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보시죠.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 첫선 보인 현대 포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이고 세계 시장에 한국과 현대를 알린 첫 차였다.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롱 노즈 패스트백 스타일의 보디로 좋은 평가를 얻은 포니는 데뷔 직후 국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픽업과 왜건, 3도어 등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내놓고 포니2를 거쳐 6세대 모델인 베르나로 발전하기까지, 현대 소형차에 아직도 핏줄로 닿아있는 포니는 지금의 현대와 한국 자동차산업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글·박지훈 기자(mannong@carvision.co.kr)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로 태어난 포니는 76년 양산되어 나오자마자 히트상품이 되었다.
포니가 처음 시장에 나왔던 76년의 신문광고.
한국이 오늘날 자동차 생산 5위국에 오를 수 있었던 데 가장 공헌한 차를 고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자동차산업 초창기부터 혁신적인 컨셉트로 선구자 역할을 했던 차가 적지 않지만, 현대 포니를 일등공신으로 손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포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임과 동시에 한국의 이름을 해외에 처음 알린 차였다. 또한 오늘날 현대자동차가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메이저급 회사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고, 나아가 한국 자동차산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일구는 데도 무시할 수 없는 공을 세웠다.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로 세계에 노크
약 50년 전, 196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건설업으로 큰돈을 벌어들인 현대는 1967년 자동차회사를 세우고 포드와 기술계약을 맺은 뒤 이듬해 11월부터 코티나를 만들기 시작한다. 69년에 포드의 대형차인 20M을 내놓고 74년 뉴 코티나를 더한 현대자동차는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며 자동차 사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없어서 못 팔던 코티나의 인기와 달리 현대는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당시 포드와의 합작투자 계약을 연장하면서 세부조건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던 중 73년, 협상이 결렬되고 만다. 이미 거대 다국적 기업이던 포드는 일개 제3세계 메이커인 현대가 요구하는 기술이전 문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자체기술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현대는 다른 제휴회사를 찾는 대신 독자적으로 차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고작 1만 대 남짓. 자동차 메이커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5만 대 이상 생산해야 했기 때문에 현대는 수출 가능한 고유모델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고유모델이 아니고는 내수시장에 팔고 남은 4만 대 이상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2X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린 포니의 절개도.
대규모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300억 원 이상이 필요했지만 자본금이 17억 원밖에 없던 현대는 차관계약을 맺어 자금을 조달하고 미쓰비시로부터 기술을 도입했다. 전 세계가 오일쇼크에 휩싸였던 당시는 연비가 좋은 소형차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 고유모델의 기본 틀을 1.3X급에 맞추고 디자인은 조르제토 쥬지아로에게, 설계는 만토바니에게 주문했다. 쥬지아로는 5인승 4도어 모델과 4인승 2도어 쿠페 두 모델을 제시했고 이 중 4도어 모델이 최종 선정되었다. 여기에 미쓰비시의 4기통 1천238cc 새턴 엔진과 4단 수동변속기를 얹은 현대의 첫 독자모델 포니는 개발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6개월 만인 74년 10월 제55회 토리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픽업·왜건·3도어 등 다양한 모델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생소한 이름의 현대가 만든 포니는 이 모터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차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거리였고 포니의 빼어난 디자인도 화제에 올랐다. 포니는 전형적인 ‘롱 노즈 패스트백’(long nose fast back) 스타일로 1차 석유파동 이후 소형차가 각광받던 그 시절에 크게 유행한 모양이었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 폴크스바겐 골프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손본 또 하나의 소형차라는 사실이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모터쇼에서의 호평에 힘을 얻은 현대는 75년 12월 울산에 연산 10만 대 규모의 종합공장을 세워 50대의 포니를 시험 생산했고 이듬해인 7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1천238cc 80마력 미쓰비시 엔진을 얹은 포니의 엔진룸. 구조가 간단해 정비하기도 쉬웠다.
지금 차들과는 많이 다른 포니의 대시보드. 3개의 계기와 4개의 스위치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베스트셀러 포니를 찍어내느라 울산 공장은 쉴새없이 돌아갔다.
생산라인에서 조립중인 포니.
브레이크 테스트를 하는 장면. 포니는 차체가 가벼워 주행성능이 뛰어났다.
당시 국산화율 90%를 넘은 포니는 길이 4m 정도의 아담한 체구에 미쓰비시의 1천238cc 80마력 새턴 엔진과 4단 수동변속기를 얹어 몸놀림이 가벼웠다. 0.8mm의 강판을 써서 만든 견고한 차체는 열악한 국내 도로사정에서 돋보였고 고속주행이나 등판능력 등의 기동성도 나무랄 데 없었다. 특히 자동차 사업에 열의를 갖고 있던 현대가 전국적인 AS망을 갖추고 부품 값과 정비요금을 비싸지 않게 받자 포니는 76년 승용차 전체 시장의 57%(1만726대)를 차지하며 단숨에 국내 최고의 인기 차가 되었다.
77년에 나온 포니 왜건은 트렁크가 작은 포니의 단점을 개선한 모델이다.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4인승 포니 쿠페는 양산되지 못했다.
1~2세대 가치치기 모델 - 포니 픽업(76.5~82.6)
1~2세대 가치치기 모델 - 포니 왜건(77.4~83.1)
1~2세대 가치치기 모델 - 포니 3도어(80.3~82.4)
1~2세대 가치치기 모델 - 포니2 픽업(82.5~90.1)
1~2세대 택시 - 포니
1~2세대 택시 - 포니2
포니는 4도어 패스트백 타입의 기본 모델 외에도 꾸준히 가지치기 모델을 만들었다. 76년 픽업을 시작으로 77년에는 왜건, 78년에는 배기량 1천439cc 92마력 엔진을 얹은 포니 1400이 나왔다. 새 모델을 더할 때마다 포니의 내외장은 크게 개선되어 AT같은 편의장비도 얹었다. 80년에는 고급 취향의 운전자들을 위해 3도어 모델을 만들기도 했지만 판매는 많지 않았다. 이후 포니는 82년 차체 모서리를 둥글리고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바꾼 포니2로 다시 태어나 70년대부터 시작된 포니 열풍을 80년대에까지 이어갔다.
세계 시장에 처음 수출된 국산차 포니는 여러 나라를 누비며 현대와 한국의 이름을 알렸다.
78년 브뤼셀 모터쇼에 전시된 포니.
포니는 76년 남미 에콰도르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포니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 있었다. 현대는 76년 7월 남미 에콰도르에 5대를 시작으로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포니를 수출했다. 83년 현지법인을 통해 캐나다에 진출한 포니2는 84년 캐나다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해 훗날 포니2의 후계차인 엑셀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포니는 포니2 픽업이 90년 단종될 때까지 국내외에서 모두 66만1천501대가 팔렸다.
엑셀~베르나로 계보 이으며 수출 주도
1~2세대 포니.포니2(1974~1990) - 3970*1558Z*1360mm(포니), 1.2L 80마력~1.4L 92마력.
(엑셀 프레스토)
3세대 엑셀(1985~1989) - 3985*1595*1380mm(해치백), 1.3L 77마력~1.5L 87마력, 365만3천 원.
한편 포니가 한창 인기를 끌던 81년에 현대는 X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5년 동안 4천억 원을 들여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새로 건설한 현대는 85년 2월 국내 최초의 앞바퀴굴림 차인 엑셀을 내놓는다. 엑셀은 처음에 기본형인 5도어 해치백을 시작으로 그 해 7월 노치백 세단형 프레스토를, 이듬해인 86년에는 미국수출형인 아멕스(AMX)와 3도어 해치백인 ‘스포티’를 더했다. 엑셀 역시 미국 수출을 시작한 첫 해(86년)에 ‘미국 수입 소형차 판매 1위’에 올랐을 만큼 북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엑셀은 좋지 않은 품질과 내구성, 성급했던 현대의 북미진출 전략 등이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켜 지금까지도 현대의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는 불명예의 차이기도 하다.
1985년, 국내 자동차 보유대수가 100만 대 선을 돌파하면서 본격적인 모터리제이션이 시작되었다. 당시 국내 및 수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엑셀은 88년 7월 국내 처음으로 단일차종 생산누계 100만 대를 돌파하면서 현대의 효자차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4세대 뉴 엑셀(1989~1994) - 4275*1605*1385mm(세단), 1.3L 82마력~1.5L 97마력, 445만 원.
5세대 엑센트(1994~1999) - 4115*1620*1395mm(세단), 1.3L마력~1.5DOHC 107마력, 520만 원
그 이듬해 4월, 현대는 국내 소형차 최초로 MPI(멀티 포인트 인젝션) 방식의 엔진을 얹고 각종 장비를 보강한 뉴 엑셀을 선보였고 다시 95년에는 풀 모델 체인지된 엑센트를 내놓았다. 엑센트는 4도어 세단을 기본으로 각각 유로와 프로라는 이름을 단 5, 3도어 해치백 모델이 나왔다.
(1999~2002)
(2002~)
6세대 베르나(1999~) - 4235*1670*1395mm(세단), 1.3L 85마력~1.5L DOHC 108마력, 600만 원
그리고 99년, 엑센트는 다시 베르나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유선형 차의 유행 속에 직선을 적당히 섞어 쓴 시원한 디자인과 20여 년간 쌓인 현대의 소형차 기술을 고스란히 담아낸 베르나는 올해 7월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뉴 베르나’로 업그레이드되었다.
현대의 소형차는 포니에서 베르나까지 모두 6세대를 거치면서 품질과 기술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90년대 초반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준중형급에 물려주었다. 1990년 ‘준중형’이라는 새 장르로 선보인 현대 엘란트라가 좀더 고급스런 소형차를 찾던 운전자들의 요구에 부합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또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중형차인 현대의 쏘나타 시리즈가 준중형급을 밀어내고 국내 승용차 베스트셀러에 올라 지금까지 왕좌를 지키고 있어 소형차의 전성기는 이제 다 갔나 싶다.
그러나 수출 시장에서는 여전히 소형차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현대 승용차 수출량 가운데 베르나가 36%(20만6천여 대)를 차지해 가장 많은 수출대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포니부터 베르나로 이어지는 6세대에 걸친 현대 소형차들은 캐나다와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소형차에 오른 바 있고 베르나는 지금도 터키, 인도 등 6개국에서 조립되며 해외 현지생산이 가장 많은 현대 차로 기록되고 있다.
한편 올 5월에 현대는 유럽의 B세그먼트에 해당하는 클릭을 내놓으면서 포니에서 출발한 전통적인 소형차 계보에 또 하나의 가지치기 모델을 더했다. 현대는 이미 경차부터 대형차, RV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라인업의 차를 만들고 있지만 그 출발점은 포니였고, 오늘날에는 베르나와 아반떼 XD, 클릭 등이 포니의 또 다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포니는 오늘날의 현대를 있게 한 최초의 원동력이었음은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사에서도 길이 기억될 선구자적 기질이 넘치는 차다.
현대 포니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 3970×1558×1360mm
휠베이스 : 2340mm
트레드 앞/뒤 : 1278/1248mm
무게 : 870kg
승차정원 : 5명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굴림방식 : 뒷바퀴굴림
보어 ×스트로크 : 73.0×74.0mm
배기량 : 1238cc
압축비 : 9.0
최고출력 : 80마력/6300rpm
최대토크 : 10.8kg·m/4000rpm
연료공급장치 : ?
연료탱크 크기 : 45L
트랜스미션
형식 : 수동 4단
기어비
①/②/③ : 3.525/2.193/1.442
④/⑤/ : 1.000/ㅡ/3.867
최종감속비 : ㅡ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 4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 볼 너트
서스펜션 앞 :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 뒤 : 판 스프링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드럼
타이어 앞/뒤 : 모두 5.60×13-4PR
성능
최고시속 : 155km
0→시속 100km 가속 : ㅡ
시가지 주행연비 : 14.2km/L
값 : 227만3천270원 (76년 데뷔 당시)
기사&사진 제공 : 카비젼 2002년 9월호(http://www.carlife.net )
고 3인데도 이걸 올리고 있는 운영자가 한심하다고 생각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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