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SUV인 Q7의 시승기가 공개되었습니다. 탑기어코리아를 통해 얻었습니다.
아우디의 SUV 시장 진출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올로드 콰트로가 있다고는 하지만 경쟁 영역이 달랐고, 결과도 신통치 못했다. 그렇다고 이미 포화상태로 치달은 시장에 막무가내로 뛰어들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고, 결론은 모델 차별화였다. 후발주자의 깊은 고민은, 2003년 Q7의 전신인 파이크스 피크 콰트로(Pikes Peak Quattro) 컨셉트카를 선보인 뒤 200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공식 데뷔까지, 2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작전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올해 3월 유럽 시장에 처음 출시된 이래 1만6천 대, 6월 출시된 미국에서는 한 달 만에 1천300여 대가 팔렸다. Q7의 합류는, 아우디라는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Q7 디자인 팀은 아우디 가문에 처음 합류하는, 그것도 전혀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야 했기에 부담감이 컸다. SUV 고유의 특징을 담아야 했고, 여기에 아우디만의 언어가 배어나야 했다. 게다가 유럽, 미국, 아시아 시장 등 나라 사정에 맞는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고려해야 했다.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더하기 빼기만으로 끝낼 수 있는 숙제도 아니었다. 경우의 수에 수열까지 더해진 최고 난이도 문제였다. 숙제의 해답은 바로 Q7이었다. Q7의 관전 포인트는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 수직에 가까운 싱글 프레임 그릴, 해치 게이트와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 테일램프, 그리고 대담한 휠 아치. 그러나 이에 앞서 남다른 관심거리는 바로 엄청난 덩치다. 길이ⅹ너비ⅹ높이가 5천86ⅹ2천277ⅹ1천737mm. 수입 SUV 중 가장 덩치가 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5천105ⅹ1천975ⅹ1천945mm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크기로만 따진다면 분명히 풀 사이즈 SUV다. 최근의 추세인 암팡지고 타이트한 스타일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미련할 정도로 너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우디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썼다. 바로 위에서 말했던 쿠페 스타일의 날렵한 루프라인을 쓴 덕이다. 여기에 짧은 앞뒤 오버행도 한몫을 했다. 길지만 길어 보이지 않고 높지만 높아 보이지 않는다. 포르쉐 카이엔이나 닛산 FX, 그리고 최근 선보인 GM대우의 윈스톰까지, 이런 터치는 세단을 포함한 최근 모델들의 전형적인 트렌드고, 아우디 역시 이를 충실히 따랐다. 세상의 모든 공기를 빨아들일 듯,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한 커다란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연 압권이다. 아우디 가문의 적자임이 분명하다고 천하에 선언하고 있다. 보닛 위에 짙게 새겨진 V자형 라인이 무게감을 한껏 높인다. A필러에서 출발해 D필러까지 이어지는 루프라인이 물 흐르듯 유연하다. 날카로운 벨트라인과 조합을 이루어 역동적 이미지를 연출한다. 붓 터치 한 번으로 부드럽게 그려낸 테일램프와 그 사이에 자리한 아우디 로고, 그리고 Q7이라는 이름표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뒤쪽 디자인도 깔끔하다. 언뜻 밋밋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의도된 디자인으로, 오래 보아도 싫증이 들지 않는다. 엄청난 파워를 시위하려는 듯 범퍼 아래로 살짝 드러난 듀얼 머플러도 인상적이다. 차를 선택할 때 70% 이상이 디자인에 중점을 둔다. 성능은 그런대로 맞춰 지낼 수 있지만 디자인 만큼은 항상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Q7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 지난해 일본에서 잠깐 만난 적이 있다. 성능은 뒤로 미루더라도 엄청난 덩치가 껄끄럽게 다가왔다. 그러나 선입견일 뿐이었다. Q7은 크지만 굼뜨거나 둔해보이지 않고 길지만 날렵해보이는, 가만히 서 있어도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스타트 총성과 함께 쏜살같이 튀어 나가기 위해 스타트 라인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육상선수 모습 그대로다. 안락함을 최우선 과제로 최고급 소재와 함께 꼼꼼한 마무리가 돋보인다. 중후한 분위기고 고급스러움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큼직큼직하다. 대시보드에 자리한 7인치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디스플레이를 가운데 두고 양쪽 사이드에는 주차 경고등 및 글러브 박스 개폐 버튼이 달려있다. 방패 타입의 아우디 로고가 붙어있는 스티어링 휠은 생각보다 작다. 레이싱용 튜닝 핸들처럼 어떤 순간에서도 빠르게 돌릴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핸들 림 뒤쪽에 달린 시프트 패들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박진감 넘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좌우 대칭 물방울 모양의 타코미터와 속도계 게이지를 좌우에 두고 중앙에는 트립미터, 자동점검 컨트롤 시스템 정보, 기어 레인지 등 각종 운전자 정보가 나타난다. 우드 그레인과 메탈릭 컬러로 장식한 기어 레버 주변은 Q7의 두 번째 핵심 포인트. 아우디의 자랑인 MMI(Multi-media Interface) 시스템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특히 Q7에는 아우디 국내 판매 모델 중 처음으로 한글이 지원된다. 아우디 측에 따르면 판매량 1만5천 대 미만의 시장에서 MMI 현지 언어 지원은 전례가 없는 일. 한글 MMI는 그 만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반영되었다는 의미다. 운전자는 한글 MMI를 통해 오디오 및 TV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부터 서스펜션 등 메커니즘 관련 목록까지 쉽게 조작할 수 있다. 4존 에어컨 시스템, 냉장 기능이 있는 글러브 박스와 도어트림, 암레스트 겸용 센터콘솔 등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각종 수납함을 준비했다.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가 3열 시트 위까지 커버해 시원한 개방감, 쾌적한 자연광을 누릴 수 있다. 시트는 2+3+2의 3열 7인승. 쿠션 좋은 가죽시트가 아늑하게 감싸준다. 60 : 40으로 접을 수 있는 2열은 앞뒤 최대 100mm까지 조절할 수 있어 레그룸과 헤드룸을 넉넉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가운데 자리는 등받이가 짧고 좁아 어른이 앉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이 때문에 Q7이 7인승이 아닌 6+1인승으로 승인을 받았다. 승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7인승 승합에 비해 채권구입 비용이 조금 더 든다. 분할 폴딩 타입의 3열 시트 역시 덩치 큰 성인이 앉기에는 무리. 특히 뒷바퀴 위에 얹은 형태라 무릎공간과 헤드룸이 부족하다. 아우디 역시 키 160cm 이하 성인이 타기에 적당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커다란 차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시트 규격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넉넉한 짐 공간과 미니밴 못지않은 다양한 시트 활용성으로 만회했다. 3열을 세운 뒤 뒤쪽에 넣을 수 있는 최소 짐 공간은 330ℓ, 3열을 접었을 경우는 775ℓ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2열까지 폴딩하면 최대 2천35ℓ의 짐을 실을 수 있다. 시동키를 꽂고 한참을 달린 뒤에야 깨달았다. 디젤차임을.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물론이고 주행 중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물론 시승차는 디젤 엔진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키를 받고 나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치고 나가는 맛이 최근 탔던 차중 가장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음악을 틀어놓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순간에도 귓속을 괴롭히는 소음이 없었기에 꽤나 유쾌하게 달리기만 했다. 신경이 무디다고 탓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액셀 페달이나 트랜스미션을 통해 타고 올라오는 디젤 특유의 진동조차 잡아낼 수 없었다. 한참을 지나서야 4천500rpm에서 레드존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고, 차에서 내려 해치 게이트에 새겨진 '3.0'이라는 숫자를 확인하고서야 디젤 엔진임을 새삼 알아챘다. 길이 5m 이상, 무게 2.3톤이라는 숫자는 말 그대로 단지 숫자일 뿐이다. Q7에게는 그랬다. 출발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 즉각적인 액셀 반응 덕에, 어느 순간에서든 액셀 페달에 얹은 미세한 발 놀림만으로도 강력하게 튀어 나간다. 변속충격도 거의 없어 변속 타이밍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시속 100km부터 시작된 가속은 시속 160km를 넘기고 175km를 지나도 지치지 않는다. 안정된 주행, 조용한 실내는 속도대를 무시한다. 몸으로 체감하는 속도는 실제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 디젤차에서 이런 기분은 처음. 오른쪽 귀로 들어오는 우렁찬 배기 사운드와 왼쪽 귓가를 때리는 바람소리를 배경 삼아 제대로 '쏘는 맛'을 즐길 법도 한데, 운전재미가 반감된다는 말은 너무 행복한 고민일까.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SUV, 그리고 거기에 담긴 4WD 시스템은 오프로드 능력보다는 온로드의 안정성에 중점을 둔다. 또 1억 원에 가까운 차로 오프로딩 능력을 평가할 일도 없겠지만 '아우디가 가는 길이 곧 길'이라는 그들의 말을 믿고 오랜만에 억센 오프로드에 차를 올려보기로 했다. 21.9도의 접근각과 23.4도의 이탈각, 여기에 165mm에서 최대 240mm까지 높일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도 든든한 무기. Q7의 적응형 에어 서스펜션은 다이내믹, 자동, 컴포트, 오프로드, 리프트 등 5개 모드로 되어있다. MMI로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한 번의 액셀 반응만으로도 '툭툭' 치고 나가는 자갈길은 재미가 없다. 장마로 길 가운데가 패인 곳에 바퀴가 빠져 잠시 멈칫거렸지만 그대로 밀고 올라간다. 장애물을 만나도 바퀴만 슬쩍 댄 뒤 힘만 주면 어김없이 타고 넘는다. 자신감 충만. 물길이고 비탈이고 'Q7이 가는 곳이 바로 길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깨지고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미덕으로 비춰지는 하드코어 경기장이 아닌 이상, Q7이 가지 못할 길은 없어 보인다. Q7에서 Q가 의미하는 콰트로 힘이다.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주파력이 세 번째 관전 포인트였고 정숙한 실내는 덤으로 얻을 수 있었던 보너스였다. Q7을 위한 아우디의 고심의 흔적은 여기저기에서 엿볼 수 있었고 결코 헛되지 않았다. 대박을 터트릴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SUV 시장은 결코 만만한 영역이 아니다. 럭셔리 SUV 시장을 열었던 벤츠가 1세대 M클래스의 실패를 발판 삼아 2세대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럭셔리 SUV 부동의 간판 스타인 BMW 역시 곧 2세대 X5를 발표한다. 포르쉐 카이엔과 폭스바겐 투아렉, 볼보 XC90,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도 저마다 자기 영역을 굳건히 다진 상태. 모두들 결코 쉽사리 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세워 놓고 있다. 여기에 SUV 붐도 한풀 꺾여 예전 같지 않다. 그만큼 나눠먹을 시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 여하튼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아우디는 25년 동안이나 숙성 시켰던 콰트로 시스템을 베이스로, 아우디의 장점만을 뽑아냈기에 자신하고 있다. 또 나눠먹기가 아닌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빙의 승부, 과연 어떤 결과로 끝날 지, 두고 볼 일만 남았다. Q7 |
기사&사진 제공 : 탑기어 200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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