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IS가 '대단한 물건'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파다하다. 그러나 렉서스의 L 피네스 디자인 철학은, 말로만 들어서는 이해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요즘 렉서스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 북미에서의 상업적 성공이 무색하리만큼 10년 이상 유럽의 주요 메이커 그늘에 가려왔고, 이제껏 '가난한 자의 벤츠'로 경시되어온 이 브랜드에 도약의 기회가 무르익고 있다. 그들은 올해 초 신형 GS를 선보이면서 판돈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럽에서 승부를 펼치자면, 컴팩트 세단에 걸린 돈이 가장 크다. 마지막 카드를 꺼내보일 시기가 다가왔다. 2세대 IS가 그 주인공이다.
렉서스의 리노베이션 전략은 모기업 도요타와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단순히 메르세데스 벤츠의 럭셔리 이미지만 겨냥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어딘가 공허해진 BMW의 다이내믹한 드라이빙까지 그 사정권에 두고 있다. 누구에게나 벅찰 일이다. 그러나 렉서스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렉서스의 뒤에는 바로 도요타의 엄청난 재정지원과 다양한 노하우가 도사리고 있다.
렉서스가 지금의 도전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려주는 단서는 IS의 급진적인 스타일링을 뛰어넘어 이미 훨씬 멀리까지 뻗어있다. 이번에는, 그리고 렉서스로는 처음으로 디젤 엔진 모델을 추가했고 힘들기로 악명 높은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도 장시간에 걸친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 개발을 진행했다.
신형 IS의 리스타일링과 리엔지니어링 핵심은 'L 피네스(L-Finesse)'라고 이름 지어진 렉서스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구형의 밑그림은 일본인만을 대상으로 한 도요타 알테자였다. 그러나 신세대 모델의 디자인은 완전히 다른 디비전에서 책임졌다. 렉서스 글로벌 디자인 책임자인 와헤이 히라이의 설명을 들어보자.
'렉서스의 디자인 핵심을 바꾸는 여정은 렉서스의 과거와 미래를 정의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최첨단'에 대한 열정과 '세밀함'의 깊이가 바로 그것이지요.'
디자이너들의 말을 빌자면, 서로 순환하는 우주 속에서 그들 두 요인은 L 피네스와 합류한다. 주제가 여기에 이르자 히라이 씨의 말에 열기가 더해졌다. 'L 피네스는 철학입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렉서스를 좀더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위치로 나아가게 하는 디자인 변화지요. 일본인의 미적 감각으로 도안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심플함과 우아함 사이의 시각적 차이에 근거를 둔 새로운 다이내믹함을 창조해냈습니다.'
이 정도 설명으로도 L 피네스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적인 예를 들어보자. 2003년 도쿄 모터쇼에 선보인 LF-S 세단과 LF-X 크로스오버 컨셉트가 L 피네스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2004년 제네바 오토살롱에 등장한 신형 GS는 일본의 고대 문화와 현대 문명을 접목시킨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구체화해 보여주었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선들은 BMW와 같은 메이커를 향해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라는 기능주의 디자인 철학을 강력하게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L 피네스가 시도한 변화의 표면을 살짝 긁은 정도에 불과하다. 렉서스 디자인 디비전의 총괄책임자인 켄고 마츠모토는 그 점을 명확히 하려 노력한다. 'L 피네스는 단지 일본인적인 속성의 겉모습을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식의 디자인을 이끌어내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주의 깊게 살피고, 그런 사고를 다른 모든 세계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요. 렉서스 모델 중 가장 작은 세단에서는 소소한 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일본식 심미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본식 정원의 언밸런스한 꽃 배열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들이 주창한 개념에 더 간편하게 도달하는 경로가 있다. 새로운 렉서스가 주창하는 세 번 째 요소, 즉 '심플함과 우아함'이다. 혹자는 이를 '완벽한 예우'라 일컫기도 한다. 손님에게 추호의 불편함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완벽한 환대를 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마츠모토 씨가 인용한 사례는 다도(茶道)에서 튀어나왔다. 일본에서 차를 마시는 행위는 고행에 가깝다. 실제로도 일본의 다도는 차에 관한 일종의 의식이다. '차는 하나의 제품입니다. 그러나 그 제품의 진정한 가치는 고객이 찻집에 이르기 전에 그의 감정과 기대를 예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차(茶)는 근본적으로 여기 소개하는 렉서스와 같다. 렉서스를 사기 전에는 그 맛을 살짝 음미해봐야 한다. 고객이 렉서스 쇼룸에 도착하기도 전에, 주인은 이미 손님의 모든 욕구와 희망을 예상하고 있다. 고전음악이나 분재 등으로 멋진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디젤 엔진처럼 고객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옵션을 정확히 제공한다. BMW처럼 멋진 핸들링을 지닌 차를 찾을 모든 가능성에도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마츠모토 씨는 다도에 대한 주제를 더 확장해 설명했다. '다도에서 보여지는 배려의 마음을 이용하면 복합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제품 하나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커다란 가치를 가지고 있지요.'
더 이상 명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렉서스의 과장된 선전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백이면 백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신형 IS는 모든 것을 스스로 밝힐 것이다. 올 알루미늄 구조의 완전 신형 4기통 2.2ℓ 디젤 엔진은 49.6kg·m의 거대한 토크와 동급에서 가장 강력한 175마력의 출력을 뽑아낸다. 220마력을 내는 V6 2.5ℓ 직분사 휘발유 엔진도 마련된다. 이 또한 신형 유닛.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이 제공된 셈이다. 환대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제 렉서스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요령이다. 렉서스가 간단명료한 설득 요령을 배워주길 바란다.
기사&사진 제공 : 탑기어 2005년 9월호(http://www.topgear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