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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Delta Project

Delta Project - 7(1)

공지 : 이번 호부터 작품 연재 블로그 주소가 http://sephia.tistory.com 으로 변동되었습니다.

본 작품은

GmhanMod 사이트 홈페이지(http://gmhanmod.com )와
Sephia's Auto Research(Laboratory)(http://sephia.tistory.com )
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Presented by Sephia(=Jujak). From Audi to Volvo.
Battle in Korean Bridge and Hills.
First Ever Car Racing Novel.
Delta Project

제 7화 : European Driver (1)
- 전편 -

2월 23일 오전 10시 30분, 인천 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재혁(주작 또는 sephia)과 팬져는 그곳에서 영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령부에서 출장신고서를 쓰고, 여기서 출국신고서를 쓰고 재혁은 두 번 고생하는 기분이었다.
“팬져 준장은 비행기로 처음 이동하죠?”
“네. 처음입니다.”
“그렇겠어요. 비행기 안에서 조용히 해요. 무기 같은 것은 안 챙겼죠?”
“네. 그런데 그건 무슨 일이신지?”
“아냐. 그냥.”
하지만 비행기 정보를 본 재혁은 ‘계획이 틀어졌다.’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 연방에서 연합군 관련 군인이나 정치인의 입국을 금지함. 또한 모스크바에 입국하는 경우라도 관광 목적만 가능하며 러시아 정부의 통제를 받음.’이라는 정보를 본 재혁은 아직 비행기를 예약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미 재혁도 알고 있었지만, 당혹감은 배가 되었다. 출국 전에 본부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을 다시 본 꼴이었다.
“일단 대한항공 쪽으로 가보지.”
“네.”

여객터미널 출국 카운터 D. 이곳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델타항공, 알이탈리아항공, 그리고 에어프랑스가 같이 쓰는 곳이었다. 당혹감을 가진 재혁은 일단 대한항공 담당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네, 수고 많으십니다.”
“무슨 일이시죠?”
“대한항공 사이트에 가서 서울(인천 국제공항)발 런던(히드로 국제공항)행 비행기 정보를 봤거든요. 그런데 거기에는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것만 나와서요.”
“아, 그거요. 다른 항공편도 있습니다. 직통편도 있어요.”
“아, 직통도 있습니까?”
“네. KE907편이 서울에서 런던으로 가는 직통입니다.”
“어이, 팬져. 이거로 예약해줘?”
“네.”
“몇 시 비행기죠?”
“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 25분입니다. 도착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 25분, 영국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 25분입니다.”
“알겠습니다. 그쪽으로 2편 주세요.”
이렇게 예약을 한 재혁과 팬져. 좌석은 프레스티지 석이었다.(돈도 많다! 송재혁!) 비즈니스 운임이 무려 280만원인데, 정말 유럽 물가 한번 비싸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잠시 공항에서 물건을 고르는 재혁의 머릿속에는 ‘식사는 주지만, 입가심을 할 간식이라도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 그가 고른 것은 초코파이와 칸쵸 등 과자 몇 개와 음료수, 그리고 껌과 책이었다.(갑자기 웬 책이냐고? 뭐 장시간 비행에 읽을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없다면 서운한 일이겠지? 물론 노트북은 가져가긴 했지만, 무선인터넷이 안 되는 런던행 비행기였다. 이러니 재혁이 할 짓이야 음악 듣기 등 몇 가지로 압축되겠지만 말이다. 이 양반에게 PMP 같은 것이 있다면 좋겠지만, 뭐, mp3로 족하다는 재혁이니, 그냥 넘어가자.)
“부장님, 웬 책입니까? 아니, 사령부에도 책이 한 두 권이 아니던데 말입니다.”
“응? 아니, 또 사면 안 되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책으로 아주 도배 하실 작정이십니까?”
“그럼 내가 뭘 사면 좋겠는데요?”
팬져, 재혁의 발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 재혁의 성격상으로는 이번에는 다른 것을 살 것이라는 것이 팬져의 추측이었지만, 재혁은 여지없이 팬져의 상상을 깨버리면서 팬져의 상상을 다시 한 번 조롱했던 것이다. 이거 자체가 재혁의 특징이었지만 말이다.

비행기가 이륙을 했고, 재혁이 탄 KE907은 런던 히드로를 향해 날아갔다. 비행기가 이륙함과 동시에 팬져는 잠이 들었다. 오랫동안 가는 장거리 비행이 처음인 그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것이 다였을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자신이 재혁이었다라면 또 모를 일이지만.
미리 사 둔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 재혁의 눈은 아주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책은 특이하게도 역사서였다. 대학이후 역사책에 손을 대지 못한 재혁이었지만, 로마인 이야기(일본의 여류작가인 시오노 나나미[塩野七生]씨가 쓴 책으로 총 15권으로 출판하게 될 대하 역사서. 국내에서는 한길사가 출판하고 있다. 한길사는 시오노 나나미씨의 다른 작품도 국내에서 출판했으니 보시고 싶은 사람은 한권 구매해 보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인 이야기를 추천하지만 말이다. 이 소설을 쓰는 현재 국내에서는 14권까지 출간.)를 나오는 족족 구매했던 전력을 지닌 인물이 바로 송재혁인 것이다.
책을 읽던 재혁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자신이 지금 제대로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 들었고, 또한 본부에 남은 사람들이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윤지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컸다. 쓰러지기까지 해서 재혁의 고민을 키운 원인이 된 여성이었고, 재혁 자신이 제대로 사귀게 된(응?) 첫 번째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약 11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영국에 도착했다. 영국 히드로공항에 대한항공 KE907편이 도착하는 것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재혁과 팬져는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공항 입국장에 재혁과 팬져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본 한 여성이 있었다. 동양인의 모습을 한 흑발의 여성이었다.
“사령관님. 적색 폭격기가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혼자 온 것이 아닙니다.”
‘드디어 온 겁니까? 연락은 받았지만 이 정도로 빨리 올 줄은.’
“모셔올까요?”
‘주변에 적들은 없나요.’
“아직은 없습니다. 즉시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 여성은 어느 정도 송재혁에 알고 있던 듯 했다. 붉은색 폭격기. 현역 공군참모총장인 재혁을 가리키는 말인 듯 했다. 그녀는 품에서 사진을 꺼냈다. 2005년 GTC 대회 당시 RX-8의 옆에 서 있는 재혁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던 것이다.
‘역시, 사진의 모습에서 그렇게 변한 것은 없었어.’
그녀는 송재혁에게 걸어갔다. 팬져와 재혁은 입국심사를 받는 중이었다. 비 EU권에서 오다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야, 이거 장난 아니네요. ‘비 EU권 국민들의 입국심사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사실인데.”
“들은 것은 있군. 맞아. 그래도 뭐 어쩌겠어? 그냥 기다리는 거지.”
물론 재혁 자신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민감했다. 재혁 자신도 군인으로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유럽지역처럼 외국인에 대한 입국문제가 상당히 까다로운 지역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출장 때마다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입국 심사는 재혁이 먼저 받게 되었다. 재혁의 여권을 본 담당자는 다시 한번 재혁의 모습과 여권의 모습을 비교했다. 아무래도 여권의 사진이 원인이 된 듯 했다.
“사진과 다른데요?”
“5kg(12 pounds)정도 빠져서 그래요. 사진이 1년 전의 모습이니 말이죠.”
“대충 이해가 가는군요. 이름 봐서는 GTC에 뛰었던 카레이서와 같은 사람인 것 같은데, 사실입니까?”
“네.”
갑자기 공항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2005 GTC에 출격한 머신 중 동양인을 드라이버로 낸 팀은 많지도 않았다. 거기다가 한국인이면은, 볼 것 다 본 꼴인데 그런 주인공이 영국에 나타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로 나타났기에, 이곳에 온 것이란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혹시 Mazda 영국 지사에서 와 달라고 한 것 아닙니까?”
“아뇨. 개인적으로 만날 사람이 있어서 말이죠.”
“뒤에 오신 분도 함께 오신 겁니까?”
“네.”
“알겠습니다. 두 분 여권을 좀 주시죠.”
재혁이 팬져에게 여권을 줄 것을 요구했고, 팬져는 순순히 여권을 재혁에게 넘겨줬다. 여권을 받은 담당자는 그 둘의 여권에 입국 도장을 한방에 찍었다.
‘이…… 이건 역시 대중매체의 파워.’
팬져는 그렇게 생각했다.

“송재혁씨 맞으시죠?”
“네, 맞는데 누구시죠?”
입국 심사를 한방에 통과한 송재혁을 기다린 것은 입국장 앞에서부터 기다리던 여성이었다. 여성용 정장을 입고 기다린 그녀의 모습은 ‘지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혁은 어떻게 이 여성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가 의심스러웠다.
“일단 누구시죠? 그리고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죠?”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영국 UKAT(United Kingdom Attack Team) 소속 제퍼슨 헤일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송재혁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같이 온 팬져 울프 하이데른. 그냥 팬져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부장님, UKAT가 어느 쪽 소속입니까?”
“UKAT이면, United Kingdom 수도권 방위 사령부 소속이지. 물론 이건 통칭이고, 공식적으로 수도가 런던이니깐, 수도권 대신에 대(大)런던이라는 말을 넣기도 하지.”
“잘 알고 계시는군요. 사령관님께서 찾으십니다.”
“좋습니다. 일단 가면서 이야기를 하죠.”
재혁과 팬져는 그 여성과 같이 걸어갔다. 그러나 그들을 노리는 족이 있었다.
“대장님, 목표물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무장은 없습니다.”
‘처리해.’

밖으로 나온 그 세사람을 기다린 차는 Mercedes Benz CLS 55 AMG였다. 사령부 차라고 보기도 힘든, 그렇다고 ‘이 여성의 월급으로는 아마 구입하기 힘든 차량일 텐데 말이야’ 라고 생각한 재혁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뇨. 차가 좀 비싸게 보이는 것 같아서요.”
“그런가요? 동생과 같이 돈을 모아서 샀거든요.”
“아, 그렇군요……. 잠시만, 동생도 같은 부대 소속입니까?”
“네. 소속 소대는 다르긴 하지만요.”
“그렇군요.”
차에 올라탄 재혁과 팬져, 그리고 자신을 제퍼슨이라고 밝힌 이 여자가 함께 차에 올라탔을 때 뒤에는 Lexus GS430이 따라오고 있었다.
“뒤에 웬 차량이죠?”
“Toyota Aristo, Lexus GS430이로군요. 내가 나타난 것을 눈치 챈 것인가?”
“꽉 잡으십시오. 일단은 이곳을 탈출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급가속이었다. 뒷좌석에 앉은 재혁과 팬져의 몸은 갑자기 뒤로 확 밀렸다. 급가속의 폐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부장님. 괜찮으십니까?”
“팬져, 이런 게 어디 한 두 번이야? 일단은 저 차 먼저 따돌려야 갰군요.”
“무장은 가지고 오셨나요?”
“아뇨. 전혀요. 비행기에 탄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해야죠.”
“큰일이군요. 자칫 잘못하다간 당하겠는데요.”
잠시 뒤를 돌아본 재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좌측(일본, 영국은 운전석이 우측에 있다. GTC 당시 재혁이 가장 고민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고 재혁이 뒤를 봤을 때에는 우측.)에 앉은 양반이 총을 잡고 언제 쏠지 몰랐던 것이다.
“제기랄! 이러다간 이국땅에서 죽겠군.”(참고 : 원래 욕은 이보다 더 했으나 최대한 순화 했습니다.)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나요?”
“맞아요. 전속으로 달릴 수 없나요?”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일이 꼬일 수 있어요. 일단은 최대한으로…….”
“그게 지금 불가능해요.”
“무슨 말이죠?”
“부장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봤을 때에는 저 차량은 일단 최고 속도로 달리는 듯해요. 자칫 잘못하다간 받히겠는데요.”
“그렇다면?”
“비켜봐요. 내가 운전할테니!”
“운전할 자신이나 있어요?”
“이래도 카레이싱 좀 했으니 상관없죠. 뭐! 위치나 알려줘요!”
“알았어요! 일단 우측으로 꺾어서 들어가세요.”
“우측으로요? 좁은 것 같은데요?”
“차 한대는 충분히 들어가요.”
“알았어요!”
일단은 급한 불을 끄는 방법은 이것 뿐 이었다. 재혁이 그녀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위기를 넘기는 동안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사령관님, 제퍼슨입니다.”
‘무슨 일이죠?’
“모셔올 분을 모셔오는 중인데, 하필…….”
‘걸린 겁니까?’
“좇기고 있습니다. 일단은 상대를 떼어내야.”
‘그 친구 비무장입니까?’
“네, 불운하게도.”
‘직접 나서긴 어렵고, 그 친구의 운전 실력을 믿어야죠. 프로 카레이서인 그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젠장. 이 상태로 가다간 끝이 없겠군.’
“뭐에요. 갑자기 속도를 확 올려서 핸들을 꺾다니!”
“낼 카드가 없다고요. 이 상황에서 무엇을 바래요!”
“미치겠네. 한국에서 드리프트 하는 것을 봐도 무서운데, 여기까지 와서 이 짓을 하다니요. 부장님, 좀 참으세요.”
‘팬져, 넌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죽었다.’
“그래도 깜짝 놀랐다고요. 노면 상태도 안 좋은 도로에서 이 일을 하다니!”
“알았어요.”
일단 고속 상태에서 파워드리프트까지 했지만, 노면의 상태가 고른 한국과는 달리 충격이 그대로 차에 탄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는 쓰라린 고통을 맛보고 만 재혁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따라잡기는 힘든 것 같아 어느 정도 시간을 벌긴 했다.
“이쪽으로 가는 것 맞나요?”
“네, 이제 거의 다 왔군요.”
뒷좌석에 앉은 팬져는 거의 찌그러질 뻔 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런데 까지 와서 찌그러진 자신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뭐라고 말을 하기 힘든 자신을 생각하고 자책만 할 뿐이었다.
“일단 여기서 바꾸죠. 어느 정도 따돌린 듯 했으니.”
“그러는 게 낫겠어요.”

뒷좌석으로 다시 돌아간 재혁의 손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프로 레이서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고난도로 뛸 줄은 자신도 몰랐던 것. 재혁의 머릿속에는 ‘적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걸리면 잡아다가 두들겨 버리겠다.’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내가 부장님 때문에 미쳐요. 아니, 거기서 시속 150km 상태에서 드리프트를 하다니요!”
“150km이 아니라 180km으로 해도 모자를 상황이야!”
“180km이요? 설마요. RHD에 약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요? 오히려 GTC때 RHD를 썼다고요. 비록 그 시기가 좀 되었지만, 아직도 자신이 있다고요.”
“그나마 그건 다행이군요. 일단은 베이스까지 다 왔으니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잠을 자려던 재혁은 차량이 정문 초소를 통과하는 것을 보고 ‘잠도 못 자겠네.’라고 생각했다. 재혁의 그런 모습을 보고 팬져는 그냥 웃기 시작했다. 웃을 만도 하지. 잠을 자려고 했는데 금새 통과하고 부대 내로 들어가다니, 재혁은 그저 쓴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기지 내부는 잘 공개하지 않던데 말이죠.”
“이 상황은 어쩔 수 없죠. 일단은 들어가서 이야기 하죠.”
사령부 건물 앞에 차가 섰다. 차가 완전히 선 것을 확인한 제퍼슨은 다 왔다고 말했다. 재혁은 그 말을 듣고, 팬져를 먼저 내리게 한 후 자신도 내렸다. 사령부 건물은 3층 높이의 상당히 고풍스러운 건물이었다. 이 사령부 3층이 사령관 사무실인 것을 아는 재혁은 사령부의 건물이 이렇게 작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말하지는 않았다.
“들어가시죠.”
제퍼슨이 재혁과 팬져와 함께 들어가려던 찰나 ‘언니!’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혁이 뒤를 돌아보니 제퍼슨과 똑같이 생긴 여성이 뛰어온 것이었다. 재혁의 눈은 당연히 동그래졌다.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같은 군부대에 있다는 것이 거의 드문 일인데, 이런 일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무슨 일이야, 엘레나. 손님이 오셨는데.”
“갑자기 연락이 안 되잖아. 전화도 안 받고.”
“알아, 하지만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그건 예의가 아니지. 거기다가 운전도 했는데.”
“저 분이야? 사령관님과 잘 아신다는 분이?”
“응. 대한민국 공군참모총장님.”
“뭐? 그럼 공군의 군 장성이 사령관님을 만난다는 거야?”
“맞아. 상당히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더라고.”
“말도 안 돼. 오랫동안 알았다면, 왜 나는 모른 거지? 언니도 몰랐잖아.”
“나도 오늘이 돼서야 알았어. 한국에 사령관님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가 어렵거든. 게다가 프로 레이서이기도 한 사람이라는 것이 더 놀라운 거야.”
“레이서 겸 군인이라, 놀라운데?”
“그렇지?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게.”
“알았어, 언니. 빨리 와야 해. 그런데 3층?”
“응. 사령관님을 만나러 오셨으니까.”
“알았어. 빨리 와~”
“응, 이쪽으로.”
사령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상당히 고풍스러웠다. 이 건물을 처음 세울 때부터 상당히 고풍스럽게 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특히 빅토리아여왕 시절.) 하지만 사무실 내부는 상당히 현대적이었다. 아니, 미래지향적이라고 해야 하나? 건물과 내부 시설이 어째 매치가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건 약간 이상한데요?”
“무슨 말씀이시죠?”
“아니, 건물은 마치 빅토리아여왕 시절의 모습인데, 내부는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쪽 사령부를 뺨치는 현대식 시설이군요.”
“저도 처음 배속 받을 때에는 깜짝 놀랐다고 봐야죠. 그런데 지금은 상당히 적응 되요. 워낙 사령관님께서 현대지향적인 탓에 건물만 봤을 때와 다르다고 봐야하죠. 일본 고베에 있는 아시아 사령부 기지도 이와 유사하죠.”
“아, 어쩐지. 거기도 건물이 좀 오래되었다라고 생각했는데, 내부 시설은 말이 필요 없었죠.”
재혁은 댄의 초청으로 고베를 방문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에는 2005 GTC에 참전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다가 2004년 말에 참전을 확정짓고 마쯔다로 나서 8위까지 했던 인물이 바로 그였다. 타이어의 도움도 있었지만 업체의 지원도 한 목 한 것은 인정할 만 했다.

3층, 이곳의 가운데 사무실이 바로 사령관 사무실이었다. 재혁은 그곳에 도착을 했을 때 잠시 숨을 골랐다. 일단은 숨을 고른 후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팬져는 그런 재혁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천하의 송재혁이 저렇게 행동할 정도면 자신은 볼 거 다 봤다.’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시작하시죠. 이제 준비 되었으니.”
“네.”
넥타이까지 맸지만, 약간 푼 재혁의 모습은 마치 어디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같아 보였다. 군인보다는 마치 영업사원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냥 정복차림으로 오면 금방 눈치를 채지만, 오히려 더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것이다.(예를 들면 차에 미사일을 날린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노크 소리가 들렸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무슨 일이죠?”
“사령관님, 오실 분이 오셨습니다.”
“드디어 왔군요. 알겠습니다. 열어주세요.”
문이 열리고 송재혁이 안으로 들어왔다. 재혁을 본 댄은 바로 자리에서 나와 재혁과 악수를 나눴다.
“드디어 도착했군. 송대장,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요.”
“네, 오랜만입니다. 뭐, 그동안 사고 친 적은 없죠?”
“아니, 이 사람이 내가 무슨 사고뭉치인줄 알아요? 그 쪽은요?”
“맨날 똑같지, 뭐.”
“좌우명인 ‘simple is best.’에 걸 맞는 발언이군요.”
“내가 이 좌우명 때문에 죽어 나가요. 좌우명을 바꾸든지 해야지.”
“어, 그나저나 옆에 온 사람은?”
“아, 우리 쪽 특수 작전부 소속.”
사실 팬져는 대 테러 쪽 업무를 주로 맡아왔는데, 특수부 계열로 따로 분류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이건 인사부 내에서 재혁에게 통보한 것이니 볼 건 다 본 것이고.(응?) 당사자인 팬져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런 거였나?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니얼 F.레이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팬져 울프 하이데른이라고 합니다. 그냥 팬져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자리에 앉은 후, 댄은 재혁에게 2005 GTC 결과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경기 내용을 다 본 그는 재혁에게 왜 마쯔다로 뛰었는지부터 물었다.
“소문은 빨리 퍼질 텐데, 모를 리가 없을걸.”
“그런가? 그런데 왜 난 모르지?”
“일단 설명부터 자세히 하자면, 2005 GTC에 국내 업체들이 불참하면서 문제가 생겼는데, 원 소속이 기아자동차인 탓에 나설 수가 없는 거야.”
“아니, 다른 팀도 있을 텐데?”
“현대도 안 나서고, GMDAT, 구 대우자동차도 안 나서고 쌍용도 안 나서니깐, 나설 곳이 없어.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린 거지. 그리고 거기서 마쯔다를 택한 것이고.”
“아니, 그럼 나설 팀이 없어서 마쯔다로 간 건가? 에이. 그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당연하지. 마쯔다가 과거 기아에 기술을 제공 했던 회사거든.”
“뭐? 기아에? 말이 안 되잖나. 기아자동차가 스포츠 쪽에 상당히 투자를 하는데, 거기다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New Elan을 발표한 메이커가 어째서?”
“맞아. 과거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마쯔다가 기아에게 기술을 제공했지. 그런데 이게 바뀌었다고.”
“마쯔다도 당혹스럽겠군.”
“맞아, 그런 내가 2005년 GTC에 나선 곳이 마쯔다이니, 마쯔다는 한동안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겠지.”
“기아자동차가 키워서인가?”
“그런 것은 아니고 말이야. 일단은 마쯔다 내에서는 내가 이쪽으로 나선 것을 괜찮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일단 내가 나서고 난 후에 신문 반응이 골 때리더라고.”
“언론이 자넬 때렸나?”
“거기까지는 아니라고. 설마 언론에서 날 때렸다면 진작 때렸지. 그저 아쉬워 하는 내용이더라고. 국
내 업체로 안 나선 것을 아쉬워 해 하더라고.”
“그게 다인가?”
“그렇지.”
“거짓말 같은데.”
“진짜라고.”
“실제로 저도 신문에서 공개하기 전 까지는 몰랐는데, 상당히 골 때리는 상황까지 왔더라고요.”
“기아가 New Elan을 출시한 것은 무슨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글쎄, 레이싱카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아닌가 싶은데?”
“뭐! 레이싱카? 어디, GTC 대회?”
“그렇지.”
다른 두 사람이 토끼처럼 놀란 것에 비해 재혁의 얼굴은 마치 ‘이미 다 알려진 사실 아닌가?’하는 투였다.(이건 거의 Initial D의 후지와라 분타 수준인데.)

사령부 부근에는 숲이 있어서 가끔 거기서 사격 훈련이 있는데, 제퍼슨과 엘레나는 그곳으로 나와서 이야기 중이었다.
“언니는 그 사람(=송재혁)을 처음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어?”
“글쎄, 아무래도 ‘남의 예상을 잘 뒤집는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뭐? 말도 안 돼. 어째서?”
“상당한 카레이싱 실력의 보유자이자, 현직 공군참모총장. 매치가 안 되는 두 가지를 모두 지니면서 그걸 어떻게 하나로 유지시키느냐가 중요해. 그렇기에 남의 예상을 잘 뒤엎는 사람인 것 같아..”
“그 증거는?”
“한국에서 왔던 탓에 RHD에 약한 것 같거든? 그런데 카레이싱 대회 때 RHD 차량을 운전했다는 말로 인해 예상이 뒤집힌 거지.”
“카레이싱 대회라면……”
“올해 초에 일본에서 열린 FIA Gran Turismo World Championship 2005. 거기서 Mazda RX-8(SE3P)을 몰고 8위를 했지. 특히 미국 수출용 모델이 아닌 일본 내수용 모델을 탔다는 것이 주의할 사항이야.”
“우와, 난 그거라면 못 할 것 같아. 단독이지?”
“응. 코 드라이버 없이 세운 기록이지.”
“너무 부럽다. 그 분과 사귀는 여자는 좋겠다.”
“오히려 고생일걸?”
“왜?”
“카레이싱을 했으니깐, 간혹 가다가 속도를 너무 올리는 것이 문제지. 아까 깜짝 놀랐다고.”
“언니가?”
“응. 갑자기 180km에서 드리프트라는 기술을 쓰는 바람에 상당히 놀랬다니깐.”
“1……180km?”
“맞아요. 아마 200km 이상으로 드리프트를 할 위인이 바로 송재혁 대장이니 말이죠.”
“사……사령관님. 갑자기.”
두 여성의 놀람에도 상관없이 댄은 재혁, 팬져와 같이 걸어 나오는 길이었다. 두 여성과 같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일본 마쯔다에서 뛰고, 도요타팀의 양반들이 욕을 하니 열 받아서 이번 계획을 생각했다 이거군. 이쪽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나 좀 도와줄 수 있겠어?”
“설마 여기까지 온 것이 그것 때문?”
“사실은 프랑스로 들어가야 하는데, 중도에 들른 꼴이지.”
“말도 안 되는데요?”
“사실이에요. 출장을 이쪽으로 온 건데, 처음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거죠.”
“이야기를 잘 들어보니, 저쪽에서 먼저 재혁에게 도발한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천하의 송재혁이 참다가 뚜껑이 열릴 리가 없거든.”
“하지만 한국에도 그럴 만한 사람은 많을 텐데.”
“자신이 없다고도 말 할 수 있지만, 그 뿐만이 아니라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알긴 아는데, 솔직히 나도 불안하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밀어 붙여야지.”
“결국 결론은 상당히 간단한 것에 이르렀군요.”
엘레나가 재혁에게 핀잔을 주는 투로 대답했다. 재혁은 그냥 쓴 웃음만 짓고 있었다. 평소의 재혁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섯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를 계속 했다. 밀리는 것은 재혁이었지만 말이다.

[BGM : M.O.V.E - The Longest Movie(2005.9월 28일 일본 현지에서 발매된 23번 single의 2번 Track)]

당초에는 한편을 올리기로 했는데, 글이 길어지다보니, 이렇게 두편으로 나눕니다. 7화 후편을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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