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해 모터쇼에서 BMW CS Concept가 출시되었죠. 그거에 관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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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7년 중국 상해 모터쇼에서 선보인 BMW의 컨셉트인 CS. 사진출처-Autoblog China]
BMW가 CS 컨셉트를 상해 모터쇼에서 선보인 이유 (1)
글/박상원(자동차 칼럼니스트, 차량상품성연구원)
1. BMW CS 개발 이면의 사실들
지난 4월20일, BMW는 세계 최초로 CS Concept라는 차량을 중국 상해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다수의 언론매체는 CS에 대해 7시리즈의 후속 또는 상급차종으로 V10, V12 엔진을 장착할 것이라는 점과 사진 몇 장의 간략한 기사로 보도하였는데 CS의 개발 배경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개의 주요 사실들을 확인하게 된다.
2. 신흥 부자들에게 8시리즈를!
BMW는 작년 중국시장에서 총 4만5천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중 20%인 8700여대 가 기함인 7 시리즈였다. 이는 미국시장 다음으로 많은 판매량으로, 중국의 부유한 소비자들이 BMW와 최고 기함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BMW에게는 7시리즈 상급의 제품이 없다. 1, 3, 5, 6, 7 시리즈 및 Z4, X3 및 X5 등으로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 들이고 현재의 고객들을 계속 자사 라인업에 잡아두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 등 부상하는 신흥시장에서 급속히 증가하는 부자들을 잡기 위한 초 고급차가 없다.
물론 자회사인 롤스 로이스에게 초 고급차인 팬텀이 있지만 7만불 대인 7시리즈와 50만불 대인 팬텀을 메꿔 줄 차종이 전무하다. 반면에 경쟁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S클래스와 마이바흐간의 유사한 간격에 S클래스의 고성능 라인업인 AMG S63과 S65라는 두 개의 변종을 내놓아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BMW는 AMG의 경쟁상대인 자사 고성능 라인업, M 차종들의 확장을 꺼려하고 있어 증가하는 7시리즈 오너들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서 한 단계 높은 새로운 기함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CS는 수 년 전 단종된 8시리즈의 후계차로 등장하는 신형 기함으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기존의 모습과 달리 4도어 스포츠 쿠페라는 새로운 형태로 상해에서 그 모습을 예고하게 되었다.
3. 2도어 스포츠 쿠페, 스포츠카의 몰락
1989년에 탄생한 BMW의 8시리즈의 1세대 형태는 2도어, 4인승 쿠페로 1980년대 미국 증권가의 호황에서 보듯이 당시의 경제 활황을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BMW의 최고급 세단인 7시리즈 보다 높은 번호인 ‘8’에서도 나타나듯이 당시 회사의 최고기함 (halo car)을 지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미국을 강타한 불황은 8시리즈의 탄생에 찬물을 끼어 앉았고, 결국 10년 후인 1999년 후속 없이 단종되었다.
사실 BMW가 고급차종에서 경쟁사 메르세데스 벤츠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출시된 제 2세대 7시리즈 (E32) 이후였으며, 8시리즈를 추가하여 차종의 확대와 고급화를 꾀했지만 후자의 실패로 초고급차에 대한 의지가 꺾어지는 듯 했다. 반면에 경쟁사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속적인 차종 개발로 현재에 CL 그리고 SLR 등 S클래스보다 높은 급의 차종 두 개를 보유하게 된다.
이처럼 BMW로서는 7시리즈 이상의 차종에 재도전해야 했으며, 1세대 8시리즈와 달리 성공적인 런칭을 위해 개발 방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시장이 2도어 쿠페나 스포츠카에 대해 차가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BMW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었다. 사실 미국 소비자들이 한동안 선호하던 혼다 프레루드, 도요타 수프라, 닛산 300ZX, 마쯔다 RX-7과 같은 2도어 스포츠 쿠페 등은 1990년대에 갑작스러운 판매 급감으로 모두 몰락하고 말았다. BMW 또한 심혈을 기울여 만든 2도어 스포츠카인 Z3과 후계차인 Z4 조차도 판매가 시원치 않았기에 2도어 쿠페로 또 다른 초고급 차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3. 마쯔다 RX-8과 메르세데스 벤츠 CLS
2003년, 일본의 마츠다가 만든 RX-8이라는 새로운 컨셉트의 쿠페는 많은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2도어 스포츠 쿠페의 형태를 지향하지만 소위 ‘자살문 (suicide door)’라는 두 개의 작은 문을 뒤에 추가함으로써 2명의 추가 승객을 원활하게 출입시킬 수 있는 ‘4도어 스포츠 쿠페’라는 컨셉트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형태는 날렵한 쿠페의 모습이지만 4명을 태울 수 있다는 실용성은 그동안 바로 실용성의 부재때문에 2도어 쿠페를 외면했던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쯔다가 RX-8를 통해 시장성을 확인한 4도어 스포츠 쿠페 세그먼트에 참여한 다음 회사는 다름아닌 메르세데스 벤츠였다. 2004년 출시된 메르세데스 벤츠 CLS는 RX-8과 달리 후방에도 제대로 된 2개의 도어를 부착하여 사실 일반적인 4도어 세단과 같게 볼 수도 있지만, 낮은 차고와 높은 벨트라인(차량의 문 높이에 해당하는 부위)는 시각적으로 2도어 쿠페의 모습을 따르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CLS의 개발에 있어서 E클래스의 플랫폼과 부품을 다수 공유함으로써 개발비를 낮추며 위험부담을 줄였고 결국 시장에서 모체인 E클래스보다 잘 팔리는 이변을 일으켰다.
[계속]
4. 새로운 시장의 탄생
시장에서 CLS의 성공은 2도어 스포츠카/쿠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고 있던 다른 회사들에게 좋은 해답을 제공했다. 그 다음에 벌어진 것은 일종의 ‘stampede’ (가축이 우루루 몰려 드는 것)에 가까웠다. 벤츠 다음으로 새로운 세그먼트에 뛰어든 것은 영국의 애스턴 마틴이었다. 전통적으로 2도어 쿠페 차종들을 유지해 온 애스턴 마틴은 차종 확장이 절실했고, CLS의 성공은 그들에게 4도어 스포츠 쿠페가 그 해답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결국 200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그들은 래피드(Rapide)라는 컨셉트를 선보였다. 회사측은 4도어 스포츠 쿠페의 개발 이유로 부유층 중 페라리와 같이 2도어 스포츠카를 즐기지만 추가적으로 가족 일원도 함께 태우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간파하여 CLS보다 더 높은 급인 20만불 대의 초고급 4도어 스포츠 쿠페 개발을 선언하게 되었다.
2009년 출시 예정인 래피드 뒤에는 4도어 스포츠 쿠페의 시초 개발자라고 할 수 있는 울리히 베쯔 (Ulrich Bez) 박사가 있다. BMW와 포르쉐에서 활약하고 2000년부터 애스턴 마틴의 사장을 맡고 있는 베쯔 박사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대우자동차의 기술개발 부사장으로 오늘날 토스카에서 채용되고 있는 직렬6기통 엔진(L6)의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베츠는 포르쉐 시절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4도어 세단인 989의 개발을 주도했지만 1990년대 초의 불황으로 개발이 중지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즉, 시장을 한참 앞서 나간 그의 혜안은 래피드를 통해 비로소 실현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2도어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쉐 또한 989 개발 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자사 차종의 확대를 끊임없이 꾀했고, 자사의 첫 SUV인 카이엔을 2002년 성공적으로 출시시킴으로써 확대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21세기 초 전세계를 강타한 고유가라는 상황에서 SUV 세그먼트 외에 실용적인 대안으로 2005년 파나메라 (Panamera)라는 4도어 도어 쿠페를 2009년경에 출시하기로 발표한다. 포르쉐는 개발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주식의 30% 가량을 매입, 일종의 자회사가 된 폴크스바겐 그룹과 손을 잡고 카이엔에서도 그러했듯이 폴크스바겐과 플랫폼을 공유하게 되었다. 파나메라의 가격은 래피드보다는 낮은 10만불 중후반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래피드와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BMW 또한 CS를 양산하게 될 경우의 예상 가격은 10만불 대이다. 이처럼 10만불 대의 가격은 최근 성공했거나 개발중인 초고급차들의 공통분모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5. 10만불 대의 자동차 시장을 차지하라
부자들이 돈이 많아도 모두가 수십만 불, 또는 백만 불에 이르는 초고가 차량을 구입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자라는 워렌 버핏이 오랫동안 몰던 차량이 다름아닌 링컨 타운 카였다. 즉, 부자들에게도 자동차 가격에서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알기 어려웠다. 1980년대 말 공산주의의 붕괴하면서 20억이 넘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합류하면서 새롭게 생성된 부유층의 증가 속도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 벤츠와 BMW, 그리고 폴크스바겐 (이하 VW)는 증가한 부자들의 지갑들을 더 활짝 열기 위해 각자 다른 시도를 하게 된다. 우선 벤츠는 2차 대전 이후 잊혀진 마이바흐 (Maybach)라는 브랜드를 2002년 독자적인 초고급 브랜드로 부활시켜 30만불 대에 리무진인 57과 62라는 차종들을 출시한다. BMW의 경우는 세계적인 초고급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를 인수, 2003년에 리무진인 팬텀을 무려 50만불 대의 가격으로 출시한다. 이처럼 벤츠와 BMW가 자사의 초호화 고급차들의 가격을 각각 30만불 대와 50만 불 대에 ‘베팅’ 한 반면, VW는 자사가 인수한 롤스로이스의 자매 브랜드인 벤틀리를 통해 컨티넨털 GT라는 2도어 쿠페를 17만불에 출시한다.
현재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는 예상 밖의 저조한 판매량으로 고전하는 반면 벤틀리는 컨티넨털 GT의 대성공으로 연간 생산량 7천대가 수요를 못 충족시키는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자동차 회사들은 신흥 부자들에게 심리적인 마지노 선이 10만 불 대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또한 이는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가 형성하는 7-8만불 대의 바로 상위 가격대이기도 하다. 결국 BMW는 CS를 양산하면서 2009년 출시될 5세대 7시리즈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현 M5에 탑재되는 V10엔진과 파생형인 V12엔진 등을 탑재, 가격을 10만불 대에 맞추며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6. 세계 시장을 좌우할 중국 시장
BMW가 이렇게 중요한 모델인 CS를 금년 9월 개최될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아닌 신흥 시장인 중국의 상해 모터쇼에서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여기서 BMW의 디자인 철학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과 독일 소비자들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크리스 뱅글이 처음으로 자신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차종은 2002년에 출시된 4세대 7시리즈 (E65)였다. 하지만 독일의 고객들은 7시리즈가 다소 급진적으로 변신한 것에 심한 반감을 갖게 되었고, 독일 시장에서 벤츠 S클래스와 아우디 A8에게 판매량에서 밀리는 수모를 당하고 만다. 하지만 BMW의 ‘새로운’ 디자인 시도는 북미시장과 아시아 시장에서 수용되었고 해당 시장에서 4세대 7시리즈는 3세대 모델에 비해 판매가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물론 BMW는 독일 고객의 반발을 의식하여 2006년 페이스 리프트에서 디자인을 완화하여 반발을 가라 앉히고자 했다. 하지만 CS에서는 크리스 뱅글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독일 고객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에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를 중국에서 BMW의 디자인 철학에 대한 논란은 독일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BMW의 창립부터 함께 BMW와 함께 한 독일의 고객들에게 수 십 년간 고정된 BMW의 이미지 변신이 받아 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BMW를 근래에 접하게 된 중국 고객들은 이러한 새로운 이미지를 BMW라고 충분히 받아 들일 수 있었다. 즉, CS 컨셉트를 통한 BMW의 디자인 철학 선언은 중국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전세계에 정당하게 선언할 수 있었다는 점도 CS의 상해 모터쇼 출시와 관련이 있을 듯 하다.
7.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컨셉트카
이렇듯 BMW CS 컨셉트의 등장은 갈수록 확대, 세분화되어 가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잡기 위한 각 회사들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많은 회사들의 고전에서 보듯이 대중차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달리 만불 이하의 차종들과 십만 불 이상대의 차종들의 판매 증가는 전세계적으로 중산층의 두께가 얇아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BMW가 이러한 시장 상황 어떻게 대체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CS 컨셉트카의 화려하고 현란한 곡선 이면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의 사실들과 미래에 대한 BMW의 숨가쁜 도전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기사&사진 : 글로벌 오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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