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도 푸조 206CC를 공개했는데, 오늘은 진짜 무시무시한 놈으로....
글·김형준 기자(cordoba@carvision.co.kr)
사진·박창완 기자(chang21@carvision.co.kr)
지난 63년 첫선을 보인 슈투트가르트의 종마 911은 수많은 포르쉐파일(Porschephile, 포르쉐 매니아)을 잉태하고 그들의 높은 신망 속에 불변의 ‘포르쉐 아이콘’이 되었다. 도로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존재감을 전하는 911의 스타일에는 포르쉐 가문의 정열과 매니아 집단의 광기가 서려 있었다. 수평대향 엔진의 보금자리임을 암시하는 넓은 뒤 펜더, 운전자의 머리 위에서 리어 범퍼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루프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30여 년의 세월을 헤치며 살아 있는 전설이 된 포르쉐 쿠페에 대한 광신도의 사랑은 애정을 넘어 집착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포르쉐는 911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했고, 동시에 911을 이름 값에 걸맞게 새로 손질해야 했다.
4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제5세대에 이른 포르쉐 911
공기저항계수 0.30을 자랑하는 매끈한 스타일링
뒷모습은 패스트백 루프와 육감적인 어깨선이 매력적이다
심플하고 힘찬 보디라인
터보 스타일의 크세논 헤드램프
시속 120km부터 솟아오르는 리어 스포일러
4피스톤 캘리퍼와 V디스크를 담은 정열적인 17인치 경합금 휠
5세대 911(코드네임 996)은 지난 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데뷔했다. 한층 커진 차체와 사슴 눈을 닮은 새 헤드램프 디자인, 그리고 DOHC 헤드의 수랭식 복서 엔진 등 전통의 굴레를 떨군 새 911은 커다란 반향 속에 ‘진짜 포르쉐’ 논란을 불러내기도 했다. 지난 2001년에는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헤드램프를 역동적인 터보 스타일로 통일하고 범퍼와 흡기구, 펜더 디자인을 손질했다. 길이 4천430mm, 너비 1천770mm의 당당한 체구는 어디서든 우아하고 역동적인 힘을 드러낸다. 패스트백 루프는 우툴두툴한 면 없이 매끈하게 흘러내리고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에서 꺾여 리어 펜더를 타고 넘는 어깨선이 육감적이다. 프론트 범퍼 끝과 하체를 정밀하게 다듬어 공기저항계수 0.30에 불과하고, 시속 120km 이상에서는 리어 스포일러가 솟아올라 앞뒤 액슬에 걸리는 리프트 현상을 최소화한다.
페리 포르쉐와 벤델링 비더킹의 911
포르쉐의 창업자는 수퍼차저 메커니즘을 완성하고 폭스바겐 비틀을 만든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 하지만 첫 모델 356과 불후의 명작 911은 그의 장남인 페르디난트 페리 포르쉐(Ferdinant Ferri Porsche)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페리의 장남 알렉산더가 설계한 리어 엔진·뒷바퀴굴림 플랫폼에는 손위 누나의 차남 페르디난트 피에히(전 폭스바겐 그룹 회장)가 개발한 공랭식 수평대향 6기통 2.0X 130마력 엔진이 올라섰다. 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901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던져진 포르쉐의 두 번째 스포츠카는 페리조차 예측하지 못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개선과 보강, 리디자인을 통해 4세대까지 진화하며 34년 동안 45만 대가 팔렸다.
페리는 72년 포르쉐가 주식회사로 바뀐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선 포르쉐는 이후 에른스트 푸어만, 페터 슐츠 등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60년대 전성기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 무렵 선보인 미드십 구성의 914, 아우디 4기통 2.0X 100마력을 얹은 924, 수랭식 V8 4.5X 엔진을 앞에 얹은 928 등은 911 추종자의 외면 아래 조용히 사라져갔다.
911 매니아의 집착은 결국 포르쉐를 궁지로 몰아갔고, 80년대 중반 5만여 대에 이르던 판매량은 90년대 초 1만 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92년 대표이사를 거쳐 이듬해 회장직에 오른 벤델링 비더킹(사진)은 취임 전 진행되어온 4도어 세단 프로젝트(코드네임 989)를 폐기하고, 북미 시장을 겨냥한 경량 로드스터 복스터(코드네임 986)와 이 플랫폼을 공유하는 신형 911(코드네임 996)의 개발을 지시했다. 전통의 공랭식 엔진을 미련 없이 내친 911은 포르쉐 광신도의 볼멘소리에 상관없이 매년 1만5천 대 이상씩 팔리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비더킹의 과감한 시도는 제3의 포르쉐 카이엔으로까지 이어졌다. 포르쉐는 연이은 새 모델의 성공을 발판 삼아 세계에서 순수익률이 가장 높은 메이커로 성장했다. 2002/2003 회계연도 판매량 6만6천 대에 이어 올해에는 7만5천 대 수준까지 올라설 전망이다. 포르쉐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연 벤델링 비더킹은 최근 계약을 연장, 2007년까지 포르쉐 그룹의 회장 및 CEO로 활동을 보장받았다.
Mechanism
34년 만의 큰 변신을 통해 태어난 코드네임 996은 복스터 로드스터와 40% 정도의 부품을 공유한다.
코드네임 996은 첫 모델 901을 토대로 꾸준히 개선되며 30여 년의 장수를 누린 구형과 달리 완전 신형 플랫폼으로 911의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수랭식 DOHC 엔진과 경량 알루미늄 섀시,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과 한결 안락해진 실내공간 등으로 포르쉐 쿠페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간다. 수평대향 6기통 리어 엔진과 리어 휠 드라이브, 2+2 시터 구성은 그대로. 로드스터 복스터와 40%의 부품을 공유하고 독일 쥬펜하우젠 공장에서 한 해 1만6천 대 정도 생산된다.
섀시 새 911은 길이, 너비, 휠베이스가 각각 185, 30, 79mm씩 늘어나고 비틀림 강성과 휨 강성은 45, 55%가 높아졌지만 경량합금 비율을 20%까지 확대해 무게는 오히려 50kg 가까이 줄었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성의 서스펜션은 컨트롤 암, 링크 구조, 서브 프레임 등 모든 구성품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특유의 핸들링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복스터를 닮은 새 스타일과 패키징으로 골수 팬의 불만을 사온 911은 데뷔 4년 만인 지난 2001년의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이를 잠재웠다. 앞쪽은 공기흡입구 디자인을 손질하고 휠 아치를 세심히 가다듬어 범퍼 좌우에 자리한 사이드 라디에이터 그릴의 냉각효율을 높이고 펜더와 앞바퀴에 이르는 공기흐름을 최적화했다. 6단 MT 모델용 기계식 리어 디퍼렌셜 록과 지상고를 10mm 낮추는 18인치 휠&서스펜션 패키지도 이 때부터 옵션으로 마련되었다.
911 역사상 처음으로 쓰인 수랭식 4밸브 복서 엔진.가변 밸브 기구 바리오캠 플러스와 3.6X의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320마력을 낸다.
4세대 993부터 쓰기 시작한 멀티링크 리어 서스펜션은 철저한 경량화로 로드홀딩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엔진 및 트랜스미션 5세대 911의 가장 큰 변화는 공랭식 SOHC를 대신한 수랭식 수평대향 6기통 DOHC 엔진이다. 포르쉐의 수랭식 DOHC 엔진은 70년대 말 FR 방식의 928과 수퍼카 959를 통해 선보인 바 있지만 911에 쓰인 것은 996이 처음. 4밸브의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와 블록, 2단 흡기 매니폴드(바리오 램)와 드라이섬프 윤활방식을 버무린 수랭식 복서 엔진은 공랭 유닛―4세대 993은 최대 3.8X―보다 작은 배기량(3.4X)으로도 300마력의 나아진 성능을 냈고, 레드라인도 6천700rpm에서 7천300rpm으로 올라갔다. 2001년의 마이너 체인지와 함께 배기량을 3.6X로 키우는 한편 가변 밸브 타이밍과 리프트 기구를 조합한 바리오캠 플러스를 얹었다. 성능은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37.7kg·m으로 크게 향상되었고 연비도 약 6% 정도 좋아졌다. 트랜스미션은 수동 6단과 팁트로닉 S 자동 5단 등 2가지. 컴팩트한 사이즈의 팁트로닉 S 5단 AT는 운전자의 드라이빙 패턴에 따라 이코노미에서 스포트에 이르는 5가지 변속 프로그램을 자동 실행하고 수동 모드에서의 변속 타이밍은 0.2초에 불과하다.
제5세대 911의 라인업
현재의 코드네임 996은 일반 카레라 계열과 고성능 GT 계열로 구분된다. 911 터보와 GT2, GT3, 한정판 GT3 RS 등 GT 계열은 911 GT1 르망카에서 파생된 수평대향 6기통 3.6X DOHC(자연흡기 및 트윈터보)를, 그 외의 카레라 라인업(911 카레라·카레라 4·카레라 4S·타르가)은 개선된 자연흡기의 플랫식스 3.6X DOHC 엔진을 얹는다.
911 Carrera 4 Coupe·Cabriolet
911 Carrera 4 Coupe·Cabriolet
911 카레라 4는 98년 가을 등장했다. 보디 타입은 쿠페와 카브리올레 2가지. 프론트 액슬에 비스커스 다판 클러치를 담은 4WD 구동계가 앞뒤 구동력을 5:95~40:60의 비율로 나눠 싣는다. 악천후에서 든든하고 돌파력이 두드러지지만 카레라보다 50kg 이상 불어난 무게가 단점. 포 휠 드라이브(4WD)에 걸맞게 프론트 액슬을 강화하고 6단 MT와 조합해 최고시속 280km, 0→시속 100km 가속 5.5초(AT)의 성능을 낸다.
911 Targa
911 Targa
타르가의 루프 오픈 메커니즘은 초기의 탈착식 루프와 PVC 리어 윈도에서 95년부터 뒤창 아래로 자동 수납되는 슬라이딩 글라스루프로 진화해갔다. 996 베이스의 신형 타르가는 역대 최대인 면적 1.5㎡의 대형 글라스루프를 갖췄고 최대 열림 면적도 0.45㎡나 된다. 전동식 루프 모듈과 직경을 늘인 A필러 때문에 70kg 정도 무거워졌지만 0→시속 100km 가속 5.7초(AT)의 녹록치 않은 실력을 보인다.
911 Carrera 4S Coupe·Cabriolet
911 Carrera 4S Coupe·Cabriolet
대형 흡기구를 갖춘 프론트 범퍼와 립 스포일러, 기본형보다 60mm 늘어난 뒤 펜더 등 911 터보를 꼭 닮은 스타일로 예전의 ‘터보룩’ 버전을 계승하고 있다. 구동계는 카레라 4와 같지만 10mm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시스템, 엔진 마운트 및 프론트 액슬 구조 등 911 터보 메커니즘으로 하체를 중무장했다. 수평대향 6기통 3.6X 320마력과 풀타임 4WD 구동계, 5단 AT를 조합해 최고시속 275km를 낸다.
911 Turbo·Cabriolet
911 Turbo·Cabriolet
지난 99년 등장한 911 터보는 수평대향 6기통 3.6X DOHC 트윈터보 엔진과 6단 MT(또는 팁트로닉 S 5단 AT), 풀타임 4WD 구동계를 조합한다. 지난해에는 14년 만에 카브리올레 버전을 더했다. 복서 엔진은 2천700~4천600rpm에서 뿜어지는 57.1kg·m의 토크를 등에 업고 0→시속 160km 가속 9.3초의 화끈한 성능을 자랑한다. 복합 세라믹 디스크와 6피스톤 캘리퍼 조합의 PCCB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911 GT2
911 GT2
1.95바의 트윈터보를 더해 483마력, 65.3kg·m를 토해내는 최강의 911. 6단 MT, 뒷바퀴굴림 구동계와 조합한 최고속도는 911 라인업 중 가장 빠른 시속 319km. 강력한 핸들링에 걸맞게 서스펜션을 강화하고 무게중심도 20mm 낮추는 등 대대적인 섀시 보강을 이뤘지만 무게는 911 터보보다 100kg이나 가볍다. PCCB를 기본장비로 갖추고 클럽스포트 버전은 카본파이버 보디와 카본 리어 윙을 더한다.
911 GT3
911 GT3
FIA N-GT와 르망 LM-GT 클래스 호몰로게이션을 얻기 위해 지난 99년 첫선을 보였고 지난해 2세대로 모델 체인지했다. 3.6X 381마력 엔진은 부품을 경량화하고 관성질량을 줄여 한계회전수를 8천200rpm까지 끌어올렸다. X당 105마력의 출력계수는 자연흡기 엔진 중 최고 수준. 뒷바퀴굴림+6단 MT 구성으로 0→시속 160km 가속을 9.4초에 끊는다. 30mm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과 리어 LSD, 6피스톤 브레이크가 기본.
Interior
최상의 품질과 디자인 감각을 자랑하는 세련된 인테리어
혼 패드 디자인부터 남다른 3스포크 스티어링 휠
최상의 성능과 편의성이라는 2가지 테마 아래 수퍼 스포츠카의 세계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일궈온 911은 지난 97년의 풀 모델 체인지를 통해 최상의 품질과 디자인 감각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덧붙였다. 탑승자의 혼을 쏙 빼놓을 듯 화려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는 포르쉐의 농축된 차 만들기 실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화려한 시나몬 브라운 컬러로 단장하고 알루미늄 몰딩으로 선명함을 불어넣은 실내는 일반 세단은 물론이고 낭만파 로드스터라도 쉽사리 소화해내기 힘든 과감함이 돋보인다. 대시보드와 센터터널을 천연가죽으로 꼼꼼히 여미고 루프 라이닝은 보드라운 알칸타라 소재로 마감하는 등 감성품질이 뛰어난 인테리어에서 솜씨 좋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계기판은 타코미터를 중심으로 5개의 원을 포개어 구성했다
rpm 게이지 아래 달린 트립 모니터
철저히 운전자 중심으로 꾸며진 타이트한 실내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복스터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이나 센터페시아 디자인, 송풍구 위치 등 대시보드 구성은 복스터를 꼭 닮았다. 차이점이라면 5개의 원을 차곡차곡 포개어 구성한 계기판 정도.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명당 자리를 차지한 타코미터는 7천rpm까지 무서운 속도로 치솟을 복서 엔진의 움직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배려이고, 거침없이 뿜어질 포르쉐 퍼포먼스에 대한 경고다. 계기 디자인이나 꼿꼿이 서 있는 스티어링 휠, 무릎 높이까지 올라붙은 센터터널 등 인테리어는 철저히 운전자 중심.
몸에 밀착되는 느낌이 일품인 가죽시트
대시보드 왼쪽에 자리한 이그니션 키 홀
사이드 에어백과 덮개 달린 포켓을 한데 담은 도어트림
헤드레스트 일체형인 가죽시트는 몸에 밀착되는 느낌이 일품이다. 대시보드 왼쪽에 자리잡은 이그니션 키 홀은 포르쉐 르망 도전의 역사를 상징하는 증거. 길 건너편에서 달려와 경주차에 올라탄 뒤 왼손으로 시동 걸고 오른손으로 기어 넣어 출발하는 초기 르망식 스타트는 사라졌지만 포르쉐는 여전히 그 전통을 지키고 있다.
활성탄 필터를 갖춘 전자동 에어컨과 6CD 체인저의 보스 오디오 시스템
4개들이 CD 보관함. CD 체인저는 보네트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수납식 컵홀더는 지지력이 떨어지는 편
포르쉐에도 글러브박스가?! 제법 넓고 깊이도 적당해 쓰임새가 그만이다
공간이 좁은 뒷자리는 짐 공간으로의 활용도가 더 높다
실내에는 다양한 운전정보를 제공하는 온보드 컴퓨터와 최상급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물론 수납식 컵홀더와 글러브박스까지 있다. 글러브박스는 깊이가 적당해 쓰임새가 좋지만 컵홀더는 음료수 지지 능력이 영 시원찮다. 하지만 몇 년 전의 포르쉐에서는 이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뒷자리는 그 꾸밈새가 앞좌석 못지않게 화려하지만 여유공간이 적어 승객보다는 ‘귀티 나는’ 짐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여기는 편이 낫다. 시트를 간단히 접어 짐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프론트 후드에도 수트케이스 하나쯤은 가뿐히 들어갈 공간이 있다.
RIDE,HANDLING & PERFORMANCE
충만한 신뢰를 바탕에 둔 911 카레라 쿠페의 퍼포먼스
포르쉐의 명성은 911을 통해 태어났고 911에 의해 완성되었다. 한 브랜드에서 이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철저히 단련된 911 카레라의 듬직한 어깨 위에는 포르쉐와 함께 했던 일희일비가 모두 담겨 있다.
설렘과 긴장을 반반씩 품고 911의 40년 역사 속으로 뛰어든다. 탄탄한 시트에 몸을 얹고 묵직한 도어를 닫으면 난공불락의 성벽에 둘러 쌓인 듯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시동과 함께 등받이에 규칙적으로 전해지는 복서 엔진의 자극적인 진동. 치료 불가능한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순간이다. 수평대향 6기통 3.6X DOHC 엔진은 리어 액슬 뒤에서 군림하며 320마력, 37.7kg·m의 괴력을 토해내지만 미리부터 주춤거릴 필요는 없다. 911 카레라 쿠페의 액셀 페달은 돌덩이처럼 무거워 서툰 조작을 사전에 틀어막고, 첫걸음은 경직된 몸을 해빙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느긋하다. 용기 내어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자 강렬한 질주를 시작한다. 2천rpm 부근에서 흘러나오는 육중한 바리톤 음색은 순식간에 5천rpm까지 치솟는 회전수를 따라 특유의 포르쉐 노트로 긴장감을 높여간다.
가속성능은 시속 160km까지 단숨에 치달을 만큼 강력하다
시속 140km까지 단숨에 올라붙을 만큼 강력한 가속성능을 자랑하지만 체감속도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드라이빙 포지션이 낮고, 무게중심은 이보다 더 낮게 여겨져 속도를 높일수록 노면과의 일체감이 더해간다. 오른 발끝을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는 엔진과 파워 상승, 노즈와 스티어링 휠의 가감 없는 피드백은 시속 120km 이상의 고속에서 펼쳐지는 추월가속과 급차선 변경에서도 ‘절대 신뢰’를 준다. 모래와 습기를 머금은 미끄러운 노면, 풀 드로틀을 할 때마다 눈에 띄게 떨어지는 연료 게이지 등에 대한 심리적 부담만 덜어낸다면 시속 200km까지 내달리는 것도 손쉽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솔직한 몸놀림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댐퍼가 단단하고 노면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 안락한 승차감에 대한 기대는 저만치 밀어두는 것이 낫다. 시프트레버를 2단으로 고정하고 크게 휜 내리막 코너를 시속 90~110km로 파고들어도 반짝이는 은빛 차체에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다. 레일을 타듯 정확하고 깨끗하게 와인딩 로드를 감아 도는 핸들링 성능은 0→시속 100km 가속 5.5초, 최고시속 280km를 이끌어내는 복서 엔진의 맹렬함보다 강렬하고 짜릿하다. 스티어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고, 주행안정장치 PSM은 최대한 참고 기다렸다가 급박한 순간에 등장해 깔끔하게 뒷마무리한 후 사라진다.
정확하고 깨끗한 핸들링이 이끌어내는 짜릿한 코너링
하지만 코너 각이 크고 횡가속도가 크게 걸리면 뒷바퀴굴림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차 부품 중 가장 무거운 엔진이 뒤쪽에 놓여 있고 운전석과의 거리도 가까워 등뒤에서 일어나는 밸런스 변화가 더욱 실감나게 와 닿는다. 그러나 급격하게 차체 뒤쪽을 바깥으로 내몰지 않고 액셀 페달을 살짝 떼면 가볍게 자세를 다잡을 수 있다.
스포크에 마련된 팁트로닉 변속 스위치
P-R-N-D 구성에 매뉴얼 모드를 더한 팁트로닉 S 5단 AT
팁트로닉 S 5단 AT는 스티어링 스포크의 버튼으로만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민첩한 시프트 반응은 드라이버의 예상보다 반 박자쯤 빨라 오히려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손에 익어 수랭식 복서 엔진의 멜로디를 마음대로 조율할 경지에 오르면 911 카레라 쿠페는 주변을 그저 흐릿하게 뭉개진 풍경으로 내던지며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바리오캠 플러스
바이오캠 플러스
1995년 993 바탕의 911 터보를 통해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 바리오캠을 처음 선보인 포르쉐는 지난 2001년부터 모든 모델(엔진)에 이보다 발전된 바리오캠 플러스(VarioCam Plus) 시스템을 쓰고 있다. 신형 바리오캠 플러스는 흡기 밸브 타이밍만을 조절하는 이전 기술과 달리 밸브 리프트(밸브가 열리는 정도)까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 가변 밸브 기구의 목적은 엔진의 효율과 성능을 높이는 데 있다. 엔진은 고회전일 때 흡기 밸브를 빨리 열고 늦게 닫아 좀더 많은 혼합기를 빨아들이고, 저회전에서는 반대로 밸브를 늦게 열고 빨리 닫아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엔진 회전수에 따라 밸브 개폐 타이밍과 리프트 양을 조절하면 더욱 높은 효율과 성능을 낼 수 있다.
포르쉐는 풀리와 샤프트 사이 각도를 조절하는 캠샤프트와 저회전/고회전용 캠 그리고 높이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가변 리프터로 이같은 원칙을 충실히 따른다. 캠샤프트는 풀리에 내장된 스위치 밸브를 통해 시시각각 각도를 변화시켜 밸브 타이밍을 조절하고, 가변 리프터는 캠과 맞닿는 핀의 높낮이로 리프트 양을 제어한다. 저회전일 때는 유압식 핀이 솟아올라 저속 캠(가운데)과 맞닿고 고회전에서는 핀을 넣어 고속 캠(좌우)에 닿게 해 리프트 양을 최소 3.6mm에서 최대 11mm까지 조절한다. 모트로닉 7.8 엔진 매니지먼트의 컨트롤을 받는 바리오캠 플러스 시스템은 콜드 스타트 상태에서도 최적의 흡기 효율을 끌어내고, 아이들링 때는 연료소모율과 유해가스 배출량을 최대 10% 줄일 수 있다.
Sales Guide
한성자동차는 현재 911 카레라 쿠페와 카브리올레, 카레라 4S 쿠페와 카브리올레, 911 터보와 터보 카브리올레 등 6가지의 911 모델을 팔고 있다. 지난 2월에는 911 4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생산 모델 911 주빌리를 선보였고 GT2와 GT3 등은 도입 예정이 없다. 한성자동차는 올 한 해 복스터 스파이더와 카이엔 V6, 카레라 GT 등을 더해 모두 16가지 모델을 갖추고 대표적인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포르쉐 인디비주얼 서비스를 통해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단장할 수 있다
911 카레라 쿠페용 리어 스포일러 패키지
48만 원 정도면 루프 랙을 더할 수 있다
스포츠 서스펜션과 18인치 휠 등 옵션 선택의 폭이 넓다
포르쉐 디자인의 수트케이스
마운틴 바이크는 또 다른 ‘명품 포르쉐’중 하나다
세련된 디자인의 가죽 핸드백
인디비주얼 서비스는 포르쉐만의 장기. 국내 구입 고객은 스포츠 서스펜션, 리어 스포일러, 파크 어시스트 등을 추가 주문해 받아볼 수 있고, 사전주문 모델은 편의장비는 물론 인테리어 트림과 가죽 내장의 바느질 스타일까지 개인 취향에 맞춰 세팅할 수 있다. 보네트 맞춤형 수트케이스와 루프 랙, 고급 핸드백 등 다양한 포르쉐 전용 액세서리 역시 단 하나의 제품이라도 구입 가능하다.
5세대 911의 아름다운 마무리, 911 주빌리
911 주빌리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쉐는 지난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911 탄생 40주년을 맞아 911 라인업에 다양한 새 모델을 더한 것. 3월 2세대 GT3을 시작으로 한정판 GT3 RS, 카레라 4S와 터보 카브리올레를 선보였고, 가을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3세대 GT2와 함께 911 주빌리(Jubilee)가 공식 데뷔했다. 911 주빌리는 올 가을 6세대 모델(코드네임 997)의 등장에 앞서 첫 수랭식 911인 996의 성공적인 7년을 마무리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카레라 GT와 같은 GT 실버 메탈릭 컬러로 단장한 911 주빌리는 1천963대만 한정생산되고 국내에는 오직 4대만 들어온다. 가장 큰 특징은 터보 스타일의 대형 흡기구와 18인치 카레라 휠, 고광택 배기 파이프 등으로 강렬함을 더한 스타일링. 리어 엔진 커버에 ‘Carrera’ 대신 새긴 ‘911’로고도 눈길을 끈다. 다크 그레이 천연가죽과 GT 실버 메탈릭으로 단장한 인테리어는 계기판에 알루미늄 원을 두르고 센터콘솔에 911 40주년 기념 문자를 넣어 마무리. 수평대향 6기통 3.6X 엔진은 일반형보다 25마력 올라간 34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0→시속 200km 가속 성능도 카레라보다 1초 빠른 16.5초를 자랑한다. 서스펜션을 단단히 세팅하고 지상고를 10mm 낮춰 절정의 핸들링을 더욱 강화했고 기계식 리어 디퍼렌셜 록이 강력한 출발가속과 코너링을 돕는다.
포르쉐 전국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전시장 - 연락처
서울 한성자동차 서울전시장 - (02)546-3421
서비스센터 연락처
서울 용답 서비스센터 - (02)2244-5578
성산 서비스센터 - (02)309-4321
911 카레라 옵션
옵션 : 값
바이크세논 헤드램프 : 1,407,000
대시보드 몰딩(호두나무/카본) : 2,200,000
파크 어시스트 : 731,000
스티어링 휠 몰딩(호두나무/카본) : 1,577,000
리어 스포일러 : 3,411,000
알루미늄 인테리어(대시보드/도어트림) : 3,722,000
사이드 스커트 : 1,888,000
알루미늄 룩 스티어링 휠 : 1,425,000
스포츠 서스펜션(-10mm) : 802,000
크루즈 컨트롤 : 659,000
스포츠 서스펜션(-30mm) : 3,028,000
18인치 휠(스포트클래식Ⅱ/스포트디자인) : 3,055,000
포르쉐 액세서리
엑세서리 : 값
핸드백 : 638,000
포르쉐 바이크 : 3,916,000~10,813,000
여행용 가방 : 462,000
루프 랙 : 481,000
수트케이스 : 825,000~946,000
모델 카 : 44,000~363,000
룩색 : 297,000
포르쉐 데칼 : 3,300~16,500
포르쉐 911 카레라 쿠페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 X 너비 X 높이 : 4430×1770×1305mm
휠베이스(mm) : 2350mm
트레드 앞/뒤(mm) : 1445/1500mm
무게(Kg) : 1425kg
승차정원(명) : 2+2명
엔진
형식 : 수평대향 6기통 DOHC
굴림방식 : 뒷바퀴굴림
보어 X 스트로크(mm) : 96.0×82.8mm
배기량(cc) : 3596cc
압축비 : 11.3
최고출력(마력/ rpm) : 320마력/6800rpm
최대토크(Kg·m/rpm) : 37.7kg·m/4250rpm
연료공급/과급장치 :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 크기(L) : 64L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 3.600/2.190/1.410
④/⑤/ⓡ : 1.000/0.830/3.170
최종감속비 : 3.37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 2도어 쿠페
스티어링 :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 : 205/50 ZR17
타이어 뒤 : 255/40 ZR17
성능
최고시속(Km) : 280km
0→시속 100km 가속(초) : 5.5초
시가지 주행연비(Km/L) : 7.1km/L
값(만원) : 15,290만 원
기사&사진 출처 : 카비전 2004년 3월호(http://www.carlife.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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