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미니밴 카니발이 3세대로 진화하면서 차명을 그랜드카니발로 바꾸었다. 미니밴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크라이슬러의 그랜드보이저 등 미국시장 경쟁 모델을 의식한 각종 편의장치가 돋보이는 그랜드카니발은 무엇보다 11인승 사양을 라인업해 세제의 변화에 민감한 국내 오너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IMF 첫 해에 등장해 우수한 연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카니발의 후속 모델 그랜드 카니발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사진 실장)
카니발은 IMF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등장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모델이다. 1998년 1월 대비해 2001년 2월 카니발Ⅱ로 진화하기 전까지 162,780대를 판매했고 다시 올해 풀 모델체인지를 하기 전까지 191,794대를 판매해 현대 트라제 XG와 함께 국내 미니밴의 양대산맥을 이루어왔던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출시장까지 포함하면 카니발은 트라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왔다. 예를 들어 2004년 실적에서 카니발은 수출 120,515대를 포함해 모두 139,830대를 판매한데 비해 트라제XG는 수출 20,493대를 포함해 45,702대를 판매해 큰 대조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 판매는 2001년 72,476대 수준에서 작년에는 19,315대로 크게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것은 모델의 라이프 사이클로 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동차관리법상 승용차 기준의 상향 조정과 경유가의 단계적인 인상이라는 외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다.
더불어 탄생 당시 기아자동차는 독자적인 모델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합병으로 인해 현대자동차 그룹의 일원이 되어 있다. 따라서 플랫폼 통합 등 모델 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의 변경도 이번 모델체인지의 이유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카니발의 최대시장인 미국에서의 제품 경쟁력 향상에 있었을 것이다. 카니발은 2001년부터 올 5월까지 미국시장에서만 20만 7천여대를 판매했다는 것이 이 설명을 뒷받침해 준다. 더불어 미니밴의 원조인 크라이슬러를 비롯한 미국 미니밴들과 본격 경쟁을 통해 나름대로의 세그먼트 확보를 시도하고자 한 의도도 다분히 비치는 차만들기를 하고 있다.
슬라이딩 도어 개폐방식을 비롯해 각종 수납공간, 시트 베리에이션 등 사용자의 손이 가는 부분부분에서 어떤 모델을 벤치마킹했고 어느 시장을 공략하려 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기존 카니발이라는 이름 앞에 그랜드를 추가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 모델을 육성해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메이커들은 국내 자동차 유저들의 높은 안목 덕분에 빠른 속도로 제품력을 향상시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흔쾌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미국시장의 비중에 비해 현지 품질조사에서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그랜드카니발을 계기로 한 단계 향상된 품질을 기대해 본다.
Exterior
전형적인 2박스카인 그랜드카니발의 스타일링은 선대 모델에 비해 직선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에지를 더 날카롭게 처리한 것은 물론이고 캐릭터 라인도 더 강하게 처리해 변화의 폭이 크다. 그것이 노리는 것은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함일 것이다. 라운드화가 보편화된 오늘날의 트렌드와의 차이가 보이는 대목이다.
프론트 페이스만 분리해서 보면 세단형 승용차 감각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터치가 살아 있다. 프로젝션 타입의 삼각형 헤드램프가 강한 엑센트의 역할을 하고 있고 와이드 범퍼를 중심으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 인테이크의 조화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다만 그릴 가운데 바를 한번 더 삽입함으로써 약간 중복된 느낌을 주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양쪽에서 시작되어 윈드실드로 이어지는 캐릭터라인도 그 역할이 크다. 다만 선대 모델에 비해 슬랜트 경사각이 더 가파르게 처리되어 있다.
사이드 실루엣에서는 더 확연히 그랜드카니발의 성격이 드러나 있다. 분명 D필러까지 있는 다인승차의 전형적인 구조를 하고 있지만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루프라인이 평행선에 가까웠던 선대 모델에 비해 사다리꼴을 이루고 있어 꾀나 공격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기아측은 윈도우의 면적을 더 넓게 해 개방감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리어 윈도우를 전동으로 개폐할 수 있게 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경우는 아예 개폐가 되지 않아 답답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슬라이딩 방식의 리어 도어를 개폐할 때 지지대가 되는 레일이 윈도우 글래스 맨 아래쪽에 숨겨져 있던 선대와는 달리 10여cm 아래 별도의 라인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것은 허리 아래쪽의 크롬몰딩 가니시와 함께 역시 조금은 복잡한 느낌을 준다.
재미있는 것은 기아자동차가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는 회전반경 제어장치다. 평소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 스노우 체인을 장착하지 않을 때 스티어링 칼럼 왼쪽의 VRS(Variable Rock Stroke)를 OFF로 하면 체인의 간극만큼 조향 스트로크를 활용할 수 있어 회전반경을 작게 한다는 것이다.
리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투싼과 비슷한 터치가 보인다. 기아측은 SUV 감각이 조화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롬몰딩 처리한 리어 가니시가 엑센트다. 리어 도어는 운전석 또는 2열 시트 오른쪽에 있는 버튼으로 전동 개폐가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차체의 크기는 전장×전폭×전고 5,130x1,985x1,780(1,630)mm 휠 베이스 3,020mm.
Interior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한층 럭셔리한 분위기를 추구하고자 한 흔적이 확연하다. 내장 컬러는 베이지와 그레이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투톤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낮은 톤이어서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트림 운영은 Limited 와 GLX, GX 등 세 가지가 설정되어 있다.
대시보드는 상당히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것은 우드 트림을 바탕으로 다시 메탈릭 패널을 삽입한 센터페시아의 컬러로 인한 것이다. 물론 운전석과 조수석 따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 시스템도 그런 이미지를 갖게 하는데 역할을 한다. 참 뒷좌석을 위한 에어컨 컨트롤 페널이 운전석 머리 바로 뒤 천정에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운전석에서 일단 ON상태로 해 주어야 작동이 된다. 센터페시아는 맨 위 시계부터 그 아래 AV모니터, 그리고 공조 시스템과 매 아래 실렉트 레버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용하고자 하는 버튼을 찾기 위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는 얘기이다.
우드와 가죽으로 치장된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틸팅 기능만 있고 텔레스코픽은 없다. 대신 스티어링 칼럼 왼쪽에 있는 버튼으로 페달류의 높낮이를 조절해 시트 포지션을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계기판은 고휘도의 LED타입인데 화려함에 신경을 쓴 때문인지 주간 시인성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센터페시아의 일목요연함과는 달리 여러가지 기능을 삽입한 때문에 운전석 주변에는 기억해야 할 버튼류들이 상당히 많다. 도어 트림쪽의 윈도우 개폐 버튼과 시트 모양의 시트 조절 버튼, 스티어링 칼럼 왼쪽의 버튼, 루프 부분에 있는 리어 도어 및 윈도우 개폐 버튼 등 숙지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운전석에서 리어 도어를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오버헤드 콘솔에 있는 PWR버튼을 누른 상태에서는 운전석이나 B필러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전동으로 개폐가 된다. 그것이 귀찮을 때는 PWR버튼을 해제하면 밖에서 수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그럼에도 배치를 어지럽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은 평가할만하다.
다만 통상적인 위치에 있는 선글래스 보관함을 열면 오목 거울이 나오고 선글래스 보관함은 운전석 머리 왼쪽 부분에 별도로 설계하고 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성이다.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이야기거리가 될만하다. 프론트 센터페시아와 1열 시트 위쪽에 뒷좌석을 위한 모니터가 각각 설계되어 있다. 글로브 박스의 내비게이션용을 제외하고도 각각의 모니터 부분에는 DVD 삽입부가 두 군데나 더 설계되어 있다. 물론 MP3도 들을 수 있다.
시트는 11인승이다.
프론트는 운전석 8웨이, 조수석 4웨이 전동 조절식으로 히팅 기능이 채용되어 있다. 착좌 위치는 이 세그먼트의 차로서는 보통 수준이다. 차체가 길기 때문에 후진할 때 측면과 후방 시야가 약간 방해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랜드카니발은 미니밴이니만큼 무엇보다 비중을 둔 것은 각각 3인승씩의 2열과 3열, 4열 시트의 베리에이션일 것이다. 2열과 3열 시트는 물론 풀 플랫이 되는데 헤드 레스트를 모두 분리해야 한다. 2열 시트는 3열 시트를 위한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그런데 구조상 2열과 3열 시트는 각각 두 개의 정상적인 시트와 하나씩의 보조 시트 개념으로 설계되어 있다. 아예 그렇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 4열 시트는 3인승이라고는 되어 있지만 어린이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 다시 말해 말 그래도 세제를 감안한 11인승이라는 얘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인승 차량이라는 차의 성격에 걸맞게 차 안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납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 박스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분리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C필러와 D필러 사이에는 좌우에 컵 홀더와 별도의 수납공간 등을 설계해 공간을 빈틈없이 활용하고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그랜드카니발에 탑재되는 엔진은 2.9리터 CRDi로 현대 테라칸에 탑재된 것과 같은 것으로 2,902cc 직렬 4기통 최고출력 170ps/3,700rpm, 최대토크 36.0kgm/2,000~3,000rpm을 발휘한다. 물론 다시 개량을 통해 출력은 165ps에서 5ps가 향상되었다. 같은 엔진인데 출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은 엔진 룸 내부에 기술적인 개량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향상된 출력만큼 다른 부분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을 뜻한다.
트랜스미션은 5단 AT이지만 뒷바퀴 굴림방식인 쏘렌토의 것과는 다른 앞바퀴 굴림방식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우선은 기어비를 점검했다. 레드존은 4,500rpm부터.. 100km/h 에서 엔진회전은 1,800rpm이 채 안 된다.
정지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5km/h에서 2단, 75km/h에서 3단, 115km/h 에서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140km/h까지는 거의 같은 톤으로 가속이 된다.. 승용차 감각의 가속력과는 차이가 나지만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약간 호흡을 고른 뒤 다시 147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다시 약간 인내심을 가지고 오른발에 힘을 주면 3,000rpm 에서 170km/h 까지 계기판의 바늘이 올라간다. 테라칸에 탑재되었던 엔진과 쏘렌토의 트랜스미션이 결합한 조화는 크게 지적할만한 것은 없을 것 같다. 특히 기존 카니발 엔진이 연비성능은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존 엔진은 물론이고 CRDi 버전도 매연 배출량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주행성능에서는 특별히 파워풀하다거나 부족하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 차의 성격상 필요한 속도 영역까지는 아무런 부담이 없이 매끄럽게 진행을 해준다. 다만 가속을 위해 킥 다운을 하면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침입한다. 출력 향상의 대가인 것 같다. 주행 소음이라든가 풍절음의 차단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엔진 소음은 감각적으로 쏘렌토보다 더 큰 것 같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부드럽고 여유있는 주행을 하고자 하면 그런 소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트랜스미션의 변속 감각도 특별히 지적할 것이 없다. 물론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로부터의 사용에 대한 의견이 종합되어야 하겠지만 시승차의 경우는 시프트 쇽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시프트 업한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 댐핑 스트로크는 기본적으로 길게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스티어링의 조타각을 크게 하지 않고 달리면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물론 차체의 특성상 롤 센터(무게 重心 )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와이드 보디로 인해 크게 안정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다만 항상 하는 얘기이지만 차의 장르에 맞는 운전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핸들링 특성은 언더가 뚜렷하다. 차체의 무게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체 자세안정제어장치인 VDC가 채용되어 있는데 개입 포인트가 상당히 늦다. 코너링시 한쪽 뒷바퀴가 거의 들리다시피 하면 그때야 계기판에 VDC라는 노란 경고등이 들어온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좋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성격의 차에서 VDC의 역할을 어느 포인트에 맞추어야 할지, 운전자는 어떤 상황을 예상하고 차를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서다.
안전장비로는 프론트 듀얼 에어백을 비롯해 ABS, VDC 등이 채용되어 있다.
그랜드카니발은 내용면에서는 분명 미국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을 갖춘 차만들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시장에서는 세제 변화로 인해 구매를 꺼리는 오너들을 위해 11인승이라는 시트 구성으로 유혹하고 있다.
기아측은 특소세 면제차량으로 부가세 환급 대상이 된다는 점, 7인승 SUV 대비 등록세 34만원 절감, 2008년 이후 자동차세도 71만원 절감, 10인 이하 차량 대비 지역건강의료보험 연간 24만원 절감, 혼잡통행료 면제 등 경제적인 이익도 상당히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랜드카니발만으로도 패밀리 레저카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앞으로 소비심리의 회복 여하에 따라 선대 모델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요제원 그랜드 카니발
크기: 전장×전폭×전고 5,130x1,985x1,780(1,830)mm 휠 베이스 3,020mm
트레드 앞/뒤 1,685/1,685mm
차량중량 2,211(2,184)kg
실내 : 장×폭×고 -
연료탱크 용량 80리터
트렁크용량 : 1,421리터(3,4열 백폴딩시)
엔진: : 2,902cc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97.1×98mm
최고출력 170ps/3,700 최대토크 36.0kgm/2,000~3,000
구동방식: FF
트랜스미션: 5단 AT
기어비:(1/2/3/4/5//R) 3.789/2.064/1.421/1.034/0.728//후진 3.808
최종감속비 3.333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 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유압식)
타이어 앞 235/60R 17
가속: 0-100km/h 15.9 초
최고속도 188 km/h
최소회전반경 5.7 m
연비: 10.2km/리터(MT 12.5)
차량 가격 GX 고급형 1,980만원, GLX 기본형 2,270만원, LIMITED 고급형(A/T 기본) 2,920만원 (부가세 포함)
기사&사진 제공 : 글로벌 오토뉴스(http://global-auto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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