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자동차 업체는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몇가지로 정리되죠.
이번에는 그 관련 글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글로벌 오토뉴스에 있는 자료중의 하나로 자동차 업계의 합종연횡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지도도 '오래'되어 버린 상황이다. SAIC와 난징도 신규 플레이어로 추가해야 하고, GM-Fiat간의 제휴종료와 GM-도요타간의 스바루 '주고 받기' 등 업데이트할 사항은 많다. 하지만 이 지도는 향후 지속적으로 바뀔 것이고 결론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해질 것이다]
M&A 움직임으로 요동치는 자동차 업계
글/박상원(차량상품성 연구원/자동차 칼럼니스트)
1. 강자들의 ‘식사’, 약자 인수전.
GM의 경영위기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에 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몇 가지 흥미로운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과거의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와 같은 합병을 통한 몸짓 불리기가 아닌, 성장한 ‘강자’들의 ‘약자’ 인수이다. 이들 ‘강자’들은 중앙은행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보유한 도요타, 닛산에 투자하여 투자액의 4배를 수익으로 거둔 르노, 그리고 최근 기록적인 이익을 낸 포르쉐이며 ‘약자’들은 극심한 경쟁에 밀리고 있던 스바루 브랜드의 후지중공업, 전통은 깊지만 미숙한 전략으로 궁지에 빠진 재규어, 그리고 유럽 1위의 자동차 업체이지만 저평가된 주식으로 인수.합병 대상으로 오른 폴크스바겐이다.
2. 도요타: '중앙 은행’의 인수 움직임
약 30조원이라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현금을 보유한 도요타는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을 모두 사들일 정도의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바탕으로 도요타는 최근 GM이 매각한 후지중공업 (스바루 자동차의 제조회사) 주식 20% 중 8.7%을 약$315M (3억1천5백만달러, 한화로 약3150억원)에 구입, 후지중공업의 새로운 최대 주주가 되었다. 이 결과 2010년까지 세계1위가 되겠다는 도요타는 연간50만대의 추가 생산 계획에 있어 일본 기술진과 생산 능력을 추가로 제공받게 되었다.
일본내 판매 차종수만 50여가지가 되는 도요타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합한 연구개발인력이 1만2천명으로 2천명은 새롭게 독립된 렉서스로 이전되었다. 이에 따라 추가 연구개발 인력이 필요했고 새롭게 도요타 그룹에 속하게 된 후지중공업으로 인해 일단 이 부분에서는 숨통이 트였다고 하겠다. 부수적으로는 각종 세계 랠리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스바루의 4륜구동 기술로 도요타 차종에 있어서 4륜구동을 옵션으로 제공하거나 4륜구동 세단을 만들 수 있게 되어 도요타의 차종수를 한층 더 늘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도요타는 향후 증산 계획에 맞추어 추가적으로 생산을 해야 하는 북미시장에서 인디애나 주 스바루 공장에서 10만대 정도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여기서 큰 장점은 인디애나 공장은 설립된 지 16년이 되며(1989년 설립) 숙련된 생산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 또한 이 곳에서 합작생산을 하던 이스즈가 철수하면서 놓고 간, 빈 생산라인이 있어 도요타의 증산이 빨리 적용가능 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고로 도요타는 내년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일 신형 캠리를 이곳에서 10만대 정도 생산할 것이라는 추측이며, 그것이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현재 도요타는 짧은 시간내에 많은 추가 생산을 함에 있어서 신규인력 채용 및 양성이라는 과제가 심각한 품질 문제를 가지고 올 수 있음을 최근의 여러 리콜을 통해 절감하고 있었다.
특히 도요타 생산 방식의 핵심인 카이젠과 같은 철학을 신규인력에게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할 정도로 빠른 페이스의 성장에서 품질의 저하는 도요타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아킬레스 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반면에 도요타는 경차 전문업체인 다이하쯔와 대형트럭 전문업체인 히노를 보유한 자동차 그룹이기도 하지만 소형 이상의 세단과 RV등을 만드는 자회사는 없었으므로 이 분야에서 증산이란 신규인력 채용 또는 타 회사 인수밖에 없다. 고로 도요타의 후지 중공업 주식 인수는 과거처럼 타사 인수를 주저하던 전략 (도요타는 한때 BMW 매입 제의를 거부했었다) 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영국의 자동차 전문지인 CAR은 이미 도요타가 스바루 외에도 다른 국가 브랜드의 인수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개인적으로 어느 회사에 관심이 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도요타가 유럽시장에서 아직 그 존재가 미약하고 향후 성장을 바라는 곳이므로 유럽 브랜드가 아닐까 싶고, 이에 현재 재정상황이 나쁜 이태리 피아트가 연상된다.
사실 피아트는 몇 년전 GM과 제휴시 제휴서 항목에 향후 피아트 자동차 부문을 강제적으로 인수한다는 조항을 넣었었고 경영상황이 안 좋아진 GM이 조항을 파기하기 위하여 약 2조원이라는 대가를 지불한 적이 있다. 이처럼 피아트는 현재 창업자인 아넬리 가문에서 자본의 추가 투입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파트너가 필요하며, 최근 소형차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던 포드도 GM처럼 경영난에 봉착해서 진정한 파트너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대중차를 개발하고 있는 피아트와 도요타의 라인업 중복으로 인하여 도요타가 피아트 보다는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란치아와 같은 브랜드에 관심을 둘 법도 하다.
물론, 이러한 것은 모두 추측일 뿐이고 도요타 ‘중앙 은행’이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이 지닌 재력만을 볼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3. 르노: 포드, 거래합시다.
지난 수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화제의 인물은 다름아닌 르노-닛산 공동 CEO인 카를로스 곤이었다. 닛산 CEO직 이외에도 르노 CEO직까지 금년에 겸임하게 된 그에게 르노의 문제는 닛산에 비하면 크지 않다. 르노가 한때 닛산처럼 부실기업도 아니고, 메간처럼 베스트셀러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형차 위주의 메이커인 르노는 박리다매인 현재의 세그먼트에서 이윤이 더 많은 고급차 세그먼트로 진입을 꾀하고 있지만 성과는 낮다. 이는 그동안 중대형차에 대해 적지 않은 세금을 물어 고급차 개발을 지양한 프랑스 정부의 정책에도 기인한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르노를 비롯한 프랑스 자동차 업계의 중대형 차종 개발능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르노에게 있어서 유럽의 ‘Car of the Year’를 수상한 신형 클리오를 비롯, 메간과 씨닉등 인기 있는 소형차종들은 건재하지만 라구나, 아반타임과 벨사티스 같은 중대형차들의 낮은 판매율은 미래에 있어서 결코 긍정적이지는 않다. 물론 제휴사인 닛산과 인피니티가 있지만 르노와 닛산 사이는 말 그대로 ‘평등한 인수’였으므로 르노의 고급차 진출은 독자적이어야만 한다.
최근 포드의 경영난은 르노에게 또 다른 인수 및 합병이라는 기회를 부여할 듯 하다. 곤 회장을 자사 CEO로 영입에 두 번 실패하기도 했던 빌 포드 주니어 사장의 ‘회사의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려면 나가라’는 직원들에 대한 최근 이메일도 포드사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곤 회장은 포드 CEO직에 관심을 보이는 대신 1990년대 초반 르노가 합병을 하려다 스웨덴 국민들의 반발로 실패한 볼보 자동차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The Car Connection등에서 2005년10월 보도). 다만 현재 포드의 고급 브랜드 집합체인 PAG(프리미엄 오토 그룹)의 일원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볼보의 매각은 포드에게 있어서 고려대상이 아니었고 르노의 문의는 실패로 돌아갔다. 대신 같은 PAG의 일원이자 1980년대 말 포드 인수 후부터 적자를 내고 있는 영국의 재규어가 인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계속)
2. 르노: 포드, 거래합시다. (계속)
최근 프랑스의 L’Expansion이라는 비즈니스 잡지에 따르면 르노가 포드에게 재규어 매입을 시도할 것임을 시사하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전하고 있다. 물론 르노는 이 것을 루머로만 격하시키는 시도를 했지만 많은 자동차 언론 매체에서는 전통 있는 영국 브랜드와 유능한 프랑스 경영진의 결합이 성공적일 수 있다고 내다 보고 있다 (Edmunds.com).
영국 자동차 메이커 중 가장 매력적인 역사와 브랜드 가치를 소유한 재규어는 1989년 3 Billion dollars (지금 환율로 약 3조원)을 주고 산 모회사인 포드에게 지금까지 계속해서 적자만 안겨주는 골치 덩어리로 전략해 버렸다. 영국 국영 방송국인 BBC의 한 편집자에 의하면 재규어는 금년 2.4분기까지 포드 그룹 전체에 약 1억 파운드(한화로 1780억 원)의 손실을 끼쳤으며, 포드의 COO인 짐 파딜라는 ‘[재규어]사업과 관련된 모든 것이 논의 중이다. 그 어떠한 것이라도 가능하다’라며 재규어에게 닥친 위기를 표현했다.
재규어의 실패 뒤에는 기함인 XJ의 현 모델과 이전 모델의 유사한 형태에서 잘 나타나듯 애스턴 마틴이나 벤틀리와 같이 성공적인 타 영국 브랜드처럼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창조하지 못한 점, 공동 플랫폼을 이용한 포드 제품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점 (포드 몬데오와 재규어 X타입은 같은 플랫폼 및 부품 등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재규어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운드화의 강세에 따른 해외 수출가 인상 등의 압력 등이 주요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포드가 재규어가 속한 PAG그룹 내의 다른 영국 브랜드들 – 애스턴 마틴과 볼보, 랜드로버 등– 과 차종을 겹치지 않게 재규어의 차종 확대를 제지한 것이며, 이로 인해 차량판매 확대에 필수적인 차종 다양화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렉서스의 경우 SUV인 RX330이 미국 시장에서의 렉서스 전체 판매량 1/3이상을 차지함에도 재규어는 SUV를 한 차종도 내놓지 못한 것이 극단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은 재규어 팬들을 비롯한 일반 소비자의 외면을 가지고 왔고, 유서 깊은 브라운즈 레인 공장의 폐쇄가 고려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반면에 르노는 현재 1999년 닛산 주식 매입 시 투자한 액수인 $5.4 Billion (한화 약5조4천억 원)가 닛산의 회복으로 투자가치가 4배로 증가하여 올라 충분한 ‘총알’이 있으므로 재규어와 같은 다른 브랜드의 인수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포드 유럽을 비롯한 포드 그룹 내에서 재규어의 매각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듯 하며, 12월23일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포드그룹이 재규어에 미화로 $2.1Billion (한화로 약 2조1천억 원)을 추가 공급해주기로 했다고 하여 재규어의 매각은 현재 오리무중이라고 하겠다.
재규어 외에도 르노의 인수 대상으로 떠오르는 회사는 GM의 사브(SAAB)이다. 재규어와 마찬가지로 모회사에 적자만 안겨주는 실망스러운 브랜드이지만 애스턴 마틴, 볼보와 랜드로버 등 재규어 외에도 3개의 고급브랜드와 링컨, 머큐리 등 최대 5개의 고급브랜드가 있는 포드에 비하면 캐딜락과 사아브 등 단 두 개의 고급브랜드를 보유한 GM측의 매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GM 주식의 10%를 보유한 M&A 전문가, 커크 케코리언 측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대주주로서의 자격을 이용하여 GM 이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케코리언 측은 GM이 사아브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사아브의 방출을 뜻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대형 SUV브랜드인 허머조차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르노와 같이 브랜드 매입을 원하는 측에서는 인수할 후보들이 속속히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르노는 이처럼 고급 브랜드 인수에 뛰어 들었는가? 그 이유는 르노의 주요시장인 유럽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극심하여 중소형차 전문 메이커인 그들로써는 많은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르노의 중소형 차량인 메간이나 소형차인 클리오의 판매는 괜찮지만 소형 미니밴인 모두스는 일일 생산량이 1300대에서 500대로 감소로 감소하는 등 르노의 대중차 판매에서도 이상이 생기고 있다. 결국 르노에게 추가적인 이익을 내는 방법은 고급차 개발 및 판매 외에는 대안이 없고, 이는 같은 프랑스 메이커인 푸조-시트로엔에게도 해당되고 있는 현상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재규어나 사브 모두 북미시장에 유통망이 있으므로 르노가 이 두 브랜드 중 하나 이상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것을 차후 자사 차량 배급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한편 르노가 GM 또는 포드와 주식교환을 통한 제휴도 검토 중이라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GM의 신용평가가 ‘쓰레기’ 수준으로 내려간 현 시점에서 제휴에 따른 위험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즉, 현재 르노에게는 경쟁력을 보완하는 고급 브랜드가 필요할 뿐 소모적인 투자는 아무리 자금을 많이 보유했다 하더라도 버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년 2월 초 르노 그룹의 향후 3년 간의 경영전략을 발표하게 될 카를로스 곤 회장 측에서 어떤 내용의 인수가 함께 언급될 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주시하고 있다. (계속)

3. 포르쉐 영향 아래 들어간 폭스바겐 그룹
지난 2005년 9월25일, 독일의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쉐는 폭스바겐(이하 VW)에 대하여 포르쉐가 기존에 보유했던 기존 5% 이하의 주식 외에도 추가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2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 동안 VW의 최대주주였던 로워 섹소니(Lower Saxony)州 가 보유하고 있던 18%보다 더 많은 것이었다. VW의 본사와 공장이 들어서 있는 로워 섹소니 주의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자동차 회사인 포르쉐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성격의 주식 보유였다. 발표 3일 후인 9월 28일, 포르쉐는 VW AG의 주식 3천3백만 주를 매입하여 10.26%의 지분율을 기록했으며 9일 뒤인 10월 7일, 8.27%를 추가로 구입, 총 18.5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로서 약 30억 유로(미화로는 36억 달러, 한화로는 3조 6천억 원)이 들어간 지분매입은 포르쉐를 명실상부한 VW의 최대 주주로 등극시켰다.
포르쉐가 VW의 최대 주주가 된 것은 상어가 고래를 삼킨 격으로, 일례로 포르쉐의 전세계 판매량은 VW의 1/66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VW는 2005년 상반기 55조4천억 원(55.4 Billion USD)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익은 그의 1%도 되지 않는 484억 원(484 Million USD)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포르쉐는 2004년 하반기 매출 3조6천억 원(3.7 Billion USD), 이익 153억 원(153 Million USD)을 올렸으며 이는 동종업계 최대의 마진율에 기인하고 있었다.
이러한 VW의 지분 매입에 대해 포르쉐는 기업 이익의 보호 차원에서 했다고 발표했다. 즉, 자사의 기록적인 이익갱신에 큰 기여를 한 카이엔 SUV의 공동개발사인 VW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카이엔의 차체공급을 원활히 함과 동시에 VW와의 하이브리드 개발에 있어서 계속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식적인 발표를 하였다.
포르쉐의 VW지분 매입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들도 나왔다. 일단은 VW에 대한 적대적인 인수 및 합병에 대한 저지시도라는 것이다. 독일 법 중 개인이나 단체의 VW에 대한 최대 주식 보유율을 20%로 한정시킨 것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유럽연합 법원에 이의를 신청해 놓았고, EU의 의견대로 이 법안이 2007년경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고로 포르쉐의 지분 매입은 VW이 적대적인 인수 및 합병에 휘말릴 것을 염려한 독일 자동차 업계 및 로워 섹소니 주 정부의 우려를 대변했다는 것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로워 섹소니 주 총리인 크리티안 불프를 비롯하여 독일 경제부 장관인 볼프강 클레멘트, 독일 노조인 IG Metal 등이 포르쉐의 VW지분 매입에 대해 찬성을 표했다.
반면에 경영 행사권이 없는 지분을 보유한 포르쉐 주주들은 포르쉐의 지분매입에 또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다며 그 진의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포르쉐가 그동안 쌓아놓은 이익금을 주식 배당금 배분이나 연구개발 등이 아니라 경영이 악화된 VW에 투자한다는 것은 순수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이 담긴 투자라는 주장이다.
VW측의 주주들도 포르쉐가 자사 차종의 개발에 VW차종 개발을 연관시킴으로써 VW의 독자적인 개발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었다. 즉, 과거의 투아렉-카이엔 공동개발에서 포르쉐와 VW간의 관계가 평등하였다면, 대주주가 된 포르쉐와 VW과의 관계는 종속적인 관계로 변하여 VW측이 향후 포르쉐의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타의로 참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일례로 포르쉐는 4도어 쿠페인 파나메라를 2010년경 출시한다고 밝혔고, 카이엔-투아렉의 성공적인 개발사례를 들어 VW와 공동개발을 통한 위험부담을 덜기를 원하며, VW측에서도 파나메라 공동 개발을 통한 차종 개발이 추진될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왜 VW그룹측은 왜 포르쉐와의 관계 변화에 적극적인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것일까? 더 나아가 자칫하면 포르쉐에게 종속이 될 수도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왜 VW는 침묵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러한 VW-포르쉐간의 관계 변화는 바로 VW의 전 회장이기도 한 피에히 현 이사회 의장의 영향 때문에 일어났고, 이로 인하여 VW측이 공개적으로 반발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언론 및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4. 피에히 가문 對 VW 최고 경영진
필자의 이전 글들에서도 밝혔지만 VW의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의장은 매우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전설적인 엔지니어이자 VW의 첫 제품인 비틀을 설계하기도 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딸과 변호사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그는, 스위스 연방공대를 졸업하고 외삼촌이 창립한 포르쉐 社에 입사했다. 참고로 동사는 포르쉐 박사의 아들인 페리 포르쉐가 만든 것으로, 포르쉐 박사의 작품이기도 한 비틀의 로얄티을 바탕으로 시작했다. 포르쉐에서 그는 집안의 영향을 그대로 이어받아 뛰어난 엔지니어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르망 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발휘한 전설적인 포르쉐917 개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은 자신들이 50대50으로 보유한 포르쉐 社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고, 곧 양 가문 사이에서 경영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양 가문은 보유 지분을 모두 회사에 기탁한 일본의 혼다 자동차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를 참고하여 회사 경영에서 양 가문이 전격적으로 물러나고 대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자는 타협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포르쉐에서 능력을 발휘하던 피에히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관두게 된다.
그는 이후 아우디에 입사하여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 개발 등의 주역이 되어 사장 직위에 올랐으며, 모회사인 VW로 옮겨가 사장과 회장직까지 이르면서 1990년대 초반 정체되었던 VW를 구해내고, 2001년 VW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또한 피에히는 후임으로 그룹 CEO이자 회장직에 BMW 회장을 역임했던 베른트 피체스리더를 뽑았으며, 크라이슬러의 COO였으나 경영내분에 의해 메르체데스 벤츠 CEO 취임 직전에 밀려난 볼프강 베른하르트를 VW 회장으로 데려오는 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즉, VW 그룹과 VW의 현 최고경영진이 그의 그늘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운 21세기를 맞이한 VW은 유럽 최대의 메이커답지 못하게 1990년대 초반 경영위기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VW은 미국 GM처럼 과잉생산능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해진다. VW의 노동비용은 매출액 대비 17.4%로 이는 유럽 평균인 15%보다도 높은 것이다. 국제 투자 은행인 프랑크푸르트 소재 Dresdner Kleinwort Wasserstein은, VW은 이로 인하여 10억 유로 (1조2천억 원)의 손실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1백만 대의 과잉공급능력, 북미 시장에서 저조한 판매율 및 2004년 북미 시장에서 입은 1조원이 넘는 손실 등은 현 상황을 말해주는 수치이다. 사실 VW의 경영악화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크게 두 가지만 지적한다면 잘못된 제품 라인업과 경직된 노동환경을 들 수 있다.
(계속)
|
5. VW의 실수들
일단 VW은 제타(Jetta)나 파사트(Passat) 등 자사의 주력 차종들에 대한 연구 및 개발(R&D)을 적절하게 진행하지 못하여 시장출시를 지연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당사는 1990년대 초반 경영위기를 잘 넘기고 맞이한 호황기에 얻은 이익을 부가티, 램보기니, 벤틀리 등의 고급 브랜드 인수와 새로운 차종 개발에 투자하였고 이에 VW의 주력차종 개발이 적시에 진행되지 못했다. 그 결과 VW의 베스트 셀러인 골프의 경우 4세대 모델은 6년이나 지속되었으며(1997~2003) 제타의 경우 4세대 모델은 7년 (1998~2005), 파사트의 경우는 5세대 모델의 경우 8년이나 지속되었다 (1998~2005).
반면에 주력차종의 출시 시기에 있어서 많은 신경을 쏟은 도요타의 경우 거의 5년에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코롤라의 경우 8세대 형은 5년(1995~2000), 캠리 5세대형은 4년(2002~2006) 동안 유지되었으며, 적절한 신차종 출시는 도요타에게 경쟁이 격심한 소형차 및 중형차종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키게 해주었다. 반면에 VW은 가장 큰 수출시장인 북미에서 2002년 이후 실적이 악화되어 2002년 이후 동 시장에서 이익을 내지 못했으며 2004년 한 해에 1조원이 넘는 적자($1.1 Billion)를 기록했다.
사실 VW가 주력분야인 대중차 분야에서 고급차 분야로 초점을 옮겼던 큰 이유로는 갈수록 이윤이 박해지는 대중차 시장 보다는 고급차 메이커로의 변신을 통한 이익확대를 꾀했기 때문이다. 당시 피에히 VW그룹 회장의 지시아래 행해진 이 전략의 변화에는 고급 브랜드의 인수 및 차종 개발이 따랐으며, VW R&D가 1백만짜리, 1천마력의 부가티 베이론 같은 차량개발에 투입됨으로서 골프, 제타 및 파사트의 세대 교체가 늦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VW의 고급브랜드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VW가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고급 세단인 페이튼의 경우 주력시장인 북미에서 한달에 몇 백대씩 판매되는 저조한 판매를 기록했다. 다른 고급 차종인 투아렉의 경우는 포르쉐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포르쉐의 이익에 많은 기여를 해주었지만 VW측에 포르쉐만한 이익을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흥미롭게도 대중차 메이커가 자사 브랜드로 고급차량 판매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은 일본 경쟁자들인 혼다, 닛산과 도요타 등 일본 메이커들이 1980년말에 아큐라, 인피니티 및 렉서스로 진출하기 전에 이미 깨달은 사실이었다.
VW의 두 번째 실수로는 경직된 노동환경으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Lower Saxony가 최대주주로 있는 VW는 정치적인 이유로 그 동안 유연한 노동력을 가질 수 없었다. 더욱이 1990년 Lower Saxony의 총리로 취임한 게하르트 슈뢰더는 독일 좌파인 SPD(사회민주당: 약칭 사민당) 소속으로 노동력의 유연성을 언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피에히는 슈뢰더와 친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서 도요타처럼 유연한 노동력을 통한 경쟁력을 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에 실망한 Lower Saxony주의 주민들이 우파인 CDU(기독교 민주당: 약칭 기민당) 출신인 크리티안 울프를 총리로 선출시킴으로서 VW의 경영에도 변화가 예고되었다.
VW에게 다가오는 변화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라는 외적 환경의 변화 외에도 피에히가 뽑은 전문 경영진에게서도 포착되었다. 하지만 피체스리더 VW 그룹 회장을 비롯한 베른하르트 VW 회장 등은 VW의 경영회생에 핵심적인 비용절감을 노동비용의 절감에서 찾고자 했던 바, 피에히 이사회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최고경영진 간의 불화가 시작되었다. 상호간의 입장에 정당성을 찾던 이들은 2005년 중반에 터진 VW 노사간 스캔들에 의해 전문경영진들이 우위를 차지하는 듯 했다. 즉, 수 십년간 노조의 회사 경영참여를 허용해왔던 VW사가 노조간부들에게 해외 여행 및 매춘부 알선 등을 통한 우호적인 관계유지가 드러나면서 피에히가 VW 최고 경영자으로 근무하면서 묵인해온 왜곡된 회사문화가 독일 전체에 폭로, 피체스리더 회장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 듯 했다.
이 사건으로 피에히의 최측근들이 물러나게 되었고 이중에는 당시 독일 총리이자 전 Lower Saxony 주 총리였던 슈뢰더의 최측근인 페테르 하르츠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체스리더 회장를 비롯한 ‘개혁’파는 더 나아가 VW 스캔들을 조사한 KPMG의 보고서를 통해서 피에히 의장도 도의적인 사임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바로 이 미묘한 시점인 지난 10월, 포르쉐가 자사의 장기적인 이익 구축 및 기술적인 파트너였던 VW의 적대적 인수 및 합병에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VW의 주식을 매입, 최대의 주주로 등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6. 역전과 역전: VW의 미래는 독일의 미래?
피에히가 VW내에서 입지가 급속히 주는 시점에 포르쉐가 VW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는 점은 많은 투자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특히 포르쉐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100% 모두가 피에히 의장이 속해있는 피에히 가문 및 포르쉐 가문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포르쉐의 VW지분 매입은 적지 않은 압력에 처하게 되었다. 일단 경영권 행사를 할 수 없는 포르쉐 주식을 보유한 투자가들이 포르쉐의 이익금을 VW 주식 투자에 맘대로 했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으며, VW측 주주들도 포르쉐가 VW를 자회사처럼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만 갔다.
이러한 가운데 2005년11월, 슈뢰더 총리가 실각하고 안젤라 메르켈 기민당 총수가 독일 첫 여성 총리가 되면서 노동력에 대한 유연성을 통한 실업률 해소를 이루고자 하는 민심이 반영되었다. 동시에 최대주주 자리를 통해 VW 이사회에 진출하고자 했던 포르쉐와 담판을 벌이던 VW 최고경영진간의 알력은 울프 총리의 중재아래 1) 피에히 의장이 임기가 끝나는 2007년 추가적인 임기 연장을 하지 않고 물러난다는 것과 2) 대신 포르쉐의 CEO인 비데킹 사장이 이사회 멤버에 즉각 위임되며, 포르쉐의 COO가 추후 VW 이사회 멤버로 진출한다는 것에 합의로 일단락을 맺었다.
이는 VW의 경쟁력 상실이 Lower Saxony주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울프 주 총리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VW 전체 직원인 34만3천 명중 약 절반 이상인 17만9천명이 독일에 집중되어 있고, 이중 10만명 이상이 VW의 본사와 최대 공장이 위치한 Lower Saxony의 볼프크스부르크(Wolfsburg)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단기적인 고용안정을 추구하다가 극심한 자동차 업계의 경쟁에서 VW가 도태하게 될 경우 닥쳐올 파란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Lower Saxony주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취해졌고, 사민당이 권력에서 물러나면서 터부시되던 유연한 노동력이 인정되는 독일의 정치적 분위기에도 기인한다.
결국 피에히 의장이 포르쉐를 통해서 피체스리더와 베른하르트 등의 전문경영인이 추구하고자 했던 노동 유연성에 대한 저지는 이로서 일단락되는 듯 하고, 대신 포르쉐의 VW주식 투자는 카이엔-투아렉 공동개발처럼 연구. 개발 및 제조 분야에서의 협력 차원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울프 총리가 향후 임기기간이 2년 남았지만 내년중에 다시 이사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피체스리더 VW 그룹 회장의 임기를 5년 추가연장하자는 제안을 낸 점에서도 읽혀지며, 이로 인하여 VW의 경영정상화 노력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VW의 최근 경영분쟁 내막은 변해가고 있는 독일의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례이며, VW의 경영정상화 성공여부는 바로 기민당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경영난을 수습한 듯한 VW에게는 이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북미시장에서의 저조한 판매 및 연이은 적자, 도요타 코롤라와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신형 제타와 같이 VW답지 않게 독창성이 결여된 제품군, 경쟁차종인 어코드나 캠리에 비해 높은 가격의 파사트, RAV나 CR-V에 대적할만한 차종이 없는 라인업 등 차종만을 보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다. 21세기초, 또다시 위기를 맞은 VW가 다시 한번 변화에 성공할 것인지, 독일의 국민들과 전세계 자동차 관계자들은 또다시 주목하고 있다.
기사&사진 제공 : 글로벌 오토뉴스(http://global-autonews.com )
'Auto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BMW 550i를 둘러 싼 숫자들 (8) | 2006.05.20 |
---|---|
BMW 이노베이션데이 2006-더 가볍게, 더 강하게!! (10) | 2006.04.29 |
혼다, V8 그리고 V10 엔진의 시동을 켜라! (2) | 2006.03.08 |
삼성이 만든 첫 차 - SM5 (4) | 2006.03.03 |
첫 지프형 승용차 - 스포티지 (2) | 200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