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는 스포츠카들의 영원한 적인가? 많은 스포츠카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혹은 새롭게 단장하면서 타겟으로 삼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포르쉐다. 목청 높여 ‘타도 포르쉐’를 외치든, 혹은 그렇지 않든…
지난 해 10월 사진과 제원을 미리 공개한 BMW Z4 M 로드스터가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Z4 로드스터도 약간의 변화를 거쳐서 새로운 모습으로 선을 보였다. Z4 M 로드스터는 Z4 로드스터의 M 버전으로 보다 강력한 엔진과 단단한 하체 등 M 모델에 걸 맞는 장비를 갖추고 퓨어 스포츠카에 접근하는 모델이다.
Z3를 바탕으로 M3의 강력한 321마력(후에 343마력으로 향상되었다.) 엔진을 얹은 M 로드스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7년, 당시 이름은 ‘Z3 M 로드스터’가 아닌 그냥 ‘M 로드스터’였다. 그 이름을 지을 때만 해도 Z3가 Z4로 넘어가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Z3의 뒤를 이어 더 강력하고 새로운 Z4가 등장하면서부터 기자는 새로운 M 로드스터가 기다려 졌고, 한편으론 새로운 이름이 궁금했다. 이전 모델과 같은 맥락으로 이름을 짓는다면 똑 같은 ‘M 로드스터’가 될 텐데, 과연 같은 이름을 쓸 것인가? 아니면 ‘M 로드스터 II’ 라도 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름을?
Z4가 등장하고 의외로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M 버전이 등장했다. 처음의 깔끔한 ‘M 로드스터’라는 이름 앞에 결국 ‘Z4’라는 혹을 단 이름으로. 나중에 Z5가 나온다면 그 M 버전의 이름은 이제 너무도 명확해 졌다.
Z4 M 로드스터에는 최고출력 343마력, 최대 토크 37.2kg.m를 발휘하는 M3의 강력한 3,246cc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되었다. 트랜스미션은 6단 MT가 조합되며 0-100km/h 가속은 구형의 5.4초 보다 빠른 5초에 끝낸다.
새로운 Z4 M 로드스터는 아주 강력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초기 M 로드스터가 당시 M3와 같은 엔진을 장착했던 반면, Z4 M 로드스터는 새로운 M3의 등장이 늦어지면서 보다 강력해질 신형 M3의 V8 엔진을 얹지 못하고 구형과 같은 직렬 6기통 엔진에 만족해야 하게 된 것이다. 곧 새로운 M3가 등장하면 Z4 M 로드스터는 M3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기자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BMW가 자랑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직렬 6기통의 세계를 조금 더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특히나 M의 직렬 6기통 343마력 엔진은 정말 매력적일 뿐 아니라 작은 차체인 Z4에는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Z3를 베이스로 한 M 로드스터는 국내에 공식으로 수입되지 않았었다. 기자도 무척이나 기다렸건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들여온 지인의 도움으로 잠시나마 M 로드스터를 몰아 볼 수 있었다. 그 후 M 로드스터는 오랫동안 기자의 드림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후에 또 다른 매력이 돋보였던 M 쿠페도 잠시 운전해 보았었는데 역시 국내에서 많은 이들이 그 매력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었다.
아직 SMG 버전이 등장하지 않아 수동 변속기만 있는 것이 다소 걸림돌이긴 하지만, 지금은 M 로드스터가 데뷔할 때와는 국내의 수입차 환경이 많이 다른 만큼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Z4 M 로드스터가 수입되길 기대해 본다.
이제 Z4 M 로드스터가 등장했으니 이들의 싸움을 지켜 볼 때다. 싸워야 할 상대는 박스터 S와 SLK55 AMG. FR에 직렬 6기통 구성의 Z4 M 로드스터, MR과 수평대향 6기통 구성의 박스터 S, 그리고 FR에 V8 엔진을 얹고 가변 하드탑을 더한 SLK55 AMG, 서로 너무나 다른 특성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영원한 라이벌의 운명을 타고 났나 보다. 그 중에서도 Z4 M 로드스터가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상대는 당연히 포르쉐 박스터 S일 것이다. 왜냐하면 포르쉐니까… 또한 실제로도 포르쉐를 지향한 운동성능과 부분적으로는 박스터 S를 앞서는 여러 요소들을 갖추었을 것이다.
박스터 S 나와! 한 판 붙자.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포르쉐를 의식한 행보를 선보인 또 하나의 모델이 있다. 애스턴 마틴 래피드 컨셉트카다. 미처 래피드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지 못한 생태에서 참관한 포드의 두 번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볼보 C30 쿠페 컨셉트카와 재규어 XK 컨버터블이 소개되고, 애스턴 마틴 DBR9까지 소개된 후 기자는 컨퍼런스가 끝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더욱 화려한 조명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애스턴 마틴, 무대로 나와서 턴 테이블이 돌아가는 순간, 앗, 4도어 세단이 아닌가! 애스턴 마틴이 4도어 세단을?
순간 스친 생각은 포르쉐 최초의 4도어 세단이 될 파나메라였다. 포르쉐가 아직 스케치만 공개하고 실물은 컨셉트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V8 밴티지를 선보이면서 공공연히 포르쉐를 걸고 넘어지고 있는 애스턴 마틴이 아주 노골적으로 포르쉐를 향한 새로운 공세를 선보인 것이다. 애스턴 마틴의 4도어 모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4도어 세단 컨셉트카를 선보인 적이 있었으며, 또 나중에는 아주 특별한 고객의 요청에 의해 4도어 세단과 5도어 왜건을 극소수 제작하여 전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쿠페를 연상케 하는 낮은 차체에 4도어를 갖춘 만큼 애스턴 마틴은 4도어 쿠페라고 이야기했다, 메르세데스-벤츠 CLS 처럼. 하지만 바디 라인은 포르쉐 파나메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유려하면서도 멋진 근육을 가졌다. DB9의 VH 아키텍쳐를 베이스로 개발된 래피드 컨셉트는 DB9보다 30Cm가 더 길지만 높이는 3Cm만 높아져서 실루엣에서는 보다 날렵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도어는 V8 밴티지처럼 위쪽으로 12도 올라가면서 열리는 ‘백조날개(Swan Wing)’ 디자인을 이어 받았다.
멋진 스타일링과 함께 포르쉐를 대적할 무기는 DB9에서 가져온 V12 6.0 리터 엔진으로, 파워를 높여 480마력을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ZF 터치트로닉 기어 박스를 사용하며 애스턴 마틴 최초로 카본 브레이크와 캘리퍼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