” “신본관인가?” “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 당시 제국호텔 도쿄의 본관이던 소위 라이트관은 270실, 제1신관은 170실, 제2신관은 450실로서 총 890실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일본의 영빈관이라 불리는 곳이던 이곳의 위치상 본관의 객실수는 너무 작았다. 지역적으로도 긴자, 마루노우치 사이에 있는 곳으로서 교통의 요지였다. 우치사이와이초(内幸町)역에서 3분, 인근의 히비야역 등지에서도 도보로 올 수 있고 치바현 나리타공항에서는 차로 1시간 30분, 도쿄도 하네다공항에서는 4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였기에 아무래도 새로운 건물의 건설이 필요했다. 게다가 당시 본관은 누수와 지반 침하, 노후화 등으로 인하여 더 이상 사용이 어려워지자, 일본 정부는 현관을 보존한 뒤 1968년까지 건물을 철거한 후 2년 만에 새로운 건물을 지었는데 그게 지금의 제국호텔 본관인 셈이다. 다만 이 호텔은 미옥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웬수같은 곳인데, 여기서 협상하면 잘 안되던 징크스가 그녀에게 있었다.
오전 11시 30분, 제국호텔 본관 5층, Executive Service Floor. 1층의 로비에 선 크라운 마제스타에서 내린 송미옥 일행이 도착한 그곳에는 카구라 재단에서 온 사람이 서 있었다. “이글 모터스포츠의 송미옥 대표님 맞으신가요?” “맞습니다. 카구라 재단의 이사장님께선……?” “지금 와 계시는데요, 두 분 모두…….” “네? 그게 무슨 말이신지?” 복잡한 이야기이지만, 카구라 재단의 구성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 카구라 재단은 이사장 외에 이사회 의장직이 하나 더 있다. 보통 대외적인 일은 이사장이 맡지만 실제적으로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 다만 대외적으로 이사회 의장이 직접 나서는 일이 없기에 이번 일은 미옥의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울 노릇이었다. 현재 일본지사의 지사장과 부지사장이 전부 출장중(그나마 지사장인 유카는 거의 협의가 끝나서 도쿄에서 입단식을 치르겠다고 한 상황)이니, 일단 급하게 유카에게 데이코쿠 호텔로 오게 할 것을 지시했다. 협상은 식사 후에 시작하기로 결정되었기에 유카가 도착할 타임은 오후 1시였다.
유카는 미옥으로부터 문자를 받고 당혹해했다. 1시까지 제국호텔도쿄로 오라니.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인데, 도쿄까지 오라니? 이건 무리수였다. 아무래도 밟으라는 것도 아니고. “5분 만에 가는 것은 무리겠죠?” “10시 50분 것을 타는 수밖에 없어요. 출발하시죠.” 마침 젠가도 이날은 수련이 있어서 먼저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 즉시 출발이 이뤄졌다. 이동하면서 그녀는 항공권을 예매하고 있었다. 유카의 머릿속에는 이런 계획이 잡혀 있었다.
10시 50분발 하네다 행을 타고 12시 30분 하네다 공항 도착, 체크 완료와 동시에 주차장으로 나와서 준비된 닛산 스카이라인 KV36 세단을 몰고 전속으로 달리는 것. 현실적인 한계였다.
오후 12시 58분, 도쿄도 치요다구 제국호텔 1층, 은색 스카이라인 세단이 재빠르게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여성은 빠른 속도로 5층으로 올라가 도착 신고를 했다. “유카, 조금 늦었어.” “알아요. 그렇다고 10시에 문자를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미리 주셨어야죠.” “그건 일단 미안하다고 해두지. 어쨌든, 유카. 좀 골치 아파졌어.” “무슨 문제죠?” “카구라 재단 이사장과 이사회 의장이 모두 왔어.” “네?” 유카마저 당혹한 상황. 사실 그녀도 이러한 전력은 처음이었다. 즉 대처 방안을 준비하지 못한 것, 더더군다나 이사회 의장과 이사장 직책이 분리된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만 했지만 이런 경우는 이글 모터스포츠 창사 이래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부딪혀본 다음에 그 자료를 가지고 다음에 유사한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회사에서 이런 일이 터질 때 대비할 수 있는 기록이 되지 않겠는가?
이번 편에 등장한 차량이 2대인데, 한 대는 일본 지사의 업무용 차량인 닛산 스카이라인 KV36(국내명 : 인피니티 G37)이며 한 대는 회사 중역용 차량으로 쓰이는 도요타 크라운 마제스타 URS206입니다.
닛산 스카이라인 세단 KV36. 국내에서는 인피니티 G37로 팔린다. 플랫폼은 닛산 페어레이디 Z Z34(370Z)와 공유중이며 엔진은 V형 6기통 3.7리터 330마력과 V형 6기통 2.5리터 225마력의 자연흡기 엔진 2종. 변속기는 7단 자동, 후륜구동이다.
도요타 크라운 마제스타. 크라운 시리즈 중 최상급이긴 하나, 별개의 모델로 나온다.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고 4.6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4.3리터 엔진 2종류가 나온다. 뒷바퀴 굴림. 참고로 도요타 크라운계 차량 중 최상위로 플랫폼인 S계는 렉서스 GS(구 도요타 아리스토)와 같은 플랫폼이다.
김정석 기자는 위대합니다.
근데 그 질문에 함정이 있다는 거~~ ㅋ
라운드 1이 본격적인 시작인 겁니까? ㅎㅎ
네, 빨리 올려드릴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