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이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라면 용어사전이 따로 필요 없으실거 같아요. 그래도 필요하다면....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내용이 깁니다. 준비 되셨나요???
2013년 2월 하순, 독일 라인란트팔츠, 뉘르부르크. 이글 모터스포츠 유럽 총괄 캠프로 개편된 이곳엔 마침 이글 모터스포츠 UK의 차들까지 같이 와 있었다. 당연히 드라이버들도 함께 이곳에 몰려있는 셈. 때마침 노르드슐라이페에는 얼마 전 출정식에 참가한 복스홀 인시그니아가 아무런 데칼을 붙이지 않은 채로 달리고 있었다. 재연과 재혁, 영준, 라이언 4명이 영어로 대화하는 내용을 대충 정리해 보면 어떻게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기존 이글 모터스포츠 캠프가 새로운 차를 도입했다면 당연히 일찌감치 붙였겠지만, 이번엔 기존에 있던 프라이빗 팀이 인수된 데다 경주차도 신형인 만큼 새로운 데칼로 바꿔야 했다. “그럼 완전히 새로운 도안으로 가야 하는 건데?” 이재연의 질문에 송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아요. 게다가 저 맥라렌도 좀…….” 재연과 영준이 돌아보니 한 대의 처음 보는 스포츠카가 서 있었다. 전고 자체가 상당히 낮은 그 차, 확실히 이번 출정식에 공개된 차 중 하나였던 McLaren사의 MP4-12C GT3 모델이다. Formula 1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맥라렌의 MP란 코드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텐데, 흔히들 제작사의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McLaren Project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건 내부적인 표현이고, 실제로 이 MP는 좀 의외의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Marlboro Project. 지금이야 담배회사인 말보로가 페라리(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스폰서이긴 했지만, 사실 불과 17년 전인 1996년까지만 해도 말보로는 페라리가 아닌 맥라렌(맥라렌 레이싱)의 스폰서였다. 1997년에 말보로가 맥라렌과 갈라진 이후에 가서야 McLaren Project라 부른 거지만. 어쨌든 현재 상황을 보면 맥라렌 MP4-12C GT3과 복스홀 인시그니아 2대는 확실히 외장 세팅이 더 필요해보였다. 그걸 보던 송미옥이 한 마디 던졌다. “종전의 911처럼 하면 안 되는 건가?” “뭐,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저희 집안의 눈도 있고 해서 말이죠.” 라이언이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지켜보던 데이빗 로렌이 한마디 했다. “그냥 British Green을 베이스로 하면 안 되나?” “맥라렌에?” “글쎄, David. 네 말대로 British Green을 베이스로 해도 상관없지만 재혁이 저 녀석 문제도 있으니까. British Driver로만 구성된다면 상관없는데, 한 명이 British Driver가 아니잖아.” 라이언의 한 마디에 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혹한 표정으로 라이언을 쳐다봤다. 이건 완전 자기 이야기라는 것 때문이다. 솔직히 사실이다. 인시그니아 같은 경우 그냥 브리티시 그린으로 외관을 래핑한 다음 데칼을 붙이면 되지만, 맥라렌은 그렇지 못했다. 적어도 드라이버인 송재혁을 생각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었다. 현재 맥라렌의 색은 약간 붉은 주홍색. 미옥은 차체를 한번 둘러본 후 의견을 내렸다. “이 차만큼은 그냥 도박 한 번 걸지. 지금 이 차에 그대로 데칼을 더하자고. 필요하면 맥라렌에 브리티시 그린색 보디를 요청하면 되니까. 그나저나, 송재혁. 너 언제 영국으로 들어가는 거니?” 송미옥의 질문에 재혁은 눈만 껌뻑 거리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 독일행 비행기 안에서 Blancpain Endurance Series에 참가하라고 한 사람이 송미옥 본인인데, 영국으로 언제 가냐니? 그렇게 생각을 하던 재혁은 올해 시즌 달력을 보고 그제야 미옥의 말을 알아차렸다. 잠시 3~4월의 상황을 보자
3월 30일 : FIA GT Series Round 1 Free Peactice British Touring Car Championship Round 1 Practice & Qualifying 3월 31일 : FIA GT Series Round 1 Qualifying British Touring Car Championship Round 1 Race 4월 1일 : FIA GT Series Round 1 Race British GT Championship Round 1 Race 4월 13일 : Blancpain Endurance Series Round 1 Qualifying 14일 : Blancpain Endurance Series Round 1 Race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게 이글 모터스포츠 유럽 캠프이다. 영국 캠프도 당연히 비슷한 상황이고, 당연히 드라이버나 메카닉 모두 패닉의 연속. 현재까지 부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불리한 조건이다. “현재 Castle Donington쪽에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Donington Park와 가깝지만 행정 중심인 London City에서는 머니까요.” “Silverstone은 불가능하나?” “거긴 USC Archangel Racing의 캠프가 있어요. 미친 자식들, 그냥 카탈루냐나 가지, 왜 이리로 와서는…….” 다들 고민에 빠진 상황, 이에 미옥이 한 마디 던졌다. “그것보다 차라리, 브랜즈 해치(Brands Hatch)쪽이 낫지 않아? 거기가 런던 도심과 가깝다며?” “그건 맞습니다. 빠른 구간을 차로 좀 밟으면 30분 정도 걸리고, 조금 돌아서 가도 최대 1시간이면 가니까요.” “그럼 그쪽으로 가는 게 낫겠고, 메카닉은 아무래도 필요하겠지? 새로 시작하니까?” “네, 그렇죠. 아, 그리고 대표님. Catering 문제 말입니다.” “말씀하세요.” 이번에 의견을 낸 사람은 송재혁이었다. 영국에서 생활해 본 적이 있던 재혁은 분명 현지인이 하면 엉망이 될 요리가 영국 요리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분명 현지인을 고용하면 개판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송재혁은 송미옥에게 한국에서 드라이버의 식사를 책임질 영양사를 보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글쎄, 아무래도 나도 영국에 가봐서 알지만, 영국 요리를 파는 음식점은 갈 곳이 못 되더라고. 차라리 인도음식점을 가지.” 송미옥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영국 출신인 라이언 본인도 송재혁이 영국에 오면 인도 요리점이나 중국 요리점에 같이 가지, 아님, 술이 좀 당길 때에는 이름 좀 난 곳에 가지, 웬만한 곳은 안 간다. 왜 그랬을까?
“걔는 외국을 많이 돌아다녔잖아. 그래서인지 많은 국가의 요리를 먹었지만 걔도 나 같은 영국인이 만든 요리는 피하더라? 그게 고문이다 이런가봐.” 물론 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오죽하면 송재혁이 라이언에게 ‘네가 직접 만들어서 먹어봐라!’ 할 정도면 얼마나 영국 요리가 지옥의 요리인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참고로 송재혁이 영국 요리를 하면 그나마 사람이 먹을 만한 요리가 나온다. 아니, 애시 당초 송재혁이 런던에서 라이언의 면전에서 ‘잘못된 교육법이 세계 최악의 요릴 만들었군.’이라고 힐난 했으니 말은 다 했다. 이렇게 필요하지만, 누굴 쓰느냐와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로 선수들과 현지 팀원들의 식사이다. 즉 재수 없이 평범한 영국인을 쓰면, 아마 지옥의 요리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영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고용해 영국식 요리를 하면 좀 나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사실 영국 요리라고 해봐야 잉글랜드 요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스코틀랜드 음식도 있기에 잉글랜드 사람들은 반발하겠지만, 그게 그거다. 어쨌든 이글 모터스포츠의 대표 송미옥은 이글 모터스포츠 영국 캠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임을 이야기 했고, 드라이버들의 허락을 받아냈다.
1. 이글 모터스포츠 영국 캠프에 영양사를 파견, 팀원들의 식사 문제에 대한 관리를 지도록 하겠음. 2. 팀 닥터의 투입은 조금 더 시일을 봐서 할 예정, 단 필요할 것 같으면 현지의 의료 인력을 적극 채용할 것을 라이언 슈나이더 지사장 대리에게 지시하겠음. 3. 메카닉은 일본, 한국, 유럽에 있는 메카닉들 중 지원자를 받아 3월 중순까지 파견하겠음. 이 인력이 종전의 멤버들과 조인트 하는 것으로 나갈 것임.
영양사 문제는 라이언 본인이 인증했다. 서양인에게 있어서 우유는 한국인에게 있어 김치와 같은 존재로서 서양에서 우유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기에 상에 꼭 올라간다. 만일 한국정부가 재정부족 문제로 학교, 군대 급식에서 김치를 뺀다면??? 그날로 난리가 날 텐데, 이놈의 영국은 그 짓을 실제로 했었다. 1971년, 아직 마거릿 대처가 수상이 되기 이전, 교육부 장관(Secretary of State for Education and Science, 현재는 Secretary of State for Education)이던 시절, 그녀가 7세에서 11세 되던(당시 기준 1960~1964년 생)의 우유 무상급식을 폐지했다가 대처 자신은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개 박살이 났고 Milk Snatcher, 즉 우유 도둑이라는 별명은 여태까지도 그녀를 따라 다니고 있다. 아, 물론 당시 야당이던 노동당은 보수당이 알아서 던져준 이 대형 떡밥을 놓치지 않고 신나게 물어뜯었고, 결국 이 우유 도둑놈 이미지가 그녀를 평생 따라다녔지만, 또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었으니……
1970년대에 심각한 경제 공황이 영국에 들이닥치자 당시에 수상으로 재임하였던 마거릿 대처가 재정 삭감을 위해 학생들의 급식 배급에 관여하던 영양사들의 수를 줄였고, 그 외의 급식 문제는 더 이상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 정부에 넘겨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 이후에 개혁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계속 그 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급식에 관해서 관심이 없다보니 예산은 쥐꼬리만큼 나왔고, 나오는 메뉴라고는 프렌치 프라이, 피시 앤드 칩스, 품질 낮은 닭고기로 만든 치킨너깃 따위의 튀김류만 잔뜩 나왔다. 후식은 당연하게도(?) 초콜릿 같은 과자들. 즉 정크 푸드로만 점철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비만 및 아토피, 알레르기에 시달렸다. 이런 급식보다 더 최악인 것은 바로 영국군 전투식량, 미군의 MRE 못지않게 최악을 달린다는 음식인데, 최근에야 개정판이 나왔다지만, 적어도 라이언 일행이 전역한 뒤에 나왔다고 하니, 그 맛없는 전투식량을 먹었을 3인에게 애도를 표할 수밖에. 당연히 라이언이나 송재혁을 통해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된 송미옥의 입장에서 볼 때 영양사가 없다면 아무래도 타국에서 파견될 사람들이 최악의 요리를 먹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영양사 파견은 중요한 결과로 연결되었다. 팀 닥터는 일단 영국 현지에서 찾기로 했다. 전설적인 F1 의무 팀장인 Dr. Sid Watkins를 배출한 영국답게 아마도 유능한 팀 닥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미옥의 고뇌가 나름 담겨져 있는 부분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메카닉 문제는 일단 넘어가자. 누가 영국에 올지 모르겠지만 현지인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이글에게 있어서 올 시즌은 새로이 신설된 영국 캠프가 제 역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성패가 갈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모큐멘터리 하는 거죠. orz
하여튼.....
자! 드디어 FIA GT Series의 첫 라운드로 접어 들었습니다!
본래 1라운드는 지난 2013년 3월, 프랑스에서 열렸습니다만 작가의 귀차니즘 등으로 인하여 지난 2013년 6월에 가서야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날을 좀 빼먹을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ㅠㅠ[각주:1]
솔직히 말한다면 협상은 약간 늦게 시작되었다. 양측 간의 소개가 늦게 이뤄졌고 더군다나 유카가 식사도 못하고 호텔까지 냅다 밟는 바람에 잠시간의 식사 시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식사 중에 미옥이 유카에게 몇 km으로 밟았냐고 물어보자 유카는 수도고속도로에서 130km까지 밟았을 거라고 했다. 벌금이 상당히 많이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을 한 미옥이었다. 어차피 회사에서 내는 거지만, 아무리 따져도 공사한지 오래된 그 도로를 유카가 무슨 배짱으로 밟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장 고속1호 하네다선(高速1号 羽田線)의 개통시기가 1966년이니 이미 40년은 넘긴 상태. 이 때문에 언제든지 붕괴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도로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고, 그녀도 그 길을 달렸다. “어쨌든 들어가지. 너무 늦어도 손해니까.” “네.”
협상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게다가 미옥은 카구라 재단으로부터 역제안까지 받았는데 이글 모터스포츠가 준비하고 있는 스칼라십에 상당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내용은 스폰서 계약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제안자는 이사회 의장인 카구라 마키. 그녀가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협상이 체결된 지 1개월이 지난 후 한국일보 도쿄 특파원인 한창만은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 카구라 재단을 찾아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과연 그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협상 초기부터 송미옥 대표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받았다. 그녀는 우리 재단에 대한 많은 조사를 해왔고, 우리 역시 그녀가 대표로 있는 이글 모터스포츠에 대해 조사를 해왔다. 우리에게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회사의 생존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표의 도덕성과 협상시의 눈동자와 눈의 위치이다. 눈동자가 떨리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한 거짓말을 할 경우 시선은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송미옥 대표의 일어 능력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말에 뭔가 힘이 있었고 또한 눈빛 자체가 살아있었는데 마치 그 눈빛은 사람을 유혹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이었다. 그 점이 나와 내 동생을 비롯한 모든 이의 마음을 잡았던 것이며 나 개인적으로는 동생(=카구라 치즈루 이사장)의 모터사이클 선수 활동에 있어서 자료의 부족으로 고생했던 것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끌렸다.’ - 한국일보 2013년 3월 4일자 15면
이 말이 과연 전부였을까?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인 김정석 기자는 그 해 6월, 송미옥이 드라이버 스칼라십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발표할 당시 어떻게 지원을 받아 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송미옥은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시 우리는 카구라 재단을 상대로 스폰싱에 대한 이야기만 전개했다. 그런 도중 나는 재단 이사장인 카구라 치즈루씨의 질문을 받고 당혹해 했는데 그 질문은 장기적인 드라이버 육성을 생각하고 있냐는 것이다. 나는 그 질문을 받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지금은 계획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만들 것이고 또 그 엔트리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때 카구라 재단 쪽에서 모두 웃었는데, 아마도 날 시험해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이런 지원을 받아오는 것은 아마 어렵지 않았을까?”
2월 1일 오후 1시 30분, 영국 런던 인터컨티넨탈 런던 호텔 검은색 재규어 XFR-S에서 송재혁이 내렸다. 보통이라면 영국 현지에서도 웬만한 국산차를 직접 몰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특히 일본 도쿄에서 1월 30일에 젠가 존볼트의 입단식이 열렸고, 여기서 젠가의 모든 조건이 다 반영되었는데 이번 영국 현지 쪽도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내용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송미옥 대표가 직접 참가했다는 것은 의외였다고 한다. 일본 지사 뿐 아니라 현지 언론 대부분도 송미옥이 직접 올까? 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송미옥 뿐 아니라 송태훈 이글 코퍼레이션 대표, 그리고 송민수 그룹 총수까지 방문하면서 충격은 더욱 컸다. 송민수 회장은 본래 런던 쪽에도 올 예정이었지만 건강 사정의 문제로 런던은 송태훈 이글 코퍼레이션 대표를 자신의 대리로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J, 여기야.” “미안하군, Intercontinental London이라고 해서 조금 헤맸어.” “어디까지 갔는데 그래?” “Westminster.” “이런, 하이드 파크라고 말했잖아. 웨스트민스터는 문 연지 얼마 안 되었다고.” “거기까진 못 들었어. 그 부분에 있어선 유감이야.” 때마침 호텔에는 입단 예정자 중 한 명인 라이언이 송재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1월 31일, 런던에 도착한 재혁은 이슬링턴에서 전날 밤 늦게까지 협상 종료를 자축하면서 라이언과 코가 삐뚤어지도록 둘이서 술을 마신 다음 아침에 영국 정부에 사무소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호텔까지 도착한 것이다. 본래는 송재혁이 히드로에서 송미옥을 맞아야 하지만, 카구라 재단의 협조로 히드로 공항에서 호텔까지 헬기를 이동해서 온다고 하니, 재혁은 그저 호텔의 위치만 알려주는 정도였다. 여기서 잠시 재혁이 타고 온 재규어 XF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본래 이글 코퍼레이션이나 이글 모터스포츠는 이 시점까지 영국에 지사를 둔 전력이 없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영국 쪽은 이글에게 있어서 거의 ‘미개척지’나 다름없던 상황이었는데, 이번 협상으로 인하여 영국에 지사를 세울만한 가치가 생기게 되면서 송미옥은 계획을 일부 수정하게 된다. 스피라의 호몰로게이션이 늦어지는 이상 금년만큼은 다른 전략을 짜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다른 엔트리는 그대로지만 박준혁과 송재혁 만큼은 이번엔 영국에 파견하는 길 밖에 없었다. 카레이서에게는 사실 휴식이란 것이 거의 없다. 아니, 휴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연습을 필요로 했고, 이는 라이언을 비롯한 영국 현지의 드라이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예외적으로 송재혁은 입단 후 회사 일에도 참가하면서 연습량이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고, 이 때문에 겨울에 개인 차량인 스피라를 끌고 KIC에서 달렸다는 소리도 종종 흘러나왔다. 이렇게 되자 송미옥 대표는 2013년 1월 말에 들어서면서 소위 말하는 ‘UK공략 플랜’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 플랜에 의하면 스피라의 드라이버로 내정되었던 송재혁을 영국 현지로 파견해 그를 영국 현지 팀장 겸 사무 감독위원으로 삼는데다 라이언의 파트너 드라이버로 지목하고 박준혁을 리저브 드라이버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나머지는 동일한 대신 박준혁을 GT Series의 리저브 드라이버로 하는 방안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2월에 가서야 가능해질 정도로 문제점이 많았던 플랜이었다. 그렇기에 미옥의 이 플랜은 드디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1시 50분, 대연회장에 서 있는 라이언과 송재혁, 데본과 데이빗은 현재 9층에 있는 객실에서 쉬는 중이었다. “행사는?” “3시 시작.” “3시야? 그럼 적어도?” “2시 40분 이전에 대표님께서 도착하실 거야. 언론 기자들은 2시 30분을 전후해 들어오겠지. 2시 50분쯤에 대표님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입장하고 3시에 시작하는 거지.” “쉽지 않겠어.” “그렇지.” 재혁이 잠시 한숨을 쉬던 도중, 라이언이 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의 손에는 마침 레모네이드 한잔이 있었고 라이언은 또 다른 한 잔을 받아 재혁에게 건냈다. “그나저나 일본의 게히른 레이싱이라고 알아?” “아, 들어서 알고 있어. 일본의 운동역학연구소에서 만든 카레이싱팀이고 현재는 슈퍼 GT와 슈퍼 다이큐에만 참가하고 있어. 근데 왜?” “그 팀 출정식이 어제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었는데 지역제한이 걸렸더라고. 왜 그런거야?” 재혁은 라이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본사 측의 정보에 의하면 게히른 레이싱의 출정식은 단 2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만 중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 하나는 일본계 사이트. “유투브에서 본거야?” “응.” 유투브라는 말에 또 당혹스러워진 재혁이었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떴다. 그렇게 내린 결론이 의외였으니 그건 바로 ‘지역제한’이라는 조치였다. 특정 지역에서만 영상 시청이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제한을 걸면 특정 지역에서만 영상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거 일본에서만 볼 수 있게 한거야.” “엥? 일본에서만 본다고? 의외인데?” “어차피 거긴 주 활동지가 일본이니까. 막 해외에도 나가는 우리와 다르거든.” 재혁은 웃으면서 라이언이 건낸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 잠시 후 재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은 재혁은 그대로 미소를 지으며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옥상으로 올라가지. 보스께서 오셨어.”
이날 행사에는 슈나이더 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실질적으로 슈나이더 가의 협조가 아니었으면 이런 행사를 열 장소도 잡지 못했을 것이란 게 대표인 송미옥의 생각이었던 관계로 아마 행사 이후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대접할 것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 증거라고 한다면 현장에 도착하는 차량들이었다. 아무리 따져봐도 최하가 복스홀 인시그니아였고, 그 위로 캐딜락 CTS, 그 위에 푸조 508, 재규어 X-Type, 그리고 그 위에 벤츠 E-Class나 재규어 XF, BMW 5시리즈, 그리고 가주의 경우 재규어 XJ가 눈에 띄였다. “미치겠구만, 너넨 최하가 복스홀이냐?” “쉐보레 차는 쓰지도 않아. 일제 차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독일차는 쓰네?” “현실적으로 말해서 차가 없어서 말이지. 벤틀리, 롤스로이스는 예전부터 왕가의 차였고, 다이믈러도 역시 말이 필요 없잖아.” “미제도?” “글쎄, 크라이슬러나 포드 차 도입 계획은 있어. 근데 크라이슬러는 도입해봐야 대부분이 란치아 배지엔지니어링(Badge-engineering)이고, 그나마 믿을 만 한 것은 300C겠지만, 아마 펜타스타 엔진이겠지. 포드? 영국 포드의 승용차는 잘해봐야 몬데오가 한계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서 독일제구만.” “그렇지.”
영국시간으로 2013년 2월 1일 오후 3시(한국 시간으로 2월 2일 자정) 송재혁의 사회로 이글 코퍼레이션 및 이글 모터스포츠 영국지사 개업식 및 라이언 슈나이더, 데이빗 로렌, 데본 슈나이더의 이글 모터스포츠 입단식이 열렸다.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글 모터스포츠 해외사업부 홍보실 소속 겸 드라이버 스카우터, 그리고 올해, British GT Championship에 나설지 모를 송재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송재혁의 인사. 턱시도로 환복한 재혁은 확실히 달라보였다. 175cm 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체격 때문인지 턱시도가 의외로 어울린다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사무실에서도 정장을 입는 특성 덕에 재혁의 정장을 입은 모습은 의외로 많이 보였다. 재혁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의외로 물 흐르듯 진행되고 있었다. 입단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행했던 송재혁이기에 의외로 많은 이들이 그에게 질문을 주로 던졌다. 그때마다 송재혁이 직접 답하거나 송미옥, 송태훈이 각자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미옥이 한마디 꺼냈다. “저희에 대해 조금이라도 조사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 본사가 한국 서울에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선수만 뽑고 출정식은 안 하냐고 하는데, 출정식은 인터넷 중계로 열릴 방침입니다.” 송미옥의 말에 사회를 맡던 송재혁과 현장에 있던 송태훈 회장의 표정은 모두 경악 그 자체로 바뀌었다. 이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출정식을 인터넷으로 중계한다고? 설마 생중계란 말인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대는 틈을 타 송미옥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인터넷으로 2013년 2월 11일, 오후 4시, 전라남도 영암군에 있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행사를 진행할 것임을 선언했고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할 것임을 밝혔다.
2013년 2월 3일, 인천국제공항. “아니, 어머니. 말이 안 돼요. 어떻게 8일 안에 드라이버와 경주차를 다 영암으로 불러들여요. 게다가 해외에 있는 드라이버가 더 많은데요? 숙소는요?” 영국에서 귀국한 재혁은 당혹한 표정이었다. 2월 11일 오후 4시에 행사가 열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하 3일전까지 드라이버들과 경주차들이 영암에 와야 한다. 근데 숙소는? “일단은 전라남도 관광홍보과에 지원을 요청해야지. 1순위는 영암이지만, 안 되면 목포, 최대 광주까지 갈 수 있게 해야 하고, 한국공항공사에 지원 요청도 해야지. 어렵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서해안고속도로 논스톱 주행이 될 수밖에 없어. 이글 로지스틱스, 델타 로지스틱스에 도움을 요청해봐.” “광주는 조금 멀텐데요? 최대한 1시간 이내에 잡는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외국어도 어느 정도 되어야 하니까요.” “일단은 당신이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 알아보고 재혁이 너는 일단 각 지사에 연락해서 비행기 티켓을 맞춰놓고. 델타 로지스틱스에도 전화해서 SLS AMG의 목적지를 한국으로 맞추라고 해.” “네”/“알았어요.” 귀국 직후 서울 사무실로 바로 들어간 세 사람은 즉시 분담한 역할에 돌입했다. 송미옥은 본사에 출근하자마자 KIC 운영팀에 연락해서 2월 11일, 서킷의 사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했고, 송재혁은 해외사업부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델타 로지스틱스 본사로 전화해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마침 SLS AMG GT3은 델타 로지스틱스 유럽지사가 입수, 바로 한국이나 일본으로 보낼 상황이었지만 이글 모터스포츠에서 본사로 전화해 한국으로 빼줄 것을 요청하게 되었다. “아, 송재혁 대리. 카구라 재단에도 연락을 좀 해달라는데? 그쪽에서 이번 출정식에 참석하고 싶다고 요청해서 내용을 보내줘야 한다네. 그것도 좀 부탁해 달래.” “에, 알겠습니다. 황 차장님.” 재혁은 황 차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선 바로 스폰서 명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카구라 가는 본래 도쿄 외곽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는 집안이 본래 신사를 운영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정치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도쿄도 외곽에 본가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전 가주의 의견을 허락한 일본 왕실에서 치요다 구의 황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물을 내주었고 그곳에서 카구라 재단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카구라 재단의 현 이사장인 카구라 치즈루는 언니인 이사회 의장 카구라 마키에 비하면 의외로 자유분방한 편이다. 그러나 본인도 집안의 힘이나 사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에 그 자유분방함을 겉으로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으나 언니인 마키는 치즈루의 로드레이스 실력을 알고 있기에 그녀의 로드레이스 활동을 뒤에서 지원해주기도 해왔다. 재단 1층에 있는 혼다 NSR250R(1999년형)은 그녀의 이러한 활동을 보여줬지만 클래스를 올린 이후로는 좋은 활동을 내지 못한 그녀였다. 야심차게 준비한 듀가티였지만, 한계에 봉착한 것 같았고, 남자 레이서들과의 대결에서 밀리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한동안 모터사이클 레이스를 멀리했다. 사실 이것 때문이 이글 모터스포츠의 스폰싱 요청을 처음에 거절했지만 내용을 보고 마음을 바꾼 그녀였다. “3월 말이라고 했나? 이글의 시즌 시작이?” 사실 3월 말도 유럽 기준이었다. 빠르면 2월 말에서 늦으면 4월 하순이면 각 캠프 소속 드라이버들이 참전하는 레이스 대회의 공식 테스트와 연습주행이 있을 것이고 이 시점이 지나면 바로 개막이다. 뒤집어보자면, 이 시점에서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출정식이 지금쯤이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추리는 정확하게 이뤄졌다. “들어오세요.” 들어온 사람은 이글 모터스포츠의 연락을 받은 직원이었다. 방금전까지 송재혁과 통화한 그 직원은 치즈루에게 이글 모터스포츠 측에서 보내온 공문을 치즈루에게 제출했다. “2013년 2월 11일, 한국 전라남도 영암군에 있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orea International Circuit/韓国インターナショナルサーキット)에서 이글 모터스포츠의 2013년도 시즌 출정식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녀는 공문을 받고서 웃었다. 오후 4시,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는 내용까지 있어서 아무래도 관리가 필요한 입장이었다. 숙소는 전라남도 나주에 있는 중흥골드스파&리조트인데, 이건 드라이버 전용이었고, 내빈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프라도 관광호텔을 잡았다고 적혀 있었으니, 좀 의외인 상황, “광주에서 영암까지 차가 있나요?” “이동 차량은 이글 측에서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알았어요. 무안행 비행편을 알아보세요. 환승해도 상관없으니 말이지요.”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렇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글의 전설을 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2013년 2월 11일 오전 11시,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송재혁은 일찌감치 현장에 또 도착해서 현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미 경주차와 드라이버들은 아침부터 도착해서 영암 셰이크다운에 나선 상황. 자기들끼리 타임을 나눴는지 지금 이 시간에는 두 대의 차만 달리고 있었다. 재혁은 차들을 보던 중 처음 보는 차 한 대가 달리고 있음을 확인했고 현장에 있던 한정권 메카닉(이글 모터스포츠 재팬의 메카닉)에게 물었다. “한 메카닉님, 저 차 뭡니까?” “아, 이번에 합류한 송재혁 선수 아닙니까? 대표님으로부터 이야기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입단 축하드리고요.(송재혁 :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거 복스홀(Vauxhall)사의 인시그니아(Insignia)란 차랍니다. 이번에 송 선수께서 직접 스카웃한 드라이버 중 2명의 차라는데요?” “그래요?” ‘인시그니아라, 벡트라의 후속 아니었나? 라이언 녀석. 올 시즌엔 아예 신형인거야?’ 재혁은 한정권의 말을 들은 후 그에게 목례로 인사하고 라이언에게 다가갔다. 역시나 라이언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던 상황. “라이언. 저건 웬 차야?” “아, J. 올해 BTCC에서 쓸 차량이야. 작년까지 쓴 벡트라로는 성능에 무리가 와서 말이지. 신 규정에 맞췄어.” “벡트라는 S2000 규정에 맞췄잖아. 그럼 이번 인시그니아는 NGTC인가?” “맞아. 엔진은 2리터 에코텍 터보 기반이고. 300? 영국에서 테스트 했을 때에는 그 정도 나오더군.” “300마력? NGTC는 300마력 이상 아니던가?” “그렇지.” “으흠…… 좀 딸리는데, 그건 그렇고. 그나저나 지금 인시그니아와 달리는 저거, Mazda RX-8 아냐?” 재혁의 말을 들은 라이언이 같이 달리는 차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RX-8? 분명 송재혁이 오기 전에 각 계열끼리 시간을 나눠서 투어링카 먼저 달리고 그 다음에 GT가 달린다고 했지만 GT에서 놀아야 할 차가 왜 저기 있을까? “뭐지? 저 RX-8? 설마 저게 올해 참전하는 차야? 저거 작년에 단산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차가 없어서…… 아마 그것 때문 일거야.” 재혁은 한숨을 쉬고서 패독으로 들어가는 두 차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패독에 흰색에 갈색 스트라이프가 포함된 포르쉐 911 2대가 나와 서킷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 30분, 송미옥이 현장에 도착해 담당 메카닉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1차 셰이크다운 해 보니까 어때요? 먼저 유재득 팀장부터.” “일단 911 GT3 R은 차에 이상이 없었습니다. 고속 주행시 문제가 있는지 해서 조금 고속으로 달리게 했는데 딱히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SLS AMG GT3이나 Z4 GT3는 오히려 사람을 놀라게 하더군요. 특히 SLS는 갓 도입된 차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인 다나카 군이 달리는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RX-8은요?” “고회전으로 올라갈수록 약간 쥐어짜는 듯한 사운드를 내고 있어서 그게 문제입니다.” “일단 그 문제는 조금 더 검토해야겠군요. 추가적 정보 들어오는데로 주시고요, 911 컵 카는 어떻다던 가요?” “최고라고 하더군요. 시트 포지션만 조금 손 봤었는데 처음 약 300m는 불안하게 주행해서 주행에 대한 설명을 이재연 선수가 해 준 이후에는 거의 포뮬러 카처럼 달리는 게……” “예상한 대로군요. 한정권 팀장. 제네시스 쿠페는요?” “지금 막 끝났는데, 노원일씨에게 물어보니, 좀 밋밋하다고 하네요. 사실 아시잖습니까. KSF는 직분사 엔진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걸요.” “그건 맞아요. 적어도 작년 DDGT에서는 터보로 달렸으니 이번 KSF전의 차량은 조금 밋밋하겠죠. 그러나 V6엔진의 배기량을 감안하면 I4 터보와는 또 다르다는 것을 좀 알려줬으면 해요.” “네, 일단 그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슈퍼레이스 레이싱카 중 N9000쪽은 차후에 변동이 불가피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되겠죠. N9000 중 프라이드는 아무래도…… 알았어요. 크루즈는 드라이버가 클래스를 바꾸지 않는 이상 당분간 유지하세요.” “네, 아 그리고 포르테는……. 뭐 똑같습니다.” “그 차는 예상했습니다. 뭐, 드라이버인 두 사람이 변하는 게 있어야죠.”
오후 4시, 유투브를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는 이글 모터스포츠의 출정식이 시작되었다. 3시 40분에 이진석이 사복차림으로 도착해 송미옥 단장을 비롯한 올 시즌 참전 드라이버들과 인사하고 관람석에서 관람하겠다고 한 것은 좀 의외였지만 최대한 숨겨달라는 요청 때문이었기에 미옥은 이를 수락했다.[각주:1] 12시즌에 대한 결산은 이미 12월 말의 팬미팅에서 했으니 안 해도 상관없었지만 송미옥은 굳이 처음에 그걸 언급하면서 12시즌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작년 시즌 이글을 잠시 상기시켰다. 그리고 나서 경주차와 드라이버 소개가 있었는데, 12 시즌의 이글이라고는 믿겨지지 힘든 엔트리였다. 잠시 2012년도 엔트리를 보자.
“저희가 작년에 이 엔트리로 뛰고 나서, 제가 열 받았습니다.”라 말한 미옥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서려 있었다. 사실상 작년 이글 모터스포츠는 말 그대로 핵폭탄을 안고 뛰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황태현의 전향설로 인하여 시끄러웠던 이글 모터스포츠 저팬은 그야말로 엉망이었고, 다른 팀도 딱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유럽 이글 같은 경우 강력한 경쟁 팀이던 이클립스에서 내놓은 2대의 차 때문에 곤욕을 치룬데다 USC Archangel Racing의 경쟁력이 커지면서 이래저래 위험 요소가 많았다. 그렇기에 송미옥은 이번 시즌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그 결과 드라이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키 카드를 손에 쥐게 되었던 것이고 그 결과물은 충격과 공포의 엔트리였다.
엔트리 발표가 나자 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송재혁이 사실상 유럽에 진출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영국에서 뛴다니, 언어 문제 등으로 성적이 안 나올 것이라 한 사람이 많았고, 더군다나 이렇게 전체적으로 다국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벨로스터 터보, 과연 누가 탈지에 대해서는 송미옥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떡밥을 던져서 팬들이 물게 만들기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5월을 기다리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Lamborghini Gallardo LP570-4 Super Trofeo Stra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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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sche Carrera Cup Japan
Porsche 911 GT3 Cup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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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F
Hyundai Genesis Coupe Kia Forte Koup Hyundai Veloster Turbo
금일부로 Round 0가 끝났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네요. ㅠㅠ
잠시 이번 편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FIA GT Series나 British GT Championship에 참가하는 드라이버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 드라이버들은 단순히 저 2대회만 뛰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하나를 더 뜁니다. 바로 Blancpain Endurance Series인데, FIA GT Series, British GT Championship와 운영주체가 같습니다.
그래서 잠시 좀 올해 3개 대회에 같이 뛰는 팀이 있나 해서 보니, 거의 없더라고요. Blancpain Endurance Series와 FIA GT Series에 중복되는 팀 또는 British GT Championship와 Blancpain Endurance Series에 중복되는 팀은 있긴 한데, 세가지 대회를 다 뛰기란 어렵겠죠? 정비는 뭐...... orz
그래도 작가인 제가 약을 좀 빨고 한번 그렇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근데 만들고 보니 이글은 저렇게 되면 3개를 다 뛰는 꼴인데, 체력이 남아 날라나요? ㅠㅠ
어쨌든 이제, 라운드 1이 진행될 겁니다. 라운드 1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FIA GT Series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
원래 참가하는 드라이버들은 정장을 착용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진석은 깜짝 출전을 위한 카드였기 때문. [본문으로]
공식명칭 : Korea Speed Festival Forte Koup Challenge [본문으로]
“아, 오셨습니까? 마츠자와 지사장.” “오랜만에 뵙네요. 사범님.” “오랜만은 무슨. 전년도 겨울에 만나서 나와 같이 직접 검을 잡았던 사람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겠소?” “별 말씀을요.” 유카의 당혹한 말을 들은 젠가가 화통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래. 지금이라면 오카야마에 계셔야 할 마츠자와 지사장이 직접 이 남쪽 끝 가고시마까지 먼 길을 오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소? 무슨 일인지 한 번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아, 소피아. 당신도 앉고, 중요한 사안입니까?” “네, 좀 중요한 사안이라서 가족 분들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으흠, 쉽지 않겠지만, 알겠소. 소피아, 이루이를.” “알았어요.”
가나가와현 가나가와시 츄오쵸에 있는 젠가의 집에 유카가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22분, 마침 젠가는 그의 양녀인 이루이가 집에 온 덕에 그녀를 대신 돌보고 있었다. 소피아가 유카의 마중을 나간 상황에서 젠가는 도복에서 막 사복으로 환복한 뒤였다. 이 때문인지 거실에는 젠가와 소피아, 그리고 양딸인 이루이까지 앉아 있었다. 유카는 그녀의 앞에 놓인 녹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대표님께서 한 시즌이라도 드라이버로 뛰어달라는 요청을 해 오셨습니다.” “송미옥 대표가 직접 말입니까?” “네.” 젠가는 유카의 말을 듣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당혹해 했다. 젠가 본인은 시현류의 사범으로서 활동하지만 가고시마를 넘어선 전 규슈 내에서 그의 드라이빙 실력은 날카로운 칼 그 자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자랑했다. 그 소문을 송미옥이 어떻게 들었는지 드라이버가 부족한 팀의 전력 향상을 꾀하는 것도 모자라 드라이버들의 정신 수양을 담당할 드라이버를 필요로 한 것이다. 이는 이미 유카가 시즌 중에 젠가에게 오우카의 정신 수양 등에 관한 것을 맡긴 것에서 봐도 알 수 있었다. 2010년 겨울, 시즌을 마치고 규슈 지방으로 휴가를 떠난 팀원들은 휴가지에서 한 여성을 구한 전력이 있었다. 머리에 피를 흘린 채로 발견된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오우카 나기사라고 소개했지만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여자를 덥석 맡기 어려웠던 팀원들로서는 고민이 이만 저만 아니었고 결국 그녀를 조사한 소피아 네트 박사의 허락을 받아 가고시마에 있는 젠가의 집에 있게 한 것이다. “지사장, 송미옥 대표께서 나 같은 이에게 이런 일을 맡긴 것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었던 겁니까?” “모르겠어요. 한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요.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지사장님께서는 단 한 명의 드라이버를 놓치실 성격이 아니란 거죠. 그 분이 지정한 드라이버는 더더욱 말이죠.” 젠가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확실히 송미옥 대표가 어떠한 조건을 내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송미옥이 전에 젠가에게 오우카의 교육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시즌 중의 생활을 맡긴 것을 보면 뭔가 있긴 한데,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사장님, 일단 이건 그 사람 혼자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에요. 송미옥 대표님께서 어떠한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안은 세다고요. 게다가 애 교육도…….” 소피아의 발언에 유카도 당혹해 했다. 확실히 이건 일리가 있는 내용이다. 아동기의 잦은 이사는 오히려 교우관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유카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자위관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요코스카에서 태어난 그녀는 6세 이후 소학교[각주:1]를 졸업하기 전까지 이사를 꽤나 했는데 요코스카 → 요코하마 → 마이즈루[각주:2] → 도쿄 → 요코하마 순이었으니, 말 다 한 셈. 더 큰 문제는 가장 길었던 생활이 초등학교 입학 후 2년간 요코하마에서 살았던 것이 가장 길었다고 할 정도, 이 때문에 그녀는 한동안 트라우마를 앓아야 했고, 이 때문에 소학교 당시의 추억이 많이 없는 편이었다. “일단 시간을 좀 줄 수 있겠소? 확실히 결정을 해야 하니.” “네. 그럼 전…….” “저, 지사장님?” 유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유카가 돌아보니 거기에는 은색과 검은색을 메인 컬러로 한 유카타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던 것이다. 녹빛이 감도는 흑발과 금색의 눈동자. 바로 2011년에 이곳으로 온 오우카 나기사였다. 본래 유카 자신이 보호자로 등록했지만, 그녀의 직업이 문제가 되어서인지 다른 신변 보호자가 필요했고 결국 그녀는 송미옥 대표가 보는 앞에서 소피아 네트 박사를 겨우 설득해 오우카의 또 다른 신변 보호자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등재시킬 수 있었다.
“에, 나기사?” “오랜만이시네요.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오우카의 웃음을 본 유카는 그저 눈만 깜빡 거릴 뿐이었다. “일단, 뭐 그럭저럭 지냈지만……, 뭐야? 그 유타카?” “아, 이거요?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잠옷용으로 만든 거지만요.”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재봉 실력을 본 유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얘가 가고시마에서 이런 것을 또 언제 배운 건지 놀란 유카가 젠가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거 나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지만, 지역 문화센터의 교육에 참가한 이후 틈틈이 만들더군. 그러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이루이의 유카타를 완성하고 그러더니 자기 것도 만들더군. 보는 내가 놀라웠어.” “지역 문화센터의 교육이라, 의외네요?” “아무래도 내가 사범인 관계로 다른 수련생들을 지도해야 하고 그녀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니 같이 있어주기 어렵기도 하지. 이루이가 학교에 갔다 오면 오우카 양과 같이 있어 주겠지만, 솔직히 뭘 해줄 수 있겠나. 그러니 그렇게라도 해 주고 싶지.” 사실이다. 시현류의 사범인 젠가는 사범으로서의 일이 끝나면 집안을 돌보게 된다. 다만 실제적으로 볼 때 피곤함이 많이 쌓인 것은 사실인 게, 그가 한 번에 훈련시키는 수련생이 약 4~50명이다. 그들을 일일이 지도하는 것이 사범으로서의 역할. 한 차례의 수련 시간은 대략 3~4시간, 이러한 것을 감안해 볼 때 수련생이나 사범이나 지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젠가의 말에 의하면 하루에 수련을 3~4회를 한다고 하니 하루의 일이 마칠 때 되면 본인도 상당한 체력 소모를 느낀다고 한다. 이러니 젠가 본인으로서도 미안해질 정도였고 한번은 아예 젠가가 오우카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기 직전까지 갈 정도였다. 오히려 오우카는 소피아와 젠가 앞에서 지금이 편안하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는데, 사실 그녀의 말도 이해가 갔다.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돌리고 다른 팀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 보자.
2013년 1월 24일, 이탈리아 북부, 이클립스 레이싱 스포츠의 본부. 단장인 제이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엔트리가 결정되었지만 나현화를 통해 들어온 정보는 충격 그 자체였다. 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글이 영국 쪽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송미옥의 인터뷰 기사가 결정타였던 것이다. 이미 송미옥은 금년 1월 초부터 계속 전방위적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로 인해 송재혁의 영입도 사실상 이 선언의 연장선이라고 본 사람이 많았다.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나현화 디렉터, 아시아권에서 신규 드라이버를 영입할 수 있을까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아시다시피 저도 언어 문제로 처음에 크게 고생했으니까요.” “그래도 나현화 디렉터의 외국어 능력은 다들 인정하잖아요? 문제가 뭔데요?” “일종의 향수병이죠.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유학생들이 처음에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다가도 나중에 유혹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가 외국에 아는 이가 없기 때문에 그렇죠. 어쩌면 그것이 더 나을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향수병이 심해지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법이에요.” 현화의 말에 제이나는 고민에 빠졌다. 2012년 시즌에 이클립스는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젊은 드라이버를 모아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역에서 활동을 전개했다. 현재 이탈리아 몬자에는 각 대회에 쓰인 경주차들이 모두 몰려와 있었다. FIA GT3 European Championship에 쓰인 아우디 R8과 페라리 458, 슈퍼레이스에 쓰인 GM대우 젠트라 T250이 있었다. 그리고 인근 서킷에는 한 대의 스포츠카가 달리고 있었다. “낭패인데요?” “별 수 없어요. 현재의 인원으로 계속 달리든지, 아님 단장님이나 에키나씨, 판도라씨의 인맥을 동원해서 충원해야 해요.” “현화양 인맥도 있잖아요?” “안 돼요. 사촌 오빠는 이글 모터스포츠 팀에서 활동한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애시 당초 이쪽에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나현화의 사촌 오빠인 나형일은 본래 아마추어 레이서로 클릭스피드페스티발과 그 후신인 KSF에서 활동했지만 11시즌 이후 DDGT에서 활동을 전개했다. 제네시스 쿠페를 타면서 GT500에서 이름 있는 강자들과 싸운 그를 지켜본 것은 나현화 뿐 아니라 이글 모터스포츠도 마찬가지였다. 나현화가 시즌 중에 아시아 쪽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어지자 강일준 이글 모터스포츠 코리아 대표대리와 박금석 이글 모터스포츠 최고 고문이 이맹근 MK 대표를 통해 나형일과 접촉했고, 그의 서포트를 맡기로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이클립스 레이싱의 나현화가 급하게 나형일에게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글의 요구 조건이 워낙 셌던 탓일까? 나형일이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일이 있었다. 당시 이글은 드라이버의 차량 정비, 장기적인 드라이버의 교육, 프로 전향시 1년간 국내에서 뛰고 바로 해외의 계열 팀에서 활동하거나 해외 계열 팀의 리저브로 먼저 뛴 다음 해외 무대에서 뛰는 것, 향후의 학습 문제에 대한 지원 등을 실제로 내걸었다. 이 부분들은 실제로 이글 모터스포츠가 내거는 것 중 하나였다. 드라이버의 은퇴 후 문제까지 생각해야 했던 송미옥 대표는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다른 드라이버들의 경험을 토대로 해 볼 때 문제는 은퇴 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은퇴 후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할 것을 처음에 제안했고 이것은 현재 이글의 드라이버들에게 적용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었다. “이글이 내는 요구조건이 너무 세니, 답답하네요. 일단 작년의 드라이버 엔트리를 계속 쓸까봐요. 차만 좀 바꾸고.” “판도라씨와 에키나씨에게도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해야죠. 근데 에키나씨는 지금 세니아 양과 함께 프랑스에 가 있어요. 아르문드 가의 자녀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서 갔는데 잘 될지는 몰라요. 더 두고 봐야 아는 거겠죠.”
2013년 1월 23일, 서울 이글 모터스포츠 본사. 송미옥은 누군가와 전화통화 중이었다. “그럼 거기서 미국행은 무리겠네?” “네, 아무래도…….” “알았어. 다른 카드를 써야겠네.” “죄송해요. 대표님.” “아냐, 어차피 그 녀석의 실력이 좀 필요했거든. 걔를 대신 파견할게.” “네.” 누군가와 전화한 후 미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2013년 1월 24일 오후 12시,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재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공항에 와버린 자신의 신세에 한탄감을 느꼈다. ‘미치겠다. 공항에 또 오다니. 영국 갔다 온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젠 또 미국이야?’ 송미옥이 다른 사람도 아닌 송재혁을 보낸 것은 유카가 아직도 일본에서 스카우트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미옥은 재혁을 먼저 미국으로 파견하고 자신은 일본을 들렸다가 미국에 있는 재혁의 행보가 길어지면 미국에서 합류해 영국으로 간다는 계획을 세웠기에 발생한 일이다. ‘아, 진짜 마츠자와 지사장님은 스카웃 문제 하나 해결 못하고, 재연이 형은 정보 잘못 줘서 욕먹은 대표님에 의해 업무 해결하라고 독일로 강제 출장 명령받고, 난 뭐야?’ 비행 시간표를 본 재혁은 표정이 완전히 뭐 씹은 표정이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로스 엔젤레스 국제공항까지 11시간, 그리고 거기서 안젤라 시티 특별구까지 가는데 또 비행기로 40분. 직항편이 있다지만 문제는, 타임을 놓쳤다. 송재혁이 이것 때문에 당혹해 했고, 문제가 있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타이항공,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를 타면 100% 톰 브래들리 국제선 터미널에 내리게 되는데 운이 좋아서 델타 항공의 것을 뽑는다 해도 델타 항공의 특성상 100% 대한항공으로 돌릴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직항편이 아니면 100% 환승 노선이었다. 그렇다고 아시아나? 유나이티드 에어와 코드쉐어를 하는 중이라 유나이티드 에어로 끊어도 아시아나로 굴리거나 아님 경유노선이다. 그렇다고 타이항공은 아무래도 타 본 적이 없던 노선이니……, 결국 재혁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한항공 직통 편을 끊은 상황인데 일단 TBIT에서 내린 후 5번 터미널까지 걷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적어도 LA까지 가보고 후일을 도모할 수밖에.
2013년 1월 25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송재혁보다 1일 먼저 독일로 출국한 이재연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포르쉐 본사 앞에 서 있었다. 송미옥에게 한 보고가 사실상 잘못된 바람에 보고자였던 이재연은 한 소리를 듣고서는 독일로 날아가야 했다. 출국 전날에 독일 현지의 관계자와 통화한 재연은 자세한 설명을 독일에서 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용인 죽전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독일행 비행기에 긴급하게 올랐다. 독일로 오는 국제선의 대부분은 헤센 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 있는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국제공항을 이용하며 일부 노선은 아예 베를린으로 진입하지만, 한국에서는 현 시점 상 프랑크푸르트를 통해 진입하는 것 밖에 없었다. 독일에 팀 캠프가 있기 때문에 이재연도 프랑크푸르트는 몇 차례 온 전력이 있었다. 팀 전세기를 타고 움직일 때에는 바로 라인란트 팔츠 주로 진입했지만, 이번엔 사정이 복잡했기에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야만 했다. 슈투트가르트까지 진입하는 것은 항공기의 역할이고 그곳부터 주펜하우젠의 포르쉐 본사까지는 열차로 이동할 방침이었다. 독일의 S-Bahn은 상당히 열차 시간이 잘 맞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재연에게 중요한 것은 열차를 중간에 갈아타야 한다는 점이다. 환승 지점은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이곳에서 S6으로 갈아타는데 굳이 S6의 출발점인 슈바브스트라쎄(Schwabstraße)에서 갈아타지 않고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서 환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도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이 상당히 크기 때문 아니었을까? 유럽에서 중앙역이 가지는 위치는 말 그대로 철도 교통의 요지라는 것이다.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역시 마찬가지. 독일 남부 바텐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도인 슈투트가르트의 특성상 중앙역은 교통의 요지라고 볼 수 있었다. 최종 종착지는 포르쉐광장(Porscheplatz)라는 부역명이 붙은 Neuwirtshaus역. 총 시간 46분 내외.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 열차를 타야 했고 이재연은 그 일을 그대로 해냈다. 그리고 인근의 한 카페에서 포르쉐 모터스포츠 사업부 담당자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어렵죠.” “아니, 어렵다뇨?” “아니, Helmut 당신이 생각해 봐요. 1년 뒤에 신형 경주차로 경주를 하는데 돈 버릴 작정하고 997을 도입해요? 올해 한다 해도 내년이면 바꿔야 하는데.” “Hans, 우리 회사 대표님 성격 아시잖아요.” “송미옥 대표의 성격은 알지만, 이번엔 좀 심한 것 같은데, 다른 드라이버에게서 구할 수 없겠습니까?” “드라이버 대 드라이버로 말입니까?” “네, 개인적으로 말이죠. 그 대신 내년 카레라 컵 저팬에도 그 드라이버가 뛴다면 직통으로 전해드릴 의향은 있습니다.” 제안은 나쁘지 않다. 사실 997은 포르쉐 입장에서 볼 때 저무는 해였다. 996에서 부정적이었던 차의 디자인을 과거의 스타일로 환원했고, 성능도 996에 비해 더 좋아졌고 게다가 후기세대에 등장한 911 GT2 RS라는 변태적 성능(……)을 가진 차량도 나와서 악명을 날린 것은 이재연도 잘 아는 내용이었다. 무슨 6기통 주제에 12기통 슈퍼카와 맞먹는 성능이란 말인가? 아, 물론 911 GT1 Straßenverion은 이야기가 또 다르다. 그 차는 완전히 GT 레이스에 나서기 위해 만든 차였으니까. 1990년대 BPR Global GT Series은 경주에 참전하기 위해서 25대의 로드 고잉(Road-Going) 경주차를 만들 것을 요구했고, 포르쉐는 수평대항 6기통 3.2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911 GT1의 스트리트 리걸 버전을 만들어 정말로 팔았다. 그렇지만 이미 포르쉐는 최신형 991을 2011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수평대항 6기통 3.4리터 350마력의 자연흡기 엔진과 수평대항 6기통 3.8리터 400마력의 자연흡기 엔진이 먼저 공개되었다. 이미 공개된 991 GT3 Cup Car의 성능도 괜찮았지만, 문제라면 역시나 올해까지는 Typ 997로 쓴다는 점이었다. 보통 한 시즌에 공개될 신형 레이싱 카는 그 전년도에 공개되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신형 991은 2014년도 카레라 컵에 참전한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13년도 시즌에는 종전의 997이 재투입되는 셈. 고민하던 재연은 잠시 대화를 중단한 채로 어디론가 전화했다. 목적지는 서울, 이글 모터스포츠 본사였다.
“네, 대표 송미……, 아 이 팀장. 결과는?” ‘아, 저 그게 말입니다. 포르쉐 측에서는 Typ 997을 개인자격으로 사라는군요. 대신 Typ 991 경주차는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내년 카레라 컵부터 신형 991 기반의 경주차가 쓰이는데, 997 경주차를 도입한다는 것은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제안을 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군. 그럼 말이야, 드라이버의 계약이 우선인가?” ‘그럴 필요 없이 차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일거 같습니다. 도입 문제는 이쪽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알았어. 실수 없도록 할 것.” “네.”
2013년 1월 26일, 서울에 있던 송미옥은 때마침 이클립스 레이싱 스포츠가 드라이버를 발표하는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다. 작년도 이클립스의 엔트리를 잠시 검토해보자. 위쪽이 드라이버, 아래쪽이 경주차이다.
엔트리 발표자는 제이나 루나 이클립스 레이싱 스포츠의 대표 겸 단장이었다. 제이나는 먼저 작년 시즌 팀의 성적을 발표했고 작년 시즌에 응원해준 팬들의 성원에 감사한다는 말을 먼저 한 제이나는 금년 시즌을 월드 챔피언에 도전하는 해라고 선언한 후 드라이버와 차량 명단을 공개했다. 사실상 아르문드 가에 대한 스카웃이 끝났는지, 아르문드 가의 자녀들이 한꺼번에 등재된 것이 이번의 특징이었다.
Eclipse Racing Sports 2013 Line Up
대회
드라이버 명단
리저브
FIA GT Series
Silver Lunar (Ger)
Cynthia Khasandra (ROK)
-
-
Zerai Khanazeph (Rus)
Frei Lunar (Ger)
BTCC
Dakini Zernia (Ita)
-
Super Race
Shina Serith (ROK)
Super GT GT300
Tsukiya Akako (Jpn)
(Team Mach 소속)
Xenociria Arcadius (UK)
(JLOC 소속)
Blancpain Lamborghini Super Trofeo Europe
Camollone Allemund (FRA)
Aurore Allemund (FRA)
WTCC
Senia Kisen (Ita)
Pabianne Allemund (FRA)
대회
경주차
FIA GT Series
Audi R8 LMS Ultra(1호차)
Ferrari 458 Italia GT3(2호차)
BTCC
Volkswagen Golf Mk5
Super Race
Chevrolet T300 Aveo 5Dr
Super GT
Ferrari 458 Italia GT3 (Team Mach)
Lamborghini Gallardo GT3 (Team JLOC)
Blancpain Lamborghini Super Trofeo
Lamborghini Gallardo LP570-4 Super Trofeo Stradale
WTCC
SEAT Leon Mk2
(양 쪽 모두 굵은 글씨는 2013년도 신규 출장 차량 및 드라이버)
드라이버 발표를 지켜보던 송미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드라이버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방송이 전 세계에 나간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일본에 있는 마츠자와 유카나 미국에 있을 송재혁, 독일에 있을 이재연이 이걸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을 봐도 뻔했다. ‘역시나’였을까? 미국에 출장을 가있던 송재혁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미옥이 받아보니 이미 호텔에 도착해서 숙박 중이라고 했고 현지시간으로 익일 아침에 바로 델타 로지스틱스 대표와 대화할 거라고 밝혔다. 이미 연락이 다 되었지만 본인의 안젤라 시티 도착 시간도 늦었고 회사 대표가 자리를 비운 관계로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LA 구경 및 안젤라 시티 구경 잘 했다고 너스레를 떤 재혁은 본론으로 돌아가서 상당히 긴장했다고 말한 다음, 드라이버 스카웃 문제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미옥도 이에 대해 동의한다고 하면서 일단 일본 쪽은 유카에게 맡기고 재혁에게는 신형 경주차의 도입 문제를 마무리 지으라고 했다. 곧 이어 마츠자와 유카에게 전화가 왔다. 미옥은 유카에게 스카웃 문제를 물었는데 여기서 놀라운 정보를 입수했다. 같이 TV를 보고 있던 젠가가 선수로서의 출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엔트리를 발표하던 모습을 지켜 본 젠가가 드라이버 중 한 명인 츠키야 아카코의 발언이 어째 자신에게 던지는 도발적인 멘트 같다는 발언을 했고 유카는 이에 그런 생각을 할 드라이버가 한 명 더 있다고 말했다는 것을 들은 미옥은 설득을 좀 더 시켜볼 것을 촉구, 그 뒤에 바로 본인이 일본으로 가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독일에서 온 이재연의 전화는 별 내용 없었지만 보다가 물을 뿜었다고 한 다음 1일만 기다리라고 했다. 송미옥은 달력을 봤다. 드라이버 명단 발표 스케줄의 조정이 필요했다. 당초 계획은 2월 중순에 발표하는 것이지만, 차후 경영 일선에 나설 송재혁의 경영수업이 빠른 스피드를 내고 있고 주장인 이재연이나 일본 지사장인 마츠자와 유카 모두 의외로 빠르게 행동하고 있었던데다 종전 드라이버들의 연봉 문제가 해결되었다. 일본 쪽은 작년 12월 말부터 시작한 연봉협상이 올 1월 중순, 난관으로 예상되던 유경진(슈퍼다이큐 GT3 출격 예정)이 가장 늦게 끝났을 정도로 빠른 연봉협상이 이뤄졌는데 이는 대부분의 드라이버가 연봉 협상을 회사에 위임했고 사측에서는 그에 맞게 연봉을 조정해줬는데, 최하가 동결이었고 인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동결된 경우도 다른 부분에서 더해줌으로써 실상은 올리는 효과를 보여줬다. 다만 복병이 있다면 한국의 설연휴 기간, 빨라도 2월 8일 오후부터 시작될 연휴를 감안하면 설 연휴 전에는 모든 드라이버와 경주차가 결정되어야 했다. 미옥은 일단 지금까지 확정된 엔트리를 이면지에 적기 시작했다. 신규 드라이버는 계약 일자를 포함한 것이었다.
드라이버
12시즌
13시즌
협상(계약) 현황
이재연
FIA GT3 European Championship
FIA GT Series
2012년 연말 협상 완료
박영준
송재혁
-
FIA GT Series(?)
2013년 1월 6일 입단식
박준혁
ADAC GT Championship
FIA GT Series(?)
2012년 12월 21일 입단식
박수현
Netz Cup Vitz Race
Super Taikyu (GT3)
2012년 11월 9일 입단 계약
유경진
전일본 더트 트라이얼
2013년 1월 11일 협상 완료
다나카 미츠히로
-
2012년 12월 27일 입단 계약
윤지은
Super GT GT300
2013년 1월 9일 협상 완료
황태현
2013년 1월 7일 협상 완료
나형일
Hankook DDGT Championship
2013년 1월 2일 협상 완료
노원일
차은주
Korea Speed Festival Forte Challenge
2012년 11월 20일 협상 완료
윤희진
윤혜은
Super Taikyu (ST3)
2013년 1월 10일 동시완료
나카타 히데아키
마츠하라 미야코
채미연
Super Race/GTSprint
Super Race
2012년 12월 21일 이적
채서인
Super Race
2013년 1월 9일 협상 완료
※ 박준혁 : 12시즌 FIA GT3 European Championship 스폿 참전. 이벤트 현장에서 즉석으로 입단식 치름. 박수현 : 12시즌 슈퍼다이큐 파이널 대회 스폿 참전
대부분의 멤버들은 작년과 같은 활동을 하기로 되었지만, 일부 드라이버는 확실히 경주차를 바꿔야 했다. 특히 아예 팀을 옮긴 채미연은 초반 적응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당장 경주차가 바뀌는 쪽만 해도 박준혁, 박수현, 유경진, 윤혜은, 나카타 히데아키, 마츠하라 미야코에다가 팀이 바뀐 채미연까지 7명. 12 시즌에 이글 모터스포츠가 쓴 경주차는 다음과 같았다.
FIA GT3 European Championship – Porsche 911 GT3 R Typ 997 Super GT – BMW Z4 E89 GT3 Hankook DDGT Championship – Hyundai Genesis Coupe Super Taikyu ST3 – Mazda RX-7 FD3S Super Race – Kia New Pride 5Dr Korea Speed Festival – Kia Forte Koup GTSprint – Kia Shuma(팀 챔피언스 소속으로 참전.)
이런 경주차들을 탄 이글이었지만 2013년에는 대규모의 변동이 불가피했다. 일단 채미연이 이글로 이적한 이상 클래스를 다시 잡아야 했고, 더군다나 RX-7 FD3S도 사실상 퇴역이 불가피해 ST3 부분의 신형 경주차 도입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신 경주차 도입 문제까지 겹쳐서 송미옥의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게다가 북미 지역에 본거지를 둔 팀들이 엔트리를 발표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서 그녀는 더욱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참고사항 ● 로드 고잉 경주차란? 본디 경주차는 일반 도로에서 달릴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로드 고잉 경주차란 말 그대로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경주차를 의미하는데, 성능상 다운그레이드가 있지만 실제로 도로에서 운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차들은 대부분 대회나 클래스 규정에 의거해 양산대수가 결정된다. 예시를 들면 25대 이상 생산해야만 랠리에 나설 수 있었던 1990년대의 FIA GT(이후의 르망 GT1) 규정. 이 규정에 의거해 벤츠의 CLK-GTR이나 포르쉐 911 GT1이 만들어졌는데, 이들은 도로용으로 순수하게 만들어진 경주차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모터스포츠용 카테고리의 적용을 받는 차와는 다르다.
아마 이 이야기도 1~2회는 더 지나간 후에 본 시즌으로 접어들겠네요. 본 시즌이 메인인데, 이렇게 질질 끌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덤 : 왜 이진석 협상 내용은 없나요? 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이진석은 따로 한 파트를 할애할 겁니다. ㅠ
재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대편에서는 잠시 시간을 달라하곤 회의에 돌입했다. 일단 재혁이 말한 내용은 확실하다. 대충의 내용을 보면 단기는 아니고, 활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장, 또한 그 대우는 상위급 임원 수준이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그만큼의 성적을 내줘야 하는 것, 그건 당연한 이치였다. (“시즌 중 좋은 성적을 내준다면, 저희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줄 방침입니다.”) 채찍과 당근, 그것이 모터스포츠팀에서 드라이버에게 줄 수 있는 대부분의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이글 모터스포츠는 달랐다. 영국에 독자적인 캠프까지 차려주겠다는 것이 더 들어가 있었다.
2013년 1월 22일, 오전 11시 30분, 일본 오카야마현(岡山県), 오카야마역(岡山駅). 하카다, 가고시마 방면 플랫폼에 선 마츠자와 유카 이글 모터스포츠 일본 지사장. 그녀는 오카야마 국제 서킷부터 오카야마역까지는 회사 제공 승용차인 토요타 마크 GRX133(トヨタ マークX GRX133)을 이용했고 이곳에서부터 가고시마현까지는 기차로 이동할 방침이었다.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 츄오쵸 45-1(鹿児島県鹿児島市中央町45-1)이라. 의외로 시내 쪽이네. 월세로는 비쌀텐데 말이야.’ 다행인 점은 소피아 네트 박사가 지금 일본에 있다는 것이다. 유카가 미리 송미옥을 통해 소피아 박사에게 요청했고 그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유카의 이번 출장이 가능해 진 것이었다. 참고로 유카는 소피아 박사와 그렇게 자주 만난 사이는 아니었다. 단장인 송미옥의 소개로 한 두 차례 만난 적이 있을 뿐, 일대 일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열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녀가 탈 열차는 11시 47분, 당역에서 출발하는 신칸센 사쿠라 553번이었다. 10시 59분, 신오사카역(新大阪駅)을 출발해 신고베(新神戸), 오카야마(岡山), 후쿠야마(福山), 히로시마(広島), 토쿠야마(徳山), 고쿠라(小倉), 하카다(博多), 구루메(久留米), 쿠마모토(熊本), 센다이(川内)를 거쳐 가고시마츄오(鹿児島中央)에서 종착하는 열차였다. 즉 산요-큐슈신칸센(山陽・九州新幹線) 직통인 셈.[각주:1] 물론 비행기를 이용해도 된다. 하지만 비행기는 오카야마 공항(岡山空港)이 아닌 오사카국제공항(大阪国際空港)[각주:2]까지 나가야하기에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정말 가능하겠지만, 사실 유카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11시 46분, 사쿠라 553호 열차가 오카야마역 플랫폼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카이도-산요신칸센(東海道・山陽新幹線/도쿄역-신오사카역-하카다역 직통)의 16량 편성과는 다른 성격의 열차였다. 산요-규슈신칸센은 규슈신칸센 구간에 있는 35퍼밀의 구배를 달리기 위해서인지, 전 차량 전동차라는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고 이게 그대로 들어간 것이 바로 이 열차였다. 유카가 앉을 자리는 2호차에 있었다. 2호차에 앉은 그녀는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3시간의 여행을 시작했다. 간토 출신인 그녀가 규슈까지 간 것은 극히 드문 일인지라. 유카의 머릿속에는 ‘길만 안 잃어버리면 다행이겠네.’ 라는 생각이 있었다.
2013년 1월 22일 오전 11시(Pacific Standard Time),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USC Archangel Racing 북미 캠프. USC Archangel Racing은 전년도 1월, 북미국제오토쇼(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 통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신형 퓨전 스톡카를 전년도 11월에 받아 팀에 맞게 세팅하고 있었다. 865마력이라는 미친 성능에 V형 8기통 5.86리터라는 대배기량, 하지만 4단 수동미션과 기계적인 장치가 대부분인 아메리칸 스톡카는 유럽식이나 브라질식 스톡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올해도 출력은 크겠는데요?” “865마력이라는 게 단순한 숫자는 아니지. 나스카의 자존심이니까. 올해도 한번 거하게 할 생각이네만.” “전체적으로 무거워지겠죠?” “별다른 것은 없지. 연료, 드라이버 다 빼고 3,200파운드가 나와야 하는데 말이야.”(참고 : 3,200파운드=1,451kg) “결국은 제 감량 능력에 달린 거네요. 연료와 드라이버가 포함되어서 3,400파운드(1,542kg)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쉽나요?” “식사량을 조절하면 되는 거 아니겠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보자고, David.” “네.” 2013년도 USC Archangel Racing의 일정은 다른 어느 팀보다 빠듯했다. NASCAR Sprint Cup은 2월부터 11월까지 총 36회 열리고, FIA GT Series 5라운드에 열릴지 미지수인 한 경기, 게다가 슈퍼 GT 8라운드에 후지 스프린트 컵이 마지막 대회로 남아있다. 총 49회 이상의 경기를 치러야하기 때문에 복잡한 것은 여느 팀 못지않은 상황이었다.
2013년 1월 22일, 오후 2시 43분, 대한민국 수도 서울. 이글 모터스포츠 본사 송미옥 대표가 누군가와 통화중이었고, 그 앞에는 강일준 팀 이글 코리아 감독이 앉아 있었다. 시즌 중 미옥이 유럽에 있을 시 국내 업무는 강일준 감독이 권한대행으로 총괄하는지라 강일준의 위치는 중요했다. “알았어요. 일단 만나게 되면 연락 주세요. 네.” 미옥이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았다. 강일준도 그녀가 앉은 후 소파에 앉았다. “작년 시즌, 어땠나요?” “아시다시피 KSF나 슈퍼레이스 쪽에서는 나쁜 편이 아니었습니다. DDGT도 그렇고요. 그리고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채미연 선수의 적응력은 상당합니다. 방학 기간이라 지금은 캠프 생활 중인데, 일단 올해는 아무래도 대학 수업과 병행할거 같다고 하더군요.” “휴학 중 아니었나요?” “장기 휴학이 어렵다고 해서, 일단 올해는 한 학기나 한 해 정도만 수업과 레이스를 병행할 거라고 합니다.” “대학 생활과 모터스포츠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강 감독님이 박 고문님과 협의해서 문제없는 활동을 하게 해주세요. 레이서로서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대학 시절의 추억을 쌓는데는 무리가 없게 해야 하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아, 그나저나 KARA에서 스피라의 호몰로게이션에 대해 올해 통과되어도 서킷에 투입되는 건 내년에나 가능할 거라고 하더군요.” “예상했던 대로네요. 실전에는 1년 정도 걸리겠고, 최악의 경우 2년은 걸리겠죠. 그나저나 내년 슈퍼레이스에서 활동할 스피라의 사양은 어떻게 잡혔죠? 전 2,940cc 트윈터보를 생각했지만 그건 아무리 봐도 아닌 거 같아서 말이죠.” “대표님 말씀대로 아무리 따져보아도 전에 발표하신 2,940cc는 좀 무리인거 같더군요. 그래서 기술팀과의 합의 끝에 3,000cc 자연흡기로 했습니다. 고회전형이고요. 최대회전수 12,000rpm입니다.” “GDi겠죠? 람다 2 엔진인.” “맞습니다. 크랭크 출력 기준 300마력인데 기술팀에서 400마력 내외로 잡고 있습니다.” “400마력 내외라, 유럽에서 출력 높은 차들이 싸우는 거 보다가 국내로 눈을 돌리면 좀 그렇겠네요.” “과거 GT Masters도 400마력 이상이었죠. 뭐, 슈퍼 레이스 GT 클래스는 1.6리터부터 5리터까지 벌이는 대결이니 더 재미있습니다만.” “두고 봐야 아는 거죠.” “아, 그나저나 대표님. ‘그 남자’를 정말로 끌어들이실 생각이십니까?” “최종 선택은 ‘그’의 몫이죠. 다만 우리는 그걸 제안해 볼 뿐입니다. 단순하게 제안만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요, 우리는 제안을 해보는 것이 전부에요.”
동 시간, 유카가 탄 열차는 센다이(川内[각주:3])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지연률이 낮은 열차답게 열차는 거의 정시에 가고시마추오역에 도착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적어도 2호차 안은 조용했다. 낮 시간대, 그것도 평일이다. 이용할 인원은 거의 없지만 그녀처럼 출장을 위해 가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 이 시간대였다. 열차를 타고 한참 가는 길에 울린 휴대전화의 진동소리에, 그녀가 휴대폰을 확인하니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문자의 주인은 소피아 네트 박사.
마츠자와 지사장님, 가고시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본사의 송미옥 대표으로부터 소식을 들었습니다. 먼 길 오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가고시마츄오역 1번 출구로 나오시면 은색 볼보 V40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니, 그 차 앞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럼 역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유카는 문자를 확인한 후, 잠시 동안의 생각에 잠겼다. 센다이를 향한 열차는 이제 종착역인 가고시마츄오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쵸, 운동역학연구소 이곳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생물학 관련 연구소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차세대 동력기의 성능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는 곳이다. 차세대 자동차 엔진에 대한 연구도 그 중 하나이지만, 의외로 클린 디젤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는 셈. 이는 일본의 자동차 업체가 친환경 자동차를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지만, 이 때문에 유럽에게 디젤 엔진 기술이 밀림을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이곳의 소장실. 두 남녀가 소파에 앉아 대화하고 있었는데 남자는 신문을 보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조용하게 넘어갔는데 올해는 안 그러겠어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올 시즌에도 작년과 동일하게 할 거니까.” “여보, 그런데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차를 투입한다는 것은…….” “상관없어. 당신도 독일에서 봤잖소. 리스트럭트가 걸리겠지만, F1에서 쓰는 기술을 그대로 스포츠카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아니겠소?” “그건 그렇지만 JAF(日本自動車連盟)나 GT Association의 허가는요?” 한 5분 정도 정적이 흘렀을까? 그리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아…… 저…… 그게…… 미안, 유이.” 잠시 후, 연구소 직원들은 연구소장이 누군가에게 처절하게 맞는 소리와 연구소장의 입에서 나온 비명을 들었고 직원 중 한 명이 119에 전화하다가 누군가에게 저지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진실은 저 너머에.
일본 가고시마현 가고시마 시 가고시마츄오역을 나온 유카의 눈에 띈 차량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볼보 V40. 은색이라는 컬러 때문일까? 한낮의 햇빛을 받은 모습은 더욱 시리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도착하셨군요. 마츠자와 지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사님, 작년 가을 후지에서 뵙고 오랜만이시네요.” “그러게요. 그때 마츠자와 지사장님 얼굴이 영 좋지 못해서 알고 보니 경주차 문제였죠?” “아, 그거 말이죠. 박사님께서 금세 확인하셔서 문제를 해결했지만 결국 독일에서 기술팀을 불렀죠.” 유카와 소피아 간의 대화는 처음부터 전년도 후지 스피드웨이 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2012년 9월 9일에 있던 슈퍼GT 6라운드. GT300에 출장하던 이글 저팬의 BMW Z4 E89 GT3 경주차가 후지 스피드웨이를 달리던 도중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 마침 그 후지 스피드웨이에는 소피아 본인이 가족들과 함께 구경나온 상황이었는데, 미옥의 연락을 받은 소피아가 유카의 도움을 받아 패독에 들어가 대략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임시로 브레이크 패드를 바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브레이크 부분이 전체적으로 맛이 간 상태였다는 것. “아, 그때 생각만 해도 끔찍했어요. 그때만 생각해도, 정말 싫어지네요.” “그렇겠네요. 그나저나 오늘 오신 것은 제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서이신가 보죠?” “네. 일단 차에서 이야기 하죠.” “그러세요. 타시죠.”
가고시마츄오역에서 소피아의 집까지는 차로 약 15분 정도 걸린다. 유카는 이날 소피아에게 송미옥 대표가 준비한 사항을 언급했다. 확실히 미옥은 이번에 작정하고 드라이버를 모을 기세였다. 오죽하면 설득하기 어려울 거 같은 젠가를 설득해 1시즌이라도 선수로 활동해 달라고 유카에게 연락을 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유카의 표정은 상당히 긴장되어 있었다.
이번 편은 드디어 오리지널 4개 팀 중 2개 팀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하코네쪽.... 기대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번 편과 다음편은 계속 이어집니다.
여기서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규슈 신칸센[九州新幹線] 중 가고시마 루트가 지난 2011년 3월 12일에 완전 개통되었는데, 이거 개통하면서 종전에 800계 신칸센만 쓰던 JR규슈가 JR서일본과 함께 신형 열차를 도입했는데, 그것이 신칸센 N700계 S・R편성입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열차는 N700계 553A 열차가 모델인데, 여기서는 신오사카에서 출발하는 열차인 만큼 N700계 S편성이 등장합니다. [본문으로]
시즌 시작은 3월입니다만, 지금은 7월이죠. 근데, 제가 지금 쓸 파트의 배경은 1월입니다. ㅠㅠ
2013년 1월의 하순이 시작되던 1월 21일. 영국에 갔던 송재혁도 귀국했고, 귀국과 동시에 화끈한 보따리를 가지고 와서 놀라게 했지만, 역으로 본사 직원들은 멘붕한 상태였다. 일단 FIA GT1 World Championship과 FIA GT3 European Championship이 통합되어서 FIA GT Series로 시작한다는 사실이었는데, 이건 송미옥 자신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작년 연말에 AF Corse나 Reiter Engineering에서 송미옥 자신에게 유럽으로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그걸 확실하게 하지 못한 그녀의 실수였다. 발표일은 1월 10일. 일단 미옥은 재빨리 사무실에서 AF Corse의 대표와 전화 연결을 해봤다. 참가 여부를 밝혔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 게다가 문제는 유럽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국 강원도 인제에 건설 중인 인제 오토피아에서 열리는 경주의 문제도 있었다. 현재 상당한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인제 오토피아의 경우 당장 개장 직후에 아시안 르망 시리즈와 포르쉐 카레라컵 아시아가 열리는 것이 확정되었던 상황인지라 이 대회에 대한 관리 문제도 한 몫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송재혁이 신규 드라이버와의 계약 문제를 송미옥에게 보고하는 바람에 송미옥의 영국행은 잠정 확정, 더군다나 일본 쪽에서도 연 타석으로 터진 신규 드라이버 추가 등으로 인하여 올 시즌에 추가적으로 도입할 차량의 대수는 꽤나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포르쉐 911 GT3 Cup Typ 991, Mazda RX-8 SE3P Type S, Mercedes-Benz SLS AMG GT3……, 일단 SLS는 델타 로지스틱스를 통해 받기로 해서 지금 유카가 파견되었고……, 에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하냐? 게다가 이재연 이 바보녀석이 이야기를 똑바로 했어야지, 911 GT3 Cup Typ 997도 도입해야 하잖아. 이재연 이걸 확 그냥…….’
미옥의 표정이 굳어있는 가운데 사무실 문을 누군가 두들겼다. 미옥이 들어오라고 해서 보니 다름 아닌 이사급 자격을 가진 송재혁이 와 있었던 것. 그런데 표정이 약간 어두웠다. “무슨 일이니?” “영국 출장 후 보고 자리에서 말 안 한 게 있었는데요.” “웬만한 것은 다 말하지 않았어? 라이언 슈나이더 선수의 파트너 드라이버 문제도 당일에 보고한 것으로 아는데?” “그게 아니라, 스피라의 호몰로게이션(Homologation) 신청이 반려되었다고 들어서요.” 미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이다. 2012년 가을에 이글 모터스포츠의 모기업인 이글 코퍼레이션이 2013년 시즌부터 출장할 수 있게 스피라의 GT3 클래스 인증을 신청했었는데, 이게 반려된 것. “양산대수 문제인 것 같아. 엔진을 비롯한 차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데, 부족한 양산대수가 발목을 잡고 있어.” “몇 대 이상이어야 하죠?” “연 500대는 넘어야 할 거야. 다만 문제는 현재 스피라의 양산대수가 안 맞아서 말이야.” “몇 대인데요?” 미옥은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다. “FRP 보디를 쓰고 현재 건설 중인 2공장에 스페이스 프레임 제작 시설을 둔다면 연 600대 내외도 가능하지, 문제는 카본일 경우 그 제작 정도가 절반정도로 줄어든다는 점이 문제야.” “엔진은 어떻죠?” “총괄 기술고문인 네트 박사에 의하면 람다2 GDi 엔진 기반의 트윈터보 엔진이라는구나. 엔진 발주처는 너도 알다시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고.” “아산이라, 받아오는 즉시 울산에서 세팅하겠군요.” “맞아. 지금 울산에 공장이 있지만 알다시피 울산만으로는 부족해서.” “부족한 게 아니라 오히려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그 지역 인근에 단층지대가 있을 텐데. 정 안되면 부산 전포동의 옛 신진공업 자리를 사야죠.” “부산 전포동의 옛 대우버스 부지를? 거기 부영에 넘어간 게 언제인데.”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에 있는 옛 대우버스 공장 건물은 어떻게 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서린 곳이었다. 6.25 전쟁 당시 미군 정비창이 있던 이곳을 사들인 이는 공주 출신의 김창원, 김제원 형제. 이 둘은 전쟁이 일어나자 부산으로 피난와 이곳을 불하받았고, 그곳에서 미군의 군용차를 기반으로 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1965년에 인천에 있던 새나라자동차의 공장을 인수, 그곳에서 Toyota와 기술제휴를 통해 Crown, Corona, Land Cruiser Pick-Up 등을 생산했지만 1970년 주4원칙에 의해 Toyota가 냅다 철수, 이에 미국 General Motors와의 합작으로 GM 코리아(약칭 GMK)를 설립했다가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해 새한이 되었다가 대우그룹의 경영권 획득으로 대우자동차가 되었다가, 대우그룹 해체 후 미국 GM의 환태평양 지역권 회사이던 스즈키, 상하이 GM, 홀덴 등의 회사가 인수했다가 GM본사가 완전히 인수해 2011년에 다시 한국GM이 되어버린,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우그룹 해체와 GM의 1차 인수 당시 대우자동차는 4개로 쪼개졌다.
승용부분 중 인천 부평공장은 인천대우자동차로 승용부분 중 군산, 창원 공장은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로 트럭부분은 대우상용차로, 그리고 버스는 대우버스로 분사했다.
씁쓸한 이야기지만, 김창원은 사실 1984년 이후 자동차업계에서 손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1996년에 사망했을 당시 그는 신진공업고등학교(현 신진자동차고등학교)의 이사장직만 가지고 있었다. 그가 키워온 신진그룹은 그가 1984년에 저지른 해외 원정 도박으로 구속된 이후 사실상 공중으로 흩어졌고 남은 것은 신진학원 뿐이었다. 게다가 그해에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거화는 사실상 흑자도산, 연쇄적으로 코리아 스파이서마저 다른 회사로 넘어간 상태였고 결국 그는 말년의 12년을 쓸쓸하게 보내야만 했다. 당시 그가 경영하던 대표적 계열의 운명을 살펴보자.
그나마 다른 회사들은 지금도 남아 있었지만, 코리아 스파이서는 성신양회가 인수한 후 이름도 바꿔버려서 남아있는 것을 찾을 길이 없었으니 당혹스러울 밖에. “부영에 넘어갔다고요? 이런.” “넘어간 시점은 작년 8월이었어. 이미 대우버스로부터 이전등기가 완료된 모양이야.” “그거야 당연하겠죠. 부동산 매매법에 의하면 등기가 완료될 시에 계약이 끝난 것으로 간주하니 말입니다.” 씁쓸한 표정을 짓는 재혁,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미옥의 표정은 딱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공장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라면 급선무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고 있었다. “일단 이건 이글 코퍼레이션에 직접 이야기해야겠어. 지금의 생산대수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내년도 힘들지 몰라. 올해가 불가능하다면, 내년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넣겠어.” 송미옥의 눈은 그대로 불타고 있었다. 누가 보면 정말 작당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 모습은 사실이었다.
영국, 그레이터 런던 외곽의 엔필드 이곳에 있는 슈나이더 가의 건물은 총 1채. 이 중 송재혁이 그의 집에서 생활한 것은 이슬링턴에 있는 벨라티 빌라쪽에 있는 라이언의 집이었고, 실질적으로 그의 본가가 있는 곳은 아예 그레이터 런던의 외곽에 있었다. 오래된 고성과 같은 집, 주변에 다른 집들이 있어 보일 것 같아도, 주변 30m에는 웬만한 집이 없었다. 그런 곳으로 두 대의 차가 들어가고 있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피아트 친퀘친토 누오바 2대였다.
“그게 말이 되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외국계라니!” “별 수 없잖아요. 지원이 사실상 어렵다면서요? 차라리 전문 팀에 들어가서 활동할 수밖에 없어요.” 라이언의 본가에서는 벌써부터 논쟁이 오갔다. 장년층 이상은 라이언의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젊은 층에서는 라이언의 계획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라이언의 계획은 이글 모터스포츠의 밑으로 들어가 그곳의 투자를 받은 다음 장기적으로 자신이 직접 팀을 꾸린다는 것이 하나였고 아니면 이글 모터스포츠와 합작해서 팀을 꾸린다는 것이 다른 하나였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이 이글 모터스포츠란 회사가 영국인들이 생각하기에, 모터스포츠의 역사가 짧은 아시아, 그것도 유명한 드라이버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창단된 팀이란 것이다. “라이언, 아무리 따져보아도 이해가 안 간다. 직위도 불분명한 네 친구의 말만 믿고 그렇게 합류한다는 것은 무리수지 않느냐?” 사실 송재혁의 직위 문제는 어떻게 보면 핑계였다. 아, 물론 이글 코퍼레이션이나 이글 모터스포츠에서 공식적으로 송재혁을 드라이버라고 소개했다지만, 그건 표면적인 위치였다. 사실 사내에서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송재혁이 맡는 일 중에는 드라이버 스카우팅도 포함되어 있었다. 2012 시즌 도중 박준혁이 이글 모터스포츠에 투입된 것도 사실상 송재혁이 독일에 있던 그에게 전화하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면 그냥 드라이버인 송재혁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믿지 못하는 것이 사실. 이 때문에 라이언 본인도 당혹해 하긴 매 한가지였다. 결국 그가 내밀 수 있는 카드는 단 한가지였다. “좋습니다. 그럼, 당사자와 한번 연락해 보시죠.”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소재 이글 그룹 본사 오프 시즌 때의 재혁은 회사 업무에도 어느 정도 참가하면서 사실상 경영수업을 받는 듯했다. 이글 모터스포츠의 사무 직원들도 재혁에게 일반 직원처럼 대했지만 가끔 가다가 젊은 직원들은 유럽에서의 생활에 대해 묻기도 했다. 아니, 이 부분은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뭐, 모터스포츠가 발달한 유럽이니까, 관람하는 층도 폭넓죠. 마니아층만 보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고 할까요?” “그럼 송 대리(보통 직원들 사이에서 재혁은 대리로 불린다. 실제 직급은 이사급이지만, 그냥 대리로 보라는 송미옥의 지시 때문.), 우리가 해야 할 건 뭐야? 자네 말대로 우리가 하나의 팀으로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게 다가 아니란 말이야?” “박 부장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드라이버가 할 일이에요. 각 부서별로 하는 일이 있잖아요. 일단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필요한 것이라면 역시나 팬들의 의식 개선이죠.” “그 문제는 쉽지 않겠구먼, 장기적으로 연구할 문제겠어.” 재혁과 박 부장의 이야기를 듣던 다른 사원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었다. “박 부장님 같이 모델만 찍는 사람이 없으면 됩니다.” “황 차장, 자네도 작년 KSF 마지막 전에 그 짓 했던 거 내 다 알아. 그때 KIC에서 말이야…….” “부……, 부장님. 지금 송 대리 앞에서 그 말을 하시면 전 뭐가 되는 겁니까?” 황 차장과 박 부장의 이야기를 듣던 송 대리가 피식하고 웃었다. 재혁의 웃는 모습을 본 다른 둘도 씁쓸히 웃었는데, 황 차장이 재혁을 보고 이야기했다. “아, 맞다. 송 대리. 깜빡 했는데, 대표님이 지금 찾으시네. 외국에서 온 전화인데, 안 그래도 송 대리를 아는 사람인가봐?” 갑자기 이 무슨 소리일까? 황 차장의 말에 당혹한 재혁은 인사를 한 후 바로 대표이사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글 모터스포츠 대표이사 사무실 송미옥 대표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라이언 슈나이더의 목소리만 듣고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했지만 본인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인물이다 보니 이야기를 듣고 송재혁을 부르기로 한 것이다. “무슨 일이세요? 대표님.” “마침 잘 왔어. 나도 얼굴을 보고 싶었던 인물이 직접 본사로 전화했더군. 송 대리, 자세한 것은 있다 이야기 하고, 일단 전화를 받아봐.” 당혹한 재혁, 게다가 영상통화였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재혁이 먼저 이야기 했다. (* 괄호 친 것은 영어로 대화한 것입니다.) “Here is Eagle Motorsports, Jae Hyeok, Song is Speaking.” “J? It’s me. Ryan.” (“아, 라이언? 무슨 일이야? 내가 알기론 너 여기 번호 모르는 것으로 아는데?”) (“회사 홈페이지를 확인했어. 안 그래도 지금 여긴 난리가 아니야. 도대체 날 꼬득인 동양인이 어떤 놈인지 보겠다고 난리가 아니라고.”) (“내가 거기 있었다면 아마 난 찢어지겠군. 좋아. 누구와 대화하면 되는 거야?”) (“아, 그 이야기 전에, 아까 여성분은 누구냐? 난 어디서 많이 본 분 같았거든?”) 재혁은 라이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적어도 라이언이 유럽 대회를 봤으니 대충은 알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까 그 분이 네가 우리 팀에 합류하면 네가 단장으로 모실 분이야.”) (“뭐? 그럼 아까 그 분이 이글 모터스포츠의 대표인…… 진짜 송미옥 대표님이냐?”) (“그럼 내가 거짓말하는 것으로 보이냐?”) 라이언은 당혹했다. 지금 송재혁이 말하는 것을 보면 이건 거짓이 아니다. 자신도 이글 모터스포츠의 행사나 경기 영상을 봐서 아는 내용이었다. 이글 모터스포츠의 대표가 여성이라는 사실도 알았지만, 아까 자신과 통화하던 사람이 진짜 그분이었다니, 천하의 라이언이라 해도 나중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할 판이었다. (“알았어. J, 일단 그 부분은 내가 좀 있다 다시 사죄드릴테니 일단 네가 우리 집안 좀 설득해줘.”) (“알았으니까, 통신이나 돌려.”) 라이언이 카메라 앞에서 이탈하자 재혁은 카메라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잠시 숨을 골랐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친절히 하면서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었다. “Mr. Song? We don’t know where you are from, and what is your position in there. So, Let you introduce yourself.” (“먼저 이렇게 화상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대단히 유감이라 생각합니다. 본디 이런 일이라면 마땅히 찾아 뵙고 설명을 드려야 하지만, 지금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글 모터스포츠의 드라이버 스카우트 책임자 및 이글 코퍼레이션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동 중인 송재혁이라고 합니다.”) “Driver Scout Director? (우린 이 내용은 듣지 못했는데, 라이언, 이건 어찌된 일이냐?)” 재혁의 직위에 대해 듣던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테스트 드라이버에 드라이버 스카우트 책임자? 분명 자신이 듣기로는 카레이서 겸 테스트 드라이버였다. 그런데 드라이버 스카우트 책임자? 이건 뭐였을까? (“아, 물론 아시는 바와 같이 카레이서로도 활동하긴 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경주차가 준비되지 못한 관계로 현재는 앞에 말씀드린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재혁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이글 모터스포츠의 연혁, 그리고 활동 중인 경주와 팀 캠프 소재지에 대한 이야기 등이 처음 질문이었다.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주로 아시아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팀이 어째서 유럽계 드라이버를 영입하려 하느냐란 점인데, 이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 (“모터스포츠 팀을 비롯한 모든 스포츠 팀의 최종적인 목표는 대회 우승입니다. 그것만큼 불변의 이유도 없죠. 이미 아시아권에서 모터스포츠가 발달한 일본은 자국내 최대의 투어링카 레이스인 Super GT에 외국인 레이서들의 출격이 빈번한 상황입니다.”) “That’s true.” (“그렇기 때문에 해외 활동을 노리는 저희로서는 신규 드라이버의 영입 또는 경력 있는 드라이버의 영입을 노리고 있으며, 현재 이를 통해 유럽 무대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한 팀에서 한 대의 경주차에 리저브 드라이버를 포함할 시 못해도 3명 이상의 드라이버가 필요한데, 현재 유감스럽게도 본 이글 모터스포츠의 경주차 대당 드라이버 수는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혁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현실이 그랬다. 국내는 그렇다 치더라도 해외라도 맞아야 했는데, 작년에 이글은 박준혁이 없었으면 아예 경기 하나를 빼먹을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글의 고질적인 요소였고 이에 회사 차원에서 드라이버의 영입을 추진했던 것이다. 사실 송미옥은 인맥을 동원해서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드라이버 영입에 열을 올린 상황이었다. 물론 일본 지사의 수확은 확실히 괜찮았다. 2011년 겨울, 후쿠오카 바다에서 팀 멤버들에 의해 구조된 한 여성 때문에 팀이 1년 동안 난리가 났었지만, 적어도 2012년 연말에는 그나마 나았던 상황이었다. 2013년의 목표가 대당 최하 2명 내지 3명인 것을 감안할 때 이 스토브 기간에 드라이버 충원은 필수였다. (“그렇군, 그럼 언제부터 계약하길 원하는가?”) (“기간은 그쪽의 의사대로, 시점은 올해부터입니다.”)
자, 이번편은 여기까지....
다음편은 2~3일 이내로 올라옵니다. 지금까지 올린 편이 올라간 이후에는 동시 연재화가 이뤄집니다.
구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건(1993년)으로 인해 영업 정지, 이후 삼성물산에 흡수. [본문으로]
지금은 공중분해당한 신진자동차와 신진그룹에서 아련함이 느껴지는군요.
요즘 부산시에서 신진자동차의 흔적을 찾으러 다니는데, 신진지프 주례공장은 이미 80년대 중후반에 동아자동차에 매각되어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럭키아파트가 들어서있고, 결국 전포동 공장 마저도 울산으로 이전되어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니 결국 둘 다 비슷한 운명일 따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에 온전하게 남아있는 흔적은 옛 신원개발의 동래골프장만이 삼성에 넘어간 이후에도 동래 베네스트CC로 남아있는데, 이쪽은 알고보니 부산 브○엘학원 사학비리 사태의 원인중에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습니다. 그 발단은 신진그룹 해체당시 신원개발의 잉여부지 재고땡처리 시도였던 것이었죠.
그 동래 베네스트 CC와, 그것에 연류되어 파멸해버린 브○엘학원 사건은 그야말로 식스센스급 반전입니다.
현재의 브○엘 학원 부지는 과거 신원개발이 매입헤서 동래골프장을 만들고 남아버린 잉여부지였는데, 부산시 아카이브를 보면 해당 학원의 이전 승인 신청이 78년부터였는데, 그 무렵이면 신원개발이 정리절차에 들어가고 삼성에 매각되기 까지의 사이였고 그와중에 부지매각 시도가 있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부지 매각 시도가 신원개발이 삼성에 인수되면서 골프장과 잉여부지도 같이 인수된 이후인 87년에 비업무용 판정으로 과세와 기업신용 문제가 되면서 삼성시절에 다시 매각에 시도하여, 부산시 아카이브에는 89년에 다시 해당 학교법인 이전 승인이 신청되었고, 5.8 부동산 대책이 있었던 1990년에 급박하게 땡처리하듯 매각에 성공한것만 봐도 시기적으로 다 맞아떨어지는것이, 브○엘 사건의 불씨는 신진그룹의 신원개발과 그 후신인 삼성종합건설인것은 안봐도 비디오였죠 (...)
물론 사건 터지고 난 이후에는 그것에 대해 법적으로 자유로워진 삼성그룹은 그냥 나몰라라 했던게 더 괘씸할 따름입니다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산시와 해당 지역 구민들에게 돌아갔죠.
그래놓고 부산시에 의해 퇴출당하고 범죄자로 몰린게 억울하다고 지금도 교단 홈페이지에서 감성팔이 하는거 보면 제정신이 아닌건 분명하죠.... 그리고 적반하장식으로 재복귀 하기 위해 법무팀까지 꾸리는 꼼꼼함도 보여주고... 근데 그들이 구서동에서 자가용 통학버스 가지고 불법 전세버스까지 운행하면서 길따라고속관광 같은 주변 전세버스 업체에 피해를 주고, 멀쩡히 다니던 연산동의 시내버스 구 29 노선을 동반자살 시킨건 뭘까요.. 그리고 5~14년된 건물 가지고 건물의 노후화 드립까지 친거 보면...
늦었지만 사실과 달라서 정정할 내용이 있어서 댓글을 답니다. 신진그룹과 브X엘사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으며 그 구서동의 구 신진그룹(신원개발) 소유 잉여부지를 브X엘 학원에 매각을 시도한것은 삼성물산 시절인 1988년 이후 였다고 하며 1978년의 브X엘 학원 이전 계획은 당초에는 사직동 야구장 근처의 정부 불하 부지였으나 사직동 개발로 인하여 부동산 차익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직동 불하 부지를 되팔이하면서 구서동으로 확정된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삼성물산은 신진그룹으로 부터 획득한 구서동 잉여부지에 한때 삼성 아파트 건립도 구상했던 것으로 보이나 실현되지 못하고 브X엘학원, 동래초등학교에 매각하거나 삼성아파트 대신에 태평양아파트가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물론 구 신진그룹 구서동 부지에 들어온 태평양아파트는 주례럭키아파트와 정 반대로 접근성 문제 때문에 안습신세입니다만. 그리고 여담이지만 신진그룹의 자동차업계에서 마지막 프로젝트는 거화 시절의 KR-600인데 끝내 거화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동아, 쌍용자동차를 거친 후에 빛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코란도 훼미리라고 합니다. 사실상 신진자동차의 마지막 유산이었죠.
김정석 기자는 위대합니다.
근데 그 질문에 함정이 있다는 거~~ ㅋ
라운드 1이 본격적인 시작인 겁니까? ㅎㅎ
네, 빨리 올려드릴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