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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Delta Project

Delta Project - 11

죄송합니다. 이게 몇달 만인지 지금 계산이 안 되는군요. ㅠ.ㅠ
그동안 귀차니즘과 게으름의 압박으로 인해 진행이 늦어졌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본 작품은

GmhanMod 사이트 홈페이지(http://gmhanmod.com )와
Sephia's Auto Research(Laboratory)(http://sephia.tistory.com )
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File - 11 바이에른의 제트기.

다음날 아침, 송재혁의 휴대전화로 급한 연락이 들어왔다. 연락한 장본인은 노정석 사장.
‘긴급히 할 말이 있으니까 메신저 좀 켜 주세요!’
“갑자기 왜요?”
‘아시면 놀랄 일이니까 얼른요!’
그런 말만 하고 전화를 툭 끊어버린 노정석 때문에 재혁은 즉각 메신저에 접속해 노정석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아래는 대화 전문이다.

나(KMC 코치): 갑자기 왜요?
Chester: 메일함이 해킹당한 듯 싶습니다.
나: 누구 메일이요?
Chester: 일본 담당 누구에요?
나: 일본 담당이면 윤지은인데, 걔 이메일이 털린 겁니까?
Chester: 중간에 인터셉트 당했습니다. --^
나: 누구에게요?
Chester : 모르죠. 아침에 SK에서 전화왔습니다. ┒―
나: SK면…… SK네트웍스 말입니까?? 거기서 전화 왔다고요? -_-;;;;
Chester: 네. 일본어로 된 메일만 걸렸더군요. --;;;
재혁은 여기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어로 올 편지면…… C8, 위험하다!’
나: 대충 어디서 했는지는 알겠습니까?
Chester: 알면 제가 역해킹 했죠. 모르니까 이러는 거지.
나: 앉아서 엿 먹었군요.
Chester: 그런데 메일 해킹이 꽤 이상해요. 발신지와 수신자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는데 인터셉트라니.
나: 대놓고 수작부리는 것 아닐까요? 혹시 뭔가를 노린다거나 말입니다.
Chester: 모르죠. 일단 윤지은이란 분에게 주의 좀 주세요.
나: 안 그래도 주의 좀 줘야 겠습니다. orz.
Chester: 몰랐으면 더 당할 뻔 했겠습니다.
나: 그러게요. 쿨럭
Chester: 아, 그런데 말입니다.
(이하 생략)

“아, 젠장! 윤 소령.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메일 해킹이라니!”
재혁은 노정석과 메신저로 대화한 후 자신의 책상에 엎어져 한숨을 쉬고 있었다. 메일 해킹, 전혀 예상치 못한 해킹이었고 또 가능성이 희박했다. 다행히 인터셉트였고 동시에 첨부파일까지 안 걸렸으니 망정이지. 첨부파일이 걸리거나 만일 바이러스라도 걸리면……

그때는 난리 나는 거였다.

그런데 그렇게 고뇌하던 재혁의 레이더에 딱 윤지은이 걸렸다. 윤지은도 상황을 아는 듯 혀만 내밀고 있었다.
“윤 지 은…….”
눈빛이 이글거리는 것을 확인한 지은이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고 재혁이 안 봐주겠다는 듯 책상을 넘어 쫓아가고 있었다.
“엄마! 대장님 화났다!”
재빨리 여자 화장실로 도피한 지은. 재혁은 지은이 여자 화장실로 도피한 것을 알지만 쫓아 들어갈 수 없었다. 들어갔다가 변태로 오인되면 그의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주어질 것임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행동하지 않고 그냥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지은으로서는 일단 산 것은 다행이지만 나중에 시말서를 쓰고 잔소리를 바가지로 들었다.

“언제쯤 도입 예정인가?”
“이르면 오늘 저녁, ICN입니다.”
“Depart가 어디인데 ICN인 겁니까?”
회의실은 벌써부터 난리였다. 회의에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는 소문이 퍼진 이강헌(37세, 육군 3보병사단장)이나 박철현(36세, 육군 참모총장) 등이 참가해 있었고 송재혁의 보고에 다들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Depart는 MUC입니다.”
“MUC이요? 뮌헨에서 온단 말입니까?”
다들 경악한 눈치였다. 뮌헨이 어디인가? 독일 바이에른의 주도 아닌가? 더군다나 그곳은 BMW의 본사가 있는 곳, 그렇다면 역시 신 머신이 독일에서 온다는 것이었다.
“클래스는?”
“HPST(High Performance Sports Type)입니다.”
합참의장의 질문에 재혁이 대답했다. High Performance Sports Type. 강한 스포츠 성능을 지닌 모델로 보통 리터당 1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는 모델들을 가리킨다. 간혹 프레스티지(Prestige) 세단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미들 클래스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예외가 있다면 아우디 S8이나 벤츠 S65 AMG. 이 두 대는 상당한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UC에서 ICN까지라. 가능합니까? ICN에서 이곳까지의 수송이 문제가 될 터인데.”
사실이다. 만일 차라도 누군가에게 빼앗긴다면 그건 큰 문제일 것이다. 더군다나 도입/수송에 상당한 자금이 든다. 고급차는 항공기로 수송하는 경우가 있기에 도난 시 큰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 뒀습니다.”
재혁이 말하는 국내 담당자가 어디냐고? 뭘 바라냐? 뻔 한 내용이 아니겠는가?

서울특별시, BMW코리아
“이 사람이 대형 사고를 치다니.”
김효준 지사장이 상당히 황당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송재혁이 독일에 가서 BMW M5와 M6을 들여온다고 계약한 것을 안 김 지사장은 황당한 눈치였다.
‘아니, M5야 시기가 되면 출시할 예정인데, 갓 신차를 그대로 나가게 하는 이 센스는 뭐냐고. 거기다가 M6은 완전히 유럽 현지에서도 갓 나온 차량인데, 그걸 쓰자니.’
김효준. 2000년 BMW 최초의 현지인 지사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로 지사장이 된 이래 BMW를 한국 최고의 수입자동차(輸入自動車) 메이커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BMW코리아가 생긴 당시에는 상무였지만1998년에 부사장이 되었으며 현재 BMW코리아의 지사장인 동시에 2003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본사 이사가 된 인물로 BMW 역사상 최초의 현지인 지사장이란 평가를 받은 인물이었다.
‘뭐, 그 사람 정도라면 본사에서도 인정하는 거물이니, 그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쪽과는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군. 너무한 일 아닌가?’
김효준 지사장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송재혁과 상의를 해야 할 판이었다.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과거에는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항공 교통의 관문이었으나 2001년,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으로 지금의 모양으로 변해버렸다.
  국내선 청사 - E-mart 공항점
  국제선 1청사 - 국내선 청사
  국제선 2청사 - 공항시티터미널, 전문상가
  화물청사 - 항공화물터미널
“분명히 오늘 오는 거 맞아요?”
“그렇다니까. 일단 지사장님이 놀라셨다는 게 문제지만.”
몇 명의 남녀가 이곳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차량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받은 송재혁이 윤지은과 차은주를 보냈고 BMW코리아의 담당자인 박진호 과장이 동행했던 것이다.
“털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도입 차량은요?”
“E46 M3, E60 M5, E63 M6입니다. 일단 이 3대가 도입된 거죠.”
“E63 M6은 처음 듣는군요.”
윤지은의 말에 박진호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이제야 겨우 나온 차량입니다. 6시리즈의 초고성능 모델이라고요.”
‘초고성능? 아니, 총장님께서는 왜 이 차를 도입하려고 하신 거지?’
지은 일행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차를 인수인계 받았다.

동일 저녁 8시,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제 3부두
부산역의 뒤쪽에 있는 부두인 이곳은 도시고속화도로를 타 본 사람이라면 쉽게 올 수 있는 곳이었다.(필자가 실제로 그렇게 해 봤다.)
이곳에는 두 대의 차량이 떡하니 서 있었고, 몇 몇 사람들이 그곳에 같이 있었다.
“담당 드라이버가 안 왔군요. 그들이 와야 차를 인계할 수 있습니다.(担当ドライバーが来なかったですね. 彼らが来ると車を引き継ぐことができます.)”
“당사자가 조금 늦을 겁니다.(当事者が少し遅れるつもりです.)”
한쪽은 분명히 Mazda의 직원진들인데 한 쪽은 누구일까? 분명한 점은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나 담당 드라이버 중 1명이 송재혁을 가리키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나머지 1명은?
이렇게 양 쪽 모두 기다리는 동안 한 대의 세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아자동차의 크레도스 초기형이었다.
“아니, 담당자가 누굽니까? 소식이 와야 하는데 이때까지 이러다니.”
차에서 내린 한 남자와 한 세 여자. 남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더 컸다는 것은 확실했다. 정장을 입지는 않았다. 가로등이 아직까지 불을 밝히는 시점. 다른 이들은 정장을 입었지만 이들은 입지 않고 있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どこからいらっしゃったんですか?)”
“2005 GTC Mazda Team 레이서였던 송재혁입니다.(2005 GTC Mazda Team レーサーだったソングゼヒョックです.)”
“아, 오셨습니까? 마쯔다자동차 해외 모터스포츠팀 담당자인 키노시타 노부유키라고 합니다.(あ, いらっしゃったんですか? マツダ自動車海外モータースポーツチーム担当者である木下信之と言います.)”
“아니, 본인이 늦을 수 있다고 연락을 드렸는데 이러는 겁니까?(いや, 本人が遅れることができると連絡を差し上げたがこういうのですか?)”
“죄송합니다. 저쪽의 신원 확인이 늦어져서 말입니다.(申し訳ありません. あちらの身元確認が遅くなってね.)”
재혁이 돌아본 자리에는 그가 재혁 대신 보낸 사람들이 있었다. 재혁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저 사람들은 기아자동차에서 왔습니다. 저 대신 온 거죠.(あの人々は起亞自動車から来ました. 私代わりに来たことですよ.)”
재혁의 말을 들은 키노시타가 그곳을 보니 기아쪽 직원들이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면 위임장이라도 줘야 했는데 말이죠?(いや, それなら上ですも与えなければならなかったが言葉ですか?)”
“그럴 시간이나 되겠습니까? 윤지은에게 편지가 온 것이 바로 2일전이고 어제까지 위임장이 전달되어야 했지만, 담당자와 늦게 연결된 바람에 위임장 전달이 이루어지지 못했죠.(そんな時間もありますか? 尹知恩に手紙の来たことがすぐ 2日前で昨日まで委任状が伝達しなければならなかったが, 担当者と遅く繋がれたせいで委任状伝達が成り立つことができなかったんです.)”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3월 11일 오후에 출발한 배는 순풍을 타고 온 덕에 3월 12일 저녁 7시 30분에 한국 부산항에 도착했고, 부산항에서 세관 검역을 통과한 후에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2시간 후.
몇 대의 차량이 경부고속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부산을 출발한 차량들은 계룡대로 이동하기 위해 경부고속국도를 통해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열차 수송을 할 걸 그랬다.”
“열차는 왜?”
슬슬 오는 잠을 쫓으면서 운전하던 재혁이 은주의 말에 대꾸했다.
“이렇게 졸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말이야 쉽지. 우리 부산에서 계룡대까지 가려면 열차로 환승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알아?”
“한 2회?”
“2회면 다행이게. 하루에 대전을 시종착역으로 하는 호남선이 4차례나 있는데 다 무궁화야. 그거 놓치면 우리 망한다. 못해도 무궁화면 조치원이나 천안에서 호남선으로 갈아타야 해.”
“KTX는?”
“그럼 천안아산에서 아산역으로 간 후 거기서 천안까지 가서 다시 호남선. 그 돈은 누가 댈래.”
(주 : 작 중 고속철도의 분기역은 오송역이다. 잠시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자면 1992년에 공사가 시작된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는 공사 과정에서 호남고속철도의 출발지나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를 놓고 당시 신천안 - 현재의 천안아산 - 이냐, 오송이냐, 대전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결과적으로 오송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서 충북선, 호남고속철도의 직결이 없다는 것이 최대의 아킬레스건이다.)
졸리기 시작했다, 젠장. 오늘 중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 위치는 추풍령 휴게소. 구름도 쉬어간다는 그곳, 거기다가 하필이면 추풍령 나들목이 있는 곳인데 재혁은 이곳에서 차의 기름도 채우고 좀 쉴 겸 해서 들렀다. 생각해 보니 요 몇 달간 쉬질 못했다. 그것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낮에 업무를 보고 밤에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계속 시행하다 보니 이젠 졸음이 아주 산처럼 쌓인 꼴이다.
‘죽겠네. 아직 다들 안 자는데, 좀 쉬었다 가야겠어.’
재혁은 휴게소에서 녹차를 샀는데 티백을 몇 개나 넣었는지, 지은을 필두로 한 여자들이 봤을 때에는 거의 폐인 수준이었던 것이다.
“무슨 티백을 그렇게 많이 넣어요?”
“3개 넣었어. 3개”
이들이 이렇게 추풍령에서 생판 난리를 치는 동안 사령부는 어땠을까?

충청남도 계룡시 두마면 두계리, 합동참모본부.
이강헌 육군 소장이 송재혁의 사무실에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하고 자신의 방에 온 것이다.
‘아니, 지금이 몇 시인데 안 들어오시는 거지? 뭐 사고라도 터졌나? 워낙 주체하실 수 없는 분이시니 이거.’
이강헌, 송재혁보다 나이가 많지만 장성 진급이 늦어 송재혁에게 경례를 붙이고 있는 케이스 중 1명이다. 육군 3사단장인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 3보병사단에서 대부분을 보냈는데 역전의 부대로 알려진 이곳은 공산 러시아군과의 극동전선 전투, 러시아군이 한반도에 진군했을 당시에는 평양 등지에서 전투에 나서는 등 여러 차례의 전투에 나선 부대로 한․중 전쟁 당시에도 수도권 일대를 방어하는 작전에서 그 능력을 보여줬다.
당초에는 이번 작전에 나갈 생각이 없던 그였지만 송재혁의 꼬득임(차량 튜닝해 주겠다는 것과 차량 정보 제공 등)에 그냥 혹해서 이번에 참전했다고 하니, 이 친구도 은근히 귀가 얇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만큼 그도 자신의 차량에 관심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오죽했음 처음에 그가 관용차를 받고 찾아간 사람이 송재혁이었겠는가?
이강헌이 송재혁을 찾았던 이유는 현재 쓰고 있는 포텐샤의 오버홀 문제였다. 기아자동차가 마쯔다의 루체를 기반으로 만든 대형차인 포텐샤는 1992년 당시 대형차가 없던 기아의 기함으로 출시되었기에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1997년 엔터프라이즈(마쯔다 뉴 센티아와 동시 개발)가 나오기 전까지 기함이었던 이 차는 엔터프라이즈의 출시 후 배기량이 2.0과 2.5로 조정되었다.(1992년 당시에는 I4 2.2리터와 V6 3.0X였다.) 포텐샤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는 뉴 포텐샤라는 이름으로 배기량이 조정 된 후 준대형급으로 낮아졌는데 이강헌이 현재 타는 차량은 2001년형으로 사실상의 최종형. 다만 포텐샤의 판매량이 그렇게 많지 않기에 출시될 당시부터 웬만한 외관은 잘 바뀌지 않았던지라 회사 마크만 보고 초기형과 후기형을 구분해야할 판이었다.
‘낭패군, 이거 한번 오버홀을 받아야 할 거라고 하던데.’
강헌이 그대로 한숨을 쉬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상황에 재혁은 차를 이끌고 비룡분기점까지 온 상태였다.
‘이제 비룡에서 300번을 타고 서대전에서 다시 251을 타면 되나?’
(300번=대전남부순환고속국도, 251번=호남고속국도 지선. 비룡과 서대전은 각각 비룡분기점과 서대전분기점을 가리킨다.)
여기서 재혁은 차를 갓길에 대고 아직 비몽사몽하던 지은을 깨워 차 운전을 시켰다. 사실 재혁 자신도 엄청 오래 왔다. 부산에서 한 9시에 출발했나? 평소에 잠을 12시에 자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진짜 버티기 힘들었다. 결국 윤지은에게 운전을 하라고 하고 그녀가 다시 비몽사몽해지기 전에 미리 사둔 그녀가 좋아하는 홍차를 주고 운전하게 했다.
(이때 차은주, 윤희진은 그냥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사령부에 도착해 자신의 방에 들어가 곯아 떨어졌고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곯아 떨어져 잠을 청하던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렸다.
“네, 송재혁입니다.”
‘아, 대장님. 저 이강헌입니다.’
“아, 이 소장. 갑자기 왜요?”
‘오늘 관용차 문제로 상의드릴 것이 있는데…….’
강헌의 말에 눈이 확 떠진 재혁은 즉각 급하게 씻은 후 옷을 입고 사령부로 이동했다. 전날 밤에 늦게 들어와서인지 군복은 사무실에 있었고 이 때문에 재혁은 라이딩기어로 갈아입고서는 즉각 자신의 애차인 K1200RS를 타고 사령부로 이동했다.
BMW K1200RS. K1200S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최고의 바이크로 군림하던 바이크. 직렬 4기통 1.2리터 DOHC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30마력을 내는 바이크이지만 현재는 그보다 더욱 강한 K1200S로 인해 시장에서 아웃된 바이크인 셈이다.
바이크를 타고 한 20분 쯤 달렸을까? 차가운 아침 공기가 재혁과 그의 바이크를 지나간다. 그렇게 바이크를 타고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참모본부 정문. 후문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그의 숙소에서 바이크를 타면 가장 가까운 곳이 정문이라 이래저래 그는 아침부터 전쟁을 치르는 일이 가끔 있다.
‘이거 젠장 오늘도 지각하는 거 아냐? 밥도 굶었는데.’
정문에서 후문까지의 거리가 좀 되기 때문에 웬만해서 최대한 빨리 가지 않으면 이래저래 또 문제가 될 것이 뻔했기에 재혁은 즉각 바이크를 돌려 후문방면으로 향했다.
한 이렇게 사령부 주변을 5분~10분 정도 달렸을까? 후문이 보였고 재혁은 재빨리 후문으로 진입, 바이크를 주차시켜놓고(사실 세워놨을 뿐이다. 시동을 끄면 이건 바이크가 아니라 자전거다.) 사령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몰래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갈아입고 회의실에 들어가니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재혁에게 집중되었다. 그때 몰랐던 것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손에는 라이딩용 글러브가 들려져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급하게 입는다고 매무새가 엉망이었고 말이다.

회의 후.
이강헌과 송재혁이 재혁의 방에 앉아있었다. 관용차인 포텐샤 때문이었다.
“이번에 오버홀 좀 하자고?”
“네. 얼마 전에 아벨라(Avella, 1994~2000, 기아자동차의 소형차. 당초 프라이드의 후속으로 나왔었다.)도 오버홀 했겠다, 이번에 관용차도 오버홀 좀 하죠. 저 오기전까지 한번도 그거 한 적이 없다네요.”
“그럼 그거 하는 동안에 자네는 어떻게 하고?”
“글쎄요. 그냥 아벨라나 탈까? 생각중입니다.”
“아벨라 가지고 되나?”
“어차피 관용차야 행사 때나 사령부로 올 때 타는 차라서 말이죠.”
“자네가 97년형 1.5리터 델타인가?”
(아벨라 델타=기본적으로는 아벨라의 4도어 세단 모델, 마이너 체인지 이후에는 5도어 해치백에도 델타라는 이름이 쓰였다.)
“네. 1.5 델타 5MT입니다.”
“안 불편하나?”
“전혀요. 그런 거 못 느낍니다.”
“수동변속기를 다루기가 힘들텐데. 자네 예전에도 수동변속기 차량 운전해 본 적 있나?”
이 두 남자의 선문답 같은 이야기가 오고 간 지 5분 후, 재혁이 확실히 말했다.
“아마 다음주 쯤에 기아자동차의 직원들이 올 터인데 그때 포텐샤를 견인할걸세. 그런 줄 알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나 좀 태워주고. 나도 사령부까지 가야 하니까”
“아, 알겠습니다.”
강헌으로서는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쩌면 지금 타는 포텐샤가 좀 더 좋은 성능이 되어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물론 그놈의 연비는 웬수겠지만 말이다.

사령부 테스트장. 이번에 도입된 BMW M시리즈, 그것도 M6에 대한 테스트가 한창이다. 역시나 예상한 수준 이상이다. 4.7초라는 막강한 가속력이 무기라면 무기일텐데, 이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했다.
‘뭔가 부족하단 말이야. 뭔가가.’
재혁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V10 5리터의 하이파워 NA엔진은 분명하다. 이 엔진에 부족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이상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어. 뭐지?’
V10 5리터 507마력 자연흡기 엔진이다. 충분한 성능을 가졌고 F1의 기술력을 이용한 엔진이다. 그런데도 그가 봤을 때에는 부족한 것 같았다. 이런 부족감은 M5도 마찬가지였다. 재혁은 M6에서 내린 다음 M5로 가서 찬찬히 살펴봤다.
“분명 E60인데? 이거 E39 아냐?”
하지만 분명 디자인이나 엔진 모두 E60 M5였다.(E60과 E39는 모두 BMW 5시리즈의 코드명이다.)
‘아, 미치겠다. 뭐가 부족하냐, 안 되겠다. 일단 다시 타 보고 결정하자.’

M5와 M6 테스트에 재돌입한 재혁은 차에서 내려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가 고민한 것은 다시 타보고 나서야 사라진 기분이었다. 역시나 문제는 그놈의 전자제어 장치였던 것이다.
‘젠장, 독일에서 주행거리 5,000km 이상 운전시켜놓고 보내달라고 할 걸 그랬어. 이거 진짜 대실수인데?’
재혁의 생각은 정확했다. 제한 장치를 풀 수 있는 기점은 현실적으로 5,000km 이상. 하지만 이럴 경우 섀시의 강성에도 문제가 생기기에 리미트 해제 후 섀시를 한번 잡아줘야 했다.
‘당분간 250km으로 달려야 하나?’
재혁이 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차를 바라봤다. 물론 차가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사실 BMW의 M 모델은 그 극강의 스포츠성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이 가운데 M5는 ‘양의 탈을 쓴 늑대’, ‘정장을 입은 스프린터’라는 등의 비유를 받으며 사실상 일종의 종교 역할을 했다. 물론 이 E60 M5는 포뮬러 1의 엔진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엔진(주의 : F1의 엔진이 지금과 같은 V형 8기통 2.4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쓰게 된 것은 2006년부터이며, 1990년부터 2005년까지는 V형 10기통 3.0리터의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했다.)을 얹어 역대 시리즈 가운데 최강의 성능을 낸 모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고민은 E63에게도?’
재혁의 고민은 날로 깊어가고 있었다. BMW의 M 모델이 바이에른의 전투기라는 말이 과연 진실인 것일까?

Data File

1. BMW M5



BMW 최고의 고성능 스포츠모델. 1984년에 등장한 1세대를 시초로 해서 현재 4대까지 내려온 모델이다. 현재 팔리는 차량은 플랫폼 코드명 E60 5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차량이며 제 4세대 모델이다. 기존 3세대 모델인 E39 M5와의 차이점은 동일한 5리터임에도 불구하고 구형이 V형 8기통 엔진이었다면 신형은 V형 10기통 엔진을 채용, 배기량과 회전수, 출력, 토크 발생 지점에서 이미 차이가 난다. 3세대와 4세대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3세대
엔진 : V형 8기통 자연흡기(S62B50)
배기량 : 4,941cc
최고출력 : 400ps @ 6,600rpm
레드존(시작점) : 7,000rpm
최대토크 : 500Nm @ 3,800rpm

4세대
엔진 : V형 10기통 자연흡기(S85B50)
배기량 : 4,999cc
최고출력 : 507ps @ 7,750rpm
레드존(시작점) : 8,250rpm
최대토크 : 520Nm @ 6,100rpm

M5의 변속기는 새로이 개발된 7단 SMG 3(Sequential Manual Gearbox 3)과 전통적인 수동 6단 변속기 두종이 있다. 보디 형식은 세단과 웨건이 있으나 현재 국내에는 세단 모델이 정식으로 들어왔으며 국내 가격은 1억 6천 8백 9십 만원이다.


2. BMW M6



1970년대에 등장한 고성능 쿠페인 M6의 후계자. 당시 코드명은 E24였으며 이때 당시에는 직렬 6기통 3.5리터 286ps 엔진을 얹었으나 30년만에 등장한 후계차는 M5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채용했다.
국내에는 정식적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으며 엔진과 변속기는 모두 M5와 동일, 보디 종류는 쿠페와 컨버터블이 있다.


3. 기아 포텐샤



기아자동차가 1992년에 출시한 고급세단, 당시 현대의 그랜저가 인기를 끌자 미국 포드사에서 들여온 세이블(Sable)로 한계에 다다른 기아가 기술 제휴선인 Mazda의 Luce(루체, 수출명은 Mazda 929) 제 5세대 모델을 들여와 출시한 차량이다(문제는 이게 일본에서는 이미 단종되었다는데 있다. 당시 기아가 만든 포텐샤는 초기형이 루체 수출용 모델을 기반으로 내수용 그릴을 더해 만든 것이 포텐샤였는데, 당시 기아가 대형차를 만드는 기술력이 상당히 부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본다.(참고로 이후 기아의 엔터프라이즈는 마쯔다와의 공동 개발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당시 뉴 센티아 - 기아 엔터프라이즈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마쯔다의 기함 - 에는 없는 엔진인 V6 3.6X 엔진과 조항계 설계, 중량 배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 있다.)
엔진은 초기에 V6 3.0X 200마력의 DOHC 엔진과 직렬 4기통 2.2리터 엔진을 얹었지만 1997년을 기점으로 V6 3.0X 엔진을 빼고 그 자리에 카니발에 얹은 V6 2.5X KV6 엔진을 얹었다.(이 엔진은 영국의 Rover사와 공동으로 제작함)
작중 등장 모델은 2세대로 엔진은 톱 모델인 V6 2.5리터. 변속기는 4단 자동이다.

4. 기아 아벨라



- 기아, 마쯔다, 포드가 합작한 두번째 월드카. 해외에서는 포드 아스파이어(Aspire)라 불렸다. 프라이드의 후계 차량으로 1994년에 출시되었지만 프라이드에 비해 큰 인기를 얻지 못해 기아가 소형 승용차 시장에서 밀리게 한 주범이 되었다. 당시 아벨라가 신형이었지만 오히려 프라이드의 인기가 더 높아 두 모델이 동시에 생산(이때 기아는 프라이드를 광주로 돌렸다.)되면서 인기가 떨어졌고 결국 현대에 소형 승용차 시장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엔진은 프라이드에 썼던 직렬 4기통 1.3리터와 1.5리터 엔진의 두 종류가 있다.(사진은 포드 브랜드로 수출됐던 모델의 사진이다. 정비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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