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550i에는 재미있는 숫자 관련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번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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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즈음에서 BMW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전의 35, 45가 없어지고 40, 50, 60으로 정리를 하면서 숫자를 단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반가운 변화다. 최근 그 변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550i를 시승했다. 물론 750iL을 통해 먼저 만나본 엔진이지만 750iL이 갖는 의미와 550i가 갖는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750iL 위에는 760iL이 있지만 550i는 5시리즈의 최고봉이라는 점과 더불어,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큰 산맥의 정상에 있는 M5가 속세로 내려온 현신이라는 점이 그렇다.
그렇다. M5는 너무나 큰 산맥이다. 그나마 새롭게 등장한 E60 M5는 그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MG 변속기를 통해 문호를 열어 놓고 있긴 하지만, 이전의 E39 M5는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강력한 파워를 추출하는 도구로 수동 변속기만 적용된 점은 수동변속기를 조작하지 못하는 수 많은 이들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선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이들의 욕구를 대신 채워 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540i였다. ‘자동 변속기를 단 M5’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그런 차였던 것이다. 실제로 540i의 강력한 파워와 카리스마 넘치는 달리기 성능은 많은 이들을 만족시켰으며, M5를 향한 외사랑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위안처가 되었다.
세대가 바뀌어 5시리즈가 E39에서 E60으로 넘어가면서 540i를 대체한 모델은 545i였다. 하지만 545i는 540i가 가지고 있었던 ‘M5스러운’ 면이 많이 퇴색되어 있었다.
540i와 545i는 뜻 밖에도(?)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얹고 있다. 각각 4.0리터와 4.5리터가 아니라 모두 4.4리터(4,398cc) 엔진이다. 그것은 초기 V8 4.0리터 엔진이 4.4리터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가 7시리즈가 등장하면서 V8 4.4리터 모델에 745i라는 이름을 처음 쓰게 되면서부터 운명이 갈린 결과다. 이 후 5시리즈에도 745i의 4.4리터 엔진을 얹으면서 545i가 된 것이다.
하지만 성능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540i의 4.4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5,400rpm에 최대토크 44.9kg.m/3,600rpm이지만 545i의 4.4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333마력/6,100rpm에 최대토크 45.9kgm/3,600rpm이다. 토크는 1Kg.m가 늘어났지만 출력은 무려 47마력이 늘어났다.
어쨌든 540i와 545i는 같은 배기량임에도 출력과 토크가 다른 만큼 545i의 성능이 더욱 강력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E60으로 넘어가면서 경량화에도 신경을 써 오히려 차량의 무게도 줄어든 만큼 성능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물론 수치상의 성능도 545i가 조금 앞서, 0~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6.2초에서 5.9초로 0.3초가 단축되었다.
하지만 실제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려 보았을 때 기대는 약간 빗나갔다. 정작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에서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더 빨라졌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짜릿함에서는 더 멀어진 느낌이었다. 더욱 안락해진 5시리즈의 성격이 반영된 545i는 540i가 가지고 있던 M5의 혈청인 강력한 카리스마가 많이 약해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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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BMW 코리아는 새로운 M5와 함께 새로운 V8 4.8리터 엔진을 얹은 550i와 650i를 선보였다. 역시 배기량과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 어쨌든 앞서도 말했듯이 50, 40으로 정리한 것은 잘 한 것 같다.
5시리즈의 새로운 기함이 된 550i를 시승하면서 관심은 이전 540i의 짜릿함이 살아났을까 하는 것이었다. 550i의 4.8리터 엔진은 367마력/6,300rpm의 최고출력과 50.0kg.m/3,400rpm 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에 5.6초가 걸린다. 545i에 비해 출력에서 34마력, 토크가 4.1Kg.m 늘어났으며 가속 성능은 다시 0.3초가 줄었다. 실제 시승에서도 높아진 파워는 몸으로 느낄 만큼 크게 다가왔다. 여전히 안락하지만 과거 M5를 타는 짜릿함을 대신해 주었던 540i를 능가하는 통쾌한 달리기가 살아났다.
이쯤 되자 이번에는 550i를 구형 E39 M5와 비교하기에 이르렀다.
E39 M5는 V8 5.0리터에 최고출력 400마력/6,600rpm과 51.0kg.m/3,800rpm의 최대토크를 내며 0-100km/h 가속에 5.3초가 걸렸다. 배기량 차이는 142cc(4,941-4,799)이며 출력은 33마력, 토크는 겨우 1Kg.m의 차이가 날 뿐이다. 더욱이 자동6단 변속기를 달고도 수동 6단의 M5와 0-100km/h 가속시간 차이가 0.3초 밖에 나지 않는 달리기 실력은 놀랍다. 같은 수동 6단 변속기를 단다면 과거 M5를 능가할 수 도 있는 실력이다.
결국 새롭게 단장한 5시리즈의 최고봉 550i는 과거 M5의 성능과 느낌에 가깝게, 그러나 더욱 안락하게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치상으로든 실제 느낌으로든 이제는 완전히 ‘자동변속기를 단 M5’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550i가 과거 M5의 영역을 넘보는 동안 새 M5는 홀연히 V8의 세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F1에서 갈고 닦은 기술이 녹아 든 무려 507마력 V10의 경지로 들어선 것이다. 이제 새 M5를 만날 차례다.
글,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기사&사진 제공 : 글로벌 오토뉴스(http://global-autonews.com )
기자가 자동차에 처음 관심을 가질 무렵, 참 재미있는 내용 중의 하나는 자동차의 이름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나 일본 자동차들은 차 마다 이름이 달라 일방적인 ‘암기식’공부가 아니면 외울 수가 없었지만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들은 암기식이 아닌 이해를 통한 공부가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BMW는 3, 5, 7로 시리즈가 이루어져 있으며, 각 시리즈의 숫자 뒤에 붙은 두 개의 숫자는 배기량을 의미한다. 그랬다.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BMW의 모든 차는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방식이었다. C, E, S로 클래스가 이루어져 있으며 클래스 명인 영문자 뒤에 붙은 3개의 숫자는 배기량을 의미한다. 3, 5, 7에 비해 쉽게 이해가 안 되는 C, E, S이긴 했지만 기자의 IQ로도 그 정도야 암기할 수 있었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기본 공식에 변화가 자주 일어났다.
BMW 320i는 배기량이 한 때 2.2리터였으며, 745i는 4.4리터였고 현재 523i는 2.5리터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마찬가지여서 C180과 C200, C230이 모두 1.8리터 모델이었다가 최근에 C230은 2.5리터가 되었다. 한 때 S350은 3.7리터였었고 E280은 3.0리터다. 이런……
처음엔 어쩌다 마주친 한 번의 일탈이려니 했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젠 공식을 배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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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즈음에서 BMW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전의 35, 45가 없어지고 40, 50, 60으로 정리를 하면서 숫자를 단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반가운 변화다. 최근 그 변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550i를 시승했다. 물론 750iL을 통해 먼저 만나본 엔진이지만 750iL이 갖는 의미와 550i가 갖는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750iL 위에는 760iL이 있지만 550i는 5시리즈의 최고봉이라는 점과 더불어,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큰 산맥의 정상에 있는 M5가 속세로 내려온 현신이라는 점이 그렇다.
그렇다. M5는 너무나 큰 산맥이다. 그나마 새롭게 등장한 E60 M5는 그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MG 변속기를 통해 문호를 열어 놓고 있긴 하지만, 이전의 E39 M5는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강력한 파워를 추출하는 도구로 수동 변속기만 적용된 점은 수동변속기를 조작하지 못하는 수 많은 이들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선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이들의 욕구를 대신 채워 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540i였다. ‘자동 변속기를 단 M5’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그런 차였던 것이다. 실제로 540i의 강력한 파워와 카리스마 넘치는 달리기 성능은 많은 이들을 만족시켰으며, M5를 향한 외사랑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위안처가 되었다.
세대가 바뀌어 5시리즈가 E39에서 E60으로 넘어가면서 540i를 대체한 모델은 545i였다. 하지만 545i는 540i가 가지고 있었던 ‘M5스러운’ 면이 많이 퇴색되어 있었다.
540i와 545i는 뜻 밖에도(?)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얹고 있다. 각각 4.0리터와 4.5리터가 아니라 모두 4.4리터(4,398cc) 엔진이다. 그것은 초기 V8 4.0리터 엔진이 4.4리터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가 7시리즈가 등장하면서 V8 4.4리터 모델에 745i라는 이름을 처음 쓰게 되면서부터 운명이 갈린 결과다. 이 후 5시리즈에도 745i의 4.4리터 엔진을 얹으면서 545i가 된 것이다.
하지만 성능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540i의 4.4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5,400rpm에 최대토크 44.9kg.m/3,600rpm이지만 545i의 4.4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333마력/6,100rpm에 최대토크 45.9kgm/3,600rpm이다. 토크는 1Kg.m가 늘어났지만 출력은 무려 47마력이 늘어났다.
어쨌든 540i와 545i는 같은 배기량임에도 출력과 토크가 다른 만큼 545i의 성능이 더욱 강력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E60으로 넘어가면서 경량화에도 신경을 써 오히려 차량의 무게도 줄어든 만큼 성능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물론 수치상의 성능도 545i가 조금 앞서, 0~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6.2초에서 5.9초로 0.3초가 단축되었다.
하지만 실제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려 보았을 때 기대는 약간 빗나갔다. 정작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에서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더 빨라졌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짜릿함에서는 더 멀어진 느낌이었다. 더욱 안락해진 5시리즈의 성격이 반영된 545i는 540i가 가지고 있던 M5의 혈청인 강력한 카리스마가 많이 약해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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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BMW 코리아는 새로운 M5와 함께 새로운 V8 4.8리터 엔진을 얹은 550i와 650i를 선보였다. 역시 배기량과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 어쨌든 앞서도 말했듯이 50, 40으로 정리한 것은 잘 한 것 같다.
5시리즈의 새로운 기함이 된 550i를 시승하면서 관심은 이전 540i의 짜릿함이 살아났을까 하는 것이었다. 550i의 4.8리터 엔진은 367마력/6,300rpm의 최고출력과 50.0kg.m/3,400rpm 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에 5.6초가 걸린다. 545i에 비해 출력에서 34마력, 토크가 4.1Kg.m 늘어났으며 가속 성능은 다시 0.3초가 줄었다. 실제 시승에서도 높아진 파워는 몸으로 느낄 만큼 크게 다가왔다. 여전히 안락하지만 과거 M5를 타는 짜릿함을 대신해 주었던 540i를 능가하는 통쾌한 달리기가 살아났다.
이쯤 되자 이번에는 550i를 구형 E39 M5와 비교하기에 이르렀다.
E39 M5는 V8 5.0리터에 최고출력 400마력/6,600rpm과 51.0kg.m/3,800rpm의 최대토크를 내며 0-100km/h 가속에 5.3초가 걸렸다. 배기량 차이는 142cc(4,941-4,799)이며 출력은 33마력, 토크는 겨우 1Kg.m의 차이가 날 뿐이다. 더욱이 자동6단 변속기를 달고도 수동 6단의 M5와 0-100km/h 가속시간 차이가 0.3초 밖에 나지 않는 달리기 실력은 놀랍다. 같은 수동 6단 변속기를 단다면 과거 M5를 능가할 수 도 있는 실력이다.
결국 새롭게 단장한 5시리즈의 최고봉 550i는 과거 M5의 성능과 느낌에 가깝게, 그러나 더욱 안락하게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치상으로든 실제 느낌으로든 이제는 완전히 ‘자동변속기를 단 M5’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550i가 과거 M5의 영역을 넘보는 동안 새 M5는 홀연히 V8의 세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F1에서 갈고 닦은 기술이 녹아 든 무려 507마력 V10의 경지로 들어선 것이다. 이제 새 M5를 만날 차례다.
글,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기사&사진 제공 : 글로벌 오토뉴스(http://global-auto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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