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형준 기자(cordoba@carvision.co.kr) 사진·박창완 기자(chang21@carvision.co.kr)
Style
‘사랑하고 싶은 자동차’(A car to fall in love with). 조금은 ‘닭살스런’ 이 문구는 프랑스 메이커 푸조의 재기 넘치는 소형차 206CC와 조합했을 때 비로소 제 구실을 한다. 206CC는 쿠페-카브리올레(Coupe-Cabriolet)를 뜻하는 ‘CC’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견고한 철제 루프를 오픈카의 천 지붕처럼 여닫으며 쿠페와 컨버터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재주꾼이다.
지난 98년 제네바 오토살롱의 푸조 부스를 장식한 컨셉트카 ‘2O♡’(투-오-하트)는 206CC의 등장을 예고한 모델. ‘드라이버의 꿈과 현실의 거리를 좁힌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선보인 2O♡는 작은 차체에 벤츠 SLK처럼 트렁크에 수납되는 리트랙터블 하드톱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차의 세련된 디자인은 몇 개월 뒤 세그먼트 B 해치백 206이 물려받았다. 2000년 제네바에서 프로토타입으로 선보인 뒤 같은 해 파리 오토살롱을 통해 공식데뷔한 206CC는 피닌파리나 디자인의 심플한 205 카브리올레를 대체하며 206의 카탈로그 목록 한 자리를 차지했다.
2O♡ 컨셉트카의 실루엣을 남김없이 받아들인 206CC
스포티한 쿠페 스타일로 손색없는 탄탄한 뒷모습
부드럽게 말린 사이드미러는 보디 컬러 장식으로 액센트를 주었다
보네트 왼쪽의 에어 인테이크는 냉각효과보다 액세서리에 가깝다
607, 307로 이어지며 푸조의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은 헤드램프
잎사귀 모양의 테일 램프
앙증맞은 깜박이
스포티한 크롬 머플러와 새빨간 안개등으로 뒤 범퍼를 단장했다
A필러와 루프를 잇는 잠금장치. 전동 톱의 유일한 수동 메커니즘이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은 2O♡의 육감적인 실루엣과 완성도 높은 패키징을 남김없이 받아들인 결과.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대형 흡기구를 갖춘 범퍼로 스포티함을 불어넣고 지붕 수납을 위해 길이를 늘인 트렁크에는 다섯 줄의 돌기와 처마 끝에 선홍색 브레이크 램프를 달아 심심함을 덜었다. 트렁크 테두리에 얹은 앙증맞은 손잡이는 러기지 캐리어를 연결하는 구조물이다. 두 가지 장르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완성해주는 전동 하드톱은 이 차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 암팡진 쿠페와 세련된 컨버터블의 역할을 야무지게 소화하는 2천만 원대 후반의 ‘멀티 플레이어’는 어디에도 흔치 않다.
리트랙터블 하드톱의 선구자, 푸조
리트랙터블 하드톱은 컨버터블의 오픈 에어링과 메탈 루프 쿠페의 밀페성, 뛰어난 달리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벤츠는 지난 96년 경량 로드스터 SLK에 바리오루프라는 이름의 전동 접이식 지붕을 도입하면서 컨버터블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SLK가 리트랙터블 하드톱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형태의 루프 시스템은 이미 1930년대에 상용화되었고 그 주인공은 206CC를 만들어낸 프랑스 푸조였다.
리트랙터블 하드톱의 선구자, 푸조
최초의 리트랙터블 하드톱 모델이 선보인 것은 1934년. 402D 이클립스(사진 왼쪽)라는 이름의 혁신적인 이 차는 푸조 디자이너 조지 풀린과 프랑스 코치빌더 푸투의 공동작품이었다. 이들은 미들 설룬 402D를 바탕으로 트렁크를 길게 늘여 철제 루프를 담을 공간을 마련했다. 현대식 메커니즘과 달리 이클립스의 루프는 검투사의 견고한 투구처럼 접히는 부분 없이 통째로 비슷한 윤곽을 지닌 트렁크에 들어갔고 전기장치 또는 수동으로 작동했던 메탈 루프를 여닫는 데는 2분 이상 걸리기도 했다. 루프 개폐장치까지 가득 찬 트렁크는 짐을 실을 여유가 없어 순수하게 지붕 수납공간으로만 쓰였다.
최고출력 60마력의 4기통 1천720cc 엔진을 얹고 3단 트랜스미션을 조합한 이클립스는 지붕을 넣은 트렁크에서 덜그럭거리는 잡음을 내면서도 시속 100km까지 신나게 달렸다. 35년 402D의 카탈로그에 오른 402D 이클립스는 그 해 모두 80대가 팔렸고 이듬해에는 차체를 유선형으로 말끔하게 가다듬은 6인승 모델로 발전했다. 하지만 곧이어 터진 세계대전의 여파로 거의 팔리지 않고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2O♡ 컨셉트를 통해 402D 이클립스의 정신을 되살린 푸조는 206에 이어 올해에는 206의 윗급 해치백 307에 쿠페-카브리올레 버전을 더했다. 307CC(가운데)는 팝업식 롤바를 더하고 유압장치를 개선하는 등 루프 메커니즘을 한층 발전시켰다. 엔진은 2.0X 138마력과 180마력 두 가지. 서스펜션을 스포티한 감각에 맞춰 새롭게 세팅하고 시트 높이도 40mm 낮춰 박력 넘치는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Mechanism
206 3도어 보디를 바탕으로 한 206CC는 전동 하드톱을 더하면서 길이가 늘었지만 휠베이스는 2천442mm로 같다. 206 해치백보다 늘어난 70mm의 길이는 지붕을 접어 넣기 위해 공간을 뽑아낸 트렁크의 몫이다. 루프 패널을 들어낸 섀시는 대시보드와 엔진 마운트, 플로어 팬 등에 두께를 늘린 강관 프레임을 덧대는 등 대대적인 강성 보강을 했다. 각도를 재조정한 윈드 스크린 필러는 1.5mm 두께의 라이닝을 삽입해 전복사고에 대비했다. 또 도어 프레임 안에 두 개의 보강재를 덧대는 한편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은 물론 사이드백과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를 기본으로 마련해 측면충돌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강성을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전동 톱을 얹은 보디
1 - 리트랙터블 하드톱의 개폐 과정. 지붕을 여닫는 데 20초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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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식 하드톱은 프랑스 카로체리아 울리에즈의 작품. 두 조각의 루프 프레임을 유압 스트럿이 떠받치고 지붕과 뒤 선반, 트렁크리드에 달린 5개의 유압 액추에이터가 순차적으로 지붕을 여닫는다. 드라이브트레인과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은 206의 상위 버전인 S16으로부터 빌려왔다.
트윈 이그니션 시스템을 조합한 1.6X DOHC 110마력 엔진
1.6X 110마력과 2.0X DOHC 등 두 가지 엔진을 얹고 수동 5단 트랜스미션을 기본으로 110마력형에는 4단 AT를 함께 쓴다. 베이스가 되는 1.6X DOHC 엔진은 보쉬 ME 7.4 엔진 매니지먼트와 트윈 이그니션 시스템을 조합해 4천rpm에서 최대토크 15.2kg·m을 내고 이 중 85%를 2천rpm부터, 3천~5천rpm에서는 95%의 힘을 뽑아낸다. 5단 MT와 조합한 2.0X 138마력 엔진은 1천800rpm부터 5천700rpm까지 17.3kg·m 이상의 토크를 꾸준히 뿜어내며 0→시속 100km 가속 9.4초의 당찬 성능을 이끌어낸다. 최대토크는 19.3kg·m/4천rpm.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트레일링암 구성으로 S16과 같지만 리어 안티 롤바의 지름을 21mm에서 19mm로 줄여 특유의 핸들링 성능에 부드러운 승차감을 버무렸다. 185/55 R15 사이즈(고급형은 205/45 ZR16) 타이어의 안쪽에는 앞 V디스크, 뒤 디스크 브레이크를 얹고 ABS와 브레이킹 답력에 맞춰 제동력을 나누는 전자제어 제동력배분장치(EBA)를 기본으로 더했다.
서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 푸조 206
206CC의 바탕 모델인 206은 작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굵직한 성과를 올리며 푸조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피닌파리나의 손길을 거친 구형 205의 심플한 직선 대신 풍성한 볼륨과 부드러운 라인으로 단장한 스타일링은 이후 607, 307로 이어지는 푸조 디자인 변혁의 출발점이 되었다. 206은 이에 그치지 않고 무서운 기세로 판매대수를 늘리며 폭스바겐 골프를 제치고 서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98년 9월부터 2002년 8월까지 팔린 206은 300만 대 이상. 쿠페-카브리올레(CC)와 스테이션 왜건(SW), 고성능 버전 S16(GTi) 등으로 짜인 탄탄한 모델 구성과 WRC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얻은 스포티한 이미지 등이 성공의 일등공신. 지난 2001년에는 독일 주간지 <빌트 암 슈타트>가 선정한 ‘골든 스티어링 휠’ 소형차 부문과 ‘베스트 임포티드 카’ 상을 받았고, 올해 초 고성능 RC 버전을 더했다.
206 Hatch-back
206 Hatch-back
원박스에 가까운 모노스페이스 컨셉트의 기본형은 3도어와 5도어 해치백 보디에 1.1~2.0X에 이르는 4가지 휘발유와 원래 있던 1.9X 디젤, PSA-포드가 공동개발한 1.4/2.0X 커먼레일 디젤 HDI 등 모두 7개의 엔진을 얹는다. 최근 프론트 범퍼의 흡기구에 벌집 모양 매시 그릴을 더하고 범퍼가드와 사이드 프로텍터를 검은색에서 보디 컬러로 통일하는 등 한결 세련된 인상으로 거듭났다. 고성능 버전인 206 S16(GTi)은 4기통 2.0X 138마력과 수동 5단 트랜스미션을 조합해 최고시속 210km, 0→시속 100km 가속 8.9초의 성능을 낸다.
206SW
206SW
200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206SW 컨셉트의 양산 모델로 지난해 시장에 나왔다. 개성 강한 얼굴은 변함없지만 휠베이스와 뒤 오버행을 늘려 넉넉한 실내공간을 마련했다. 3분할한 윈도 그래픽과 C필러에 달린 도어 핸들, 뒤창을 감싼 부메랑 모양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206SW만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60:40 분할 폴딩 리어 시트와 러기지 커버, 팝업 리어 윈도 등으로 실용성을 더했다. 트림 구성에 따라 X, XS, XS 프리미엄, S16의 네 가지 모델로 나뉘고 해치백과 같은 7가지 엔진을 얹는다.
206RC
206RC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을 통해 공식 데뷔한 206RC는 206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해치백으로 올 가을 시판에 들어간다. 역동적인 에어로파츠로 단장한 하체와 대형 루프 스포일러, 휠아치를 가득 메운 205/40 ZR17 사이즈의 피렐리 P7000 초광폭 타이어를 통해 이 차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0X DOHC 180마력 엔진은 최대회전수를 7천300rpm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VVT)를 더해 20.6kg·m의 최대토크를 이끌어낸다. 5단 MT와 조합해 최고시속 220km, 0→시속 100km 가속 7.4초의 성능을 보인다.
Interior
206CC는 길이 3.9m를 넘지 않는 컴팩트한 크기에 앞 유리를 최대한 엔진룸 쪽으로 기울인 캡포워드 디자인으로 차급에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마련했다. 실내는 쿠페의 기본대로 2+2 시트 구성을 보여주지만 안전벨트까지 마련된 ‘+2’의 뒷좌석은 매력적인 리트랙터블 루프의 수납을 위해 제 공간을 내주어 애완동물이라면 모를까 도저히 사람이 앉을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 206CC는 국내에서 2인승 차로 인증을 받아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수 없다.(이게 국내에서 주작과 같은 놈이 흔히 말하는 CC모델로서의 한계이다. - 옮긴이.)
프랑스 차만의 감각적인 터치가 묻어 있는 인테리어
비상등은 급할 때 주먹으로 내려치면 딱 좋을 만큼 큼지막하다
사이드미러 조절 다이얼과 파워 윈도 스위치
지붕 개폐 스위치. ‘딩동’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당기고(열 때) 밀면(닫을 때) 그만이다(솔직히 위 사진은 아니라고 보여 지지만 말이다.)
프랑스 차만의 감각적인 터치는 앙증맞은 겉모습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서도 물씬 묻어난다. CD 플레이어와 전자동 에어컨을 차곡차곡 담은 센터페시아는 디자인이 간결하고 운전자를 마중하듯 풍성하게 부풀어 있어 어떤 버튼이든 손끝에 쉽게 와 닿는다. 대시보드 위쪽에는 트립 컴퓨터와 혹처럼 불룩 솟은 큼직한 비상등이 자리 잡았다.
검은 바탕, 크롬 테를 두른 계기판
검은 바탕에 카본 장식을 두른 계기판은 2004년형 모델에 처음 도입된 구성. 흰색 배경의 이전보다 산뜻한 맛은 줄었지만 시인성이 좋아졌고 206CC의 스포티한 분위기와도 썩 잘 어울린다. 타코미터와 속도계 사이에 놓인 인디케이터는 주행거리뿐 아니라 정비시기와 엔진오일 레벨까지 일러줘 쓰임새가 제법 쏠쏠하다.
3스포크 가죽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일품이다
스티어링 휠 밑의 오디오 리모컨
스티어링 휠과 페달, 시트가 조율하는 ‘푸조 드라이빙 포지션’의 하모니는 놀라울 정도
고급 가죽으로 단장한 뒤 시트. 너무 좁아 사람이 타기 버겁다
밀착감이 뛰어난 세미버킷 시트
운전석 등받이 레버. 앞으로 당기면 시트 전체가 물러나며 뒷좌석 승하차를 돕는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 시트가 조율하는 ‘푸조 드라이빙 포지션’의 하모니는 놀라울 정도. 가죽을 탄탄히 여민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는 뛰어난 그립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메탈 소재의 스포츠 페달도 발끝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세미버킷 시트는 구석구석을 단단히 조이고 받쳐주는 등 밀착감이 뛰어나 험준한 와인딩 로드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허투루 굴리는 일이 없다.
실용성 만점의 글러브박스. 깊숙한 안쪽까지 수납함으로 쓰인다
버려지기 쉬운 대시보드 안쪽을 수납함으로 발전시킨 깊숙한 글러브박스는 덮개를 열면 컵홀더, 명함꽂이, 펜슬 홀더, 동전함으로 구성된 간이 테이블이 나타난다. 길고 넓게 파여 실용적인 도어포켓은 앞부분을 컵홀더로도 쓸 수 있다. 206CC의 놀라운 공간활용성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가 던진 이 한마디로 함축된다. “여기서 더 이상의 상상은 불가능하다!” 물론 이 급의 차가 품을 수 있는 공간에 초점을 맞췄을 때 하는 얘기다.
Ride, Handling & Performance
15m 남짓의 거리 안에서 시동키의 도어록 버튼을 누르면 비상등이 깜박이며 주차된 위치를 알려준다
지난 8월 말 국내 판매를 시작한 206CC는 바라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차다. 영리한 루프 시스템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굳이 브랜드 카탈로그를 뒤적거리지 않더라도 한번쯤 사랑에 빠져보고 싶은 매력이 묻어난다. 하지만 시각적인 재미에 빠져 이 차를 ‘패션카’ 내지는 ‘액세서리 종합선물세트’라는 말로 폄하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206CC는 ‘와인딩 챔피언’이라는 애칭을 달고 다니는 푸조 206의 자랑스런 형제 모델이다.
기동성과 고속 안정감이 돋보이는 푸조 206CC
우선 수입차 중에서는 가장 컴팩트한 1.6X 엔진은 시동과 함께 박력 넘치는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드라이버를 긴장시킨다. 워낙 자그마한 체구인데다 대시보드에서 뒤창까지의 거리가 손안에 잡힐 듯 가까운 실내는 엔진 박동소리와 테일 파이프가 쏟아내는 배기음이 뒤섞여 온통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다.
와인딩 챔피언 푸조의 코너링 실력은 스타일리시한 쿠페-카브리올레도 예외가 아니다
스타일리시한 쿠페-카브리올레의 출발은 생김새답지 않게 묵직하다. 전동 톱을 어깨에 들쳐업고 언더 보디를 온갖 보강재로 채운 차체는 무게가 1천210kg이나 되어 그다지 가벼운 느낌은 아니다. 더구나 고급형인 디럭스 모델이 신은 205/45 ZR16 사이즈의 굿이어 타이어는 마치 끈을 풀어헤친 군화처럼 무겁게 노면을 쓸고 다니는 기분이다. 206CC의 110마력 엔진은 오히려 한 급 아래의 195/55 R15 컨티넨탈 프리미엄 컨텍트와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순발력의 차이도 상당하다.
답답한 움직임은 아주 잠시. 체력이 부족한 듯 싶던 엔진은 회전수 2천400rpm 무렵부터 원기를 회복하고 작고 날렵한 차체는 굼뜬 첫걸음이 무색하리만치 놀라운 기동성으로 도로를 누비기 시작한다. 저속에서 무겁던 스티어링 휠은 탄력 받은 꼬마 쿠페-카브리올레를 직접적이고 민첩한 핸들링으로 요리한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노즈 반응이 날카롭고 빵빵한 엉덩이는 뒤바뀐 진로를 따라 살짝 움찔거린 뒤 단박에 따라붙어 기막힌 일체감을 선사한다.
차체를 떠받친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트레일링암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지만 드라이버의 육신을 뻐근하게 괴롭힐 만큼 경직되어 있지는 않다. 노면을 탕탕 찍어누르듯 달리면서도 차체를 퉁겨내는 일이 없고 포장이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는 경쾌한 바운싱 동작으로 알맞은 승차감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풍절음이 제법 커 안락한 크루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P-R-N-D-3-2 구성의 스텝트로닉 4단 AT. 스포츠와 스노 모드를 갖추고 있다
시속 130km까지 꾸준히 가속하지만 그 이상은 버겁다
스텝게이트식 4단 AT와 어우러진 가속은 시속 130km까지 꾸준하지만 이후부터는 지구력 싸움이다. 시속 150km에 이르는 과정이 숨가쁘고 그 이상부터는 속도계 바늘의 더딘 움직임과 가까워지는 앞차와의 거리를 가늠하며 적절한 브레이크 타이밍을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차급과 엔진 성능, 핸들링 특성을 고려할 때 206CC를 가장 즐겁게 다룰 수 있는 속도는 시속 80~90km. 다양한 굽이길이 펼쳐지는 와인딩 로드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자세를 한껏 낮춘 차체는 시프트 기어를 2단으로 고정하고 시속 80km로 파고드는 커브를 야무지게 헤쳐나간다. 연이은 내리막길에서 시프트업, 속도계 바늘을 시속 110km까지 올려붙인 뒤 코너 진입에 앞서 살짝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다시 기어를 2단으로 낚아채면 명확한 엔진 브레이크 효과와 함께 노면을 붙들고 돌아나가는 짜릿한 코너링을 경험할 수 있다.
와인딩 챔피언의 밑거름, 206 WRC
와인딩 챔피언의 밑거름, 206 WRC
206CC의 탄탄한 핸들링은 ‘와인딩 챔피언’이라는 영광스런 애칭의 206, 더 나아가서는 푸조가 오랜 랠리 경험을 통해 축적한 피땀어린 결과다. 지난 85년과 86년 미드십 엔진의 205 T16으로 2년 연속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타이틀을 거머쥔 뒤 모습을 감추었던 푸조는 99년 206을 베이스로 한 206 WRC로 14년 만에 WRC에 돌아왔다. 복귀 첫해 종합 6위로 숨고르기를 한 푸조는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십 타이틀을 따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6 WRC의 가장 큰 강점은 뛰어난 기동성. 휠베이스(2천468mm)가 짧고 엔진룸이 작아 때론 드라이버의 핸들링에 신경질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엔진은 유럽 투어링카 레이스에서 맹활약한 405Mi16에게 물려받은 XU9J4 유닛. 알루미늄 블록의 4기통 1천998cc 엔진에 가렛 터보를 더해 최고출력 300마력/5천250rpm의 성능을 낸다. 최대토크는 54.5kg·m/3천500rpm. 트리플 카본 클러치 디스크를 갖춘 X트랙 6단 시퀀셜 트랜스미션을 얹고 전자제어 방식의 프론트와 센터 디퍼렌셜을 통해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앞 355mm, 뒤 300mm의 V디스크와 6/4피스톤 캘리퍼 구성의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강력한 제동력을 더했다.
Sales Guide
루프를 접은 상태에서도 트렁크룸에 최대 175X의 짐이 들어간다. 쿠페일 때는 410X
일반형에 쓰이는 195/55 R15 타이어,(오른쪽)디럭스는 스포티한 알루미늄 휠에 205/45 ZR16 사이즈의 스포츠 타이어를 신는다
3가지 가죽과 4가지 직물로 구성된 시트 배리에이션. 보디 컬러에 따라 색상 선택이 제한되기도 한다
푸조는 수입차 개방이 이뤄진 1988년 동부산업을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여 지난 97년 철수할 때까지 10년 동안 1천459대의 차를 팔았다. 이후 6년의 공백을 지나 한국 내 독점판매권을 따낸 한불모터스를 통해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 복귀했다. 206CC는 올 연말까지 700대 판매를 노리는 한불모터스의 주력차종으로 일반형(2천940만 원)과 디럭스(3천250만 원) 두 가지 모델이 마련되어 있다. 일반형은 수동 에어컨과 투톤 직물시트가 기본. 네 바퀴 디스크 브레이크와 4채널 ABS, EBA, 4개 에어백 등 안전장비도 충실하다. 고급형인 디럭스 모델에는 직물 대신 가죽시트와 전자동 에어컨은 물론 레인 센싱 와이퍼, 자동 헤드램프와 같은 고급 편의장비가 기본이고 205/45 ZR16 크기의 스포츠 타이어가 달린다.
윈드 디플렉터와 트렁크 러기지 랙을 추가로 살 수 있다
이밖에 윈드 디플렉터와 트렁크 랙에 얹는 러기지 캐리어, ESP 등이 옵션으로 마련되었다. 206CC의 보증수리기간은 3년/6만km로 소모품 무상교환 서비스는 없다. 현재 수입 모델은 1.6X 엔진과 4단 AT를 조합한 한 가지뿐. 2.0X 138마력 엔진의 고성능 모델은 국내 고객이 선호하는 AT를 갖추지 못해 도입되지 못했다.(MT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뭐냐? MT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봉이란 말이냐!!) 한불모터스는 이르면 올 연말 206CC 롤랑 까로를 시판 라인업에 더할 예정이다. 이 차는 프랑스 파리의 ‘롤랑 까로 테니스 클럽’과 푸조의 오랜 유대관계를 기념하는 한정생산 모델로 ‘그랜드 슬램 그린’이라는 이름의 메탈릭 그린 컬러로 보디를 단장하고 스웨이드 소재와 고급 가죽으로 꾸민 화려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푸조 전국 전시장 및 연락처
전시장 - 연락처 - 비고
서울 강남 - 02-545-0606
서울 워커힐 - . - 8월말 오픈
서울 양지동 오토갤러리 - . - 9월말 오픈
인천 - 032-439-7557
수원 - 031-224-6655 - 9월말 오픈
부산 - 051-611-2060 - 10월말 오픈
기사&사진 출처 : 카비전 2003년 9월호(http://www.carlife.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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