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스쿠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쿠프는 아시다시피 엑셀을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진 스포츠 쿠페죠.
‘스쿠프’는 88올림픽이 막 끝난 후인 1990년 2월 우리나라 최초의 2도어 쿠페로 태어났다. 당시에 이제 막 국민차 붐이 일었던 분위기에 맞춰서 참신한 컨셉트와 미끈한 스타일로 젊은이들과 여성 운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평범한 3 박스 스타일의 차들이 하나둘 넘쳐나던 당시에 날씬한 ‘스쿠프’의 등장은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데뷔할 때의 ‘스쿠프’는 스포츠 루킹카 즉 다시 말하면 모양만 스포츠카처럼 생긴 차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사용할 만큼, 소형차를 베이스로 한 패션 카에 가까웠다. 그러나 엑셀과 똑같은 엔진에서 시작한 ‘스쿠프’는 나중에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개발 엔진과 터보를 추가하면서 꾸준히 성능을 개선하여 모양새를 갖추어 나갔다.
최고 시속 200km와 0에서 시속 100km 가속에서 10초의 벽을 허문 최초의 국산차라는 기록이 조금은 부끄럽고 부실하게 출발하였던 ‘스쿠프’가 꾸준히 개선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이제는 자부심이 있는 현대자동차의 자랑거리라 할 수가 있다.
1990년대 당시의 미국에서는 쿠페형 승용차가 연간 자동차 판매의 10% 규모를 차지하고 특히 소형 쿠페가 젊은이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시대이고, 미국에 수출한 ‘엑셀’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현대자동차는 이 틈새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1989년 4윌 ‘포니 엑셀’의 후계차인 ‘뉴 엑셀’을 내놓으면서 스포츠 버전을 더하겠다고 밝혀 곧 탄생할 ‘스쿠프’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 뒤에 열린 도쿄 모터쇼에서 드디어 ‘스쿠프’가 공개가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엑셀’ SLC 즉 ‘Sports Looking Car’라는 이름으로 나온 4인승 2도어 쿠페 ‘스쿠프’는 스포츠 루킹카 라는 낯선 말을 유행처럼 퍼트렸다. ‘스쿠프’는 1990년 디트로이트와 LA, 시카고 모터쇼에도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 다음, 같은 해인 1990년 2월 22일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데뷔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표한 공식이름은 SLC나 에스쿠페의 이미지가 아닌 ‘Sports coupe’의 줄임말인 ‘스쿠프 Scoupe’로 발표가 되었다.

‘스쿠프’는 우리나라 첫 2도어 쿠페라는 점 외에도 자동차의 다양화에 기여한 의미도 또한 크다고 볼 수가 있다. 이제는 자동차가 생활의 도구나 신분과시용에서 벗어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다만 당시의 경제 여건상 호감을 가진 젊은이들이 선뜻 살 수 있을 만큼 값싼 차는 아니어서 그 인기가 매우 폭발적인 판매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스쿠프’의 크기는 길이 X 너비X 높이가 4,215 X 1,625 × 1,330 mm로 ‘엑셀’보다 6cm 짧고 5.5cm 정도 낮았으나, 폭은 2cm가 넓어 한층 안정적인 스타일을 자랑하였다. 그리고 범퍼 일체형 프론트 그릴을 지닌 매끈한 얼굴과 날렵한 스타일의 리어 스포일러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리어 필러를 안쪽으로 숨긴 깔끔한 보디가 매우 돋보였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2+2 구성의 뒷좌석은 쿠페치고는 넉넉한 편이었다. ‘스쿠프’의 당시가격은 고급형이 610만원, LS가 695만원이고 에어컨과 선루프 등을 옵션으로 준비하였다. 시내 주행연비는 15.4 km였다고 한다. 지금과 비교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지만 당시로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스쿠프’는 우리나라에서보다는 수출 시장에서 더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1990년 6월에 1,000대 선적을 시작으로 북미 354개 대리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스쿠프’는 고급형이 8,500달러, LS가 10,000 달러로 비슷한 급의 스포티 쿠페인 일본자동차인 ‘혼다 CRX’, ‘닛산 펄사 NX’, ‘지오 스톰’보다 2,500달러 이상 가격이 낮았다. 그래서 스쿠프는 괜찮은 스타일과 풍부한 옵션을 무기로 북미의 젊은이들과 사회생활을 이제 갓 시작한 직장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어 월 2,000대 이상 꾸준히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성공적인 데뷔를 한 ‘스쿠프’는 다음을 기대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1984년 7월부터 경기도 마북리 연구소에서 독자적인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개발하였는데, 외국에서 비싼 로열티를 주고 사오는 엔진을 장착해서는 수익이 맞지 않았으며, 자체개발한 엔진이 없어서는 더 이상의 기술발전이 어려웠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알파 α 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엔진 프로젝트에서 현대자동차는 설계만 288번이나 바꾸는 등 수많은 진통을 겪으면서 개발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엔진부문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연비와 출력 가운데서 현대자동차 개발진들은 과감히 출력을 택하여 개발을 시작하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실린더 당 흡기 2, 배기 1개의 3 밸브를 단 알파 엔진이었다. 또한 이와 함께 1985년 11월 설계를 시작한 수동 및 자동 트랜스미션도 1990년 9월에 개발을 끝낼 수가 있었다고 한다.
자체개발한 알파엔진의 ‘스쿠프 알파’

알파 엔진으로 출력이 개선된 ‘스쿠프’는 1991년 10월에 우리나라 최초로 터보 엔진을 장착하면서 비로소 날렵한 스타일에 걸맞은 성능을 갖추게 되었다. 바디 옆면에 스포티한 장식 테이프를 붙여 한껏 멋을 부린 ‘스쿠프 터보’는 129마력의 최고출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최고시속 200km의 벽을 깬 최고시속 205km에다가 0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도 10초의 벽을 넘어 9.18초를 기록하는 등 스포츠카에 한결 가까운 성능을 보였다.

그리고 그 해 7월에는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단순한 모양으로 디자인이 바뀌면서, 실내 인테리어 색깔도 진회색으로 변경한 92년형 모델을 출시하게 된다. 또한 이처럼 성능을 갖춘 ‘스쿠프’는 1992년 1월에는 앞뒤 램프와 범퍼의 모망을 바꾼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나왔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가로로 길어졌고 도어 몰딩 아래에 두툼한 스커트를 추가하여 한층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였다.

점점 자신을 가진 ‘스쿠프’는 1993년 4월에 뉴욕 모터쇼에 컨버터블이 선보이기도 하였지만 양산하지는 못하였다. 당시 세계적으로 컨버터블 시장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소형차인 ‘엑셀’을 베이스로 한 탓에 차체의 내구성과 강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감각적인 근육질의 스타일인 ‘티뷰론’
이처럼 우리나라 최초의 스포츠카인 ‘스쿠프’는 1995년 5월까지 6년간 모두 242,441대가 생산되었으며, 단종된 지 1년 뒤인 1996년 4월에 아반떼 플랫폼에 2.0X 엔진을 장착한 ‘티뷰론’이 그 계보를 이어가게 되었다.

‘티뷰론’은 현대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설계한 HCD-Ⅰ과 HCD-Ⅱ의 스타일링을 바탕으로 4년 2개월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탄생한 차세대 스포츠 쿠페라 할 수가 있다. 2.0X DOHC 베타 엔진과 유럽의 포르쉐의 도움을 받은 서스펜션, 속도감응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205mm 광폭 타이어, 세미 버킷시트 등을 기본 장비로 달아 1세대의 ‘스쿠프’보다 스포츠카에 한 발 가까이 간 모습이었다. 또한 1996년 10월 ECU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최고출력 156마력, 최고속도 220km로 성능을 높인 ‘티뷰론 TGX’ 모델을 추가하였으며, 다음해인 1997년 1월에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컨버터블을 선보였지만, ‘스쿠프 컨버터블’처럼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3세대 스포츠카 ‘투스카니’

이와 같이 1990년에 데뷔한 ‘스쿠프’는 1995년 ‘티뷰론’에 자리를 물려주었고, ‘티뷰론’은 다시 2001년에 ‘투스카니’로 모델 체인지를 하였다. 이상과 같이 현대자동차는 처음부터 완벽한 스포츠카를 만들지는 못하였지만, 나중에는 훌륭한 스포츠카를 만들어 냈듯이 지금의 ‘투스카니’는 과거의 무의미한 스포츠카에서 벗어나 어엿한 스페셜 스포티카로 성숙하게 된 것이다.

‘스쿠프’에서 ‘투스카니’로 이어진 현대자동차의 2도어 스포츠 쿠페 디자인의 이야기가 감히 성공담으로 마무리 할 수 있기까지는 선구자 ‘스쿠프’의 역할이 무척 컸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제는 현대자동차가 더 나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등의 스포츠카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박귀동 [trend@daumtrend.com]
기사&사진제공 : 오토조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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