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록 외국으로 소유권이 넘어 갔다고 하나 영국의 Rolls Royce나 Aston Martin이 고급차임은 누구나 다 인정할 것이다. 그 보다 한 단계 아래이긴 하나 Mercedes-Benz, BMW, Cadillac 등이 고급차라고 할 때 부정하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면 Volkswagen에서 최근에 내놓은 Phaeton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Equus나 Chairman은? 독자분들이 당연히 고급차가 아니냐고 반문했다면 아마도 큰 차체와 높은 배기량의 엔진, 비싼 가격, 그리고 다양한 옵션아이템들을 고급차의 기준으로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러면 Mercedes-Benz의 소형 A-Class나 C180은? 곧 출시될 2만불대의 BMW 1 Series는 어떨까? 눈을 돌려 구형기술로 만들어지고 자국 내에서만 판매되는 구닥다리 디자인의 Toyota Century나 중국의 紅旗는 고급차일까? 눈치 빠른 독자분들은 위의 질문들에 대해 필자가 어떻게 답을 내릴 지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로는 Luxury Car로 표현되는 고급차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고급차는 흔히 얘기되는 Hermes, Louis Vuitton, CHANEL 등과 같은 Fashion Brand들처럼 명품에 속하는 소비재다. 명품에 속하는 Brand는 독특한 캐릭터와 이미지가 있고 그러한 특성을 사랑하고 애용해 주는 전문 수요계층이 존재한다. 이러한 전문 수요계층들은 자기들만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일상 생활에 필요한 소비(옷, 화장품, 자동차, 가방, 하다 못해 자주 가는 호텔이나 레스토랑까지)에 있어 자신들의 Identity를 드러내 주고 강화해 주는 아이템들을 선택하게 된다. 즉 선택한 명품 아이템들과 자기 자신을 동일화시키며 이 과정에서 그 명품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Personality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 수요계층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계속 사랑 받기 위해 각 명품 Brand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가미한 디자인, 시대를 앞서 가는 상품컨셉, 기본 품질의 철저한 확보, 그리고 이미지 마케팅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소수만을 위한 희귀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량 생산을 해야 하니 소위 명품들의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즉 명품의 높은 가격은 결과이지 높은 가격이 명품이 되기 위한 초기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대중 Fashion Brand인 Guess가 어느 날 갑자기 최고의 재료로 고가의 제품을 만들었다 해서 명품이 될까? 대만의 한 자동차업체에서 큰 차체, 고배기량 엔진, 각종 옵션을 만재한 소량의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고급차에 속할까? 명품의 기준은 물질에 있지 않고 이미지에 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해 아낌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전문 수요계층의 존재가 명품의 Key Factor이고, 명품과 전문 수요계층의 관계는 지금부터 천년을 거슬러 올라간 시점에서부터 형성되어 오고 있다.
11세기와 12세기에 걸쳐 유럽에서는 농업사회를 기반으로 한 귀족사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귀족사회는 경작지를 영지로 보유한 봉건귀족과 승려계급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고, 봉건귀족들은 형식상으로는 각기 왕국에 속해 왕의 통치를 받는 것처럼 되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자기의 영토에 대해 자치권을 부여 받고 대신에 왕에게는 세금과 유사시 군사력을 제공하는 것을 토대로 한 수평적 계약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러한 봉건귀족들의 영지는 오랜 기간 동안 동일 혈통 내에서 세습되면서 각기 독특한 그들만의 지역문화를 형성하게 되었고, 오늘날 다채로운 문화배경을 가진 유럽은 이 같은 다양한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 당시는 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던 자급자족의 시대라 이런 봉건귀족들은 영지 내에 장인들을 두고 각종 생활도구들을 만들게 했고, 이런 생활도구들은 자연스레 각 귀족들의 취미와 기호를 반영하는 소량 공예품의 성격을 띠게 됨은 물론, 그 지방의 기후풍토와 문화까지도 반영하게 되었다. 그러니 같은 기능을 가진 생활도구들의 디자인이 지역마다 다 달라지지 않았겠는가? 유럽이 중상주의 시대를 거쳐 초기 산업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부유층으로 부상한 상인들이나 산업자본가들이 소위 부르주아(Bourgeois)로서 과거 봉건귀족을 대신하여 각 사회의 다수 지배층으로 성장해 갈 때도 이런 현상은 이어져, 그 들 또한 연대 그룹별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제품들을 선호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 귀족들의 일상생활과 사교활동을 위해 오늘날 자동차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승용마차가 등장하게 된다. 다른 생활도구들과 마찬가지로 승용마차도 오랜 기간 동안 각 지역과 귀족의 Identity와 Originality를 나타내는 전통의 디자인 Theme을 가진 공예품이었고, 그 당시 승용마차는 지금의 고급차 이상으로 지위와 신분의 상징이었기에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장식과 개성을 강조하였다(오늘날 Hermes나 Gucci와 같은 명품 Brand들의 상징물에 마차나 말편자 같은 馬具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Patron(유산귀족계급)들의 취향에 맞추어 마차를 만들어 주던 장인들을 Italy에서는 Carrozzeria라고 불렀으며, 이런 전통에 Italy 특유의 디자인 감각이 더해져 오늘날 Italy가 세계 자동차의 디자인을 리드하게 된 것이다. 19세기 들어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아래 그림에서 보여지듯 유럽의 승용마차는 말 대신 엔진을 탑재한 원시적 형태의 자동차로 발전하였고, 인류는 본격적인 내연기관의 ‘Mobile Age’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20세기 들어 미국에서는 Ford의 Model T를 중심으로 일반 대중을 위한 자동차의 대량생산이 개시되었으나(자동차와 문화 - 미국편 참조), 유럽에서는 자동차가 여전히 소수 상류층을 위한 소량 공예품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항공기 생산기술을 활용하여 유럽에서 대량생산이 시작되었을 때도 각 자동차업체들은 대중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독자적 개성과 철학을 지닌 자동차를 고집하였고 이러한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디자인의 차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유럽시장이 크지도 않았는데 워낙 자동차업체 수가 많아서 각 업체들이 자신만의 Niche Market을 위해 일부러 비대중적인 차들을 만들게 된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나, 실제 미국에서도 20세기 들어 지금의 Big 3로 정리되기까지 수백 개의 자동차업체들이 명멸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이 유럽시장의 특성에 맞추어 스스로의 생존방식을 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물론 현재 유럽의 자동차 Brand 중에 VW 이나 Peugeot, Fiat 등과 같이 대량판매를 위한 대중차를 만드는 업체들도 있으나, 이 업체들도 보다 많은 수의 일반 대중, 특히 자국민의 취향과 Needs를 주요 타겟으로 그에 맞추어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명품 Brand들의 운영방식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물론 대중차 업체들도 유럽업체라 나름대로의 독특한 디자인 Theme은 계속 지켜가고 있다(자동차와 문화 (IV-III) - 일본편 참조).
유럽은 이러한 계급사회의 전통이 아직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남아 있어 소비자들은 각자의 계급에 맞추어 소비재 구매를 한다. Milano나 Paris에 있는 많은 명품 Fashion Brand 가게들의 손님들은 주로 소수의 현지 상류층과 관광객들이고 현지의 일반 시민들은 얼씬도 하지 않는다. 비싸기도 하거니와 평소에 그런 좋은 옷이나 가방에 어울리는 생활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CHANEL 옷을 입고 삼겹살 집에 간다든지, BMW를 타고 복잡한 재래시장에 장보러 가는 것 같은 愚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짝퉁 Brand들이 유럽에서는 잘 안보일 수 밖에. 아시아 국가들에서 짝퉁Brand가 대유행이고 이태원에서 만든 짝퉁Brand는 진짜보다 더 좋다는데, 이런 현상을 자본주의 하 Brand 시대에 일어나는 통상적인 문화현상으로 보아야 할 지, 아니면 열등의식에 기인한 문화 사대주의로 보아야 할 지 필자는 잘 판단할 수가 없다. 돈 없는 젊은 사람들만 짝퉁Brand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 고급차라고 주장하는 자동차도 해외 유명 Brand의 기술을 썼다는 걸 대문짝만 하게 광고해대고 또 그게 돈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소비자들한테 먹혀 들어가는 걸 보면, 명품에 대한 무분별한 열망은 이미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쳐 그 뿌리가 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명품에 대한 열망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만만치 않다. 생활 수준과 환경에 맞지 않게 유달리 명품 Brand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 특히 OL(Office Lady)들은 갖고 싶은 명품을 사기 위해 2~3년 동안 몇몇 친구들끼리 없는 돈을 쪼개 명품계를 만들어 목돈이 만들어지면 해외로 나가 Shopping을 한다. 이 숫자가 너무 많아 해외의 유명 Brand Shop들은 메뚜기 떼처럼 몰려 오는 일본 사람들 때문에 좋은 지 싫은 지 비명을 질러 대고 바깥에 줄을 세워 차례로 입장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일본 사람들은 각 Brand의 최신 디자인이나 다양한 모양을 즐기기보다 가장 대표적인 디자인 제품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이 그 Brand라고 금방 알아 보아 줄 것이니까), 멋진 Shop에 단체로 몰려 들어 와 대표적인 디자인의 구두 한 짝씩 손에 쳐들고 ‘Excuse me!’하고 점원을 찾는 모습들은 정말 가관이었다. 현지 점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Wait!’, 혹은 ‘Be quiet!’ 라고 소리 지르는 걸 보면서 비싼 돈 내고도 제대로 대접 받기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래도 일본과 한국 사람들은 주로 개별 수요에 치중하나 중국 사람들은 도매상들이 와서 싹쓸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일 게다. 필자는 90년대 중반에 여행하면서 Firenze와 Milano의 명품 Shop들의 카운터 옆이나 호텔의 복도에서 중국 사람들이 화려한 분위기에 전혀 맞지 않는 행색을 하고서는 떠들면서 이민가방 속에 명품들을 마구 쑤셔 넣고 있는 걸 몇 번이나 보곤 했다( 필자의 제한된 경험에 의한 예를 든 것이지 개인적으로 중국 사람들을 무시하여 한 말이 아니니 독자분들 오해 없으시길). 요사이는 중국의 개인소득 수준이 올라가 대도시에 명품 붐이 일고 있다니 한결 더 심해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렇게 명품만 하나 가지면 뭐하나? 생활이 받쳐 주질 않는데. 필자는 東京 주재원 시절에도 Push Man들이 사람들을 억지로 밀어 넣는 그 악명 높은 통조림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일본 OL들의 어깨에 매달려 사람들 사이에서 처참하게 우그러져 있는 명품 가방들을 많이 봤다. 같은 데서 태어나도 어떤 가방은 고급차 뒷자리 귀부인의 무릎 위에 얌전히 앉아 가고, 운 나쁜 가방은 붐비는 지하철에서 끈까지 떨어지니 명품 팔자도 가지가지인가 보다.
얘기가 좀 거창하게 길어진 듯한데 요지는 명품이란 그에 맞는 수요층과 생활방식, 즉 고유의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스로를 닦아 나가는 절제와 교양의 축적 및 사회의 모범적인 지도층으로서의 책임 있는 생활태도, 즉 Noblesse Oblige의 전통이다. 현대 산업사회의 귀족층은 부유한 생활은 형편이 허락하니 나름대로 즐기되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오만해지지 않고, 사회봉사 활동이나 각종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자신의 부와 지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 간다. 그 옛날 봉건귀족들이 전쟁이 나면 영지 내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제일 먼저 달려나갔듯이, 요사이도 전쟁이 나면 자기 자녀들을 스스럼없이 참전시킨다. 물론 다 그렇다고는 얘기할 수는 없어 개중에는 비겁한 지도층들도 있겠고,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 있으면 아무거나 살 수도 있지만, 이렇듯 자신의 格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부유층과 어울릴 때 명품들은 그 빛을 발하게 된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일반적으로 고급차에게 요구되는 제품특성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 보고, 그에 맞추어 우리나라의 고급차(?)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전편에서 고급차는 대표적인 명품으로서 각 Brand의 특성과 이미지를 아끼고 키워주는 전문 수요계층과 함께 발전되어 왔음을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고급차들은 각 Brand들에 공통되는 어떠한 특질들을 가지고 있을까? 여러 가지 것들이 얘기될 수 있겠으나 고급차들도 결국 수많은 부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제조품이므로 ‘Machine’으로서의 특질에 대해 먼저 살펴 보고, 명품 특유의 감성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는 ‘Feel’의 관점에서도 논의해 보자.
우선 움직이는 기계로서 고급차에게 요구되는 것은 기본 기능에의 충실, 즉 ‘ Run, Turn & Stop’과 ‘Safety’에 있어서의 완벽함을 위한 성실하고도 끊임없는 추구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한다면 ‘Durability’,즉 내구성 정도가 되겠다. 먼저 ‘Run’에 대해 살펴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Ride & Handling’이다. 자동차라는 것이 타고 빨리 달리기 위해 고안된 물건이니 만큼 고급차라면 사람이 도로 위에서 현실적으로 달릴 수 있는 최고의 속도, 즉 적어도 시속 200km이상의 상황에서 만족스러운 Power와 Road Holding, Acceleration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하며, Handle을 잡은 손 끝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응답해주는 뛰어난 Mobility를 보여 주어야 한다. 스타트 이후 시속 200km까지의 매끄럽고 무리 없는 가속은 물론 중저속에서 치고 올라가는 Kick-up 능력도 중요하다. 사실 시속 200km이상의 세계는 일종의 극단적인 상태라 보통 중저속의 상태에서는 식별하기 어려운 각 메이커들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나게 된다. 우리나라 차들이 수입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분야가 바로 이 ‘Ride & Handling’이고, 수입차 중에서도 각종 현란한 광고문구나 여러 Option 장비에도 불구하고 Volume Brand와 Luxury Brand의 실력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질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큰 배기량의 엔진이 고급차의 기본이라고 알고 있으나, 요사이는 환경과 연비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대두되고 있고 Powertrain 기술도 좋아져 상대적으로 작은 배기량의 엔진으로도 충분히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 필자가 판매하는 모델이라 예로 들기는 뭐하지만, SAAB 9-5 Aero는 한 단계 아래 9-5 Arc의 4기통 2.3L 185마력 엔진을 튜닝하여 동일 연비에 250마력까지 나와 상기 조건들을 무리 없이 충족시킨다). 각종 자동차잡지에서 종종 경쟁 고급차들의 가속시간 같은 걸 비교하기도 하나, 대개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은 다 갖추고 있어 그런 미세한 수치비교는 호사가나 매니아들의 얘깃거리는 될지언정 소비자들의 선택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또한 Rolls Royce나 Bentley처럼 Ultra Luxury Car 세그먼트에 속하는 차들은 Brand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될 수 있고, 다음에 설명될 ‘Feel’에 주력하는 지라 전통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궁극적인 기계적 특질을 추구해 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Mercedes-Benz가 고도의 기계적 성능을 자랑하는 Maybach를 동 세그먼트에 진입을 시켰고, Rolls Royce도 BMW가 Brand를 인수한 후 독일업체답게 기계적 성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변화시키고 있어 동 세그먼트의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두 번째 요소인 ‘Turn’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Stability이고 이 Stability를 주로 좌우하는 것이 Suspension 품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승차감이 부드러운 걸 선호하고, 실제 중저속으로 주행할 때는 소프트하게 세팅된 Suspension이 만족감을 줄 수도 있으나, 고속주행 시 Suspension이 부드러우면 차체가 흔들려 불안정해지고 돌발상황의 급회전 시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대중차의 경우이긴 하나 90년대 중반 기아자동차에서 Credos를 개발하면서 국내 경쟁차종과 슬라롬 테스트를 했을 때, 부드러운 승차감을 자랑하던 경쟁차종이 시속 200km로 급회전 하자마자 옆으로 뒤집어져 수십 미터를 미끄러지는 바람에 Test Driver가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었다). 혹자는 평생 몇 번이나 시속 200km 이상 달리겠냐고 말하기도 하나, 한 번을 달리더라도 승차자를 철저하게 보호하고자 엄청난 투자를 하여 만든 차가 진정한 고급차인 것이다. 따라서 Suspension의 Type과는 관계없이 해외 고급차들의 승차감은 일반적으로 좀 딱딱한 편이다. 물론 고속 주행 시 Stability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다 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놓고 끊임없이 기술개발이 되고 있고 그 상반된 요구들이 만나는 균형점의 레벨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는 하나, 고급차들 중에도 전문 수요계층의 요구에 따라 Driving Machine을 지향하는 Mercedes-Benz나 BMW같은 독일차들은 Stability에, Lexus나 Cadillac은 부드러운 승차감에 더 치중하는 특색을 보여 주고 있다.
Stability에 있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차체의 剛性이다. 차체의 剛性은 단순히 두꺼운 철판을 쓴다던가 차체 조립 시 용접포인트의 수를 늘려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차체 형상은 물론 주행 시 차체 주위 공기의 흐름과 노면의 저항, 차체 비틀림까지 고려한 전체 Body Structure Analysis에서 출발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기술부족이거나 원가와의 타협으로 인해 차체 剛性의 육성이 제대로 안되었을 경우, 흔히 메이커들은 Suspension으로 대충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고가의 국산차나 Volume Brand 수입차에서 고급 Option이라고 자랑하는 가변식 Suspension Mode (고속주행용, 시내용, 스포츠 모드 등)라는 게 사실은 Suspension내 실린더압력의 가감을 통해 차체 Stability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자 하는 눈가림인 것이다. 어쩌겠는가, 본인이 지불할 수 있는 차 값 한도 내에서 즐길 수 밖에. 그래서 국산 신차 안 사고 고급 수입차 중고를 타는 매니아들이 많은 것이다.
다음에 ‘Stop’은 말 그대로 서는 것인데, 제일 중요한 것이 제동거리다. 물론 제동거리는 짧을수록 좋으며 급정차 시에도 차량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을수록 좋다. 물론 여기에도 짧은 제동거리와 승차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Quality Stop이라는 상반된 요구를 조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있다. Brake System의 용량을 엄청 키워 고속 주행하던 차를 무조건 콱 세운다면 제동거리는 짧아지겠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기아자동차에서 대형 승용차로 92년 처음 출시했던 Potentia가 당초 목표했던 ‘뒷자리 회장님용’ 차에서 실패하고 ‘앞자리 오너용’ 차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 ‘Stop’ 문제였다. Potentia의 원조인 Mazda 929(루체가 포텐샤의 원조인 것은 다 알것이다.)는 원래 High Speed를 즐기는 스포츠 타입의 오너용 차였고, 그 당시 ‘뒷자리 회장님용’ 차에 대한 Know-how가 부족했던 기아자동차는 국내 시장에 맞게 개조하기는커녕 아무 생각 없이 제동거리가 짧다는 걸 오히려 자랑하기까지 했었다(기아자동차의 Test Driver들이 고속으로 Test할 때 운전기사 두고 자기는 뒤에 앉아 가는 걸 해보기나 했을까?). 그러니 회장님들이 출퇴근 시에 뒤에 앉아 신문을 보다가 운전기사가 브레이크를 조금 세게 밟기만 하면 그냥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태가 수도 없이 발생한 것이었다. 당연히 판매 초기 잘 나가던 Potentia의 급매물이 급증했고 차량의 성격은 바꾸기 어려운지라 기아자동차는 긴급히 2,000cc 엔진의 오너용 보급형을 만들어 위기를 넘겼다.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그 다음에 개발한 Enterprise는 역으로 Quality Stop에 치중했고, 덕분에 길어진 제동거리로 인한 아찔한 경험은 필자만의 것이었을까( 자동차와 문화 II-I 유럽편, V-II 한국편 참조)?
또 독자분들은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차량 추돌사고 시 뒷승용차의 앞부분이 앞차의 뒷범퍼 밑으로 들어가 콧등이 까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차량 급정거 시 달려가던 힘에 의해 앞쪽이 주저앉고 뒷쪽이 들리는 이른바 ‘Nose Dive’ 현상 때문이다. 유난히 Suspension이 부드러운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특히 이런 현상이 심하다. 그러니 무조건 부드러운 승차감만 좋아할 게 못된다. 이렇듯 짧은 제동거리와 Quality Stop이라는 상반된 요구를 눈가림식 Option장비가 아니라 오랫동안 기초연구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조화시켜 내야만 고급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Safety’는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이라 새삼스레 얘기하기도 뭣하고 또 너무 광범위하여 본 컬럼의 범주를 벗어나는 듯하니, 세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일반 사람들이 ‘Safety’에 대해 갖고 있는 몇 가지 잘못된 상식만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우선 차량의 ‘Safety’와 승차자의 ‘Safety’의 혼동이다. 차량 사고 시 차체가 많이 찌그러지면 차가 약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필자는 많이 보았다.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다. 충돌 시 차가 찌그러져야 충격이 흡수되어 승차자가 그만큼 안전해지는 것이다(물론 수준 이하의 자동차들은 여기서 논외로 한다). 강철로 튼튼하게 차를 만들어 놓으면 사고 시 차야 안전하겠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스스로 충격을 흡수해야 하니 인간 에어백이 될 수 밖에 없다. 人權과 효율의 개념 없이 그저 튼튼하게 기계적 성능 위주로 만든 舊소련군 탱크의 훈련 도중 훈련병들이 많이 죽거나 다쳤다는 이야기가 참고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잘못된 상식은 에어백이나, ABS 같은 각종 안전장치들에 대한 맹신이다. 차급별로 요구되는 안전조건이 다른 만큼, 운전자들이 자기가 운전하는 차급에 맞는 안전운전을 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경차가 에어백이 달려 있다고 해서 충돌 시 중형차만큼 안전할까? 중형차에 ABS 달려있다고 해서 자기한테 까불었다고 빗길에 Porsche를 따라다니면 되겠는가 말이다. 또한 에어백 수가 많다고 해서, 각종 첨단 안전장치가 많이 달려 있다고 해서 더 안전한 것도 아니다. 그런 것들은 그저 사고의 확률을 조금 줄여주거나 사고 시 상해의 정도를 약간씩 경감해 주는 정도의 효과를 가질 뿐이고, 역시 진정으로 안전한 차는 오랜 세월에 걸쳐 확률에 관계없이 가능한 많은 경우에 대비해 철저히 기본을 갈고 닦은 후에야 완성되는 것이다. 고급차의 명성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쌓여져 가는 것이다. Volume Brand 자동차업체가 수익성 향상이나 Brand가치를 올리겠다면서 큰 차체에 배기량 큰 엔진 얹고 각종 첨단 장치로 만재된 대형차를 만들었다고 해도 세세한 많은 부분에서 기계적, 기능적 미숙함이 드러나기 마련이라 단기간에 고급차라고 인정 받을 수는 없다. 오랜 기간 숙달된 조리사의 손끝 솜씨 없이 그저 훌륭한 주방 기구에 좋은 재료를 썼다고 맛있는 요리가 나오겠는가?
기계적 특질의 마지막으로 ‘Durability’에 애기해 보자. 요즘에는 줄었다지만 그래도 독일이나 홍콩에 가면 Benz같은 고급차 택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차 값이나 유지비가 만만치 않을텐데도 고급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내구성 때문이다. 어느 부품 하나라도 수명을 다하면 이상해지는 게 차인데, 일정 기간 쓰고 바꾸는 성격의 Volume Brand는 보통 4~5 년 정도의 정상작동을 기준으로 부품을 개발한다. 우리나라의 차들도 예외가 아니라 국내 중고차 시세를 보면 판매 후 4~5년 정도 때부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 부품 수명을 좀 더 늘리는 게 뭐 그리 어렵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기술상의 문제 외에 더 좋은 재료를 써야 하고 실험도 더 많이 해야 하니 결국 원가가 올라가게 된다.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그만큼 차 값을 올려 받는 컨셉의 독일차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Volume Brand가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차 값에는 한계가 있어 내구성을 일정 수준 이상 키우고자 하면 당장에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그래도 엔지니어의 魂을 강조하며 Volume Brand 가운데 내구성에 치중했던 Nissan(日産), Mazda(松田), 기아(起亞)자동차 같은 업체들이 결국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는 독자분들도 잘 아시리라 믿는다. 고급차들이 비싼 이유는 이렇듯 부품 하나하나를 장기간 내구성을 지닐 수 있도록 제대로 개발하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 부품이 겉모양과 기능이 비슷한 국산차 부품보다 값이 더 비싸 소비자들이 심하게 불평하기도 하나, 이렇듯 부품 자체가 비싼데다가 운송, 포장상태까지 남달리 신경을 많이 쓰니 비싸질 수밖에 없다. 부품판매 마진이 어느 정도 있어도 투자대비 소량 판매에 따른 높은 수준의 단위별 고정비와 인건비를 빼고 나면 사실 국내 수입차 정비는 신차를 팔기 위한 보조 수단이지 남는 장사가 아니다).
고급차의 기계적 특질에 대해 간단히 짚고 가려고 했는데, 필요한 얘기만 한다고 해도 워낙 내용이 많다 보니 지면이 넘쳐 또 다른 중요한 특질인 ‘Feel’에 대한 얘기는 다음 편에서 논하기로 하자. 결론적으로 기계적 특질에 관한 한 고급차는 부문별로 요구되는 상반된 요구 조건들을 상당 수준 동시에 만족시키면서도 자기 나름대로의 ‘맛’을 오랫동안 느끼게 해 주는 매력만점의 훌륭한 기계덩어리다.
앞서 고급차의 기계적 특질에 대해 살펴 보았으니 이번에는 고급차의 감성적 측면, 즉 ‘Feel’에 대해 논의해 보자. 사실 고급차라 해도 차라는 게 수많은 부품의 조립체이고 요새는 고도의 전자장비들도 많이 들어가 있어 잡소리나 잔고장 같은 게 수시로 발생한다 (필자는 잦은 잔고장에 참다 못한 깍두기 아저씨가 옆차기로 고급 독일차의 사이드 미러를 날려 버리는 걸 본 적이 있다. 무서웠다). 또한 Brand에 따라 실내가 좁다든지, 트렁크가 작다든지, 아니면 기계장비들이 좀 구식이라든지 같은 물리적 결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비싼 차가 뭐 이래?’하고 당연히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그래도 한 번 고급차를 타 본 사람들은 그 세계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 그러한 기계적 결함들을 덮어주는 고급 Brand들의 감성적 매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Volume Brand나 새로 고급차 대열에 진입하려고 하는 Brand가 기계적 특질에 있어서는 기존 고급차들을 어느 정도 따라간다 해도 단기간에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분야가 바로 감성적 측면이기도 하다. 고급차의 감성적 측면은 넓게 보면 Brand Image라는 말로 단순하게 표현될 수도 있으나, 그렇게 간단한 이슈가 아니며 수치화되기 어려운 상당히 주관적인 세계라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분하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살펴 보는 기준으로는 佛敎에서 사람이 세상을 접하는 여섯 개의 窓으로 일컫는 眼, 耳, 鼻, 舌, 身, 意중에서 차는 음식물이 아닌 관계로 味覺을 담당하는 舌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가지의 감각을 활용해 보자.
먼저 眼은 ‘See’로서 눈에 보이는 외관, 즉 Exterior & Interior Design을 총칭하며 형태, 즉 스타일과 色에 의해 인지된다. 앞서 여러 번 논의되었듯이 고급차는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 온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각 Brand의 Design Theme에 대해서는 주관적으로 好?不好가 있을 수 있으나, 어차피 전체 소비자가 아니라 전문 수요계층의 취향에 맞출 수밖에 없으므로 동일 Theme을 유지하면서도 그 시대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감각을 얼마나 잘 반영하였는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각 Theme별로 전체적인 디자인의 완성도가 중요하며, 그러한 Theme에 대한 만족을 기본으로 각 부품간의 조립상태를 나타내는 Craftmanship, 즉 Fit & Finish와 함께 차량 성격에 맞추어 디자인된 각 개별부품의 외관에 대한 만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소비자의 시각적 기대를 충족시킨다. 중요한 것은 대개 이러한 각 개별부품의 디자인은 해당 부품의 물리적 기능과는 별 관계가 없으며 단지 시각적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실내 계기판을 다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보다 세단이라면 우드그레인을, 스포츠카라면 크롬장식을 하면 동일한 기능이라도 시각적 만족감은 올라가지 않겠는가? 그토록 다양한 모양의 알루미늄 휠들이 과연 기능상의 차이를 얼마나 갖고 있을까? 계기판의 모양이 특이하다고 해도, 차문 안쪽 스타일이 특별히 예쁘다고 해도 실질적인 기능상의 차이는 별로 없다.
이 같은 시각적 만족감에 있어 色도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고급차일수록 형태가 色에 우선한다. 각 Brand별 혹은 각 나라별 특징있는 스타일을 만들고 그러한 스타일을 한껏 드러내기 위해 色이 동원되는 것이다. 드물기는 하나 자동차업체의 독특한 개발철학에 의한 기능상의 이유 때문에 특정한 色(눈부심을 방지한다는 Mercedes-Benz의 검은 색조의 계기판 플라스틱, 시인성을 높이고 야간에 눈의 피로를 최소화 한다는 BMW의 호박색 계기판 야간조명 등)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고급차들은 의외로 차의 내외장 색깔이 다양하지 않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Rolls Royce, Jaguar 같은 우아한 느낌의 영국차는 겉은 British Green, 실내는 우드그레인과 어우러진 Beige가 가장 잘 어울리고, 기계적 느낌이 강한 BMW, Mercedes-Benz같은 독일차는 Metallic Silver의 겉 색깔에 크롬이나 회색 플라스틱이 섞인 Black계통의 실내가 가장 느낌이 산다고 생각한다.
다음, 耳는 소리이되 ‘Noise’가 아닌 ‘Sound’를 의미한다. 차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차를 개발한다고 하지 않고 육성한다는 말을 즐겨 쓴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대하듯이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의 성격을 키워 나가는 데 기쁨을 느끼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육성한 차일수록 친자식처럼 아끼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기아자동차에서 상품기획을 맡았을 때 새로운 차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게 있는 차를 죽이는 것이었다. 당연히 상품기획과 회사경영이 이익동기에 맞추어 제대로 굴러가질 못했고 차종은 점점 많아져 구매, 생산, 판매, A/S 등 회사의 모든 부문에 부담이 점점 커져갔었다). 고급차일수록 Sound를 차의 성격에 맞게 육성해 나간다는 얘기를 하려다가 잠시 얘기가 빗나갔다. 차와 운전자는 주행 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Communication을 하게 되며 여기서 Sound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가 어떤 노면상태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지, Accelerator를 밟으면 엔진소리와 바람소리에 의해 어느 정도로 가속이 되고 있는지 Sound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운전자는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운전이 즐거워지는 것이다. 보통 유럽의 고급차들은 Brand에 따라 미세한 차이는 있으나 좀 시끄럽고 진동도 상당히 느껴진다. 물론 무거운 기계덩어리가 고속으로 굴러가는데 소리와 진동이 없을 수 없고, 유럽차들의 경우 성능위주로 개발되어 소리와 진동이 더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스포츠카가 아닌 세단이라 할지라도, 소형차가 아닌 대형차라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소리와 진동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개발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차를 만들어 보면 소리와 진동을 없애는 것보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육성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Motorcycle이긴 하나 미국의 Harley Davidson이 자기만의 독특한 배기음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를 든 사실은 Sound가 Brand Image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정지상태나 주행 시 잘 육성된 각종 기기류들의 작동음도 고급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만족감을 배가 시켜 준다. 기아자동차에서 Potentia를 개발하면서 시속 30km 정도가 되면 자동으로 차문이 잠기는 장치를 적용했었는데, 개발기간도 촉박하고 기능적 완성도에만 집착하다 보니 차문이 잠길 때 ‘철커덕’ 하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나던지 당시 기아자동차의 김선홍 사장이 뒷자리에서 잠을 청하다가 몇 번을 깜짝 놀라 깨서는 ‘으이구, 이 촌놈들이 확~실하게 만들었구만!’ 하고 혀를 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물론 그 후 그 소리는 많이 조용해졌지만 말이다. 따라서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Sound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육성에 매진하는 자세의 결여가 문제였던 것이다. 차문 닫을 때 나는 묵직하고 확실한 느낌의 소리는 또 얼마나 중요한가? 일일이 이런 예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세 번째 鼻, 즉 ‘Smell’은 의외로 사람들이 가장 무심하게 지나치는 부분이나 사실은 차량의 성격과 수준을 결정짓는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특히 신차의 냄새는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초기 인상과 구매결정에 있어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다. 모든 것을 Manual화 하기를 좋아하는 Toyota의 신입 영업사원 교육자료를 보면, 손님이 매장에 들어서면 무조건 운전석에 먼저 앉히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내용이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손님이 신차의 신선한 플라스틱 냄새를 맡게 해서 잡다한 설명 이전에 우선 ‘뿅가게’ 만들어 놓으란 얘기다 (신차에 비해 중고차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에는 사실 이런 후각요인도 크다). 거기다가 가죽시트의 우아한 향기라도 곁들여지면 손님의 초기 긴장과 경계심은 상당 부분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잘 관리된 자동차 매장에 가 보면 전시차의 차문과 창이 모두 닫혀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건 먼지가 들어갈까 봐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은 신차의 냄새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후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급차 매장에서 Brand 성격에 맞는 고급 방향제를 설치해 놓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또한 차 실내는 복잡한 화학처리 공정을 거친 각종 플라스틱과 섬유, 가죽 등으로 되어 있어 청결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각종 불쾌한 악취가 섞여 나며 한여름 뙤약볕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유해가스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시중에는 탈취제나 방향제가 많이 나와 있는데, 사실 아무 냄새도 없는 차는 무미건조하고 그 자체가 화학제조물인 방향제들은 휘발성이 강해 밀폐된 공간인 차 실내에서 오래 맡을 경우 건강에 해로울 수가 있다. 따라서 Volume Brand와는 달리 고급차 업체들은 각 Brand의 성격에 맞추어 신차 초기 냄새를 어떻게 잘 만들어 얼마나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Audi는 별도의 후각전문연구소까지 차렸을 정도다. 오랜 기간에 걸친 이러한 전문 연구의 결과로 당연히 고급차에 앉아 보면 좋은 냄새가 나며 각 Brand별로 미묘한 향기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Cadillac을 타면 상큼달큼하면서도 우아한 향기가 나는데 그건 가죽시트를 만들면서 가죽 속에 ‘Nuance’라는 향기물질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지속이 되는데 Cadillac 연구진이 이 ‘Nuance’를 개발하고 적용하는데 엄청나게 노력했음은 물론이다.
네 번째 요소인 身은 접촉에 의해 몸으로 느끼는 감각이니 ‘Touch’, 즉 촉각에 해당한다. 동일한 물리적 기능을 가진 부품이라도 촉각의 느낌을 달리 하기 위해 고급차 업체들은 엄청난 실험을 거듭한다. 예를 들어 같은 가죽핸들이라도 Volume Brand는 Brand 수준과 원가의 제약으로 인해 그야말로 가죽으로 둘러싼 핸들을 만들어 기능상의 필요만 만족시키는데 반해, 고급차 업체들은 가죽부터 고급을 쓰면서 그립부분의 굵기, 손으로 잡았을 때 가죽표면의 질감이나 미끄러짐의 정도 등에서 남다른 느낌을 주고자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SAAB의 가죽핸들을 좋아하는데, 잡으면 단단한 느낌으로 손에 딱 쥐여지는 것이 고속으로 달려도 Control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강하게 느끼게 해 준다. 그 밖에 도어 핸들을 잡았을 때의 느낌, 실내 각종 기기들을 누를 때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 가죽시트 표면의 질감, 수동기어 변속 시 손에 느껴지는 기어손잡이의 촉감과 변속품질 등 다음에 논의될 ‘意’의 세계와 함께 고급차를 Volume Brand와 차별화시키고, 더 나아가 Rolls Royce, Bentley같은 Ultra Luxury Brand를 일반 고급차와 구별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촉각인 것이다.
감성적 측면의 마지막 요소인 ‘意’는 좀 어려운 개념이나 간단히 번역하자면 ‘Perception’, 즉 인식이 되며 앞서 얘기한 각 감성적 요소들이 다 녹아 들어 만들어 내는 가장 궁극적인 감성적 요소라 하겠다. 우리는 흔히 어떤 Brand에 대해 막연하나마 통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Volume Brand들은 대개 그 이미지라는 게 실용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Toyota는 무난하고 편리하며 잔고장이 적고, VW은 단단하고 내구성이 강하며, 한국차들은 값이 싸고 품질은 그럭저럭 탈만하다 하는 그런 느낌들 말이다. 그에 반해 고급차들은 좀 더 형이상학적인 느낌들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BMW는 남성적이고 스포티하며 엔지니어링적으로 뛰어나면서 고속으로 달릴 때 무겁게 깔리는 느낌이 있다든지, Cadillac은 푹신하고 승차감이 부드러우면서 American Luxury의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진다든지, Jaguar는 귀족적이고 우아하면서 절제된 느낌에 드라이빙이 파워풀하다든지, Lexus는 조용하고 매끄럽게 나가면서 세련되고 있어 보인다든지 하는 각 Brand의 이미지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확하든 잘못 되었든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의 머리 속에 고착되어 있다. 그 전부터 자동차업체의 경영방침 변경에 의해 이런 고착된 이미지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으나 (실용적이고 안전한 Family Car에서 Ford에의 인수를 계기로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고 고급차로 변신하고자 하는 Volvo, Phaeton을 내놓고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려 하는 VW 등), 한 번 박힌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지라 아직 제대로 성공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어떤 Brand의 고급차를 타면서 만족을 느끼는 것은 승차자가 그 Brand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맞게 기대가 충족되었을 때 생겨 난다. 더욱이 그런 만족수준을 강화해 주는 새로운 스타일이나 독특한 아이디어의 옵션장치 등이 추가되었을 때 그 Brand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져 Brand Value로 발전하게 된다. 바로 엠블렘으로 상징되는 고급차들의 그 Brand Value에 사람들은 높은 가격을 즐거이 지불하는 것이다.
또한 고급차는 승차자, 특히 운전자에게 각 Brand 특유의 운전하는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오랫동안 차를 갈고 닦는다. 기계적인 수치가 모자라거나 엔지니어링적으로 뭐가 잘못 되어서 고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목적하는 그 감성품질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Lexus가 목표로 하는 서스펜션의 느낌을 육성하기 위해 양산일정을 몇 년 뒤로 미루었다는 사실이 좋은 예가 되겠다. 고급차는 아니나 대표적인 대중 Specialty Car로서 80년대 말 출시되어 전세계적으로 공전의 힛트를 기록했던 Mazda의 MX-5 Miata 개발담당 엔지니어의 다음과 같은 개발 후일담은 이런 측면에서 정확하며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 2인승의 소형 스포츠 쿠페로서 1,600cc 엔진이 좀 작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더 큰 배기량의 엔진을 얹어 볼까도 했습니다만, 어차피 고속으로 즐기는 정통 스포츠카도 아니고 해서 저는 사람들이 옛날에는 이동수단으로 말을 탔었기에 그 느낌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평지에서는 빠르지 않더라도 한 몸이 된 느낌으로 기민하게 움직이고, 언덕을 올라갈 때는 말이 힘들어 헐떡거리는 것처럼 가쁜 숨소리와 떨림을 느끼게 하고 싶었지요. 그리고 어차피 가까운 두 사람이 즐기면서 타는 차라 양 시트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서 운전 중에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의도가 어느 정도는 구현된 것같아 기쁩니다.’’ 실제로 Miata를 타보면 평지에서는 가볍게 움직이며 Fun이 느껴지고, 언덕길에서는 약간 힘이 달리는 듯하면서 가속하면 ‘가르릉’ 하는 경쾌한 소리와 기분 좋은 진동이 전해져 온다. 이런 게 ‘意’의 세계인 것이다.
이제 간략하게나마 고급차의 감성적 측면에 대해 살펴 보았으니 그 동안 논의되어 왔던 고급차의 여러 기준들에 의거하여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고급차(?)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지금까지 고급차의 의미와 그 분류 기준에 대해 여러 모로 살펴보았는데 그렇다면 그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국산 대형차들은 과연 어떤 수준일까? 그 동안 본 주제의 컬럼을 계속 보신 독자분들은 아마도 필자가 주관적이긴 하나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이미 짐작하고 계시리라 믿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국산 대형차들은 고급차로 분류되기에는 기계적, 감성적 측면에서 많은 점들이 미흡하여 다소 엄격하기는 하나 앞서 논의되어 온 외국의 고급차들 범주에 넣기가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고급차로서의 진정한 실력과 품격은 갖추지 못한 채 가격은 비싸므로 국산 대형차들은 高級車가 아닌 高價車로 분류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가격을 기준으로 본다면 국내 시장에서 기본 모델의 판매가격이 2천만원 이상인 차들을 통상적으로 高價車로 볼 수 있으며, 현재 생산되고 있는 차종 중에는 구체적으로 現代 Equus, Dynasty, Grandeur XG, 起亞 Opirus, GM-大宇 Magnus L6, Renault-三星 SM5 VQ, 雙龍 Chairman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가격이 아니라 차의 기계적 특질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Platform (Platform이나 Underbody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으나 여기서는 차의 아랫도리인 Underbody에서 Powertrain을 제외한 것을 Platform이라고 정의해 보자) 을 중심으로 좀 더 세분화해서 보면, 1,800cc ~ 2,000cc급 중형차(자동차업계의 전문용어로는 D Segment라고 한다)의 Platform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Grandeur XG와 Opirus (Sonata와 Platform 공용), Magnus (Leganza와 Platform 공용)가 Lower Segment가 되고, 2,000cc ~ 2,500cc급 준대형차(D+ Segment)의 Platform인 Nissan의 Cefiro를 도입한 SM5가 Middle Segment, 3,000cc급 이상(E Segment)의 Platform을 가진 Equus, Dynasty, Chairman이 Higher Segment를 형성하고 있다. 독자분들 중에는 이 같은 분류에 대해, 특히 Grandeur XG와 Opirus가 Lower Segment로 분류된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시리라 생각되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 차의 기본이 되는 Platform의 Level별 기계적 특성에 따른 분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물론 Grandeur XG와 Opirus에 3,500cc 엔진도 탑재되어 있고 각종 고급 사양들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음은 사실이나,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고급차에 대한 기준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엔진 배기량이 크고 각종 고급 사양들이 많으면 편안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차의 기본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시는 독자분들은 대중차인 Toyota Camry의 Platform으로 만든 Lexus의 ES330이 큰 차체나 각종 고급 사양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별로 고급차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Lexus의 최상급 차종인 LS430나 GS300은 후륜구동인데 반해 ES330은 전륜구동이다. 어느 고급차 Brand도 제품특성이 확연히 달라지기에 제품 구성에서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을 섞는 경우는 없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기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Lexus, Jaguar처럼 Volume Brand와의 Platform 공용화이고 두 번째 이유는 Cadillac처럼 구동방식의 변환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다. 물론 Volvo처럼 후륜구동이었다가 Ford 차량과의 Platform 공용화에 의해 승용 전차종이 전륜구동이 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된 고급차가 없을까? 자동차산업의 역사도 일천하고 디자인에 있어 한국적 아이덴티티의 확립도 미흡한 현 상태에서 고급차를 논한다는 게 시기상조이기는 하나, 언젠가는 만들어야 하기에 현재 우리나라 高價車의 배경과 수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앞서 누누히 설명하였듯이 특정 고급 Brand의 개성과 특질을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전문 수요계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외국의 고급차들은 오랫동안 동질성을 가진 전문 수요계층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모델을 개발해 왔음에 반해, 우리나라 高價車, 특히 Higher Segment에 속하는 모델들은 주로 우리나라의 ‘높은’ 사람들을 위해 개발되어 왔다. 당연히 개인수요 보다는 법인수요가 중심이 되고, 가격이나 성능보다는 사회적 신분의 품위 유지가 앞서게 되며, 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신분이 높다는 것 그리고 그런 걸 별로 감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성향 이외에는 취향이나 라이프 스타일 등에서 공통점이 없으므로,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자연스레 자동차 자체의 감각이나 특질보다는 이들의 지위를 겉으로 강조해 주는 방향으로 高價車를 만들게 된다. 또 사회적 신분이라는 제약 때문에 국산차를 탈 수 밖에 없는 이 들의 약점을 활용하여 ‘High Price, High Margin, & Low Service’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차를 어떤 식으로 만들겠는가? 후진국의 특성도 남아 있고 폼도 내야 되니 우선 차체와 실내를 가능한 크게 키우고(사실 차체 키우기에 있어 차폭도 적절히 키워야 하는데 리무진을 포함해서 차 길이를 우선적으로 키우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와 문화 - 한국편 참조), 엔진도 배기량을 최대한 키워 ‘회장님용’ 최고급 이미지를 만들고는 차체에 비해 작은 배기량의 엔진들도 사회적 서열에 맞춘 배기량 크기별 수요를 위해 집어넣는다. 그리고 고급과 첨단의 이미지를 주면서 수익도 높이기 위해 각종 비싼 옵션 장치를 잔뜩 집어 넣고 각 부분을 최대한 틀어 막아 조용하게 만든다. 중저속에서의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시트의 높이도 최대한 낮춘다. 게다가 경쟁도 별로 없고 하여 일반 중형차와 별 다르지 않은 개발기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만들어내다 보니 선진국의 고급차들에 비해 육성도 충분치 않다(사실 충분히 육성해 낼 수 있는 전문 개발인력과 데이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차라는 게 돈만 잔뜩 들인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라 장기간 육성을 통해 각 부분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잘 조절되어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혀야 하는데, 국내 高價車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비싼 것들로 온 몸을 휘감기는 했는데 일관성 있는 세련된 감각 없이 튀는 느낌에 힘만 넘치는 졸부들 생각이 난다.
최근에는 Middle Segment 이상 高價車에 대해서도 개인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사회 지도층이 이용하는 차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신분상승 요구의 충족이나 富의 과시, 아니면 비싼 차니까 무조건 좋은 차일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에 의한 부분이 크다고 본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富의 여유가 있으면 높은 수준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자 하는 건 당연하고, 실제 각종 옵션장치들이 많이 달려 있는 비싼 차들은 알아서 자동으로 해 주는 게 많아 운전이 편해지기는 한다. 하지만 붐비는 주말에 백화점 주차장에서 Equus에 목을 길게 빼고 앉아 서툰 운전솜씨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고 본인도 괴로워하는 공포의 흰장갑 아주머니를 보면 무언가 잘 못 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춤복처럼 자기들의 기호와 생활을 철저히 연구한 뒤 자기들의 생활 방식에 맞추어 고급차 제조업체들이 만들어 준 차를 타고 편안한 자동차 생활을 누리고 있는 선진국의 부유층에 비하면 아직 우리는 사람이 차에 억지로 맞춰 가는 느낌이다
이렇듯 ‘높은’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이나 부유계층의 과시용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주목적이 있고, 길도 많이 막혀 중저속에서의 고급감에 주력하다 보니, 앞서 논의된 고급차의 기계적 특질, 특히 고속 주행 시 요구되는 품질에 대해서는 사실 국산 高價車들의 실력은 많이 떨어진다 (커다란 크기와 무게에 비해 허약한 하체와 무른 서스펜션, 고속 주행 시 불안정한 차체 움직임과 과다한 외부 소음, 밋밋하고 느린 가속 성능, 긴 제동거리, 반응이 느린 Handling 등). 高價車들이 주로 국내에서 맴돌고 해외 수출이 부진한 것에는 가격이나 Brand Image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렇듯 고급차로서의 기계적 특질이 미흡한 것도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Design은 어떨까?. 위에서 살펴 보았듯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보면 나름대로의 디자인 철학이나 감각적 아름다움 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치중하게 된다. 당연히 외부 모습은 과시적이고 권위적인 형태로 당당하게 주위를 제압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야 하니 전체적인 형태는 칼로 쳐낸 두부처럼 주로 직육면체들을 붙여 놓은 모습을 띠게 된다. 직선에 의한 평면 분할, 날카로운 엣지, 강한 앞모습 등이 강조되면서 도어핸들, 방향지시등, 안개등 같은 외장 부품들은 크기가 커지고 시각적으로 두드러진다 ( 필자는 Equus의 어른 팔뚝 길이만한 앞쪽 방향지시등이 깜박이는 걸 보고 있으면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숨이 막히는 듯하다). 물론 크롬 도금은 각 부분에 널찍하니 넘치도록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일부러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첨단의 이미지보다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느낌이 강하다. 色도 권위를 강조하다 보니 온통 검은색이라 한마디로 무미건조하고 몰개성적인 수송기계의 느낌이다.
내부를 보면 그 전에는 힘이 들어 간 듯한 형태의 스타일에 色도 주로 검정이나 어두운 회색 위주로 되어 있어서 감각이 좀 떨어지기는 했어도 전반적인 느낌은 권위적인 외부 디자인과 균형을 맞추어 갔는데, 최근 들어 외부 디자인은 좀 더 권위적이 되면서 내부는 오히려 우아하고 부드러운 감각을 강조하고 있어 안팎 디자인의 Unbalance가 드러나 보인다. 스타일링에 있어 곡선을 많이 가미하고 감각적인 형태를 강조하면서 色도 Beige나 밝은 회색이 많이 쓰여지고 있고 너무 많은 게 흠이긴 하지만 우드그레인의 색조도 점차 밝아지는 듯하다. 플라스틱의 외관 품질이나 촉감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으며 스위치나 각종 기기류들의 움직임도 고급스럽다. 이는 결국 고급차의 기계적 특질은 당장에 따라가기 어려우니 우선 감각적 특질에서 따라가려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진지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되며, 전편에서 열거된 다섯 가지 감각적 특질의 기준 중 특히 眼과 身의 영역에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더 높은 수준을 향한 배전의 노력과 耳, 鼻, 意의 영역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도 요구된다 하겠다. 그러나 이 같은 내부 디자인의 고급화도 특정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을 위한 게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다 보니 디자인 Theme에서 각 Brand별 특유의 느낌이 없이 서로 비슷한, 트렌드에 따른 일반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겠다. 첨단을 강조하기 위한 각종 편의장치와 디자인 요소들도 너무 눈에 띄다 보니 아날로그적인 외부와 이상하게 대비된다.
이렇듯 국내 高價車들 Design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목표로 할만한 두터운 전문 수요계층이 없다 보니 지향해야 할 기계적, 감각적 특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은 충분한 국내 수요의 충족에만 머무를 수도 없는 것이 고급 수입차들이 가격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급속하게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어 몇 년 안에 국내 高價車들은 고급 수입차들과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력있는 진정한 고급차를 개발하고자 한다면 결국 해결 방법은 해외 선진국, 특히 신분사회의 전통이 약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으면서 나름대로 실질Value에 따른 합리적 구매결정을 선호하는 미국을 목표로 하여 특정 전문 수요계층을 파악, 분리하여 집중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 혹자는 국내도 부유층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고급 수입차들이 많이 팔리고 있는 걸 보면 국내에서도 머지 않아 어느 정도 동질적인 전문 수요계층이 형성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一見 맞는 말이기도 하나, 국내 수입차 고객들의 구매패턴을 보면 어느 특정 Brand가 좋아서 쭉 타는 사람들은 오히려 소수이고 이것도 타 보고 저것도 타보자는 마음으로 2~3년 주기로 Brand를 계속 바꾸어 대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자신만의 Theme 없이 다양한 명품의 소비에 의한 물질적 풍요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 부유층이 걸맞는 학식과 교양을 갖추고 Noblesse Oblige에 따른 사회적 의무감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물론 전부는 아니겠으나 서울 강남에서 그 많은 수입차들의 운행 행태를 보면 그리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가 어려운 듯하니 상당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 특화된 고급차의 전문 수요계층을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발전되고 부유층의 수도 더 많은 일본에서도 적절한 목표계층을 찾지 못해 미국의 신흥 부유층을 상대로 개발된 Lexus의 경우가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아직 미흡하기는 하나 고급차 세계의 New Entrant로서 그 지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Lexus의 성공요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자. 우선 일본 문화의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보다 단점을 먼저 철저히 개선하고 감춘다는 점이고, 따라서 야구도 일본 야구는 이기는 경기보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한다는데 Lexus의 개발 전략은 이와 매우 유사하다. 즉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내세우는 것보다 경쟁상대의 단점들을 철저히 파악하여 그러한 단점들이 없는 차를 만드는 데 치중한 것이다( 자동차와 문화 IV-III 일본편 참조). 기존 고급차의 단점으로 지적되어 온 잔고장, Fit & Finish, 잡소리를 잡고 비록 Sound라 할 지라도 소리와 진동을 싫어하는 수요 계층에 맞추어 Care-free의 조용한 차를 만들어 냈다. 비록 Something special이 아니라 Nothing wrong의 제품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철저한 훈련을 통해 Dealer Shop과 A/S에 있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고, High Class Marketing을 통해 Brand Image를 높이면서도 의외로 차량 가격은 저렴하게 하여 고급차 시장에 Value for Money 개념을 도입하였다. Lexus가 목표로 한 계층이 당대에 자기 손으로 큰 부를 축적해 낸 신흥 부유층이었고, 이들은 전통이나 기존 습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실질가치를 중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거기에 맞춘 이 같은 Lexus의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Design Theme은 Mercedes-Benz를 모방하였으나 상세 스타일링과 다양한 옵션장치의 개발을 위해 신흥 부유층이 모여 사는 Beverly Hills에 연구진을 수십 명씩 번갈아 파견하여 상주시키면서 그 들의 모든 생활양식을 철저히 연구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같은 일본 자동차업체라도 이 같은 수요 계층에 대한 철저한 연구 없이 차량 자체의 기계적, 감각적 특질을 우선적으로 추구하여 고급차 대열에 들어가려 했던 Infiniti나 Acura가 결국 실패하고 만 것도 좋은 他山之石이 될 수 있겠다.
지금까지 글을 써오면서 필자도 국내 자동차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데 국내 高價車에 대해 너무 가혹한 평가를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사랑하는 자식에게 매를 들듯이,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이 지금보다 몇 단계 Level-up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엄청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고 그러한 Level-up에 있어 선도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이 고급차이기에 좀 더 엄정한 잣대로 평가했음을 독자 분들께서는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단순한 양적 팽창이 질적 전환을 가져올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의 선배 세대가 세계 5위의 생산대국까지의 양적 확대에 매진해 왔듯이, 이제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생각과 방식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이러한 질적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자들이 하루 속히 크기나 힘, 권위의 환상에서 벗어나 절제와 성능, 느낌의 자동차 생활을 즐기게 되길 바라며, 이 전환기의 시점에서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가진 자동차와 진정한 고급차가 우리 자동차업체들의 손에 의해 가까운 미래에 만들어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p.s.) 그렇다면 본 주제의 제 1편에서 언급된 일본의 Century와 중국의 紅旗는 어디에 속할까? 두 차종 다 스타일도 구식이고 기계적, 감각적 특질도 많이 떨어지면서 비싸기는 한데 각종 고급 사양들도 별로 없이 그저 그 사회의 높은 사람들이 상징적 의미로 타고 다니는 정도라 구태여 분류하자면 高位車 쯤 되겠다.
기사&사진 제공 : 오토조인스(http://www.autojoin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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