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3편으로 프롤로그는 마무리 됩니다만, 그 뒷 이야기도 바로 Round 0이라는 명칭으로 이어집니다.
2013년 1월 6일 태평양 표준 시간(PST) 오전 10시 10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미국의 대표적 대도시인 이곳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인근의 카운티 중 한 곳에 대표적인 나스카 레이스 경기장인 소노마 레이스웨이가 있고, 바로 이 샌프란시스코에 바로 미국의 대표적 레이싱 팀이라 자부하는 USC Archangel Racing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글 모터스포츠가 이런 강수를 둘 줄은 몰랐습니다. 작년에 우리나 Eclipse를 비롯한 다른 팀에서 공격적으로 나오니, 다른 수를 꺼낸 것 같습니다.”
“예상은 했습니다. Mr. Spencer. 그나저나 이번에 이글 모터스포츠에 들어간 송재혁이란 선수는 누구죠? 처음 듣는데요.”
“2년 전까지 GT4에서 활동했던 드라이버입니다. 당시 GT4 European Cup의 Supersport 클래스에서 활동했는데, 당시 차량은 현대 쿠페, 즉 티뷰론이죠. 2.7리터에 200마력도 안 되던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조해서 허가를 받은 다음 참전했는데,[각주:1] 당시 출력이 넷출력 300마력. 이것으로 참전해 성적을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경력 자체가 일천한 드라이버일텐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참가시킬 이유는 없잖아요? 다른 경력은요?”
데스크에 앉은 여성의 말을 들은 남자가 경력을 찾다가 어떤 부분에서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나 있군요. 프랑스 클리오컵 챔피언이었습니다. 이 경력을 바탕으로 유럽 클리오컵에 참전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 드라이버가 보통이 아니라고 의심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이야기를 듣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데스크 앞의 명패에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에밀리 록우드(Emily M. Lockwood). 바로 미국 최대의 다국적 기업 중 하나인 United Star Corporation의 대표인 리처드 록우드 대표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테스트 당시 이글에서 그를 테스트했나봅니다. 그런데 기록이 상당히 세게 나왔습니다. 현 이글의 리더인 ‘Schwarz Knight’ 이재연을 넘은 기록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밀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상대하기 어려워했던 ‘리어엔진의 황태자’ 이재연의 기록을 넘었다고? 하긴, 자신에게 보고하고 있던 이 남자, 제레미 스펜서(Jeremy C. Spencer)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테스트 차는 분명……”
“네, 토요타 알테쟈 SXE10 TRD 터보 튠(Toyota Altezza SXE10 TRD Turbo Tune) 모델입니다. 직렬 4기통 2,045cc 270마력+6단 수동변속기인데, 우핸들이죠.”
“그런데도, 이재연을 따돌렸다고요? 몇 초인데요?”
“1분 14초 18이었습니다. 차이는 1초 07이고 말이죠.”
불가능한 일이다. 1초 차이로 베테랑을 따돌렸다? 그것도 FR차는 처음일 것이라 생각한 드라이버가? 에밀리도 이재연에 대한 자료를 모아서 알고 있었다. 후륜구동 차량에 대해서 상당한 전문 식견을 갖춘 그런 이재연이었다. 그에 대한 영상을 보고서 곤란해 했는데, 어디서 나온 경력 없는 것 같은 선수가 이재연을 깼다? 그녀는 그 생각을 한 후 바로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은, ‘무지막지한 괴물이 하나 떴다.’라는 생각이었다.
송재혁의 합류에 대해 해외의 논평은 대부분 충격적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그의 이글 모터스포츠 합류에 대해 자세히 다뤘으며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언론에서는 그의 유럽시절 커리어에 대해 자세히 다룰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 감자 그 자체였다. 더 나아가서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기사를 통해 다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 과연 송재혁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진행될까? 이글 측에서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합류와 동시에 송재혁에게 한 가지 임무를 줬을 뿐.
2013년 1월 15일 오전 11시 20분(KST), 인천국제공항 제 1여객터미널.
터미널 출국장 안에 서 있던 송재혁의 표정은 그저 ‘어이없다.’라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이유인 즉 런던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려서 히드로 공항(London Heathrow Airport, LHR)이 폐쇄되었다는 것. 영국으로 출장가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 재혁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금 재혁이 런던으로 가는 방법은 직항 비행기로는 글렀다는 것. 개트윅(Gatwick Airport, LGW)이 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기에 결국 남은 것은 경유 노선 뿐.[각주:2] 불어와 영어가 어느 정도 되었지만 영어가 더 편했던 재혁으로서는 프랑스 경유는 정말 싫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남은 카드는 그 카드가 유일했다.
공항에서 실랑이를 한 번 한 후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프랑스 샤를 드 골 국제공항(Paris Charles De Gaulle Airport, CDG)까지 가는 KE901편 비행기 티켓과 그곳에서 릴을 경유해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St Pamcras railway Station) 역까지 가는 유로스타를 타는 티켓, 다만 재혁은 128파운드, 한화로 약 22만원이나 되는[각주:3] 그 미친 돈을 내고 티켓을 구입했는데, 그나마 이것도 두 기차 모두 일반석으로 끊어서 망정이지 비즈니스 석이었다면, 더 들어가는 비용은 장난 아니었을 것이다.
공항 내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니 처량해 보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회사 임원에 준하는 위치인 것을 감안하면, 당당하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 생각난 송재혁이었다.
‘아놔, 이게 뭔 일이람. 갑자기 출국 명령이 나오질 않나, 숙소는 내 마음대로 잡으라고 하질 않나. 게다가 돈도 교통비만 줘. 나보고 어쩌라고요? 네?’
오후 2시, 재혁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12시간 10분의 비행 여정을 시작했다. 아니, 입국심사 밟고 바로 TGV와 유로스타 타고 영국에 도착하면 아예 15시간, 사실상 하루를 여기에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는 8시간의 시간차, 영국-프랑스 간에 1시간의 시간차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영국에 도착하는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다음날 새벽이 되기에 영국에서 첫날 밤을 보내기 전에 미리 도착인사를 해야 할 판이었다.
영국 대 런던 , 이슬링턴
“네, 라이언입……, 아, 제이? 뭐? 지금 프랑스행 비행기 안이라고? 아, 맞어. 히드로 쪽은 그렇지. 그럼 개트윅으로 와도 되는 거 아냐? 잠깐, 뭐라고? 직항편이 며칠 뒤에 없어진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거 임시편 아니야. 엥? 그러니까, 아까 한 말은 거짓이고 사실은 시간이 안 맞아서 그런다고? 그럼 진작 그렇게 말하지, 놀랐잖아! 그래,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차? 준비되었으니까 오면 돼.”
전화를 받는 한 남자, 그의 집 밖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포츠카와 SUV가 한 대 서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웬 세단이 서 있었다.
대한항공 KE901, 보잉 747-400편, 비행기 안.
총 좌석수 333석, 1등석 코스모 슬리퍼 시트 10석에 프레스티지 플러스 61석, 이코노미 일반석 262석으로 분류되는 이 비행기의 2층 J19 좌석에 송재혁이 앉아 있었다. 프레스티지석을 끊은 이유는 본래부터 대표인 송미옥의 지시 사항이었다. 이글 모터스포츠의 특명을 받고 가는 만큼 적어도 일반석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이는 이글 모터스포츠의 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는 아니지만 비즈니스 클래스를 선택해 줌으로서 향후 송재혁이 팀을 잇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도 했다. 복장 역시 마찬가지, 재혁이 선택한 정장은 재혁이 일반적인 선수가 아니라 경영에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 있는 재혁은 넥타이를 반쯤 풀고 곯아 떨어져서 지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송재혁이 프랑스행 비행기에서 곯아떨어진 그 시각, 한국 서울특별시 이글 모터스포츠 본사.
“잠깐, 이재연, 그거 확실한 거야? 이번에 991이 나온다고 아예 경주차도 바꿨다고?”
“네, 제가 독일에서 늦게 귀국했잖습니까? 그 이유가 금번에 포르쉐 911이 기존 997에서 991로 바뀌면서 새로이 출시된 911 GT3 Cup 경주차의 공개 때문이었습니다.”
이재연의 말을 들은 송미옥은 생각에 잠겼다. 포르쉐 911은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신형 991을 공개했고 그로부터 딱 1년 2개월 만에 911 GT3 Cup을 공개한 것이다. 이렇게 따져볼 때 991을 기반으로 한 GT3의 출시도 얼마 안 남은 것이다.
“그렇다면, 차후 911 GT3 R이나 GT3 RSR도 991 베이스로 바뀐단 소리군.”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드라이버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리 991 GT3 Cup를 들여올까?”
“반대입니다.”
반대를 표시한 이재연, 송미옥은 그런 이재연의 발언에 당혹한 눈치였지만 이재연은 한 장의 서류를 송미옥에게 내밀었는데, 그것은 구형 997을 기반으로 한 911 GT3 Cup과 911 GT3 RSR의 차이점을 다룬 것이었다.
“보시는 대로 2012년형 911 GT3 Cup는 아예 대놓고 911 GT3 RS를 근간으로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금번 991도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GT3 RS 베이스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럼 현재는 991 카레라 S 베이스인가?”
“일단 2013년형은 그런 것 같습니다. 올해 중으로 GT3이 나올 것은 확실하지만, 그 시점이 봄이 될지, 여름이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이재연도 이때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추가 드라이버의 대규모 영입 계획이 걸리는 바람에 이 차와 전세대 모델을 동시에 도입하기 위해 자신이 독일로 날아가야 했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연타석 홈런이 대기 중이었다.
프랑스, 릴. 릴 유럽(Lille-Europe)역 내 영국방향 플랫폼.
파리 샤를 드 골 국제공항에서 기지개를 겨우 킨 재혁은 빠른 속도로 릴로 이동해 이곳에서 유로스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로스타의 열차는 본래 프랑스 TGV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고속열차로 일부는 사실 프랑스국철이 소유해 국내에서도 굴리는 중. 송미옥이 재혁에게 준 정보에 의하면 CTRL(Channel Tunnel Rail Link) 전 구간 개통 전에는 마치 경부선 KTX가 고속 신선을 달리다 동대구역을 기점으로 해서 기존선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고 한다.
영업 최고속도 300km, 기록상 최고속도는 334.7km라는 스피드를 자랑하는 영국철도 373이 바로 유로스타에 들어가는 고속열차의 명칭이었다. LGV Nord, 해협 터널 구간, High Speed 1, HSL 1을 통해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를 오가는 고속열차 노선을 가리키는 명칭이 바로 유로스타였다.
‘젠장, 시간을 못 맞춰서, 파리 북 역에서 탈 수 있는데, 그걸 놓치냐. 그래가지고 샤를 드 골 공항에서 릴 역까지, 이게 웬 삽질이야.’
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재혁은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곧 이어, 시속 300km을 자랑하는 유로스타 열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송재혁이 유럽에 가 있는 동안, 프랑스와 유로스타 내에서는 송재혁을 봤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SNS에 글을 올리고 있었고 특히 샤를 드 골 국제공항~릴-유럽 역 사이에서는 아예 사진까지 찍었다. 본사에서 알면 난리날 일이겠지만, 본사에서도 이를 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정도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세인트 판크라스역, 시간은 이미 밤 8시(GMT +0, 한국 시간으로는 익일 새벽 5시)를 넘겼고, 이곳 현지시간으로 자정이면 서울에 있는 본사의 업무가 시작될 시간이다.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나온 재혁의 앞에 서 있는 한 대의 승용차. 바로 현대자동차의 i40이었다.
“기껏 끌고 온다는 승용차가 그거야? 한국에서 웨건 모델이 더 잘 팔리는 그 차?”
“그럼 뭘 끌고 올 줄 알았는데? 캐딜락 CTS라도 끌고 올 줄 알았어?”
“그건 아닌데, 에스컬레이드(Escalade)는 팔아 치웠어?”
“집에 있어. 이건 회사 차원에서 테스트용으로 끌고 나온거라고.”
차 안에서 그와 대화중인 남자, 그가 바로 송재혁이 영국에서 만났다는 라이언 슈나이더였다. 체격이 재혁과 얼핏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단 하나, 전형적인 백인계열이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 이거 왜 샀어?”
i40 웨건 디젤 모델 안에서 두 남자가 이야기 하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재혁이 운전석에 앉은 라이언을 취조하는 느낌이었지만, 라이언의 대답은 그 말뿐이었다.
“말했잖아. 테스트용이라고. 요즘 한국차가 많이 좋아졌다 말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직 납득이 안 가서 말이지.”
대답을 듣고 피식 웃은 재혁, 직렬 4기통 UⅡ 디젤 커먼레일 엔진이 조용히 소리를 내면서 달리는데, 아무래도 이게 재혁에게는 약간 불만이었을지도 모른다.
“제이, 이거 형식명이 뭐였지?”
“i40 엔진 말하는 건가? UⅡ 엔진에, 총 배기량 1.7리터니까, D4FD지. 디젤 4기통에 커먼레일 엔진. 가변터보 사용에, 최고출력 140마력. 저출력 버전인 D4FD-L과는 다르다고.”
“그런가?”
만담을 하면서 이슬링천으로 가고 있는 두 남자였다.
송재혁이 영국에서 그의 친구와 팀 계약 문제 등으로 대화를 하고 뻗어버렸을 때 서울에 있는 이글 그룹 사옥에서는 2013년도 이글 모터스포츠의 2013년도 시즌 잠정 계획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있었다. 발표자는 다른 사람도 아닌 대표 겸 단장 송미옥. 회사 업무를 볼 시에는 이글 모터스포츠 대표로서 활동하지만 이글 모터스포츠 카레이싱팀 단장 직도 겸임하는 그녀의 특성상 직접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라 송미옥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미옥의 발표에 따르면 금년도 시즌의 캐치프라이즈(Catch Phrase)는 ‘Unlimited Challenge’라고 하면서 한계 없는 도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를 위해 새로운 드라이버 및 새로운 경주차를 전격적으로 도입했음을 밝혔다. 송미옥이 밝힌 2013년도 드라이버 명단은 다음과 같았다. 참고로 ‘(※)’라 표기된 드라이버는 2013년도 시즌 신규 드라이버로 표기되었다.
명단 기준 : 2013년 1월 12일.
1. FIA GT3 European Championship
드라이버 : 이재연, 박영준
(※) 송재혁, 박준혁
경주차 : 포르쉐 911 GT3 R Typ 997, Eagle Auto Spirra GT330
담당자 : 송미옥
2. Super GT
참전 클래스 : GT300
드라이버 : 황태현, 윤지은
경주차 : BMW Z4 GT3 E89
담당자 : 마츠자와 유카
3. 슈퍼 다이큐(スーパー耐久)
참전 클래스 : ST-GT3/ST-3
드라이버 : (※) 박수현, 유경진, 다나카 미츠히로(田中光宏)
윤혜은, 나카타 히데아키(中田秀明), 마츠하라 미야코(松原美也子)
경주차 : Mercedes-Benz SLS AMG GT3 – ST-GT3
Mazda RX-8 Type S – ST-3
담당자 : 마츠자와 유카
4. 한국 DDGT 챔피언십
참전 클래스 : Hankook GT 270, Hankook GT280
드라이버 : 노원일, 나형일
경주차 : Hyundai Genesis Coupe 200Turbo – Hankook GT 270
Hyundai Genesis Coupe 380GT-R – Hankook GT 280
담당자 : 강일준
5. Korea Speed Festival
참전 클래스 : Forte Challenge(차후 변동 가능성 있음.)
드라이버 : 차은주, 윤희진
경주차 : Kia Forte Koup
담당자 : 강일준
6. 슈퍼레이스
참전클래스 : Nexen N9000 Class/Ventus Class
드라이버 : 채서인, 채미연
경주차 : 기아 뉴 프라이드/쉐보레 크루즈 디젤
담당자 : 박금석
송미옥은 이 자리에서 스피라를 투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라면 3.3리터 NA인 상태로 먼저 새로이 개정되는 슈퍼 레이스의 GT 클래스에 투입한 후 경과를 지켜보고 투입할 생각이었지만, 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발생함에 따라 결국 유럽 레이스에 투입한 후 국내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다음 투입이 확정되면 국내에서 투입하게 될 스피라의 사양과 유럽형 스피라의 사양을 공개했다.
국내형과 유럽형의 차체 크기는 비슷했지만, 엔진은 완전히 달랐다. 엔진은 국내형이 2,940cc 트윈터보였고, 유럽형은 3,342cc 트윈터보였다. 국내형은 말 그대로 규정을 맞추기 위한 노림수였던 것이다. 게다가 국내형 스피라의 엔진은 270마력을 내는 3리터 람다 엔진 기반이었지만 역으로 보어를 줄이고 트윈터보를 얹은 것과 달리 유럽형은 300마력을 내는 3,3리터 람다 GDI 엔진을 근간으로 트윈터보 튜닝을 한 엔진이었다.
제원사항이 발표되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특히 최소중량을 겨우 맞추는 초경량 차체로 유럽에서 뛴다니, 적어도 상당히 위험성이 높을 것이며 국내 역시 마찬가지, 저런 규정 자체를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사실 슈퍼레이스 GT클래스 신 규정에 의하면 자연흡기 기준 4,500cc 이상 5,000cc 이하 경주차의 경우 최저 무게는 1,470kg. 그러나 현재 송미옥이 밝힌 제원으로는 아무리 따져도 1,240kg 정도. 무려 200kg 이상 가벼운 차체로 다른 차들과 대결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따져도 신 규정에 맞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여러 사람들의 궁금증도 커졌고 송미옥 역시 이 부분은 아직 미확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즉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영국으로 눈을 돌리기 전에 이탈리아로 잠시 가 보자. 한 쪽에서 레이스 관련 정보를 흘린 마당에, 다른 팀들은 안 흘렸을까? 라는 의문들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글도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팀이 정확한 정보를 흘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팀별마다 조금씩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도 단편적인 정보였을 뿐 완벽한 정보는 없었다. 규정 문제도 마찬가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규정 자체는 안개 속을 달리는 상황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시 영국 이슬링턴(Islington, Greater London, England). 시간은 이미 현지시간으로 밤 10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라이언의 집에 있는 재혁은 잠시 지지부진해진 협상을 계속 끌어나가고 있었다. 레이서가 아닌 반 경영자로서 이번만큼 드라이버를 유치하는 일을 맡긴 것은 그룹 본부였고 재혁이 이를 받아가지고 온 것이었다.
“솔직히 요즘 들어 자금력 부족인 것은 사실이야. 너도 알다시피 전년도 BTCC North Yorkshire전에서 발생한 Vectra의 크래쉬로 인해서 가문이 BTCC에서 철수하고 British GT에 투자 중이지만, 그거로 가능할지…….”
“나도 그래. 얼마 전까지 팀이 없어서 고심하다가 이번에야 팀을 잡았을 정도니까. 하긴, 난 지원받을 구석도 없어서 경기가 없으면 파트타임도 뛰었으니 더 했지만.”
재혁의 말을 듣던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재혁을 쳐다봤다. 재혁이 팀에 들어갔다? 이건 의외의 말이었다. 분명 송재혁은 GT4 European Cup 당시만 해도 소속 팀이 없어서 나갈 때도 있고 안 나갈 때도 있었다. 그런 송재혁이 팀에 들어갔다? 자신이 생각해도 송재혁을 받을 팀이 있을까? 란 의구심이 강했다.
“어디인데?”
“창설된 지 몇 년 안 된 신생팀이라……, 이글 모터스포츠라고 들어봤어?”
재혁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라이언, 확실히 선수인 그도 처음 듣는 명칭이었다. 웬만한 팀에 대해들은 자신도 신생팀이란 말에 잠시 멈칫 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글 모터스포츠란 이름은 처음 듣는 명칭이었다. 그런 팀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하던 그가 다시 재혁에게 되물었다.
“이글이라면…… 집에서 운영한다는 회사 말하는 거지?”
“그래, 거기야.”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글 그룹, 한국에 총 본부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영국에 아직 지사를 두지 못한 회사였다. 자동차 부품 생산 및 운송 등을 중점적으로 하지만 보험사 및 건설 등으로 확대하는데, 보험까지는 그렇다 치고 건설이 의외였다. 단순히 공장을 건설한다는 것 때문에 건설사업부가 따로 들어갈 일은 없었다.
“잠깐, 제이지. 그룹에서 운영하는 회사가 자동차 파츠 제조회사, 운송회사, 보험회사, 건설사, 그리고 정밀공업 정도로 아는데, 맞는 거야?”
“거의 비슷하게 봤어. 본가 쪽에서 운영하는 게…….”
잠시 송재혁이 속한 이글 그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재혁의 조부인 송민수가 설립한 이글 그룹은 지주회사인 이글 코퍼레이션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이글 코퍼레이션의 대표가 장남인 송기훈이 아닌 차남 송태훈이라는 것인데, 이는 장남인 기훈이 운송쪽을 맡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라인 자체가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태훈의 아내인 송미옥이 이글 코퍼레이션 산하에 있던 모터스포츠 사업부를 확대 ․ 개편하면서 이글 모터스포츠를 창설하게 됨에 따라 그룹이 총 10개의 회사로 확대되었다. 가족 그룹이라고 하나 적어도 그룹 본부 내에서는 자존심 대결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대표적인 계열 그룹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글 로지스틱스(운송회사) – 대표이사 송기훈(장남)
이글 코퍼레이션(그룹 지주회사) – 대표이사 송태훈(차남)
이글 모터스포츠(모터스포츠 사업) – 대표이사 송미옥(송태훈의 아내)
보라매 정밀공업(정밀기계 제작) - 대표이사 송영훈(5남)
수리화재(종합보험사) - 대표이사 송진경(2녀)
총 계열사는 10개이지만, 이 중 대표적으로 꼽는 회사는 저 5개였다. 의외라면 의외지만 역설적으로 뒤집으면 저 5개사가 해외 활동을 가장 많이 한다는 것이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글 그룹의 대표적인 회사는 기본적으로 저 5개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다른 기업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모르는 이유는 의외로 중점 사업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재혁의 큰고모부가 하는 사업은 농업 관련 사업이었던지라 기업의 중점 사업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즉 대외적인 행보에는 저 5개 회사가 주력이라는 결론인데 실질적으로 이는 송재혁이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로 회사의 대외적인 일에 5개 회사의 대표들이 의견을 내는 일이 많았고 당연히 언론에도 5개 회사가 언급되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계열사 중 위의 5개 회사는 그룹 내에서도 영향력이 강한 편이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재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같이 해 보지. 어차피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제이, 일단 시간을 줄 수 있나? 집안에도 이야기를 해야 하니 말이지.”
“마음대로 해. 아마 난 당분간 여기를 숙소로 써야할걸?”
“뭐야? 너 호텔 안 잡았어? 보통 기업체 임원급 인물이라면 호텔을 잡는 거 아냐?”
당혹해 한 라이언의 표정. 재혁은 후후 거리면서 다시 소파에 앉았다.
“출국 당시부터 뭔가 낌새가 안 좋더라고, 좀 불안해서 본사에 전화하니까, 방은 내가 알아서 잡으라는 거야. 그런데 여긴 영국이잖아. 나 런던에는 거의 온 적 없다고. 실버스톤이라면 모를까.”
“실버스톤은 런던 도심보다 남쪽이잖아. 그런데 거기를 런던보다 더 많이 갔다고? 웃긴다.”
“크크. 그 말도 그래. 그런데 별 수 없어. 내가 괜히 네 차에 내 짐을 실었겠냐?”
“그것도 그렇겠네.”
들으면 들을 수록 어이가 없는 송재혁의 말이지만, 사실이다. 아예 회사에서 네 맘대로 하라는 식으로 나오니, 재혁으로서도 선택할 카드가 없는 셈. 정말 재혁으로서는 약을 빨고 하는 일이었다.
재혁과 라이언이 영국에서 협상을 하는 동안 이글 모터스포츠의 본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 한 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의 자동차 업계 동향을 볼 때 올해는 뭔가 큰 정보가 터질 것 같다는 의견이 본사내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고 대표인 송미옥은 이를 감안해 일찍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올해는 뭔가 있다니까.’
하지만 그렇게 일이 풀릴 리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미옥 자신도 알고 있었다. 작년에 자신이 본 GT1 World Championship의 차량들은 대부분 GT3 규정에나 맞는 차들이었다. 확실히 GT1 규정에 걸맞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적어도 2010년/2011년의 대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적어도 2011년까지는 닛산 GT-R GT1이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70 R-SV, 콜벳 C6.R 등이 달리던 그곳에는 포르쉐 911 GT3 R, BMW Z4 E89 GT3, 아우디 A8 LMS, 벤츠 SLS AMG GT3 등의 GT3 경주차들이 판치는 장으로 변모했다.
‘문제는 돈인가? 그렇다고 해도 이미 시작한 길인데, 올 시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옥의 고민은 그렇게 깊어지고 있었다.
작가에게 묻는다.
송미옥이 물었습니다.
장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모처의 한 카페.
송미옥 : 이봐요. 작가씨.
작가 : 네?
송미옥 : 올해 슈퍼레이스 GT 클래스가 새로 생겼다던데, 작년 엑스타 GT와는 뭐가 다른 거에요?
작가 : 아, 그거요? 일단, 프롤로그를 작업할 때는 몰랐던 사실입니다만, 2012 시즌 종료 후, 슈퍼레이스는 한국형 GT 규정 개발에 착수해서 FIA/Appendix J의 규정을 근간으로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송미옥 : FIA/Appendix J면 경주차에 대한 규정 아닌가요? 그걸 근간으로 했다고요?
작가 : 네, 특히 Appendix J 253의 규정이 많이 쓰였는데 이쪽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룹 A 규정을 근간으로 하고 있죠.
송미옥 : 그룹 A면, 1990년대에 명성을 날린................. 개조 투어링카?
작가 : 네, 연간 2500대만 생산하면 참가 가능한 클래스였죠. 소위 호몰로게이션 클래스 중 가장 미니멀하면서도 개조하기 편했던 클래스였을 겁니다. 아마도요.
송미옥 : 그럼 차이는요?
작가 : 일단 작년 엑스타 GT는 아시겠지만 엔진은 최대 2리터 터보였잖습니까? 그런데 올해는 자연흡기 기준으로 1.6리터 이상 5리터 이하더군요.
송미옥 : 확실히 커졌네요?
작가 : 그래놓고 터보는 터보 없을 시 배기량 * 1.7인데요. 그래서 터보는 3,000cc 이상 못 뛰더라고요.
송미옥 : 조직위가 약을 빤거 같네요. 수입차만 좋아하란 소리잖아!!!!
작가 : 그러게 말이에요.(한숨)
최대한 다음편도 빨리 올리겠고, 설정자료도 틈틈히 공개하겠습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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