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규모 자동차회사인 미쯔오까가 수작업으로 만든 가류2는 인피니티 M45를 베이스로 앞·뒷모습을 클래식하게 꾸민 차다. 고전적인 겉모습과 달리 V8 4.5X 340마력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 뒷바퀴굴림 등이 조화를 이뤄 스포츠 세단 같은 고성능을 낸다. 가류2의 진정한 가치는 보는 것보다 운전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극적 반전’에 있다
글·박정룡<카레이서> 사진·이명재 기자
카매니아라면 누구나 ‘나만의 차’를 갖고 싶어한다. 남들과는 무엇이 달라도 다른 차, 개성 있고 독특한 차, 그런 특이한 차들을 갖고 싶어한다. 유명 수퍼카 메이커에서 한정생산한 차, 일년에 몇 대 만들지 않는 수제차, 값이 비싸지 않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차는 언제나 카 매니아들이 꿈꾸는 대상이다. 길거리에서 멋지고 특이한 차를 만나면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저 차는 뭘까? 저 차를 타는 기분은 어떨까? 심지어 그 차를 타는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멋진 차를 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오랫동안 시승을 하다보면 다양한 차를 만나게 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수퍼카를 타며 가슴이 뛰는 흥분을 느끼기도 하고, 중후한 롤스로이스나 벤틀리를 운전하며 황홀감도 빠져들기도 한다. 오늘은 이 두 가지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차를 만난다. 일본의 미쯔오까 자동차가 만든 새로운 컨셉트의 차 ‘가류2’다.
매니아를 위한 차 내놓는 작은 일본 메이커
‘미쯔오까 자동차’라는 회사와 ‘가류’(Galue)라는 자동차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다. 일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회사가 많다. 도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미쓰비시 등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고, 이들이 생산하는 차 역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차들이 수두룩하다. 미쯔오까는 이런 메이저 회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소규모 자동차회사지만 미쯔오까 사람들은 그들이 고집하는 아주 특별한 자동차를 만든다. 바로 ‘매니아를 위한 차’다.
유럽에는 미쯔오까와 같은 소규모 자동차 메이커들이 많다. 자기들만의 고유한 자동차를 소량 생산해 그들의 팬들에게 제공하고, 때때로 유명 브랜드와 손잡고 특별한 자동차를 만들기도 한다. 사실 아무리 멋지고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수퍼카라 하더라도 양산에 들어가면 수백, 수천 대가 생산된다. 일부 카 매니아들은 이처럼 수퍼카라도 희소성이 떨어지면 그들만의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다. 차의 겉모습을 바꿔 또 다른 스타일의 자동차를 만들기도 하고, 감당하기 힘든 퍼포먼스를 자랑할 정도로 심장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카로체리아가 만든 차들은 일률적으로 양산된 차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쯔오까 자동차의 역사는 이제 20년을 넘어섰다. 미쯔오까의 시작은 지난 82년 50cc 엔진을 얹은 부부 셔틀 50(BUBU Shuttle 50)이라는 신체장애인용 차를 만들면서부터다. 87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87년에 선보인 부부 클래식 SSK(BUBU classic SSK)가 눈길을 끌면서 본격적인 수제 자동차회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클래식한 스타일의 모델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89년에는 부부 356 스피드스터(BUBU 356 Speedster), 90년에는 500대 한정으로 라세드(Le-Seyde)를 내놓았다. 특히 1930년대의 아메리칸 클래식 스포츠카를 보는 듯한 라세드는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생산되자마자 500대가 순식간에 판매되는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쯔오까는 일본의 정식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94년에 생산한 클래식 로드스터 제로1(Zero1)은 마치 클래식 포뮬러 경주차를 보는 듯한 디자인이다. 특히 제로1은 미쯔오까가 추구하는 자동차의 철학과 의지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자동차의 다양화를 시도하려는 메이커들에게 힘을 더해주는 역할도 했다. 미쯔오까가 일본의 10대 자동차 메이커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제로1 덕분이다.
클래식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고성능 인상적
가류는 96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초대 모델은 일본 내수용 닛산 크루를 베이스로 만든 탓에 오른쪽 핸들을 쓰는 일본 국내용 차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2003년 베이스 모델을 인피니티 M45로 바꾸면서 왼쪽 핸들용 가류2가 나오게 되었고, 이때부터 미쯔오까는 세계화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가류2와 혼다 어코드를 베이스로 만든 누에라(Nouera)가 판매되고 있다.(누에라는 현재 팔리지 않고 있다.)
가류는 이름부터가 남다르다. 가류란 아류(我流)의 일본어 발음으로,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나만의 것’, ‘나만의 개성’ 등을 뜻한다. 이처럼 가류는 차 이름에서부터 남들과는 다른, 개성 있는 나만의 차를 원하는 매니아들을 위한 차임을 알 수 있다.
클래식카를 연상시키는 앞모습. 보네트와 그릴, 범퍼 가니시 등이 FRP로 되어 있다
가늘고 긴 고전적인 테일램프와 스테인리스 범퍼로 멋을 낸 가류2의 뒷모습
가류2 디자인의 핵심은 클래식이다. 인피니티의 보디라인에 앞모습과 뒷모습을 클래식카를 연상시키는 올드 디자인으로 바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6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앞모습은 높고 길게 뻗은 보네트와 크고 넓은 사각형 프론트 그릴, 그리고 둥근 헤드램프를 대각으로 배치하고, 스테인리스 범퍼를 가늘고 길게 붙여놓았다. 뒷모습은 가늘고 긴 고전적인 테일램프를 세로로 배치하고 스테인리스 범퍼로 마무리했다. ‘가류의 꿈’은 현대적인 에어로 다이내믹 스타일 대신 우아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의 추구에 있다. FRP로 만든 보네트와 그릴, 프론트 범퍼 가니시와 리어 펜더를 연결하는 가니시는 무게를 줄이는 효과도 낸다.
인피니티 M45를 베이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내는 요즘의 고급 중형 세단 느낌이다
인피니티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한 가류2는 눈으로만 즐기는 클래식카가 아니라 타는 즐거움까지 함께 선사하는 클래식 스포츠 세단이다. 이 차를 타보지 않은 사람은 가류2가 그저 뒷자리에 폼 잡고 앉는 사람을 위한 차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트에 앉는 순간부터 가류2의 가치는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운전하면서 고전적인 우아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차가 바로 가류2다.
235/45 R18 사이즈의 타이어와 크롬으로 도금해 번쩍거리는 커다란 알루미늄 휠
클래식 스포츠 세단의 원동력인 V8 4.5ℓ DOHC 엔진. 340마력의 큰 힘을 낸다(엔진을 통해서 이 녀석이 인피니티의 M45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류2는 V8 4.5X DOHC 엔진에 수동겸용 5단 자동변속기를 연결하고, 18인치 타이어로 뒷바퀴를 굴린다. 6천400rpm에서 340마력의 힘을 내는 심장은 46.0kg·m/4천rpm의 넉넉한 토크를 뿜어낸다. 어떤 조건에서든지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으면 가볍고 상쾌하게 가속되면서 짜릿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5단 자동변속기와 강력한 엔진 힘이 함께 어우러져 어떤 상황의 도로에서도 운전자와 호흡을 함께 한다. 자동변속기의 수동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스포츠 드라이빙도 만끽할 수 있다. 큰 심장과 뒷바퀴굴림 방식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가속성능과 실제 운전할 때의 재미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릴 곧게 섰지만 공기저항 거의 못 느껴
고전적인 외모와는 달리 주행성능은 스포츠 세단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스티어링 특성과 서스펜션의 퍼포먼스가 뛰어나 짜릿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클래식한 스타일의 가류2는 뒷자리의 편안함을 우선한 것 같지만 직접 운전할 때의 즐거움이 더 크다. 스티어링 특성과 서스펜션의 퍼포먼스는 스포츠 세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안정적이다. 뒷바퀴굴림 방식에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을 달아 적당한 무게배분을 실현하고 주행안정성을 높였다. 덕분에 급한 코너링에서도 차의 쏠림이 거의 없다. 겉만 보면 ‘배를 타는 것처럼 출렁출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이와 같은 생각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요철을 넘을 때도 스포츠카와 다를 바 없는 접지력을 보이고, 급가속 때나 급제동 때에도 차의 자세 변화가 거의 없다. 즉 앞이 들리거나 뒤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도 매우 좋다. 프론트 그릴이 수직으로 서 있지만 공기저항으로 인해 가속감이 무뎌지는 느낌이 거의 없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가 노면에 착 달라붙고 스티어링 휠은 적당히 무거워져 안정감을 높인다. 가류2의 강력한 심장과 뛰어난 서스펜션은 고속에 이를수록 더욱 제 실력을 발휘한다. 시속 200km의 속도로 달려도 주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달리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다. 심장이 강하더라도 서스펜션의 안정성이 떨어져 속도를 낼수록 불안해지는 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가류2는 주저하지 않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뒷좌석이 그리 넓지 않지만 운전자를 위한 차라는 느낌이 강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운전석에 앉아보고 차를 움직여보면 가류2의 꿈과 지향하는 바가 한눈에 들어온다. 커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좁다. 특히 뒷자리는 폼 잡고 앉아 있기에 부족한 공간이다. 겉모습만 보고 차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실내에 들어와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류2는 자동차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고, 클래식한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동력성능이 뛰어나다.
미쯔오까 가류2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수입차시장의 규모가 예전보다 커졌지만 아직까지 수입차들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 같은 때 등장한 가류2는 자동차 매니아의 목마름을 크게 해소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쯔오까의 모든 자동차가 그러하지만 가류2는 클래식한 스타일로 우리나라의 도로를 아름답게 꾸밀 준비를 끝냈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최고급 차들은 웬만큼 경제력을 갖춘 매니아들도 쳐다보기 힘든 차다. 그러나 가류2는 여유 있는 매니아들이 꼭 한번쯤 시트에 앉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고급차다.
미쯔오까 가류2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 X 너비 X 높이 : 5140×1770×1463mm
휠베이스(mm) : 2799mm
트레드 앞/뒤(mm) : 1530/1535mm
무게 : 1808kg
보디 : 4도어 세단, 5인승
엔진
형식·배기량 : V8 DOHC, 4494cc
보어×스트로크 : 93.0×82.7mm
성능
최고출력(마력/rpm) : 340마력/6400rpm
최대토크(Kg·m/rpm) : 46.0kg·m/4000rpm
트랜스미션 : 자동 5단, 뒷바퀴굴림
서스펜션 앞/뒤 :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 모두 235/45 R18
값(만원) : 1억5,400만 원
기사&사진 제공 : 자동차생활 2005년 2월호(http://www.carlife.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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