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2005년 3월 24일 경기도 평택항에서 500만 번째 수출 차량인 이탈리아행 수출명 ‘피칸토’이자 국내 모델로는 ‘모닝’을 선적함으로써 수출 누계 500만대를 달성하여 기념식을 가졌는데, 국내 자동차회사로는 1998년 현대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이것은 지난 1975년 기아산업 시절에 ‘브리사 픽업’ 10대를 카타르에 첫 수출한 이후 30년만이다.
이로써 기아자동차는 1999년에 누적 수출 200만대와 2003년 400만대를 거친 후, 이날 수출 500만대 돌파 기념식을 평택항 수출선적 부두에서 가지게 된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기아자동차 대표이사가 된 정몽구회장 아들인 정의선 사장은 기념사에서 ‘오늘의 성과는 향후 기아자동차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디딤돌이 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수출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기아자동차는 과거의 세피아, 프라이드 차량에서 수출 전략형 개발모델인 카니발, 쏘렌토, 모닝 등 해외 히트차종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소형차 중심의 수출구도에서 벗어나 중대형 승용차와 RV 차종에 이르기까지 풀 라인업 체제를 갖추게 되었으며, 연간 100만대, 100억불 수출체제를 구축해 수출 주력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이렇게 성장한 기아자동차의 배경에는 기아 최초의 고유모델이자 수출효자 차종이었던 ‘세피아’를 개발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아자동차 최초의 독자모델인 ‘세피아’를 살펴보기로 한다.
현재의 기아자동차는 현대기아 자동차그룹의 한 회사로 있었지만, 13년 전인 1992년에는 현대자동차와 경쟁회사로서 독자 고유의 신차개발에 대한 의욕이 결실을 이룬 첫 고유모델이 탄생하던 해이었다.
기아의 준중형차이자 첫 고유모델인 ‘세피아’는 그 해 9월22일 종합전시장에서의 신차발표회를 통하여 데뷔하게 되었다.
개발 4년 만에 드디어 선을 보인 ‘세피아’는 개발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일본 마쯔다 회사와 미국 포드자동차의 그늘에서 벗어나 첫 번째 독창적인 차종을 개발하였다는 점과 디자인 선정 과정에서 영국 IAD와 I.DE.A를 제치고 기아 디자인팀의 안이 채택되었다는 점 등이 돋보였던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세피아’는 1991년 10월 제29회 도쿄모터쇼에 모델차가 처음 공개되면서 세계속의 이목을 받게 된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행사였는데 1년 전에 모델을 공개한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적이었다. 그러나 자신있게 국내 자동차회사로는 처음으로 참가한 일본시장에 당당히 선보인 것이다.
‘세피아’는 기아자동차가 사운을 건 차종답게 4년 동안 9천억 원이라는 많은 자본을 투자하였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개발이 완성된 세피아의 개발 과정을 디자인프로세스에 맞추어 살펴보기로 하자.
기아자동차 최초로 승용차 고유모델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당시 디자인부는 디자인을 수행하기 위한 컨셉트 설정작업에 착수하였다.
지금은 2,000cc급이 대중적이지만 당시에는 승용차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관심이 많은 1,500cc급이기 때문에 이 클래스 승용차의 독자적인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뿐 아니라 북미 지역과 유럽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목표까지 세워 놓을 정도로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따라서 당시 자동차 합리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개발이 진행되거나 생산되고 있던 프라이드와 콩코드, 캐피탈과의 모델 라인업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이미지가 모색되었다.
그래서 우선 진행된 이미지는 디럭스한 이미지, 보수적인 이미지, 스포티한 이미지의 3가지의 모델이 제작되었다.
이때에는 기본적인 자동차 제품 타깃과 윤곽만이 설정되어 있었을 뿐 Advanced Layout 즉, 자동차 각 부분의 정확한 레이아웃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디자인부에서는 구체적인 차량의 제원 등이 미확정된 상태에서 아래와 같이 이미지 탐색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1. 부드러움과 스마트함을 표현한 개발 컨셉트 수립 단계
1988년 승용차 개발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승용 개발부에서 코드명 ‘S카’의 개발 방안이 정식으로 발의되면서 S카의 프로젝트는 점차 윤곽이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때에는 차량의 기본 컨셉트, 제원, 개발 방안 등이 포함되고 있었다.
이 개발방안에 의하면 상품의 기본 종합 컨셉트는 ‘국내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애용될 수 있는 서브 컴팩트 카로서 뛰어난 주행성능과 고품질로 개성을 추구하고 클래스 최고의 거주성을 실현하는 경제적인 승용차’라고 구상되어 있었다.
디자인개발은 자체 추진 및 용역사 활용 등이 검토되었는데, 용역사를 활용하고자한 이유는 부분적인 디자인노하우의 습득과 함께 우리와 다른 지역적 환경에서만의 가능한 디자인감각을 수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디자인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S카’의 경쟁차 조사를 위한 차량 상품성 평가, 실험, 설계, 개발 등 개발 관련 부문 담당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금의 화성공장인 아산공장 주행성능 테스트 장에서 있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디자인부에서도 내 외장 디자이너가 참가하였다. 이 날의 실제적인 실험이 향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직간접으로 디자인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동시에 판매계획부 주관으로 ‘S카’ 상품 컨셉트 설정을 위한 국내 선행 시장조사가 시행되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유행과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늘어가면서도 안정과 보수경향도 잔존하면서 스타일도 거부감 없이 개성이 겸비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시 되었다.
사실 스포츠카나 최고급 승용차와 같이 소비자들의 성향이 비교적 한정적인 경우보다 ‘세피아’와 같은 대중적인 승용차의 디자인은 보편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렇게 조사된 상품성 평가 및 국내 선행시장 조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승용개발부 주관으로 ‘세피아’ 컨셉트 연구 1차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이 컨셉트 보고서에는 개발 정책을 종래의 자동차회사중심 정책에서 소비자 중심정책으로 전환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일본 등의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세계 지향 모델로 개발키로 하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전에 소위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라는 생각에서 탈피하여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더욱 중시하게 된 점이다.
또한 단지 자동차회사 내부에서만 만족하는 주관적인 제품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국내외 시장조사를 통해서 계속적으로 사용자들의 만족을 추구하였다.
‘세피아’의 스타일 업무가 본격화되면서 승용기술부에서 작성한 초기 패키지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거주성, 승강성, 시계 등을 검토하고 평가한 후 이를 다시 재검토하기 위한 ‘Seating Buck’ 이 제작되었다.
이 ‘Seating Buck’은 고유모델 개발에 있어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종전의 Modify Design인 부분 변경 디자인 단계에서는 자동차의 기본 프로모션이나 레이아웃이 변경되지 않으므로 Seating Buck은 만들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체적인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한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에는 모든 것에 대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단계를 거쳐 스타일 컨셉트를 수립하기 위하여 클레이 모델이 제작되었다.
슬림하고 매끄러운 감각 및 근육질이 강조된 이미지를 기본으로 한 모델이 만들어졌는데, 결론적으로 지나친 특징을 가미하는 것은 대중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다시 정리해보면 신선하되 쉽게 싫증이 느끼게 되면 곤란하다는 측면이 강조되었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이 단계에서 결정된 ‘S카’의 디자인 컨셉트는 다음과 같다.
- 소프트하고 스마트한 감각의 곡면이 강조된 세련된 스타일
- 각 부분의 돌출을 최소화하여 Semi-Flush 및 세미 웨지 스타일, 슬림한 램프류 디자인 등으로 에어로 다이내믹한 디자인인 동시에 속도감과 도시감각을 추구
- 랩 어라운드 및 콕피트 형식의 Soft & Round Interior Design으로 안락감과 거주성향상
- 동급 최고의 디자인품질 확보 및 미국 시장을 고려하여 미국식 기호를 가미한 스타일
- 준중형 승용차로서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는 이미지 등이었다.
2. 다양하고 객관적인 디자인 방향을 모색한 익스테리어 디자인 개발단계
‘세피아’ 개발은 2차 차량 상품성 평가를 통해 국내외 경쟁 차에 대한 장단점을 비교분석하였으며, 종합적인 아웃라인을 가지고 차량의 구체화되기 위한 디자인 개발-0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세계적인 시장성 등을 고려하기 위해 해외 디자인 전문 용역사와 동시에 디자인을 추진하였다.
해외의 전문 용역사로는 IAD 및 I.DE.A가 참가하였다.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3사는 1989년 초에 렌더링에 대한 품평회를 가졌으며, 이때 제시된 많은 디자인 가운데에서 각 사별로 안을 선정하여 컨셉트 클레이모델을 진행하였다.
이 단계에서 기아자동차 및 용역사에서 각기 제작한 클레이 모델들은 품평회에서 각각 장단점을 면밀히 평가하였다.
그 중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첫째로 기아자동차의 안이 비교적 현실적인 감각이었으며, 비례감이 좋다는 평을 받았다.
영국의 IAD에서 제작한 모델들은 비교적 미래지향적이기는 하지만 비례감이 다소 부족하여 대중성이 적다는 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I.DE.A의 디자인은 보수적이면서도 짜임새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초기 평가에서는 I.DE.A의 모델이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사내외의 종합 평가에서는 I.DE.A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단점이 지적되었다.
결국 기아의 안과 IAD안을 모델로 진행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 이후 진행된 기아 및 IAD에서 각기 제작된 1/1 클레이모델에 대한 품평회에서는 모델의 선정이 쉽지 않았다.
최초의 독자모델이라는 이유로 모든 부문에서의 디자인 평가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사내 각 부문 및 해외 자동차 디자인 관련 전문가에 의한 평가와 북미지역 시장조사 결과를 종합하기로 하였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승용차로서 디자인 품질을 최대한 높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평가에 있어서 객관성을 중요시하였다.
여러 차례에 걸쳐 결과 2개의 모델링이 각각 장단점을 안고 있다는 평가결과 나왔다.
그래서 두 모델을 각각 수정작업을 실시하여 수정된 모델을 가지고 미국 지역 시방조사 및 전문가 평가를 한 결과 기아자동차 안이 우세하다는 평을 얻었다.
평가 결과에 의하면 기아의 안이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기본적인 조형감각과 비례감이 좋기 때문에 부분적인 디자인 개선작업을 거치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을 얻었다.
반면 IAD의 디자인은 다소 독창적인 면은 있었지만, 그 때문에 보편성이 부족하였다.
또 유럽의 중소형 승용차가 미국 시장에서는 어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적인 감각은 미국시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도 얻을 수 있었다.
‘세피아’의 디자인이 외국회사들을 제치고 기아의 모델로 선택된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밝히는 이야기이지만 기아자동차 디자인부만의 능력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의 포드자동차에서 20여년 근무하였던 한국인 수석디자이너인 ‘김규대’라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컸었다. 이 수석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총괄하여 디자인 진행을 리드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디자인부의 위상도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이때 결정된 모델은 시장조사와 전문가 평가에서 노출된 단점들을 다시 한 번 보완하여 외장디자인인 익스테리어 클레이 모델이 최종 확정되었다.
확정된 이 모델의 주요특징은 Soft & Round 감각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 차체의 곡률을 크게 하고 Semi-Flush 구조를 채택하여 그린하우스 각 부분의 요철을 최대한 낮게 디자인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평범한 개념의 디자인이면서도 Slant Nose 와 세미 웨지 스타일, 그리고 최대한 슬림한 디자인의 램프류가 결합하여 스피디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리고 세피아가 국내에서는 준중형 승용차에 속하지만, 미국시장에서는 서브 컴팩트 카인 점을 감안하여 시각적인 무게감을 줄이는데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점들이 당시에 에어로빅의 급속한 보급 등으로 인해 자리를 잡게 된 경쾌하고 부담 없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마인드와도 일치하였다는 점도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3. 디자인 품질을 확보를 위한 익스테리어 개발 완성 및 인테리어디자인 개발단계
앞의 개발단계에서 결정된 익스테리어 모델은 실행 가능성 조사 즉, 자동차로서 갖추어야 하는 구체적인 엔지니어링 검토가 완전히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었다.
따라서 디자인이 확정된 익스테리어 모델의 가능성 검토연구, 인테리어 디자인, 선도 작성 등을 하기 위한 개발 완성단계를 추진하게 된다.
개발 완성단계에서는 풍동실험을 하게 되는데 0.29의 공기저항치라는 우수한 기록을 나타내었다. 이는 개발초기 공기저항 목표치인 0.32보다도 한층 우수한 계수였다.
또 트렁크 후방을 늘리는 등의 변화를 가하면서 스타일 특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결과도 얻었다. 따라서 이를 모델로 반영하여 다시 테스트한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완성된 익스테리어 가능성 검토 모델을 최종 승인하고 인테리어 테마모델을 평가하기 위한 2차 품평회가 실시되었다.
이 품평회에서 익스테리어 모델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고, 인테리어 모델은 제안된 두가지안 중에서 계기판과 조작 장치가 운전자를 향한 콕피트 스타일과 운전석에서 도어까지의 조형감각이 연결성 있게 처리된 랩어라운드 스타일을 혼합한 디자인이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이다음으로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를 결합한 종합 일체 모델이 제작되면서 비로소 ‘S 카’ 프로젝트의 내 외장 디자인이 확정되었다.
4.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컬러디자인 및 Follow-Up 단계
내 외장 디자인이 결정되는 것과 때를 맞추어 ‘세피아’의 상품화 계획서가 최종적으로 입안되었다.
그 후 설계 및 개발을 위한 디자인 Follow-Up이 진행되었으며, 차체 금형의 확인을 위한 모델 승인을 실시하였고 각 부품별로 금형 제작을 위한 마스터 모델 승인을 실시하게 된다. 디자인 Follow-Up 단계는 최종 제품 차량의 디자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이며, 디자인에 관련된 모든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파고들어야 하는 단계이므로 디자이너로서는 최대한 지구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 외장 스타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자동차를 멋지게 꾸며주는 컬러디자인이 이때 진행하게 된다.
신부가 결혼식을 앞두고 화장을 하듯이 자동차도 마지막으로 예쁘게 단장을 하는 것이다. 외장컬러와 내장재 개발 등 다양한 소재에 따라 꾸준한 개발을 거듭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제품의 디자인과 달리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필요한 자질중의 하나가 바로 꾸준한 지구력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내외장 스타일 디자인과 컬러디자인이 완성하게 되었다.
그 후 1991년 F.R.P 모델에 대한 미국지역 비디오 클리닉을 실시하였는데 기대를 상회하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하였지만 차명이 ‘세피아’로 결정된 ‘S카’는 노치백 세단과 컨버터블이 도쿄모터쇼에 출품되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게 된 것이다.
이 때 기아자동차가 당시 ‘세피아’의 디자인으로 인해 얻어진 것으로는 독자적인 디자인방향을 설정하였다는 것과 이를 계기로 기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디자인의 발전을 한층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세피아’의 디자인 특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미끈하고 소프트한 감각이 강조된 세련된 스타일의 세단으로 전체적으로 강한 곡면처리가 눈길을 끌며, 앞부분 펜더의 모서리나 뒤 유리의 곡면 처리가 시원스럽다.
- 평범한 개념의 승용차이면서도 Slant Nose와 세미 웨지 스타일의 결합으로 속도감이 있다.
- 당시 유행인 와이퍼 블레이드가 반쯤 가려진 형식인 Semi Conceiled Cowl Design을 채택하였고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심플한 세련미가 있다.
- 헤드램프는 국내 승용차중 최대로 상하 폭이 가늘고 프런트 콤비네이션 램프와 연결되어 슬림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 테일 램프는 차폭을 커버하는 일체형으로 디자인되어 자동차를 더욱 넓고 시원스럽게 보이게 한다.
- 펜더 앞쪽에서 시작하여 차체 측면을 감싸고 있는 캐릭터라인이 차체의 스피드감을 증가시킨다.
- 내장 디자인도 외장 디자인처럼 곡면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대시보드의 볼륨감이 도어트림으로 연결되는 소위 랩어라운드 스타일의 디자인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된 ‘SEPHIA'라는 이름은 스타일과 경제성, 그리고 성능을 만족시켜주는 첨단의 이상적인 자동차란 의미의 ‘Style Economy Power Hi-tech Ideal Auto'의 합성어이다.
다시 한 번 설명하지만 전체적으로 미끈한 곡선이 강조된 세단 스타일인 ’세피아‘는 지나치게 장식적인 요소를 제거함으로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풍기고 있다.
앞모습은 간결한 라디에이터 그릴로 차분함이 있으며 초 슬림 헤드램프와 일체형 컬러범퍼는 간결하면서도 스피디한 인상을 준다.
뒷모습은 리어 피니셔를 콤비네이션 램프와 일체식으로 만든 것을 비롯하여 그린하우스 뒷부분을 곡면으로 처리하여 매끄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 자동차라 할 수 있다.
매끈하고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였고, 달리기 성능도 경쾌하다는 평을 얻었던 세피아는 1.5 DOHC 105마력, 1.8 DOHC 139마력 엔진을 얹었고, 1994년형 모델에서 프론트 그릴을 바꾸고 에어백, ABS 등을 옵션으로 달아 고급화하기도 하였다.
1993년 제30회 도쿄 모터쇼에서는 해치백 타입의 레오를 선보여 멋진 스타일로 준중형 해치백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1996년 10월에 가서야 생산되어 너무 늦은 시판이 이루어져 성공하지 못하였다.
‘세피아’는 2번의 부분변경을 한 후 1997년 후속모델 세피아II에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62만8천168대를 생산하였다.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감을 세피아Ⅱ
1997년 9월은 기아자동차로서는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잘나가던 회사는 외환위기인 IMF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부도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회사는 모든 차종에 대한 사활을 걸고 개발을 시도하였지만 너무 힘든 관계로 개발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기아자동차는 세피아 후속인 세피아Ⅱ를 발표하게 된다.
세피아Ⅱ의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간결한 절제미를 갖추었다. 앞모습은 기존 세피아의 날렵함에 볼륨감을 더해 중후한 느낌을 주었으며, 라디에어터 그릴은 부분 변경된 세피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범퍼는 역동적인 디자인의 에어댐과 일체형으로 강한 이미지를 풍기면서 앞부분 보닛 위에 굵은 주름을 넣어 강조한 것도 인상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단순하면서도 활용도 높게 설계되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로 이어지는 패널은 일체형 디자인이었다.
세피아Ⅱ의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1.5모델은 넓은 실내공간과 화려한 스타일링을 자랑하기도 하였다.
1.5모델은 SOHC와 DOHC의 두 가지 그레이드로 최고 출력이 90마력과 101마력, 최대토크도 13.1kg.m과 14.0kg.m으로 뛰어나며, 최고속도도 각각 175km/h와 187km/h까지 가능하였다.
승차감면에서도 세피아Ⅱ는 동급의 다른 차량들에 비해 좋았는데, 그 이유는 가스식 충격완충장치를 기본으로 앞쪽에는 맥퍼슨 스트럿 타입을, 뒤쪽에는 듀얼 링크 방식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정된 드라이빙을 위해 기아자동차의 상위급 차종인 ‘엔터프라이즈’의 기술을 그대로 도입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국내에서 최초로 독자 개발한 섀시를 적용해 국내 자동차 산업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던 세피아의 후속인 세피아Ⅱ는 연료분사 장치에 핫필름 방식의 에어플로 센서를 적용하여 뛰어난 응답성과 가속성능을 실현하였다.
이러한 세피아II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인수된 기아자동차에서 현대자동차 기술을 지원받아 2000년 상반기 풀 모델 체인지를 실시하여 완성하지만 세피아란 이름대신 ‘스펙트라’란 이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세피아를 계승한 새로운 준중형차 - 스펙트라
‘SPECTRA’는 무지개를 상징하는 일곱 빛깔과 같은 빛의 근원인 ‘스펙트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차종 그레이드명의 의미 또한 각각 1.5 DOHC 고급 모델은 JR(목성. JUPITER), 1.5 DOHC 최고급 모델은 MR(수성. MERCURY), 1.8 DOHC 최고급 모델은 SR(토성. SATURN)로 '별과 같이 빛나는 차'를 의미하고 있다.
‘스펙트라’는 중형급의 준중형차를 지향하고 있었다. 또한 품위를 높이기 위하여 후드, 트렁크 리드, 델타 커버 등에 기아 엠블렘을 채택한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광고에서 보듯이 수출할 때에는 여전히 ‘세피아II’ 이름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전체적인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깔끔하고 산뜻하고, 마치 에어로 파트를 덧붙인 것 같은 사이드 스커트가 눈길을 끌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는 감성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따라서 ‘스펙트라’는 언뜻 봐도 이전 모델인 세피아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되었다. 역시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인수되어서인지 우선 내·외장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으며, 앞부분 라디에이터 그릴은 도발적이고 뒷부분은 스포일러 형상의 트렁크 부분이 감각적인 멋을 자랑하고 있었다.
실내공간도 ‘세피아II’보다 여유로워졌고 가죽시트와 우드 그레인을 적용하여 과거 기아자동차의 중형 모델인 ‘크레도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격이 높아졌다.
실내 공간이 넓어지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인체공학적인 면과 감성적인 요소의 조화, 그리고 다양하고 쓸모 있는 수납공간이 돋보인다. 또한 파랑색인 계기판을 보면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차체에 있어서 고강성 보디 구조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북미 NCAP 테스트에서 최고인 별 5개를 획득할 수 있는 기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엔진부문에서는 리오에 먼저 적용된 MI-TECH 엔진이 스펙트라를 위해 새롭게 튜닝되어 적용되었다고 한다.
이어 탄생한 ‘스펙트라 윙 Spectra Wing’은 스펙트라에서 파생된 1,500∼1,800cc급 준중형승용차로서 동급 최고성능과 최고의 연비를 자랑한다.
고성능· 저연비· 친환경을 동시에 달성한 MI-TECH 엔진을 탑재하여 최대출력 108마력에 최고속도 190㎞(1.5 Di), 16.2㎞/ℓ(1.5 Si)의 연비를 달성하였다.
슈퍼컴퓨터에 의한 완벽한 충격 흡수구조의 차체 설계 및 정면충돌 시 엔진의 실내유입을 방지해 주는 일체형 T-Bar 등을 적용해 안정성도 확보하였으며, ‘스펙트라 윙’의 안전성은 북미 40% 옵셋 충돌성능 대응 및 자체 NCAP 테스트인 정면충돌에서 별 다섯개를 확보함으로써 증명된 바 있다.
시트벨트가 자동으로 되감겨 승객의 상해치를 최소화해 주는 장치 및 중형차에 적용되는 대용량 브레이크 시스템 등을 채용하여 시속 100㎞에서의 제동거리가 43.7m로서 미국의 코롤라, 시빅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또한 엔진커버, 대시 인슐레이터 보강 등 70여 가지의 대책을 적용해 소음 및 진동도 획기적으로 격감시킨 것이 ‘스펙트라’의 장점이라고 한다.
이렇게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안에서의 기아자동차의 ‘스펙트라’로 이어진 ‘세피아’와 ‘세피아II’의 발전사를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기아자동차의 거듭된 변화 속에서 과거의 기아자동차와 같은 운명으로 마감한 ‘세피아’의 재탄생을 기대해 본다.
박귀동 [trend@daumtrend.com]
기사&사진 제공 : 오토조인스(http://www.autojoin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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