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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심심풀이 땅콩?

GP2 드립이 뭐야?

일단 원인이 된 영상부터 보고 가자.


포뮬러 1계에서 아주 악명 높은(?) 라디오가 바로 이 발언이다.

GP2 engine..... GP2... ARGH!!!

한마디로 'GP2[각주:1] 엔진이잖아!! GP2!! 으아아아!!'라는 말인데, 이 말의 유래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된 건가 하면, 바로 2015년 포뮬러1 일본 그랑프리였다.

때는 바야흐로 2015년, 포뮬러1의 팀 중 하나인 맥라렌은 그동안 쭉 써온 메르세데스를 버리고 혼다기연공업과 다시 손을 잡게 된다. 전년도에 하이브리드 터보 차져가 돌아왔고, 또 당시에 로터스 F1이 메르세데스와 계약함에 따라 맥라렌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했으니,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해 혼다와 계약한 것이다.

그리하여, 맥라렌은 자신들의 신형 경주차인 MP4-30 경주차를 새로 제작하면서 여기에 혼다의 RA165H 파워유닛을 얹은 것이다. V형 6기통 1.6리터 엔진에 동력 에너지를 회수하는 MGU-K와 열 에너지를 회수하는 MGU-H가 들어간 파워유닛을 얹고 여기에 8단 반자동변속기를 맞물린 경주차가 나오면서 승산이 있을 것임을 생각했지만....

패키징 문제인지 엔진 문제인지, 스타트부터 재앙이었다. 개막전이던 호주 GP, 페르난도 알론소는 직전의 테스트에서 발생한 사고로 불참했고, 그 자리를 메운 건 당시 리저브 드라이버인 케빈 마그누센이었지만 경기 시작도 하기 전에 차가 퍼지면서 영국 출신의 젠슨 버튼 혼자 참전해야 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GP에서는 알론소와 버튼 둘 다 리타이어하면서 올 시즌이 혹사의 시즌임을 보여줬다.

중국과 바레인에서는 완주하는데 그쳤지만, 고향인 스페인 GP 이후, 오스트리아 GP까지 4연속 리타이어[각주:2][각주:3]라는 초유의 성적을 받은 알론소의 속은 타들어갔을 것이다. 심지어 직전 그랑프리인 싱가포르 GP도 동반 리타이어라는 결과를 받은 알론소의 화는 부글부글 끓어올랐을 것이고, 결국 일본 GP에서 문제의 발언을 터뜨린 것이다.

문제는.... 장소가 장소였으니, 일본 GP가 열리던 곳이 스즈카 서킷. 바로 혼다가 소유한 곳이었다.

대놓고 팀 라디오로 분통을 터뜨렸는데, 이게 방송으로 퍼졌고, 모든 팬들이 경악했다! 그러나 알론소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GP2 엔진이라 한 것은 지금까지 말한 것 중 좋게 말한 축에 든다고 하며, 지금까지의 팀 라디오가 전부 공개됐다면 납득할 것.


이 정도면 도대체 2015년의 혼다 엔진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그렇기에 이 발언은 사실상 혼다 팬들에게는 금기어가 되었으니....

필자도 2019년에 일본 그랑프리 직관 차 구경갔을 때 저 말 해보라는 사람에게 '나 죽는 거 보고 싶어?'라고 응대했다. 혹시라도 F1 직관을 위해 스즈카로 가실 분 계신다면, 저 말 절대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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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한 대로, 2015년 혼다 엔진이 아주 개판이다보니, 알론소가 시즌 내내 혼다 엔진을 극딜했다. 이 밑으로는 그 내용들 중 일부다.

엔지니어 : ERS가 정상적으로 충전되고 있으니 에너지를 사용해
알론소 : 니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있는거 같은데. 아무것도 충전되지 않았어.
(스페인 GP, 충전 되어 있겠지만, 쓰나 안쓰나 느릴거 같으니......)

엔지니어 : 엔진에 큰 문제가 생길거 같으니 연비주행을 해달라.
알론소 : 그렇게 하기는 싫어. 이미 큰 문제가 있다고. 이딴 걸로 레이스하면 아마추어같이 보일 거야.
(캐나다 GP, 여담이지만 이 경기는 맥라렌이 업데이트 된 엔진을 가져온 경기였다. 그런데도 리타이어.)

"마싸가 쫓아오고 있으니 우리가 막아야 해."
"너 유머 감각이 좋다."
(러시아 GP, 당시 마싸는 윌리엄스 소속이었는데, 이는 이런 차량으로 어떻게 윌리엄스 차를 막냐는 뜻. 여담이지만, 이 경기에서 알론소는 10위로 들어왔으나 코너에서 수차례 숏컷함으로 인해 포인트를 반납했다.)


아, 그럼 그 뒤는 어찌되었냐고? 르노 엔진을 쓰던 레드불/토로로소가 2018년 시즌부터 혼다와 계약하면서 맥라렌이 르노와 결합했다. 그리고 레드불은 그 시점부터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했지만....

  1. 현재의 F2로 포뮬러1의 하위 카테고리, 당시 엔진을 르노에서 공급했다. [본문으로]
  2. 특히 캐나다와 오스트리아가 심했는데 이 두경기는 버튼도 동반 리타이어했다. [본문으로]
  3. 오스트리아 GP는 업데이트 엔진을 가져왔는데도 리타이어였다. 뭐한거냐? 혼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