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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Delta Project

Delta Project - 6

본 작품은

GmhanMod 사이트 홈페이지(http://gmhanmod.com )와 Sephia's Auto Research(Laboratory)((http://sephia.tistory.com ) 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Presented by Sephia(=Jujak). From Audi to Volvo. Battle in Korean Bridge and Hills.
First Ever Car Racing Novel.
Delta Project

제 6화 : Real Technician

오후 3시 45분, 충청남도 계룡대
“소령!”
“네?”
재혁이 뜬금없지 지은을 불렀다. 가뜩이나 아까의 문서로 인해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재혁이 화가 좀 풀렸는지(재혁은 화가 심하게 나면 다른 사람들과 말도 하지 않는다.) 윤지은을 부른 것이었다.
“노정석씨에게 연락 좀 해 줘요. 내가 만나고 싶다고 하고 말입니다.”
“네? 저, 그분의 전화번호를 모르는데.”
재혁은 지은의 발언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재혁은 어떤 루트로든 연락을 하라고 말 했는데, 그녀는 노정석에게 전화로 연락하라는 투로 들은 모양이다. 간혹 가다가 그녀의 이런 어리버리한 모습을 재혁은 상당히 귀여워했던 것이다. 이는 그녀가 아직 순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지은은 재혁의 말을 다시 곰곰이 생각한 후에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 했다.
“이메일로 연락할까요?”
“마음대로 하세요. 참, 내 핸드폰 번호 적어주는 것 잊지 마세요. 그리고 전화는 그쪽으로 해 달라고 해 줘요.”
“알겠습니다.”
지은은 즉각 노정석의 이메일로 송재혁 대장이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자세한 연락은 송재혁에게 해달라는 것과 함께 말이다.
“아, 미치겠군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까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 개자식이 나하고 붙자고 했는데, 소령은 누가 이길 것 같나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차량의 세부적인 비교만 했을 경우 이쪽이 불리할 수도 있으나, 코스의 상황과 드라이버의 실력이라면…….”
“알았어요. 상황은 알 수 없게 되겠군요.”
재혁은 지은의 말을 잘라먹고 피식 웃기만 했다. 지은도 그 웃음을 보고 그냥 웃기만 했다.
“후, 미처 버리겠군요.…… 아, 전화 왔다.”
휴대폰을 책상 위에 놔뒀으니 진동소리가 엄청나게 커진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전화기에 찍힌 번호는 노정석씨의 핸드폰 번호였다.
“네, 송재혁입니다.”
‘네, 재혁씨. 저 노정석입니다.’
“아, 정석씨. 갑자기 편지를 보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재혁씨에게서 전화가 온 것을 보고 웬일로 전화를 하셨나? 해서요.’
“아, 그렇군요. 사실은 좀 만나서 이야기 할 일이 있어서요.”
‘아니, 메일로 하셔도 될 텐데, 굳이 만나자고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게 설명하기 좀 골치 아파서요.” ‘설명하기가 골치 아프다니요?’ “제가 일단 그쪽으로 가서 말씀드릴게요. 어디로 나가면 되나요?”
재혁의 발언에 정석의 당혹감은 극에 달했다. 아니, 바쁜 사람에게 갑자기 오겠다니, 지금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하지만, 정석은 최대한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재혁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거기 어디시죠?’
“아이고, 제가 그냥 갈게요. 저 여기 서울이 아니라고요.”
‘네? 서울이 아니라고요? 그럼 서울에 직접 올라오시게요?’
“그렇죠. 어차피 제가 서울에 가서 뭐 좀 볼 겸사겸사 해서요.”
‘그렇군요. 그러면 말이죠. 신촌에서 만나는 것이 어떨까요?’
“신촌이라고요? 신촌에 민들레영토가 있는 것 아시죠?”
‘네? 신촌 그곳에 민들레영토가 두 곳인데 어디서 만나자는 겁니까?’
명색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노정석이다. 지방에 있는 재혁에 비하면 서울에 있는 정석은 그나마 어느 정도 정보 확인이 유리했던 것이다. 그런 정석을 재혁이 서울에서 만나자고 하다니. 자신의 홈그라운드도 아닌 곳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으로 볼 때 재혁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가 의문이었다.
“민들레영토 신촌 신관점이 좋을 것 같아요. 신촌모점은 건물도 작고 그래서 말이죠.”
‘그럼 언제 만나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지금 당장 가 드릴게요. 제가 서울로 올라가면 아마 1시간도 안 걸릴 겁니다.”
‘가능하기나 한 겁니까?’
“서울 도착해서 전화를 할 테니, 일단 제 전화나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를 기다리죠.’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재혁은 한숨을 한번 쉬고, 윤지은을 불렀다.
“소령.”
“네! 대장님.”
“나 잠시 서울에 좀 다녀올 테니 나 찾는 사람 있으면 전화를 해……. 아니, 나 온 후에 다시 오라고 해 주세요.”
“대장님, 비상시일 경우 에는요?”
“전화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지은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한 재혁은 즉각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나갔다.

지하주차장.
재혁은 안양에 갈 때 썼던 쎄라토 R을 다시 쓰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은 이 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 것을 고민한 적이 없었고, 그동안 프라이드, 쏘렌토 등을 타왔고, 이번이 새롭게 잡은 모델이었다. 기아자동차의 고성능 모델 중 하나인 이 모델을 타고 서울로 가든, 부산으로 가든, 어느 곳으로 가든 간에 그는 여러 차 중 하나인 쎄라토 R을 썼을 뿐이다.
그것에 대한 다른 일말의 생각도 없이 재혁은 즉각 자신의 쎄라토 R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직렬 4기통 2.0X 슈퍼차저 엔진의 사운드는 언제나 똑같았지만, 오늘은 다른날과 달랐다. 당장이라도 누군가와 붙어야 하는 그에게는 사실상 오늘은 레이싱용 모델이 된 것이다.
‘젠장. 이제 시작인가?’
6단 수동 변속기를 2단에서 즉각 1단으로 돌려서 빠른 속도로 출발했다. 퀵 스타트 시스템을 채용한 그의 차량이라고 하지만, 레이서 시절에 쓰던 버릇은 여전했다. 이게 여기서도 진행될 줄은 그는 몰랐다.
계룡대를 출발해 그가 가는 목적지는 서울특별시 신촌. 신촌까지 약 2시간 이상 잡고 있는 그에게는 상당히 난감한 시간이다. 서울에서 좀 쉬다가 맞붙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래서인지 몰라도 mp3 플레이어가 그의 차에 꽂혀 있었다.
노트북 컴퓨터도 있는데, mp3 플레이어까지 있다는 것은 그가 엄청난 활동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뭐, 요즘은 못 나가서 탈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시속 120km을 넘기지 않고 경부고속도로를 일주하는 재혁의 모습은 상당히 진지해 보였다. 10km이라도 넘기게 될 경우 단속 카메라에 찍힐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 그의 머릿속에는 신공항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 폭주족들은 아마 엄청 찍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잠시 입에 웃음이 맺혔다.

서울특별시 신촌, 민들레영토 신관 앞.
“네, 노정석씨. 저 송재혁입니다.”
‘벌써 도착했어요? 장난 아니게 빠르네.’
“언제 오실래요?”
송재혁은 여기서 거의 사악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속 100km으로 밟아도 1시간 30분인데, 120km으로 밟았고, 도로마저 한산했으니 아마 최고속도로 밟았다면 잘 하면 1시간 안에 도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금방 갈게요. 지금 다른 분들의 눈초리도 있고 말이죠.’
‘대표이사란 양반이 이러니, 군 장성인 난 이거보다 더 하겠다.’라고 재혁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만나는 것이 급선무 아니겠는가? 일단 만나서 뭐 자료를 받아야 기밀을 팔아넘긴 배반자(=Wisp.M)를 처단하든가 말든 하지. 이렇게 그냥 있다간 오히려 자신이 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먼저 안에 들어가 있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전화를 끊은 재혁은 즉각 민들레영토 내부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정석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충청남도 계룡대, 송재혁 대장의 사무실.
윤지은 소령은 차은주, 윤희진과 함께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상대가 무슨 차를 탈지 모르니 가능성이 있는 모델을 뽑아서 문자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하여간 대장은 꼭 이럴 때면 사라진다니까. 자료 수집을 왜 우리가 해야 하냐고?”
“어련하시겠어? 바쁜 사람인데.”
은주는 지은의 발언에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아무리 송재혁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여자들에게 혼나는(물론 그 자신이 없다고 하지만) 것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모델이 될까?”
“셀리카가 되지 않을까?”
이러면서 세 사람은 그냥 재잘재잘 대고 있었다. 자료를 찾고 있었지만, 아마도 쎄라토 R과 비슷한 모델(물론 배기량까지 비슷한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를 파악했을 때 비슷한 모델이라는 것이다.)인 셀리카가 유력한 후보로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배기량을 파악할 때에는 다른 모델이 될 수 도 있었던 것이다.
“그럼 뭐?”
“셀리카도 셀리카 나름. 아마 4륜 구동 모델이 될 걸?”
“그거에 4륜구동 모델이 있었어?”
“응. 지금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희진은 은주와 지은이 대화를 하는 동안 책 꽃이 쪽으로 걸어갔다. 그 자료에는 재혁이 과거에 정리했던 데이터들이 있었다. 그 노트 표지에는 한 차량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표지를 넘기자 바로 뒤에 ‘표지 사진 : 기아 브리사(1973 ~ 1981)’이라고 적혀 있었다.
“찾았다! 셀리카 GT-Four ST205라.”
셀리카 GT-Four ST205. 1990년대 초반 도요타가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 ‘Toyota Castrol’로 나섰을 때 당시 도요타의 차량이었다. 지금이야 철수를 했다고 하지만, 도요타는 과거에 셀리카로 날랐던 것이다. 그 최종 모델이 바로 ST205였던 것이다.
“설마 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단 말인가?”
지은과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다. 지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거 재혁과 자신이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당시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한 마디를 했다가 그 충격으로 인해 다리까지 완전히 풀렸던 것을 감안하면 그녀의 기억 속에 남은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명이었다.
‘설마…….’
“윤지은 소령. 아직도 충격이 남아 있었나 보죠?”
그랬다. 분명 그였다. 고개를 돌린 지은은 소장 계급장을 단 인물이 서 있음을 느꼈다. 그의 예상이 그대로 맞았던 것이다. 특수부대의 사령관인 A-Dragon 소장이 서 있었던 것이다.
“오셨습니까? A-Dragon 소장님?”
거수경례. 하지만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희진과 은주가 지은과 같이 거수 경례를 했지만, 지은이 가지고 있던 충격은 없었던 지라 떨림이 없었다. AD도 지은의 떨림을 느꼈지만 그냥 넘겼던 것이다.
“아, 내리세요. 대장님께서는 안 계시나 보네요. 잠시 어디 가셨나요?”
“네. 서울에 잠시 다녀온다고 하셨습니다.”
“서울에요? 갑자기 무슨 일로요.”
“사람을 만나러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을 만나러 가셨다고요. 알겠습니다. 아쉽네요. 이번 작전과 관련된 문제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네? 이번 D(Delta) Project 관련 건으로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대장님께 전화라도 하든지 해야…….”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약간은 창백한 얼굴을 한 지은의 대답이었다. 과거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쇼크가 아직까지 남아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충격이 아직까지 그녀의 몸을 휘감은 듯 했다.
그리고……
“머리가 아파.”
이 말만 남긴 채로 지은은 갑자기 쓰러졌다. 빈혈이 있던 듯 했다.
“소령? 정신 차려 봐요! 무슨 일이죠?”
“지은아. 갑자기 왜 그래?”
창백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 그리고 그녀는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루마니아 트란실베니아.
Wisp.M은 송재혁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대충 재혁이 어떤 차를 탈지도 짐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 도로였고, 재혁은 그것을 거의 꿴 듯 했다. 그렇기에 Wisp은 재혁의 예상을 뒤 엎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전륜구동으로 했다가는 전․후륜구동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던 그 자에게 백발백중 밀리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다? ’
“Wisp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아. 크리스틴. 아무것도 아닙니다. 상대할 사람이 있어서 말이죠.”
크리스티나 베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 출신으로 버클리 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뒤에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모종의 이유로 유리군으로 건너간 여성이다. 이후 유리군으로 망명한 Wisp.M의 직계 비서로 배속되었던 것이다. 재혁에게 윤지은이 있다면 Wisp.M에게는 바로 이 여성이 있다라고 봐도 무방했던 것이다.
“상대할 사람이라면, 설마 마쯔다 RX-8의…… 맞습니까?”
“맞아요. 붉은색 RX-8. 바로 그놈을 상대하려고 말입니다. 그놈만 없애기 위해서라면 난 악마에게 혼이라도 팔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Wisp님. 그 자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더 이상은 잡기가 힘들 겁니다. 지난 대회 때 그토록 고생을 했는데 잡고 싶을까요?”
“모르지. 그 자는 과거부터 엄청났으니까. 위험한 존재야. 그나저나 무엇으로 상대해야 할지를 좀 추천해 달라고 말하고 싶군요.”
“셀리카 GT-Four가 어떻겠습니까?”
“그 차의 정보는?” “직렬 4기통 2리터 터보엔진으로 최고출력은 6,000rpm에서 225마력입니다. 변속기는 5단 수동기어로 최고속도는 180km입니다. 이는 일본 내수 제한에 의거한 것입니다.”
“제한이 없다면 200km은 넘겠군요. 놈이 뭘 타느냐에 따라 승산이 있을 수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크리스틴.”
“아닙니다. Wisp님. 전 당신의 부관이니 말입니다.”
크리스틴은 Wisp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물러갔다. Wisp은 대충 차의 사진을 보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요타 측에 연락해 그 차를 긴급히 자신에게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 신촌 민들레영토 신관에서 정석을 기다리던 재혁은 잠시 휴대폰을 꺼내 열었다. 문자가 하나 와 있었는데 그 내용에는 ‘지은이가 기절했어요. 아무래도 빈혈인가 봐요.’와 같은 내용의 문자가 와 있었다. 보낸 사람은 차은주였다. 재혁은 답장으로 ‘오늘은 그냥 퇴근하라고 하세요. 더 이상 일 하기가 힘들 것 같네요.’라고 보냈다. 그렇게 기다리던 재혁은 누군가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바로 노정석이었다.
“여기입니다. 정석씨!”
“아, 재혁씨. 일찍 오셨네요.”
“네. 일단 앉으세요. 예상보다 늦었네요.”
“늦을 수밖에 없죠. 회사에서 아무리 재빠르게 출발해도 지금은 거의 퇴근시간인데 말이죠.”
시계를 본 재혁은 현재가 저녁 6시 30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시간이면 엄청나게 많은 차량들이 시내를 가득 메울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네요. 사실 제가 정석씨를 만나자고 한 것은 말이죠.” 두 사람은 음료수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시작은 좋았지만 재혁은 즉각 자신이 정석을 부른 이유를 이야기 해야만 했다.
“사실은 제가 배틀을 붙게 돼서 말이죠. 정석씨에게 조언을 좀 받으려고요.”
“하필이면 왜 나에요? 다른 사람도 많은데.”
겉으로는 당혹스러웠지만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는 정석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최근까지 폭주족 생활을 했던 인물이라 재혁의 주변에서는 가장 이런 부분에서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바로 정석이었다. 그렇기에 오늘 재혁이 그를 찾아온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까 지난번 대회 때 문제가 생기면서 이번 배틀을 뛰게 되었다. 이겁니까?”
“그렇죠.”
“와, 장난 아니네. 천하의 송재혁 대장이 이런 일에 쩔쩔 매서 절 찾아오다니요! 그래요, 뭘 원하세요? 재혁씨 정도라면 다 해 드리죠.”
“다행이네요. 국내에서 붙는데, 그 자식을 초반에 제압해 버리고 싶거든요. 그런 곳이 있는지?”
“하하하. 그런가요? 재혁씨, 한국에 고속커브구간이 있다면 믿겨지세요?”
“고속커브구간이요? 설마요. 어디에 있는데요?”
“신갈분기점에 있는데, 서울에서 마성으로 가는 방면에 있어요. 구간 거리는 짧은데 엄청나죠.”
“어떻길래 그렇죠?”
“일반인이 최고로 달릴 수 있는 게 100km이에요. 보통이 70~80km으로 나오고 140km 이상으로 나가면 강심장 가운데에서도 진짜 테크니션이죠. 참고로 인디고의 김의수 선수는 아반떼 XD 순정으로 180km을 냈죠.”
“1……180km이요? 그 양반이야 카레이서라서 가능하다지만, 진짜 충격적이네요. 어떻게 그런 구간이 있을 수 있죠?”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재혁씨가 상대를 잡을 수 있으려면 그런 구간은 충분히 돌파해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확실히 그 구간만 잡아도 승산이 있겠군요.”
재혁과 정석은 그 이야기를 포함, 무려 30분 이상을 한 곳에서 이야기 했다. 마침 둘 다 저녁도 못 먹었으니 이런 일은 당연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식사도 하고 아주 이야기가 절로 나왔던 것이다.

계룡대, 합참본부 의무실.
쓰러진 지은은 링거주사를 맞고 누워있었다. 군복을 입었지만 입원이 장기화 될 경우 공식적으로 휴가를 받아 민간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기에 위험스럽기도 했다.
“윤 소령도 참 나, 내가 나타났다고 그렇게 불안했나요?”
AD는 누워있는 지은에게 당혹감을 드러낸 질문을 했다. 지은은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누워만 있었다. 그 당시에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그녀의 마음 속에 아직도 그런 충격이 남아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에요?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활동적이던 애가.”
“설명이 좀 길어요. 말하기도 곤란하고, 두 사람이 안 믿을 것 같고 말이죠.”
세 사람은 침대에 누워있는 지은을 쳐다봤다. 그녀의 몸은 물에 빠졌다가 나온 모습인 마냥 땀으로 온 몸을 적셨던 것이다. 만일 재혁이 그걸 봤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그녀를 간호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것이다.

경기도 안양, XIX센터 한국지사.
박정민은 그곳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지난 번 송재혁과 인터뷰를 한 내용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자 바로 회사에서 이번에 입국한 한수혁(=실버문)을 인터뷰할 것을 지시했고, 그는 즉각 인터뷰 날짜를 잡아놓고 질문을 만들어 놨던 것이다.
(질문은 SKYLINE님 제작이며, 답변은 본인이 담당했습니다. 참고로 질문 가운데에서는 본인 자작도 있으니 주의.)
정민이 인터뷰를 기다리는 동안 수혁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받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건 데 신민정이었다.
‘결국 만났다는 거야?’
“응. 한국지사 부근의 한 PC방을 갔다가 거기서 만났어.”
사실 그때 누군가가 미행한다는 것을 알았지만은 그게 송재혁인줄은 몰랐었던 한수혁이었다.
‘조심하라니깐. 결국 이렇게 되었잖아. 정체를 안 밝혔나?’
“전혀. 정체를 밝히려 노력하던 눈치가 아니었어.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걸, 뭐.”
그래도 한수혁은 방심을 하고 있진 않았었다. 어찌 보면 그의 치밀한 성격이 낳은 기우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었다.
‘그래? 일단 다행이다. 조심해. 그 사람은 언제든지 너의 정체를 알려고 할 거야.’
“걱정 마. 들킬 일은 없을 거니까.”
수혁과 민정의 전화는 그렇게 진행되었고, 전화를 끊은 수혁은 바로 정민을 만났다.
“박정민 기자라고 하셨나요?”
“네.”
“반갑습니다. XIX 센터 백신 개발부 부장인 한수혁입니다.”
“박정민입니다. 현재 한국일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했던 송재혁 선수와의 인터뷰는 잘 읽었습니다. 상당히 철저하시더군요.”
“그런가요? 그러면 질문을 바로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네, 그럼 첫 번째 질문입니다. XIX센터는 '역 해킹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해킹뿐만 아니라 해커자체마저도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입니까?”
“역 해킹 시스템이란 저희 회사의 고객이 누군가에게 해킹을 당할 경우 본사에서 역추적을 해서 범인을 잡아들이는 시스템입니다. 만일 저희 회사의 고객이 해킹을 당해 저희 회사에 연락을 하게 될 경우 본사에서는 역추적을 가동해 범인을 잡게 됩니다.”
“자금이나 기밀이 해커에 의해 유출되면 어떻게 합니까?”
“해킹을 당해 자금이나 기밀이 유출될 경우 저희가 해커를 잡음과 동시에 해커가 빼돌린 것들까지 저희가 돌려받아 고객에게 드립니다.”
“그렇군요. 두 번째 질문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IT강국입니다. 한국에서 XIX센터의 위치는 어떠리라 보십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 회사는 한국에서 후발주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로는 국내 토종 업체인 안철수 연구소나 하우리, 에브리존, 외국 업체인 시만텍, 맥아피 등이 한국에 들어와 있죠. 여기에 저희 회사까지 끼이면서 한국시장은 중요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한국에 들어온 지 불과 2년 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현재 후발주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군요. 얼마 전에 제가 듣기로는 유럽 현지에서 보안업체 순위 1위를 기록하셨거든요. 그 비결이 무엇인지?”
“저희 회사가 일단 유럽에서 창립되었습니다. 그런 탓에 유럽 시장에서 상당히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또한 개인고객보다 법인고객을 위주로 상대하기에 A/S 부분 등이 상당히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퍼지면서 유럽 시장에서 1위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말을 끝낼때 한수혁은 살짝 웃었다.
“그렇군요. 세 번째 질문입니다. 한국에는 XIX센터 말고도 다른 백신업체들이 경쟁중인 곳입니다. 한국시장에서 XIX센터의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일단은 법인고객 위주로 할 예정입니다. 개인 쪽은 일단 어느 정도 홍보가 되는 데로 도전해야죠. 백신의 가격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출혈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이렇게 두 사람의 인터뷰는 계속 진행되었다.

대충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마친 재혁과 정석은 코스를 확인하기 위해 재혁의 쎄라토 R에 올랐다. 쎄라토에 탑승한 둘은 고속도로로 이동해 한번 코스를 답사해 보기로 한 것이었다.
“신갈이라.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고속커브가 있다고요?”
“그렇죠. 서울에서 마성으로 가는 방면입니다. 상행선이 아닌 하행선에서만 볼 수 있어요.”
“그렇군요. 코스를 일단 돌아봐야 상대를 잡든 말든 하죠.”
현역 레이서와 전직 레이서. 이 둘이서 차를 몰고 이동하는데, 누가 알면 둘이서 엄청나게 잘 노는 줄 알겠다. 신갈분기점에 거의 다 왔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마성 방면이 보이는 표지판 쪽으로 차를 옮긴 재혁은 그대로 그 코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계에는 시속 85km에 눈금이 가 있었다. 언더스티어가 일어날 것이 뻔했고, 잘못하면 가드레일에 박을 수도 있었다.
“제……, 젠장. 이 정도일 줄은. 이 코스가 그렇게 강력했습니까?”
“당연하죠. 아무리 프로라도 이 구간에서 이기기는 힘들어요.”
재혁이 이곳에 뒷바퀴 차량으로 왔다간 85km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정석의 설명이었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 구간의 특성상 아무리 값이 비싼 수입차라도 일반 승용차에게 깨질 수 있는 곳이라니, 진짜 한국에 이런 코스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 재혁의 생각이었다.

(여기서부터 음악을 잠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안 들으셔도 무방하지만, 들으시면서 보시면 더 좋을 겁니다. 곡은 Move의 Blazin' Beat입니다.)


신갈분기점을 재혁의 쎄라토가 달릴 때 한 사람의 눈이 그 쎄라토의 이동곡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셀리카 GT-Four ST205를 끌고 나온 Wisp.M이었다. 아마도 재혁을 이길 방책을 생각하고 있었던 듯 했다. 어차피 이렇게 붙게 되었다면 그냥 맞붙는 것이 더 빨랐을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멍청한 짓을 하시는 군요. 당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 차를 이기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이제 두 대가 드디어 격돌하게 되었다.

신갈 분기점 부근.
차를 돌린 재혁은 그곳에 셀리카가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 놈이 기습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왜 나타난 거지? 지난 대회에서 그렇게 깨졌으면 되었지. 또 나타나서 깨지고 싶었나?”
“후후. 대장님의 그 자부심은 여전하시군요. 그 자부심을 깨주기 위해 왔던 겁니다.”
“재혁씨. 저자는 누구입니까?”
“정석씨, 대결이 끝나면 말씀드릴게요.”
“알았어요. 아니면 차 안에서 이야기 해 줘도 상관없어요.”
“알았어요.”
재혁의 당혹스러움은 극에 달했다. 이런 곳에서 붙기는 싫었고, 더군다나 옆에는 민간인이 서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과 정석이 당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한판 붙자. 네가 날 이길 수 있을지? 아님 이길 수 없는지 말이다.”
“좋죠.”

두 대의 차량이 신갈 분기점(서울 기점 약 33km 부근) 마성 방면에서 서 있었다. 드라이버 2명에 차량은 2명, 여기에 재혁은 정석을 코드라이버로 하는 방책을 쓴 것이다. 최악의 경우 패배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코스는 이곳에서 출발해 커브 구간을 돈 후 커브 구간이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좀 더 간 후에 유턴해 인천 방면으로 가서 그곳에서 대전 방면으로 빠지는 도로를 먼저 타 앞에 보이는 서울, 판교 분기점 표지판 앞까지 먼저 가는 드라이버가 이기는 거다.”
“좋습니다. 한번 해 보죠.”
두 드라이버는 즉각 각각의 차에 올라탔다. 재혁의 차에 미리 타고 있던 정석은 재혁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재혁은 시동을 걸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제가 공군 사관학교에 있을 때에요.’라는 재혁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의 악연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모든 사건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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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재혁이 공군사관학교에 몇 개월 정도 생도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처음 붉어지게 되었는데,(공군사관학교의 기록에는 이 기간이 6개월로 나와 있었다.) 당시 위습은 육사에서도 아예 개념이 장착되지 않은 녀석으로 알려져 있어 간혹 육사 생도장이 공사, 해사의 생도들을 부르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그 자식은 완전 사이코 틱 했다니까요. 성적도 나쁜데다가 얼마나 제 멋 대로였는지. 해사에 있던 저와 공사에 있던 재혁이를 부를 정도였습니다.’(정영훈 당시 해군사관학교 생도 장. 현재는 예편해 한국 IDC에서 일한다. 컴퓨터 실력이 상당했던 인물)
하지만, 공사 출신인 재혁도 손을 놓을 뻔 했고, 우여곡절 끝에 위습이 육사를 졸업하자, 재혁과 절친하던 박철현 육군참모총장(위습보다 2기 선배, 현재 육참총장임)은 이렇게 증언하기도 했다.
‘그 녀석이 졸업 하고 임관을 하던 날, 재혁이가 날 찾아왔어요. 당시 재혁이는 막 소위에서 중위로 올라가던 시점이었는데, 그 녀석이 “너 그 자식 관리 잘 해라.”라고 한 것 있죠. 그런데 막상 제가 실패했으니 미안해지죠.’
오연란 현 육군본부 정보부 소속(계급 중령)은 이렇게 증언한다.
“당시 전 1학년이고, 윤지은 소령은 아직 입학을 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처음 육본 생도회에 들어갔을 당시 몇 차례 송재혁 대장님을 본 적이 있었죠. 그 당시에는 상당히 혈기가 있었는데, 지금도 이러니, 변하신 것은 없다라고 봐야죠. 하여튼 그 당시에 Wisp.M 그 자는 육사분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명물이었던 것 같아요. 오죽했으면 해군사관학교의 생도장님과 공군 사관학교의 생도장님이 오시겠어요?”
위습이 제 2차 대 공산화 전쟁에 참가할 당시 그는 소련식의 보병 운용과 전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종전 후 이라크로 파견되어 관심을 가졌던 그는 소련식 보병 전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였으나 유리군의 출현과 정세의 급변으로 인하여 급히 귀국한다.
이후 보병 부대에서 근무하던 Wisp은 2004년, 모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긴급히 조직된 연구실에서 근무하던 Wisp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직후 일부 기밀과 국과연에서 연구하던 개량형 테슬라건 프로토타입을 훔쳐서 달아난 것이다. 그러다가 재혁의 추적 끝에 감포(문무대왕릉이 있는 곳)에서 붙잡히게 되었지만, 달아난 것.
사라진 직후 뒤에서 자신을 노렸다는 것을 말한 재혁은 Wisp이 자신을 이기기 위해 2005 GTC 대회 때 도요타 팀으로 나왔다가 자신에게 패했다는 모든 사실을 정석에게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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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델이 달리는 와중에 재혁의 이야기를 들은 정석은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군인이 아닌 그의 머리로는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젠장, 재혁씨, 앞에 코너가!”
“나도 알아요!”
기습적인 급커브를 하면서 셀리카를 확실히 따돌리는 재혁이었다.(참고 : 둘 다 출발한 상태에서 재혁이 정석에게 말한 겁니다.) 하지만 상대는 집요했다. 시속 135km으로 빠져나온 재혁이었지만, 상대도 거의 비슷하게 빠져나왔다.
“쉽지는 않겠네요.”
“물론이죠.
‘저 자. 도대체 어떻게 저런 코너링을 하는 거야! 속도가 100km을 넘었잖아!’
셀리카에 앉은 Wisp은 쎄라토가 무려 135km의 속도로 코너링을 성공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재혁의 옆에 앉은 정석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100km이 넘는 속도라니!
‘젠장, 이거 손이 다 풀려버리는 걸? 너무 무리했나?’
마성방면(영동선을 탔다는 소리)으로 가는 도로를 탄 재혁은 그 곳에서 즉시 유턴, 인천방면으로 가는 도로를 탔다. (참고로 본 작품의 특성상 고속도로에 중앙 분리대가 없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있습니다. 그러니 괜히 이거 따라해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 작가가) 뒤에 셀리카가 바짝 쫓아왔지만 재혁은 거의 끝났다는 투였다. 6단 수동변속기를 빠르게 조종하는 재혁의 손놀림은 거의 수준급이었다.
“고지가 얼마 안 남았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동안 뒤에서 쫓아가던 Wisp.M은 자신의 패배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재혁의 쎄라토는 거의 코너를 돌기만 하면 승리가 확실했다. 반면에 자신은 쫓아가고 있지만, 시속 200km을 돌파하는 재혁의 속력을 이기기 힘들었다. 일단 잠시 세워서 리미트를 풀어버린 Wisp은 즉각 230km까지 밟아서 재혁을 쫓고 있었다. 하지만, 재혁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었으니.

‘이것이 마지막이야. 잘 가라고.’
재혁의 생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혁은 백미러에 보이는 한 표지판을 확인했다. 서울, 판교방면으로 가는 표지판이었다. 골인지점에 도착했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이었고 재혁은 즉각 차를 세웠다.
“뭐, 뭐지. 놈이 벌써 도착한 것인가? 그렇다면 설마!”
셀리카를 세운 Wisp은 차에서 내려 뒤를 돌아봤다. 그랬다. 자신이 진 것이었다. 이기고 싶었는데, 재혁의 파워를 이기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다.
“도……도대체 당신이란 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Wisp.M. 하지만 넌 이미 나에게 졌어. 네놈이 무슨 차를 쓸지도 이미 검토를 했던 나였다. 너가 아무리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도 너의 그 정신력은 안 된다고. 카레이싱은 복수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야. 정보력과 자부심이 결합되어야 한다! 넌 그 두 가지가 결여되어 있었어. 다음에 만날 때에는 그걸 가져봐라. 그러면 난 널 제대로 상대해 줄 거다.”
재혁은 그런 말을 남기고 자신의 쎄라토에 올라타 서울로 향했다. 시간은 새벽 2시 30분이었다.

“재혁씨?”
“네? 회사에 모셔다 줘요?”
“아뇨. 집으로 가죠. 아직 문은 안 닫았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그러죠.”
재혁과 정석이 탄 쎄라토는 즉각 서울로 향했다. 역시 유턴을 해 서울 방향 차로를 탔고, 그것을 지켜본 Wisp은 울부짖고 있었다.
“저 놈을 내 손으로 죽일 테다! 크아악~!”

그 다음날. 계룡대 사령부
재혁은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다름 아닌 출국신청서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팬져BT준장님과 함께 가도?”
윤지은 소령이 재혁에게 물었다. 일단 퇴원을 하긴 했으나 병원에서 무리하게 일은 하지 말라고 했기에 재혁은 지은을 이번에는 좀 쉬게 하려고 했다.
“네. 일단 나 없는 동안 세 사람 전부 휴가를 줄테니, 셋 다 좀 쉬어요. 특히 소령은 말이죠. 기운이나 좀 차리라고요.”
“알겠습니다.”
출국신청서를 쓴 재혁은 즉각 결제를 받으러 나갔고, 그 후 30분 후에 팬져BT 준장을 찾는 방송이 들렸다. 드디어 출국이었다.


이번 회 Data File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뺍니다만, 대결 장소가 된 신갈분기점 사진은 공개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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