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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정보

Spirra S in Topgear

톱기어 2008년 4월호에 나온 Spirra S 기사입니다. 끌끌


스피라의 양산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독창적 디자인은 수입 수제 고성능 머신들과 견줄 만하고, 400마력을 내는 2.7 수퍼차저 엔진과 레이스로 다듬은 탄탄한 하체는 흠잡을 데 없다


Photography by Dae II Choi


한국산 호랑이가 유럽산 종마를 물어뜯었다?[각주:1] <타임> 지에 소개될 이 놀라운 소식이 조만간 들려올 예정이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한국인이라면, 지금 이순간 만큼은 자부심을 가져봐도 좋다. 여기 보이는 낮게 깔린 은빛 머신은 이탈리아 수제 수퍼카도 아니고, 영국 귀족들이 즐기는 키트카도 아니다.


이 차의 정체가 '스피라'라는 사실을 알아챈다면 아마도 흠칫 놀라거나, 혹은 무릎을 치며 미소 짓게 될 것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스피라가, 드디어 쇼룸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양산차로 등장했다. 그것도 꽤 근사한 모습으로 말이다.



알다시피 이 차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각주:2] 경기도 용인에 자리잡은 프로토라는 디자인 회사에서 잉태했고,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첫 미드십 스포츠카라는 딱지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PS2라는 코드명이 스피라로 변할 때까지, 이 차는 수많은 루머와 오해에 시달려야 했다. 솔직히 오해엔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은 없다.


지난 2005년 10월에 화보 촬영을 위해 국내 최초로 움직이는 스피라에 동승했었다. 물론 완성된 모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가슴 설렌 기대는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내장재는 그렇다 쳐도 설익은 파워트레인은 이 차가 과연 양산될 수 있을지 의심케 했다. 그래도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정말 맨땅에서 시작해서 이 정도를 이뤘다는 사실 만큼은 인정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후로 3년 동안, 그 누구도 스피라의 양산형이 나오리라 장담하지 못했다. 지난해 어울림모터스가 스피라를 넘겨받고, 새로운 스피라를 쇼룸에서 팔겠다라고 선언했을 때조차 반응은 시큰둥했다. 의심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하지만 쇼룸과 AS센터 등을 정비하고, 엠블럼이 확정됐으며, 뉴 스피라 GT 버전을 내놓겠다는 어울림모터스의 약속은 차례로 지켜졌다. 그리고 양산 버전에 쓰일 부품들이 하나하나 공개되었다. 양산을 향한 행보가 착실히 진행되었다. 급기야 뉴 스피라 GT 270은 얼마 전 국내 모터스포츠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각주:3]


계획보다 약간은 늦어졌지만 어울림모터스는 약속을 지켰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우리 앞에 스피라 S라는 한국형 미드십 스포츠카의 본질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피라 S의 공식 데뷔 무대는 4월말의 북경 모터쇼. 비슷한 시기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공개했으면 싶기도 하지만, 굳이 북경 모터쇼를 낙점한 데서 이 차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다.



스피라 S는 화려한 실버 컬러와 한국 호랑이를 상징하는 독자적 엠블럼이 돋보인다. 첫인상은 지난번 <톱기어>에 소개됐던 스피라 GT 버전의 마스크가 살짝 비친다. 굴곡진 보닛과 길게 뻗은 헤드램프는 과거 프로트 스피라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스피라 S는 길이가 4천357밀리미터, 너비는 1천924밀리미터이며, 높이는 1천216밀리미터, 휠베이스는 2천660밀리미터다. 전체적인 몸집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정도로 보면 되겠다.


보디 디자인은 공력과 다운포스를 고려해서 설계했다. 차체를 모두 카본으로 만들어 전체 무게는 1천80킬로그램 정도로 억제했다. 외관의 하이라이트는 엔진룸이 아닐까 싶다. 미드십 스포츠카답게 강화유리 보닛 덮개를 마련해 페라리처럼 밖에서 엔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뒷모습은 강렬한 카리스마로 가득하다. 수퍼카다운 냄새가 풍기는 테일램프와 스피라 S 전용으로 제작된 머플러, 그리고 무지개 모양의 캐릭터 라인이 눈길을 끈다.



흡족한 시선은 인테리어에서도 이어진다. 항공기 좌석을 연상시키는 대시보드는 천연가죽으로 두툼하게 포장했고, 레카로 버킷시트, 모모 스티어링 휠 등으로 수입 수제 스포츠카 못지않은 구성을 완성했다.


특히 IT 강국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오너와 유기적으로 대화가 가능한 메인 컴퓨터 SCM(Secureworks Car Manager)을 실내에 심었다.[각주:4] 이를 통해 오너의 얼굴을 인식한 뒤에야 엔진이 작동하고, 터치스크린으로 시동을 걸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을 선보인다.



하지만 스피라 S의 본질은 이러한 눈요기가 아닐 것이다. 스피라의 하체와 성능은 약 1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연구와 설계를 반복했다. 앞뒤 모두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구조를 지녔고 차고 조절식 쇼크업소버 등으로 레이싱카와의 구분을 없앴다. 브레이크는 신뢰도 높은 브렘보 제품. 스피라 S 전용으로 만든 18인치 5스포크 타입 단조 휠도 돋보인다.



V6 2.7리터에 수퍼차저를 얹은 스피라 S의 엔진은 최고출력 400마력/6천rpm, 최대토크 35.5kg.m/4천500rpm을 뽑아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305km, 0 → 시속 100km 가속을 4.8초에 끊는 스프린터다. 추후에 시퀀셜 기어를 고를 수 있는 500마력짜리 터보 모델과, 600마력 트윈터보 버전도 데뷔할 예정이다.[각주:5]



디자인이나, 수치상의 성능만 놓고 보면 우리 손으로 만든 첫번째 미드십 스포츠카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한 요소들을 갖췄다. 어쩌면 오랜 기간 기다린 끝에 얻어낸 결과이기에 성급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스피라라는 이름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귀에 익숙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오랜 세월 우여곡절을 겪으며 만들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하루빨리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창성 가득한 한국적인 디자인과, 세계 수퍼카들과의 대결에서 얻어낸 성능 데이터는 스피라 S가 그저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님을 입증한다. 사라졌던 한국의 호랑이가 돌아왔음을 의미한다는 스피라 S. 한국산 호랑이가 유럽산 종마들의 뒷다리를 물어뜯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에디터/황인상 취재협조/어울림모터스


SPIRRA S


Tech: V6 2659cc, 400마력, 35.5kg(m, MR,1080kg
Transmission: 6단 수동
Performance: 0 → 시속 100km 가속 4.8초, 최고시속 305km

※ 지금까지 공개한 스피라 관련 기사
2008/05/13 - [Auto/News] - [Motor Sports]아악!!! 감독님. ㅠ.ㅠ
2008/04/17 - [Auto/News] - '뉴스피라 GT270' 어울림레이싱팀 창단식 가져
2008/01/23 - [Auto/News] - 출시 임박 스피라(SPIRRA) 엠블렘, 슬로건 공개
2008/01/15 - [Auto Pics/Auto movie] - 스피라의 아버지 '김한철씨'
2008/01/03 - [Auto/정보] - 드디어 올 것이 왔다!!(스피라 GT)


기사&사진 : 톱기어 2008년 4월호

  1. 어디서 본 것 같다고? 타임지에서 정몽구를 소개하면서 나온 '개가 사람을 물었다'라는 소식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본문으로]
  2. 어울림모터스에 의하면 총 개발에 9년이 걸렸다는데 7년전이면 컨셉트카가 나올 때 아닌가? [본문으로]
  3. 4월 13일 타임트라이얼 제1전 슈퍼스프린트 부분에서 박정룡 감독이 우승. 5월 12일에 열린 타임트라이얼 2전에서는 구형 2005년 모델을 김범훈 선수가 타고 우승. GT270은 같은 날 열린 GTM 2전에 도전했으나 타이어 문제로 리타이어했다. [본문으로]
  4. 어울림모터스와 같은 계열사인 어울림 네트웍스의 기술력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5. 500마력 터보 버전은 최근에 발표되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